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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P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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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3, 2020 20:38에 작성됨.

혹시, 그거 아시나요?
여러분들이 담당하는 아이돌들 말고, 또 다른 아이돌들이 있다는 것을요.
존재하지만 알 수 없는 존재의 아이돌들.




미시로 프로덕션 기숙사의 밤은 언제나 밝습니다. 모두가 잠들기 전까지는 말이죠.
사실 잠들고 나서도 딱히 별 건 없어요. 조용히, 어두운 복도만이 남아있을 뿐이에요.



그때 저는 룸메이트 친구들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같이 쓰는 룸메이트 친구들은 각각 유코, 아키, 카린, 아즈키, 유메입니다.
아, 맞다. 제 이름은 야구치 미우에요. 전직(?) 선셋 멤버였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카린이 그런 얘기를 꺼냈습니다.


카린: 혹시, 그거 알아요?


유메: 뭔데요...?


카린: ‘프로덕션의 원혼’ 이야기요.


아즈키: 나왔네! 연예인 담당 회사 괴담!


아키: 보통 그런 괴담은 어느 프로덕션에나 있지 않습니까!


카린: 물론 그렇죠. 근데 바리에이션도 다양해서 듣는 재미가 있어요.


유코: 그래서 그래서, 어떤 내용인가요!


카린: 네, 이런 이야기에요.




「지금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초거대기업 미시로 프로덕션의 190명이나 되는 아이돌들조차도 실상에 비하면 딱히 많지 않은 수준이며, 소위 ‘지하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은 차라리 복을 받은 수준일 정도로 어둠 속에 파묻힌 아이돌 연습생과 지망생들이 넘쳐난다.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데뷔를 못한 연습생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못하는 자들’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칭호가 붙는 것이 너무나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은 그런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게임에는 ‘더미 데이터’라는 것이 존재한다. 게임 속에 구현되려다 만 데이터들이라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이미 만들어놓은 데이터들을 삭제하긴 좀 그러니 게임 속에 그냥 파묻는다는 선택을 한다.


이들도 똑같은 존재다. 그들은 분명히 이 회사에 존재하고, 사정만 잘 됐으면 데뷔하여 지금의 아이돌들처럼 노래할 수 있었던 자들이다. 그러나 회사는 그들을 파묻었고, 절대 외부에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존재하지만 존재할 수 없는 자들’이라는, 모순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왜 이 ‘괴담’의 주인공이 되었는가?
여러분들이 게임 괴담이나 이스터에그에 관한 정보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열의 다섯에서 일곱은 시발점이 ‘게임 데이터를 파보다가 찾게 되었다’라는 해프닝인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파낸 게임 데이터들을 살펴보면 굉장히 즐거운 컨텐츠도 있고, 진지하게 파고들어볼 만한 컨텐츠도 있고, 심지어 공포스러운 컨텐츠도 있다. 그것들은 수면 위로 올라와 회자가 되며, 운이 좋으면 제작사 차원에서 다음 컨텐츠로 공식 제작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제작진 차원에서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우리도 아는 바가 없다’며 부인당한다.


이들이 바로 그러한 존재다.
회사차원에서는 극비로 쉬쉬하고 그런 존재들을 없는 것으로 만들었지만, 어떠한 방법으로 알아낸 결과 우리는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엄청나게, 그것도 지금까지 알고 지냈던 아이돌들보다도 더 많은 연습생들이 어둠과 무지 속에 파묻혀 있다는 것이다.」




카린: 이상입니다.


유코: 으와아~무섭네요!


유메: 무서워요...


아즈키: 뭐...뭐...괴담 대작전이니까...!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겠지...!


미우: 아즈짱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떨고 있는데?!


아즈키: ㄸ...떨긴 누가 떨어...! (덜덜덜)


아키: 어째 사실적이라 더 무섭군요...



유메: 보통 이런 괴담은...그렇죠...어둠 속에서...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의 형체나 모습이 보인다거나...아니면...한번 마주쳤는데 눈 떠보니 사라져 있다거나...


미우: 그런 것들이 가장 흔히 있는 설정들이지. 공포심을 더욱 자극하니까.


아키: 혹시 실제로 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즈키: 없지~그냥 괴담일 뿐인데 설마 본 적이 있겠어!



유코: 그러고 보니, 만약 이게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이라면, 카린 씨는 한 번 정도는 보았을 법 한데 말이죠!


카린: 저도 딱히 본 적은 없어요. 지금까지 무녀로서 많은 제령들을 해보았지만 적어도 프로덕션 내에서 유령을 본 기억은 손에 꼽아요. 그마저도 코우메의 아노코 정도였을까요.


미우: 그들이 유령일...까요...괴담의 내용을 따른다면 적어도 살아있는 사람일 텐데.


유코: 사람이라기엔 아무런 흔적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 있을 리가 없죠. 유령이 확실해요.



아키: 괴담의 여부를 떠나서, 그런 것들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모르겠군요.


유메: 존재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세상은 넓으니까...당장 우리가 사는 일본만 해도...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미우: 게다가 배경이 연예계 프로덕션이잖아요? 이 바닥은 기상천외한 일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나는 곳이에요. 그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죠. 혹시 알아요? 미시로 프로덕션 (있는지 없는지 모를) 지하실에 그 사람들이 무수히 갇혀 있을지.



유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존재들이 있을 가능성은 적지 않으나 괴담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거예요. 그리고 사실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한들 도시전설이면 모를까 괴담 수준은 아니에요.



그렇게 저희는 몇 가지 이야기를 더 주고받으며, 그날의 밤을 장식했고, 그러다가 시간이 되어서 잠들었습니다.




뎅- 뎅- 뎅-


시계가 지금이 새벽 3시임을 알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마침 저는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나온 참이었어요.



물을 마신 뒤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어쩐지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처음엔 프로듀서님이라든가, 다른 아이돌들이 지나가는 소리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 것 치고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톤의 소리였죠.



미우: 이게 무슨 소리야?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었습니다.
보통 이런 건 사망플래그지만, 아까 들었던 괴담이 혹시 진실인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밖으로 얼굴을 내어보니, 복도는 어두컴컴했습니다.



미우: 음...아까 뭐였지.


???: 미우, 뭐 해?



뒤에서 누군가가 저를 불렀습니다.



미우: 아 깜짝이야! 아즈키!


아즈키: 뮤짱 왜 복도에 머리를 내밀고 있어?


미우: 아까 복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가 저로 하여금 아까 그 괴담이 생각나게 하더라고.


아즈키: 괴담? 아, 연습생들 얘기 말이야?


미우: 응, 그 이야기. 설마 아까 들렸던 의문의 소리가 그것과 관련된 걸까... 아즈쨩은 그 소리를 들었으려나?


아즈키: 아니. 못 들었는데. 어떤 소리야?


미우: 마치 바람이 부는 듯이 공허한 말소리와, 얼음장 위를 걷는 것처럼 끼익끼익하는 쇠가 들렸어. 이건 우리 프로덕션에서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지.


아즈키: 그래? 확실히 수상하네. 나도 좀 봐도 돼?



말하고 아즈키도 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미우: 아즈쨩, 뭐 보이는 거 있어?


아즈키: 음, 글쎄. 딱히 뭐가 보이는 것 같진 않은데.


미우: 그래? 아까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즈키: 음...




아즈키: . . .어레?


미우: 왜 그래, 아즈쨩?



뭔가를 느낀 건지, 아즈키는 곧장 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즈키: 뭔가 보였어.



어딘가를 한참 응시하던 아즈키는, 갑자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귀를 막았습니다.



미우: 아즈쨩?! 왜 그래?


아즈키: 들려...! 웅웅웅 거리는 소리가...이상한 소리가...! 너무나 크게!



아즈키가 말하는 그 괴상한 소리가, 곧이어 제 귀도 덮쳤습니다.



미우: 뭐, 뭐야, 이 소리?!


아즈키: 그 괴담, 진짜인가 봐!


미우: 가 보자. 대체 이게 어떤 소리인 거지?!



이상한 점이 있다면, 이상한 소음이 난무하는 이 와중에도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마치 이 소리들을 듣지 못한 듯.





우리는 걸어갔습니다.
꺾어진 코너 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이상 발걸음을 옮겼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홀린 듯 움직였습니다.
소음들은 조금 전에 멎어 이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저희의 발걸음 소리뿐이었습니다.



아즈키: 지금은 그 소리들이 안 들려.


미우: 아까 들은 소리, 정말 제대로 들은 소리일까? 심각한 환청을 들은 건 아니겠지?


아즈키: 분명히 환청은 아니라고 봐. 뮤쨩만 들은 게 아니라 분명히 나도 들었어. 둘이 동시에 같은 환청을 들을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어. 두 명이 똑같은 소리를 동시에 듣게 되었다면, 그건 분명 뭔가가 있는 거야.



말하며 걸음을 옮기니, 어느새 저희는 4층 복도 끝에 와 있었습니다.
이곳은 두 갈래 길로, 왼쪽은 사무실, 오른 쪽은 옥상과 3층으로 향하는 계단입니다.
사무소엔 아무도 없는지 불이 다 꺼져있어 깜깜하네요. 갈 일이 딱히 없겠죠.


아즈키: 음, 이제 돌아갈까? 컴백 대작전 할까?


미우: 그럴까? 다시 들어가서 자자.


하고 돌아가려던 그때, 어디선가 발걸음 소리가 났습니다.



따각, 따각, 따각,


저벅, 저벅, 저벅,



마치 구두를 신은 누군가가 걸어오는 듯 했죠.



미우: 아즈쨩, 소리 들려?


아즈키: 응, 들려. 이 소리는 뭐지? 이 시간에 누가 여기 올 일이 없을 텐데.


아즈키: 프로듀서 씨나 치히로 씨 같은 스텝들의 발소리 같지만, 그들은 이 시간에 여기 올 일이 없어.


미우: 그렇다고 아이돌들의 소리도 아닐 거야. 아이돌이라면 자다가 구두를 신고 나왔다는 건데, 누가 굳이 그렇게 하겠어?


아즈키: 도둑이나 사생팬은 물론 아닐 거고, 여기 보안이 얼마나 빡센데. 게다가 이 야심한 밤에 누가 오겠어?



그 와중에도 무게감 있는 발걸음 소리는 계속 들려왔고, 또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딱 멈췄어요.


. . .


미우: ...?


아즈키: 멈췄어...뭐지?


미우: 분명 잘못 들은 건 아닌데...?



이상했습니다.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뭘 하려는 것 같지도 않고.



아즈키: 문, 열어볼까?


미우: 안 돼, 열지 마. 아즈쨩도 분명 들었잖아. 문 밖에서 나는 그 구둣발 소리. 저 문 뒤에 뭐가 있을지 몰라.


아즈키: 알겠어. 뭔진 몰라도 아직 문 뒤에 있는 건가?



말하면서, 우리는 천천히 뒷걸음질 쳤습니다.
때를 봐서 돌아가게요.



그런데, 저희는 손도 대지 않은 문이 갑자기 열렸습니다.


끼이익!



휭,




미우: 꺄아아아악!!!!


아즈키: 꺄아아아악!!!



열린 문 앞에는 예상을 깨고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무서웠습니다.
어째서, 발걸음은 그렇게 내고서, 무섭게 문을 열어제끼고서, 정작 그 앞엔 아무도 없는 건가요!



더욱 믿기 힘들었던 것은, 우리의 몸이 어느새 그 계단 층계 내에 있었다는 거에요.
분명 공포에 질려 아무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언제 여기 온 거죠?!
저희는 지금 마치 홀린 것 같았습니다. 홀린 듯 움직이고, 홀린 듯 걸어가고.




정신차려보니 3층이었습니다.



아즈키: 무서워...너무 무서워...!


미우: 나도 그래...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정신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있긴 했지만, 머리가 돌아가질 않았습니다.
극한의 공포에 질려 도저히 생각을 하기가 힘들어요.



그 순간에, 어디선가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남녀 몇 명이 모여 키득거리는 소리였어요.


큭, 큭큭큭, 큭큭큭큭,
큭큭큭, 큭큭, 큭큭큭.


대체 어디서, 누가 웃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는 점차 커졌습니다.



큭큭큭, 큭큭, 큭큭큭, 큭, 큭큭큭, 큭큭큭큭,


큭큭큭, 큭큭, 큭큭큭. 큭, 큭큭큭, 큭큭큭큭,


큭큭큭, 큭큭, 큭큭큭. 큭, 큭큭큭, 큭큭큭큭,


큭큭큭, 큭큭, 큭큭큭. 큭, 큭큭큭, 큭큭큭큭,


큭큭큭, 큭큭, 큭큭큭. 큭, 큭큭큭, 큭큭큭큭.


큭큭큭, 큭큭, 큭큭큭. 큭, 큭큭큭, 큭큭큭큭,


큭큭큭, 큭큭, 큭큭큭. 큭, 큭큭큭, 큭큭큭큭,


큭큭큭, 큭큭, 큭큭큭. 큭, 큭큭큭, 큭큭큭큭,



그리고, 그 웃음소리는 얼마 안 있어 괴기스러운 비명소리로 바뀌었습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하하하하하하아아아하하하아아아하하하하아아하아하아하아하하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하하하하하하아아아하하하아아아하하하하아아하아하아하아하하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하하하하하하아아아하하하아아아하하하하아아하아하아하아하하아하하아하아하아아하하하



이젠 진짜로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아까 들은 괴담에서는 ‘더미 데이터 격인 연습생들이 일으키는 일이다’라고 했었는데, 그 말대로라면 그들은 살아있는 사람 아닌가요?
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건가요?!



미우: 그만둬요! 대체 우리에게 왜 이러는 거예요?!


아즈키: 왜, 왜 이러는 건데?!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러는 거야?!



하지만 이 비명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엔 레퀴엠을 형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베르디의 ‘분노의 날’이 생각나는 멜로디에요. 지금까지 작곡 수업을 위해 그 레퀴엠을 여러 번 들어봤지만, 오늘처럼 소름끼치는 버전은 처음이에요.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우리의 눈앞에는 괴기스러운 표정의 어떤 사람의 환상이 보였어요.



미우: 저, 저게 대체 뭐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진 저희 둘은, 당장 그 3층을 떠나 도망쳤습니다.



미우: 하아, 하아, 하아...


아즈키: 으아아...으하아...아아아...


미우: (제발...제발 그만...)


아즈키: (대체, 우리가 뭘 어쨌다고...)



도망치는 와중에도 그 끔찍한 레퀴엠은 연주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귓가를 떠나질 않아요.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들리는데요.
이 미친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는 게 사람이든, 아니면 유령이든,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졌습니다.
그저 이제는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습니다.



아즈키: 몇 시지, 지금...! 언제 아침이 밝아오는 거야...!


미우: 그러게. 어째서...왜 아직도 동이 트지 않는 거야...!



게다가, 이 빌어먹을 레퀴엠이 연주되는 동안, 저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아이돌도, 그 누구도 여기 나오지 않았어요.




한참을 도망다니다가, 결국 너무 지쳐서 더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끔찍한 레퀴엠 멜로디도 그때쯤 멈췄어요.



아즈키: 하아...아아...아아아...우리한테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미우: 정신 나가겠네...우리 진짜 홀린 거 아니야...?


미우: . . .


아즈키: . . .



미우: 저기, 아즈쨩.


아즈키: 왜 그래, 뮤짱?


미우: ...미안해. 내가 아즈쨩을 괜히 여기에 끌어들였나봐. 아즈쨩까지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렸어...


아즈키: ...괜찮아. 난 오히려 뮤쨩이 나를 여기에 끌어들인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미우: 그게 무슨 뜻이야?


아즈키: ...이 사태를 겪고 있는 사람이 뮤쨩 혼자였으면, 아마 뮤쨩은 미쳐버렸을지도 몰라. 내가 있어서, 뮤쨩이 아직 안 미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야. 자뻑하는 건 아니지만...암튼 그래.


미우: ...맞아. 아즈쨩이 있으니까, 내가 아직 정신줄 잡고 있을 수가 있어. 나랑 있어줘서, 고마워, 아즈쨩.



서로 그렇게 얘기를 나누는데,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젠장. 이 정신 나간 시츄에이션은 아직도 끝나질 않았나 봅니다.
큭큭 소리를 내며 웃어대던 아까랑은 다르게, 낄낄대는 소리였죠.



낄낄낄! 요괴다! 요괴다!


낄낄낄! 요괴다! 요괴다!


낄낄낄! 요괴다! 요괴다!


낄낄낄! 요괴다! 요괴다!


낄낄낄! 요괴다! 요괴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이젠 도망칠 힘도 없습니다.
그냥 홀리는 수밖에 없는 건가요...



미우: 아즈쨩, 끝까지 못 지켜줘서 미안해.


아즈키: 괜찮아...갈 땐 같이 가니까 덜 서글프다...



저희 둘 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유언(?)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순간,



“우랴야앗! 카미사마 달마인계 우라산!”



어디선가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고, 주문이 세 번 반복되자 괴이한 웃음소리는 이내 찢어지는 비명으로 바뀌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 아즈키! 미우! 괜찮아요?


아즈키: ㅋ...카린?


미우: 여긴 어떻게...?


카린: 새벽에 목이 말라 잠깐 깨서 일어나 보니 두 분이 안 계신 거예요!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어 밖을 보니 두 분이 요괴에게 홀려 쫓기고 계신 걸 발견했어요. 두 분, 다 괜찮으세요?


아즈키: 우린 괜찮아...사실은 괜찮지 않아...얼마나...무서웠는데...으흑...흐아아앙~



결국 아즈키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아즈키를 달래 방으로 들여보내 재운 뒤, 카린에게 물었습니다.



미우: 요괴는 사라진 거야?


카린: 완벽하게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기에 지금으로서는 단단히 봉인해뒀어요.


미우: 대체 그 요괴들은 누구야?


카린: 아까 제가 말씀드린 괴담의 주인공들이에요. 어둠 속에 파묻힌, 존재하지만 존재할 수 없는 연습생들의 사념체죠.


미우: 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카린: 아무래도...제가 그 괴담을 말씀드린 게 화근인가 봐요. 죄송해요.


미우: 아, 아니, 괜찮아. 다만, 왜 하필 우리였을까?


카린: 요괴가 미우 씨와 아즈키 씨를 점찍었나 봐요. 자신들의 장난감으로.



소름이 끼쳤습니다.
요괴들에게 시달리다니, 너무나 끔찍한 새벽이었어요.
다시는 휘말리고 싶지 않아.




그날 아침, 저희는 병가를 내고 정신과 상담을 받았습니다.
저는 조금 덜하지만, 아즈키는 충격이 심했기에 약을 좀 많이 처방받아야 했죠.



나중에 프로듀서님께 이 일을 말씀드렸어요.



아즈키: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혹시 아는 거 있어?


P: 그런 건 처음 듣는데. 그런 일이 있었구나. 많이 놀랐겠다.



그리고 프로듀서님은 치히로 씨에게, 치히로 씨는 회의 후 전무님에게 이 일을 말씀드렸어요.
치히로 씨의 증언에 의하면, 그때 전무님의 표정은 마치 뭔가 핵심을 찔린 듯한 표정이었대요. 그러고서 전무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나는 모르는 일일세. 그 아이돌들에게는 정신과 상담과 함께 오프를 며칠 더 늘려줘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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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았어요.
혹시 1STPAI를 아시나요?
태고의 달인 괴담 중 하나인데, 그것을 소재로 아즈미우 팬픽을 써보았어요.
시간 되시면 유튜브에 1STPAI를 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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