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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고양이는 같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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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0, 2020 18:23에 작성됨.

* 시오미 슈코 이야기입니다.


도쿄로 상경한 뒤 생긴 나쁜 버릇은 흡연이었다. 직장인들이 심심하면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 해소에 좀 도움이 되나?’ 싶은 생각을 했던 게 화근이었다. 호기심에 한 대 물어보았고, 생각보다 별 효과가 없어서 몇 번 더 피어보고, 그러다가 어느새 하루에 2갑은 피게 되어버렸고... 다들 그렇듯이 어느새 나도 골초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날 밤도 담배를 피려고 했을 때였다. 퇴근길, 집 근처의 편의점 앞. 흡연구역이라고 지정되지 않았지만 누구나 담배를 펴대는 그 좁은 장소에서 습관적으로 담배곽을 꺼냈다.


“어?”


  담배곽에는 담배가 한 개피도 없었다. 언제 다 핀 거지? 아니, 그 전에 왜 나는 다 핀 걸 가지고 다니는 거야? 물론 오늘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긴 했지만... 아니 그래서였구나. 괜히 오늘 하루를 떠올린다. 하루종일 들볶인 날,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더럽다.

  월급날은 내일이라 통장에 돈도 없다. 혹시나 싶어 지갑을 뒤져보지만 지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주머니를 두드려보지만 짤랑거리는 소리조차 침묵. 겨우 찾아낸 동전 하나에 적힌 숫자는 50이다. 담배는 커녕 캔커피 하나 살 돈도 안 되네.

  옆에서는 한 여자아이가 태평하게 담배를 피고 있다.


“저기, 담배 좀 빌릴 수 있을까?”


  나는 라이터 하나만 달랑 들어있는 담배곽을 여자애에게 내밀었다. 한 개피도 없으니 하나만 주세요, 라는 어필이다. 여자애는 담배곽을 보고, 내 얼굴을 본다.


“......”


  여자애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담배를 꺼내 빌려준다.


“고마워”


  정말로 줄 줄은 몰랐다. 그냥 내질러본 건데 진짜로 될 줄이야. 나는 손을 들어 감사하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나중에 꼭 갚을게”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말이지. 나는 빌려준 담배를 입에 문다. 그러자 여자애가 라이터로 내 담배에 불을 붙여준다.


“오, 땡...”


  고맙다고 말하면서 여자애를 본 순간, 여자애의 눈매에 말문이 막혔다. 웃고 있었다. 장난기 가득한 눈매가 곡선을 그리고, 그 입꼬리는 마치 비웃듯이 올라가 있다. 하지만 놀리는 건 아니었다. 친절하게 담배도 빌려주고 불까지 빌려주고는 '어때?' 그렇게 묻는 것만 같았다.


“킥킥”


  마지막에 여자애는 아주 살짝 웃는 소리를 내고는, 등을 돌려 가버렸다. 나는 반응 하나 보이지 못하고 담배를 문 채로 그 등을 볼 뿐이었다. 금세 여자애는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여우에게 홀린 것만 같은 저녁이었다.




  다음에 그 아이를 만난 건 3일 후의 일이었다. 큰 고비를 넘긴 뒤라 진즉에 지친 뒤,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편하던 밤 나는 다시 편의점 앞에서 그 아이를 발견했다. 열심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아이를 지나쳐 편의점에 들어가서야, 3일 전에 담배를 빌려준 아이라는 걸 떠올렸다. 어디서 본 은발이다 싶었는데.

  기분도 좋고, 은혜도 있으니깐. 그런 생각에 담배 한 갑, 하X다즈 아이스크림 한 개를 더 사서 밖으로 나왔다. 여자아이는 다행히 아직 가지 않고 남아있었다.


“여어”


  기분이 좋으면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나는 반갑게 인사하며 담배 한 곽을 건낸다.


“여어... 어?”


  반사적으로 인사를 받다가 당황하는 여자아이. 내가 건내는 담배곽에 2차로 당황하지만, 손은 이미 내가 건내준 담배를 받은 뒤다.


“피는 거 이거 맞지?”

“뭐, 어...”

“담배 다 떨어진 모양인데, 내가 타이밍 죽이는구만”

“그렇네...”


  여자아이는 뭐라고 대답할지 고르기를 포기한 듯 싶었다. 조금 커진 눈동자는 다시 여우마냥 작아진다. 짧은 은발 머리를 스스로 긁적이고는 내가 건내준 담배 포장지를 깐다. 나는 그녀에게 편의점에서 들고 나온 비닐봉지도 건냈다.


“아이스크림, 괜찮지? 쿠키 앤 크림인데”

“어어... 좋아하는 맛이야”

“잘됐네”


  역시 쿠키 앤 크림이면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적당한 맛을 고른 스스로를 칭찬하며, 쿠키 앤 크림 아이스크림을 꺼내 건낸다. 한 손에는 담배곽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게 된 여자아이는, 무엇부터 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한 눈치다.


“아이스부터 먹어. 담배피고 단 거 먹으면 맛 없잖아”

“근데 아저씨... 누구?”

“어... 누굴까?”


  뭐야... 의심스런 눈초리를 던지는 여자아이.


“아니, 진짜 기억 못하나 보네... 며칠 전에 담배 빌렸잖아, 여기서”

“담배를 빌려? 아저씨가? ...아, 그 이상한 아저씨!”

“응응, 기억하지?”

“뭐야, 저번엔 완전히 다 죽어가는 강아지같더니, 지금은 왜 멀쩡해진 거야?”

“야 아저씨가 뭐야 아저씨가!”


  깔깔깔. 내가 성을 내니 여자아이가 웃으면서 넘긴다.


“그게 문제였어? 강아지는 괜찮고? 깔깔깔깔”

“강아지야 귀여우니 문제 없어”

“굉장한 자신감이네!”


  깔깔깔깔. 웃는 소리에 괜히 더 기분이 좋다.


“알았어, 오빠라고 해줄게”

“오, 땡큐”

“됐지, 아저씨?”

“왜 바로 그만두는데!”

“응? 하지만 아이스크림 하나로는 오빠 한 번 분 값밖에 안 되는걸?”

“요즘 애들은 굉장하구만...”

“그런 말을 하는 시점에서 아저씨 확정이야”


  아니 무슨.


“아아, 아저씨 재밌네~ 땡큐~ 그래도 저번에 나 겨우 한 개피 빌려줬는데, 보답이 너무 후한 거 아니야?”

“이게 바로 어른의 보답이라는 거지. 저번에는 돈이 없었지만 지금은 월급 받은 후라 아주 여유야 여유”

“흐응~”


  여자애는 다시 웃는다. 깔깔대는 것이 아니다. 저번에 본 그 미소, 눈꼬리와 입꼬리가 어우려저서는 만들어지는 여우가면같은 웃음.


“잘 먹을게~”

“뭐야, 안 피고 가냐?”

“아이스크림부터 먹으라며~“


  그렇게 말하며 여자아이는 다시 가버렸다. 나는 적당히 손인사를 하고는, 방금 사 온 담배 포장지를 깠다.




  다음에 그 여자아이를 본 곳은 번화가였다. 번화가 구석, 너무 졸려 집으로 돌아가기도 귀찮아진 내가 찾아간 넷카페 입구에 그 여우는 앉아있었다. 그 옆에는 조그마한 캐리어 가방이 하나 같이 있었다.


“응? 여기서 뭐해?”

“에, 아저씨?”


  우리는 서로 놀란다.


“너 가출했냐?”

“아니거든”

“아, 그러냐...”

“거기서는 조금 더 자상하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라면서?”

“응”

“그럼 됐지 뭐”

“들어봐봐, 여기 넷카페, 나 쫓아낸 거 있지”


  내 반응은 무시하고 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제멋대로인 여자아이다.


“값도 싸고 샤워실도 괜찮아서 마음에 들었는데, 장기투숙은 금지라나 뭐라나. 어차피 잠깐 나갔다 들어오면 되는데 왜 쫓아내는 건지...”

“애들 맡아주면 나중에 경찰이 귀찮게 굴거든”

“진짜?”

“응, 가출한 애들 있으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해”

“하, 진짜냐...”

“가출 맞구나”

“아 왜~”


  여자아이가 짜증을 낸다. 여전히 장난기로 덮어놨지만, 명백하게 신경쓰지 말라는 뉘앙스다.


“집에 돌아가라고 설득이라도 하게?”

“그 말은 어차피 지긋지긋할텐데, 내가 뭐하게”

“그럼 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다, 궁금해서”


  그렇게 말한 뒤에 나는 지갑을 꺼내 1만엔짜리 지폐를 하나 꺼냈다.


“야, 여기 돈 줄테니 근처 호텔에서 하루 자면서 좀 쉬든지 해라”

“엉...? 아저씨가 왜 나한테 돈을 주고 그래?”

“나 지금 너 상대할 체력 없어서”

“응???”


  잘 모르겠다는 반응의 여자아이에게 내 생각을 설명한다.


“여기서 널 보니 가출해놓고는 넷카페 전전하는 생활하는 건 알겠고, 그런 상황이 존나게 피곤하고 힘든 건 아는 데다가 이제 아는 얼굴이니깐 내버려두진 못하겠는데, 나 지금 존나 피곤해서 상대해줄 체력이 없거든. 그래서 뭐 같이 밥이나 먹는다거나 수다떤다거나 그런 건 못하겠으니 그냥 돈으로 퉁치게 돈을 준거야. 그걸로 어디 좀 편하데서 쉬다가 또 인연되면 보든지 말든지 하자고, 그럼 난 이만 자러 간다”

“아, 아저씨?”


  나는 여자아이 말을 무시하고 위로 올라갔다. 정말로 피곤하다. 어제는 밤을 샜단 말이다. 당장 자고 싶어.

  그리고 가출했을 때 괜히 주변에 사정 설명하는 거, 엄청 짜증나는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깐 말이야.




  다시 그 아이를 본 것은 삼일 뒤였다.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하나 피고 있자니, 누군가 등을 찌른다.


“뭐야...”


  뒤돌아보면 익숙한 은발이 보였다.


“오, 너냐”

“여기”


  여자아이는 다짜고짜 나에게 봉투를 내민다.


“뭔데 이건?”


  내미는 거니 받아서 봉투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만엔 짜리와 천엔 짜리가 보였다.


“나 너한테 돈 받을 일 있었나?”

“갚는 거야?”

“갚아? 돈 빌려줬나?”


  그 말에 여자아이가 나를 째려본다. 그제서야 분위기를 좀 살펴본다. 평소처럼 웃는 느낌이 아니다. 오히려 많이 화가 난 듯한 느낌이다.


“이유 없이 돈 받는 취미 없어”

“이유 설명했잖아”


  그 때 졸렸으니 기억은 잘 안나지만, 장황하게 설명해서 돈을 줬던 것 같은데.


“......”


  그 말에 다시 여자아이가 째려본다. 뭐에 화를 내는지부터 알고 싶은데 말이지.


“있잖아, 왜 나에게 잘해준 거야?”

“어... 담배 빌려줘서?”

“담배 빌려줬다고 한 곽에 아이스크림에 돈 1만엔까지 주는 사람은 없어”

“그런가?”


  아무래도 좋잖아.


“당신, 내 아빠 행세라도 할 생각이야?”

“애초에 아빠가 아닌데 행세를 어떻게 하겠냐”

“그러면 뭔데?”


  아. 이제서야 조금 이해했다. 왜 화를 내는 건지.


“아무튼 돈도 갚았고 이걸로 바이바이. 이제 보지 말자고”


  가출까지 했는데 밖에서 간섭하는 사람이 생기는게 내키지 않겠지. 애초에 집이 답답해서, 아니면 어떤 이유에서든 보호자를 떠났는데 또 다시 보호자가 생긴다니, 그런 건 원하지 않겠지.


“이 봐, 잠깐만”

“......”


  상대는 내 말을 무시하고 걸어가버린다. 피던 담배를 그냥 버리고는 뒤쫒아갔다. 그대로 어깨를 잡아 세운다. 다행히 여자아이는 멈춰주었다.


“보호자 같은 거 하려고 했던 건 아니야”

“그럼 원조교제라도 하시게?”

“아니, 그것도 아니야”

“그러면?”


  이유 없는 동정을 받고 싶지 않다. 그러고보면 여우라는 동물도 좀 고고하던가? 괜한 궁금증을 억지로 누른다.


“단지...”

“뭐?”

“...음, 동료?”

“하?”


  그 말에 여자아이가 표정을 찡그린다.


“나도 가출했거든”

“하???”

“가출한 지 몇 년 지났지만 말이지”


  몇년 전 올라온 도쿄, 동료 하나 없던 시절, 힘들기만 하던 그 추억. 그렇기에 나는 지금 너같은 처지가 사실은 얼마나 힘들지 잘 알거든. 그도 그럴게, 상경해서 힘들어서 담배피기 시작했고 말이지.


“선배... 라고 하면 좀 건방지고, 같은 가출 동료로서 처지를 잘 안다 그런 거지”

“아저씨... 장난쳐?”

“아니, 진담인데”

“......”

“......”


  긁적긁적. 괜히 어색해진다.


“저기 말이지, 애초에 네 보호자 행세를 할 생각이었으면 담배 필 때부터 뭐라 했을 거야”

“흐음...”

“그리고 관심이 있어서 집적댄 거면 뭐 같이 하자고 권유했을 거고. 아 물론 너는 이쁘고 관심이 안 가고 그러는 건 아니긴 하지만 뭐랄까 거시기 아무튼 처음이나 지금 그런 목적이 있지는 않았고...”


  행설수설하니 여자아이의 표정이 쿡, 하고 풀린다.


“같은 가출 동지의 냄새가 나서 말이지, 원래 그렇잖아, 그, 길고양이들도 밥은 같이 먹거든?”

“그게 무슨 상관인데”

“너 왠지 여우 닮아서?”

“뭐???”


  상대는 더더욱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된다. 그렇겠지. 나도 내가 지금 뭐라고 떠드는지 잘 모르겠단 말이야.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갑자기 상대가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아무 말 하지 않는 둘, 괜히 부는 바람, 무언가 내가 말을 꺼내야할 것만 같은 밤.


“......”

“......”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아니, 안 좋다는 게 아니라 뭐라고 할까, 음, 이상해진다. 그래서 명함을 꺼내 건낸다.


“뭐, 뭐야 갑자기?”

“너 말이야 아이돌 안 해볼래?”

“...하아???”


  그게 아이돌 시오미 슈코의 첫 시작이었다.




“여우는 개과래”

“갑자기 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더운 날씨에 맞추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걷고 있는데 슈코가 갑자기 화제를 꺼냈다.


“예전에 나한테 그랬지, 여우 닮았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길고양이들도 같이 밥을 먹는다면서 여우 닮아서 그런 얘기를 꺼냈다니,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던 거잖아”

“그건 무슨 소리야”


  이 쪽은 전혀 알지 못하는 주제로 이야기하는 슈코. 이런 태도는 이미 익숙하다.


“여우가 개과인 것도 몰랐지?”

“진짜? 고양이 닮았잖아!”

“누가 봐도 개 닮았어”

“아니야 고양이 닮았어”

“요물이라서?”

“그런 셈이지”


  후훗. 슈코가 웃는다.


“그럼 요물을 키우는 사람은 요술사인가~?”

“아니거든요”

“호박마차를 만드는 마술사인데 요술사도 견직하는게 뭐 어때”

“너, 너!”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진다. 슈코는 최근에 내 명함에 넣은 문구를 가지고 놀리는 거다. ‘신데렐라를 위한 호박마차를 만드는 마술사처럼’ 이라는 홍보문구. 그 홍보문구는 회사 차원에서 모든 명함에 넣었다고 말해도 놀리는 데 집중한 이 아이는 내 얘기 따위 듣지 않고 심심하면 놀려댄다.


“아하하, 부끄러워하는 거 귀여워”

“이게 진짜...”


  난 단지 얼굴을 붉힐 뿐이다. 더 이상 뭘 할 수가 없다. 항상 이런 식이다. 슈코에게는 이기지 못하고 질 뿐이다.


“난 그 문구 마음에 들어”

“호박마차?”

“응, 그 마술사라는 문장”

“놀리기 재밌으니깐?”

“물론 그게 1번이긴 한데~”


  깔깔거리는 시오미 슈코.


“정말로 공주가 되는 마법을 경험했으니깐”


  얘가 낮간지러운 소리를 다 하네.


“있잖아, P”

“응?”

“기억해? 여기서 만났던 거”

“기억하지”

“그럼 우리가 언제 처음 만났는지도 기억해?”

“언제...?”

“나는 기억해. 가출해서 도쿄온지 딱 1달 째 되는 날이었거든”

“그러냐”

“응, 그건 바로...”


  갑자기 말을 멈추는 슈코. 먹던 아이스크림을 바라본다.


“왜 그래?”

“이 아이스크림... 한 번 맛 좀 봐봐”


  뭐야. 설마 아이스크림이 상한 건가? 이제 봄이라서 겨울 내내 묵혀놓은 아이스크림이라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이제는 몸이 자산인 아이인데, 상한 거라도 먹고 탈이 나면 안 되지. 나는 슈코가 내미는 아이스크림에 얼굴을 가져다댄다.

  그 때, 슈코가 그대로 내 얼굴을 잡아서는 자신에게 끌어당긴다. 그리고 우리는 키스했다.


“야, 야...!”

“큭쿡...”


  슈코가 웃는다. 나를 놀리듯이 웃는 얼굴이지만, 그 창백한 뺨이 붉게 물들어서는 본인도 부끄럽다는 걸 전력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돌리고는 앞으로 가버린다.


“입술은~ 말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너, 너, 대체 뭐야...!”


  갑작스러운 첫키스에 당황하며, 나는 슈코 뒤를 쫓아갔다. 물어보고 싶은 것, 확인하고 싶은 것이 한 두개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집 없는 두 고양이가 만난지 1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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