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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hemian Rhaps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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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5, 2020 20:56에 작성됨.

그녀가 떠나가버렸다.


저 먼 하늘로 가버렸다. 흐릇해져서 제대로 보이지않는 그녀의 흔적이 길게 허공에 늘어져있었다.


제대로 인사한 적도 없어 놀라버렸지만 이윽고 왜인지 기대했던 대로의 편안함이 느껴졌다. 오히려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그러다가도, 이런 일에 이런 걸 느껴버려서 서글프고 서러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미소를 보고싶었는데, 어쩌다가 미소를 보는게 괴로워서 차라리 울으라고 해버렸을까. 왜 미워하지않으면 사랑할 수 없게 되었을까.

그녀가 보고싶다. 내가 원했던 일이잖아, 네가 원했던 일이잖아 하면서도 결국 끝내, 나는 주저앉아 울듯이 그녀가 보고싶었다.

아무것도 손대지않고 집주인만이 사라진 방에 들어섰을 때 그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않아있지않았다.

갈곳이 없어서 와버린 방랑자가 되어 온 곳은 익숙해서 낯설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또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이 어른거려서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자연스럽게 앉던 곳에 앉아 늘 듣던 음악마저 틀어보아도, 아무것도 없었다.

케이트와 나는 둘이서 그런 날이 많았다.

둘의 관계가 막바지에 이른 즈음에, 나도 그녀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게 되버려서 새벽에 티타임을 가지곤했다. 물론 그런 것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았다. 하지만 우리 둘은 잠을 잔다는 현명한 선택에 대해 시간을 허비한다는 어리석은 결론을 내리고있었다.

그 대신 매일 지루해하지도 않고 노래를 틀어놓고 차 한 잔 만큼의 수다를 떨었던 것이다. 적어도 그 때는 그것이 좋은 것이라 믿었다. 적어도 둘만의 솔직한 시간을 갖는 것이 서로에게 있어 더 좋다고 믿었다. 하기사, 잠을 잤어도 뭐가 됐겠느냐만은.

음악에 대하여, 고를 것이 없을 때면 늘 선택하는 곡이 하나 있었다. 아마 이 곡이 20세기 작곡된 노래 중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이유에는 우리가 한 몫하지않겠느냐는 실없는 농담. 그리고 우리는 이 복잡한 노래와 창작자에 대한 질문을 주고받았다.

많은 이야기가 매번 오갔다. 그 곡은 동경과 꿈이었고, 일상이었고, 속마음의 시작이었다. 그녀에게는 나였고 나에게는 그녀인 곡이었다.
그렇기에 할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가 언제는 그녀가 읆조렸다. "분명 외로운 사람이었을거에요."
누가?
처음에는 그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묻지못했다. 누구인지 아는 것이 두렵거나 하진 않았다. 사실 누구인지는 곧장 알고말았다.
나는 그 사실이 무서웠다. 그 사실을 이토록 잘 알면서도 내가 그 사실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무서웠다.

마치 확인사살 당하듯이 대답을 듣는 게 무서워서 나는 넘겨버렸다. 그녀도 곧 그 말에 대하여 더 말하지는 않았다.

돌이켜보면 왜 말했는지도 생각해봤어야하는건데, 그녀가 몰랐을까? 내가 눈치챌거라는 걸. 눈치채주길 원했으니 운이라도 떼었겠지. 그럼 왜, 왜 나였지.

바짝하고 말라가는 입 안이 괴로웠다. 입술 안으로 유리병을 쑤셔넣었다. 목울대가 몇 번 요동쳤다. 상큼한 사과향이 가슴속을 찌르다가 띵-하니 머리속이 흔들렸다.
어지러워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않았다. 그러다가 퍼득 꼭 하나만, 쓰러지기 전에 붙잡듯 생각났다.

그 전보다도 더 선명하게 생각나버렸다. 잊고싶을 수록 독하게 생각나서 다시, 또 다시 병을 입 속으로 쑤셔넣었다.

손에 든 것이 보였다. 당신을 견딜 수가 없어서 집은 건데, 이것마저도 왜 당신일까요.

나는 정말 그녀가 보고싶지않은 걸까. 병이 비었다. 어이가 없어 내던져버렸다. 이래서야 거짓말도 못하잖냐.

나는 그녀가 보고싶었다. 볼 면목 없이,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없는 것 투성이인 나는 그녀가 보고싶었다.

깨달음은 언제나 후회를 낳는다고하지. 하지만 그거보다 안타까운 건, 후회에 대해 수습은 커녕 변명조차 해볼 여지가 없는 것.

창문 너머로 밤하늘 위로 빛이 늘어졌다. 길게 길-게 꼬리를 흘리며 빛이 사그라들어갔다. 내 소원이 쫓기에는 너무 빨랐다.

너무 늦네.

하긴 언제나 제 시간이었던 적이 없지. 언제나, 그랬어. 나는. 너는 언제나 제 시간이었는데 내가 그랬어. 마지막까지 나는 늦었어.

너는 언제나, 한 걸음 기다려줬는데.
어설퍼도 걸어온다면, 날 거부하진 않았는데.
나는 왜 그것마저 못했을까.

그래놓고는 뭘했더라...나는 내가 그녀를 도와주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했어. 그게 내가 해야할일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어떻게 됐지? 네 일이라고 생각해본 걸 해본 적은 있니? 그게 뭔지는 알고있어?

질문에 후회가 서로를 물고물기만을 반복했다.

깨지는 소리로 가득한 집을 뒤로 하고, 자신의 삶이 불행한 이유를 집 앞 바닷가에서 찾는 소년처럼 나는 지나간 것들을 헤집어간다.
깨닫지못하면 질문이
깨닫고나면 후회가
그렇게 끝이 없었다.

그러다가 끝내는 왈칵, 넘쳐흘러버렸다.

나는 왜 그녀를 사랑했을까. 미워하면서 까지 사랑하고야말았을까.
나는 무엇을 보려고 그렇게 오래 그녀를 사랑했나.

괴로워서 미워했다고 하면 사랑하지않았냐 묻는다. 왜 사랑하였느냐 하면 나는 대답하지못했다.
나는 대답을 찾으려는 듯 지나가버린 것을 헤집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녀의 광야에서 나는 방랑하고만다. 신기루를 쫓아 몇 걸음을 더 나아가도 흩어지는 신기루에 나는 갈증으로 목을 축인다.

나는 모르겠다고하면 알려주려나. 아니 좀 더 빨리 말했어야지.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안해 뿐이구나.

꺾인 고개를 자책하며 쿵하고 벽을 쳐올렸다. 쏟아져내린 그녀의 소리없는 말들에 눈 앞이 쓰라렸다.

그리고 흩어진 그것들을 다시금 주워담았을 때, 나는 아팠다.

후회조차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을. 이것마저도 후회하며 알게되네요.

내가 말하지못한 글귀가 떨어지는 물에 번지고있었다.

나는 그저 사랑할 뿐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채 그저 사랑했을 뿐인데... 너무 많이 거짓말해버렸어. 그 한 마디가 힘들어서 서로 사이에 두어버린 것이 얼마나 많았던 걸까.

새벽이 망울져서 밝아오고있었다. 빛이 어스름한 하늘에 시나브로 걸쳐오고있다. 이제 시간이 없어.

네게 해주고싶은 말이 많아. 넌 이제 듣지못하겠지만. 네게 듣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 이제 하나도 들리지않지만

너는 너무 먼 곳에 있지. 그래도, 나는 네가 보고싶어. 아무리 늦어도, 머저리에, 갖춘 거 하나 없어도. 나는 네가 보고싶어.

처음만난 날처럼, 아무것도 없이 너를 보러갈게.

케이트. 


=

도대체 케이트는 무슨 말을 남기고 어디로 간걸까요?

대답은 커녕 목소리도 못 내는 처지니 알긴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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