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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카렌과 나오의 평범한? 이야기

댓글: 2 / 조회: 716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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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6, 2020 17:19에 작성됨.

※단편이라고 할 만한 길이는 아니지만 한 편 안에 끝나니까 어쨌든 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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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나오. 나 감튀좀."
"...아니, 네 앞에 있잖아."
"좀 줘~."
"...하아... 정말, 언제나 그런다니까."

어느 한 패스트푸드 식당.
그 안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있는 두 명의 고등학생이 있었다.
한 명은 카미야 나오.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고 여기저기 알려져 있는 정도의 아이돌이다.
정말 어디 만화에서 똑 따온 듯한 그런 츤데레 성격의 그녀는 그녀 자신은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혹은 일부러 눈을 돌리고는 있지만, 결국에는 그렇게 행동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 외에도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이라던가, 덕후 기질이라던가, 무언가 살짝 괴롭히기 좋아보이는 그런 모습까지.
나오의 옆에 있으면 평범한 사람들까지도 나오를 괴롭히게 된다는, 그런 기묘한 오오라의 주인이기도 했다.
거기에더해 은근 다이너마이트한 바디까지. 그것은 평범한 학생시절때부터 유명했지만 아이돌로서 레슨등으로 인해 어느정도 군살이 빠지고 나자 더욱 밸런스가 맞아졌다.
그런 다이너마이트한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귀여움을 품고 있는 사람은 얼마 있지 않으리라.

그리고 그녀의 마중편에 앉아서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한 사람은 호죠 카렌. 현재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아이돌 중 한 명이다.
얼마전의 소속사 아이돌 인기 투표에서 2~3위 정도를 유지시키면서 갑작스럽게 급부상한 아이돌이다.
물론, 이전부터 어느정도 큰 인기를 끌고 있었고, 단단한 팬층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치고올라오게 된 것이다.

나오에 비하면 나름 평범한 축인 카렌이였지만 자신의 패셔너블한 스타일리싱 실력과 어울려져서 나오와 다른 아이돌인 시부야 린과 이루고 있는 트라이어드 프리무스. 줄여서 트라프리에서는 비주얼 담당까지 맞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다가 성격도 밝고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가까워지는 등, 친화력도 꽤 괜찮은 편이라 예능등의 출연도 다른 유닛 멤버들 보다 더욱 튀게하니, 인지도는 빵빵하게 터졌다.

그런 둘이, 이런 패스트푸드 식당에와서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
카렌이 감자튀김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맨날 감자튀김 먹는데 안 질리는거야?"
"감튀는 안 질려."
"에... 난 잘 모르겠단 말이지..."

미묘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쉬는 나오는 책상에 턱을 괴었다.
냠냠 잘 먹고 있는 카렌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저기 말이야. 나중에 운동은 똑바로 하자?"
"에~."
"뭐가 '예~.' 야! 애초에 카렌은 건강관리는 해야된다고..."
"에이, 이젠 괜찮다니까 그러네."

건강관리.
그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카렌이 직접 말을 하거나 언급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 카렌은 꽤나 긴 입원생활을 지속해왔다.
그것을 아는 사람은 꽤나 소수로, 카렌에게 어둡고 부정적인 면모만 표출시켜왔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 시기 자체가 있었는줄 모르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지금은 꽤나 괜찮아졌고, 사실상 완치 판정이 떨어졌기에 이렇게 아무런 걱정없이 아이돌을 하고 있는 것이지만, 주위에서 보기에는 불안한건 마찮가지이다.
그러니 나오의 걱정은 은근슬쩍 계속해서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자, 나오도 감튀나 먹고 행복해 지라구. 감튀 먹으면 행복해지니까."
"무슨 이론이냐..."

이 둘이 만나게 된건 아이돌이 되서부터가 아니다.
꽤나 예전. 옛날이라고 하기에는 가깝지만 최근이라고 하기에는 미묘한 중학교 생활때.
이 둘은. 그때 만나게 되었었다.



...



카미야 나오는 어디에나 있는 여자 중학생이였다.
극히 평범한... 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흔히 있는 정도의 아이였다.
반에서 대충 외모로 2~3등은 먹어주지만 어딘가 잘 섞여들어가지는 못해서 살짝 겉으로 도는 그런 아이.
그렇지만서도 그 성격 덕분인지 남자나 여자 가리지 않고 인기는 은근슬쩍 있는 그런 아이.

어디에나 있을법한 아이지만, 그렇다고 특이하지는 않은 그런 애매한 위치의 중학생 카미야 나오였다.

그런 카미야 나오에게는 한 가지 의문점이 한 가지 있었다.
가~끔씩 보이는 어느 한 소녀.
자신보다 한 학년 아래로 보이는 그 소녀는 가끔 볼때마다 무표정이거나, 어딘가 찡그리고 있는 표정이였다.

그리고 가끔씩 점심시간에는 운동장 그늘에 앉아서 멍하니 있기만 하기도 하고, 또 가끔씩은 학교 옥상에서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기도 했다.
처음에는 위험한 짓을 하려고 하는건가 덜컥 겁이 났었지만,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그런건 아니고 그저 그렇게 멍하니 있을 뿐이였다.
친구도 없어보였고, 나오 자신도 그렇게 자주 보는 사람은 아니였기에 기억속 한 구석에 묻어두고 있었던 소녀였지만...

"아, 괜찮아?"
"...응."

선생님의 프린트를 교무실에서 가지고 오던 당번이였던 나오는 계단에서 그 소녀와 부딛친 것이였다.
그때 자세히 볼 수 있어서 드디어 명찰의 이름이 호죠 카렌이라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묘하게 기운이 없는 대답이구나 싶었지만 나오는 그때는 카렌을 일으켜세워주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교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났다.
그때 부딛친 탓인지 아니면 그냥 지금까지 계속해서 신경이 쓰여왔던 탓인지는 모르지만, 나오는 한 번 그 하죠 카렌이라고 하는 그 소녀를 한 번 다시 보기로 생각했다.
적당히 빵이라도 사주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아마도 그 호죠 카렌의 교실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던 교실을 슬쩍 보았다.
그리고 그곳의 후배에게 호죠 카렌이라는 사람이 있나 물어봤고...

"아, 그 애요? 오늘 결석이에요."
"응? 왜?"
"걔 몸이 약하거든요. 뭐... 늘 이렇게 입원하면 몇 일 뒤면 오긴 했는데... 언제 올지는 모르겠네요."

라는 후배의 말에 살짝 인상이 쓰여졌다.
혹시 자신때문에 몸이 상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
물론 그런건 아니다. 부딛쳤다고 해서 결석을 해야될 정도의 약함이면 이미 학교 자체에 와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때의 나오는 중학생.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한 나이이니만큼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병문안을 갔었다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물어, 병원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 사람에게 병원에서 카렌이 입원하면 늘상 같은 병실을 쓴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고, 나오는 그렇게 방과후 시간을 내어서 병원에 찾아가보았다.
어차피 학교가 끝이 난다면 그 후에는 밤에 애니메이션 감상을 하는 것 밖에는 별 취미가 없던 나오에게는 시간이라는 것은 넘쳐나는 것이였다.
앞서 말했듯이 매일같이 친구들과 부대끼는 흔히 말하는 인싸체질은 전혀 아니였기도 하고.

그렇게 전철을 타고 몇 정거장을 가서 방문한 큰 병원은 아니지만 나름 규모가 있는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그리고 병실 복도에서 명찰에서 봤던 호죠 카렌의 이름을 발견하고, 살짝 문을 열면서 목소리를 내었다.
그 병실은 일인실이였다.
그것은 예상못했는지 살짝 멍해진 나오였지만, 곧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 카렌을 볼 수 있었다.

"...?"

멍하니 나오가 들어온 병실 문을 바라보는 카렌.
그것이, 나오와 카렌의 본격적인 첫 만남이였다.


...


나오는 카렌을 만나서 부딛쳤던 일에대해 사과를 하였고, 적당한 자기소개 후에 이야기 소재가 고갈나버려서 우왕좌왕 했다.
그러던 도중, 카렌의 어머니가 오셨다.
단순히 복도에서 살짝 부딛쳤던 것 때문에 왔다고 하니 그 어머니 역시 살짝 웃게 되었다.

그 어머니와의 대화 이후 나중에 또 오겠다는 나오의 말을 끝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좋은 친구가 생겼네 카렌."
"...어차피 또 안 올텐데."

좋은 친구가 생겼다는 말에 카렌은 퉁명스럽게 대답하였다.
카렌은 늘 이런 것을 겪어왔다.
어차피 한 두번 이후에 오지 않게 될 사람.
그런 사람에게 굳이 기대를 걸지 않았다.

아직 중학교 1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보면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잘 알게되버린 카렌을 어머니는 살짝 슬픈눈빛으로 보았으나, 곧 고개를 흔들고서는 말했다.

"다들 자신의 일이 있으니까... 카렌을 싫어하는건 아닐거야?"
"..."

카렌은 아무말 안 하고 침대에 누워서 몸을 돌린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병원에서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자, 여기."
"...뭐야?"
"생각해보니까 병실에 혼자 그렇게 있으면 심심해할 것 같아서 혹시 책 좋아할까 싶어서 가지고 왔는데."
"..."

그리고 또 그 다음날.

"자, 이거 다음권. 응? 아직 안 읽은거야? 읽어보라구~. 재밌는걸."
"...하아... 귀찮아."
"에, 책 읽는게 귀찮으면 영화라도 볼래? 집에 CD 많은데."

그리고 그 다음날. 또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나오는 질리지도 않고 오게 되었다.
그야, 앞서 말했듯이 나오는 시간이 꽤나 남는 아이였기도 하고, 쓸쓸해보였던 카렌이 신경 쓰였던 것도 있다.
그리고 퇴원을 하고 다시 학교에 왔을때도...

"저기, 점심 같이 먹을래?"
"...하...?"
"혼자 먹는 것 보다는 낫잖아~."

시시때때로 호죠 카렌을 데리고 다녔다.
점심을 같이 먹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우연히 만나면 나오의 일방적이지만 이야기도 계속 하기도 했다.
그런 일이 점점 늘어날수록 카렌 역시 조금씩 나오에게 만큼은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 조금은 큰 변화를 가지고 왔었다.

"상당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무언가 심정의 변화가 있던것이 아닐까요. 환자 본인이 부정적이여서 약의 효과도 잘 나타나지 않고 회복도 더디었지만... 이대로라면 몇 년 이내로는 가능성 있을 것 같습니다."

큰 예로, 이 말을 듣게 된 카렌의 어머니는 울음을 터트렸다.
일 떄문에 병원에 잘 오질 못하는 카렌의 아버지 역시 전화로 그 소식을 듣고 회사 사무실에서 큰 소리를 냈다고 한다.
아주 조금의 변화였지만, 그 아주 조금이 한 가족의 행복이 되어 돌아왔다.

그럼에도 카렌은 꽤나 무뚝뚝했다.
이미 자신의 병에는 달관하고 있었고, 그것이 변한것은 아니였지만 나오가 다음에는 어떤 것을 가지고 와줄지의 자그마한 기대는 계속해서 존재했다.

그렇게 나오가 중학교 3학년이 되고, 카렌이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만난지 일년이 되었던 때에는 카렌은 꽤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역시 나오의 긍정적인 파워가 영향을 끼친것일까.

"저기말이야 카렌."
"응?"
"오늘 말이야. 같이 영화관 안 갈래?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전에 보여줬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나오는건데 재밌어 보이더라?"
"뭐, 시간은 비어있으니까..."

이렇게 어느정도 같이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어디론가를 가는 정도의 사이가 되었을 무렵.
안 좋은건 터지게 되었다.

"...어라, 카렌? 왜 그래?"
"...미안, 그 이야기... 좀 어려울 것...같은데."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는 머리를 짚는 카렌.
카렌은 이 증상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몇 년동안 가지고 있던 자신의 병이였고, 잠시 기절해있다가 늘 병원에서 깬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렇게 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갑작스러운 것은 아직 여린 소녀에게 큰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잠깐... 카렌...?!"
"...나오... 119좀..."
"아, 알았어. 잠시만...!"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긴 했지만 손이 떨려서 그대로 떨어트려버리는 나오를 보면서.
카렌의 의식은 끊기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깨어났을 때는...

"카, 카렌~!"
"...무, 뭐야..."

언제나의 차갑고 쓸쓸한 병실이 아닌, 눈앞에서 나오가 안겨오는 병실이였다.

"저, 정말 어떻게... 어떻게 되는 줄 알고... 흐윽..."
"...너무 걱정 많다니까..."
"걱정 안 할 수 있게 좀 해봐...!"
"...무리인걸."

곤란하다는 듯이 말하는 카렌은 곧 이어서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간호사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검진을 받고, 결국에는 입원 수속을 밟게 되었지만.
카렌은 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야, 언제나처럼 이렇게 몇 일 병원에 있다가 나갈 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카렌은 그 일 이후에 병세는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좋아지고만 있었던 몸에 적신호가 떨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못한 다른 병일까, 아니면 무언가 무리를 해버린 것일까.
그런 원인조차도 모른 상태로. 시간은 지나가게 되었고...

그 후 1년동안, 카렌이 병원을 나서는 날은 없었다.


...


"의사 선생님도 고비도 넘었고, 회복기간도 곧 끝난다고 하잖아. 이제 괜찮을거라구?"
"..."
"하아, 정말..."

1년이 지나고, 고비를 넘기고 어느정도 몸이 회복되어갈떄쯤. 사실상 완치가 되었다는 것을 인증받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혹시 모르니 몇 일만 더 병원에 있다가 나가자는 말에 나오는 정말로 기뻐했다.
하지만 카렌은 떠올렸다.
전에도 비슷하게 몸이 좋아지다가 급격하게 나빠졌던 자신의 몸을.

그떄 품었던 희망조차, 크게 꿈꾸지 않게 되었다.
천운이라고 해야될까, 아니면 나오가 옆에 있어줘서 그런 것일까.
몸이 낫기는 했고, 전처럼 대화를 거부하지도 않지만.
결정적으로 삶의 의욕이 꺽여버린 것이다.

"그냥 좀 놔 줘..."
"카렌..."
"이젠 뭐 하고 싶은것도 없고... 학교도 가기 싫고..."

공허하게 그저 TV 쪽에 시선을 돌리는 카렌을 보고 나오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카렌의 앞에서 그런 것을 숨기진 않았다.
애초에 그런 성격도 아니였고, 지금까지 그래왔기에 카렌도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지만. 오늘 만큼은 크게 신경을 긁었다.

"어차피 나오는 나 말고도 친구 많잖아. 나 하나 정도는 없어도 될거고. 어치파 나 따위 병약하고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 것 밖에 특별한거 없는 애는 질리지 않아?"
"..."

그렇기에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다.
카렌 역시 말을 끝내고 나서 아차 싶었다.
아무리 자신이 화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짜증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
지금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나오의 시간을 헛되이 만들어 버리는 말이였다.

드디어 나오도 자신에게 실망을 하게 되는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것이 나오에게는 좋은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카렌이였지만...
나오에게 나온 대답은 엉뚱한 것이였다.

"저기 카렌. 아이돌 해보지 않을래?"
"...하?"
"맨날 TV만 보고 있잖아. 관심있는거 아니야?"
"...나 같은 애가 아이돌은 무슨..."
"아냐, 가능성 있다구! 카렌이 얼마나 이쁜데!"

그 말을 듣고. 카렌은 살짝 멍해졌다.
자신이 이렇게 순수하게 다른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은적이 얼마나 있던가. 그것을 자각한 순간 조금 정신이, 머릿속이 복잡해졋다.
지금까지 걱정을 받아오거나, 동정을 받아오거나 하는 일은 많았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인데 신도 무심하시지...' 라던가, '예쁜 우리 딸~. 몸은 어때, 컨디션은 좋고?' 라던가.

지금껏 카렌이 들어온 것은 그런 동정심에셔. 연민에서 흘러나오는 칭찬이였다.
그런 칭찬에는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전혀 무가드인 장소로 직격해오는 그 나오의 순수한 칭찬은...
카렌의 머리를 과부화 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어, 어라... 카렌...? 카렌...?!"
"소리 지르지마... 어지러..."

그리고 안 그래도 병약했던 몸에 열이 받혀서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진 것은 정말로 우스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렌의 아이돌로서의 꿈은 여기서 시작하지 않는다.
계기는 이것이였겠지만. 직접 그런 마음을 먹는건 조금 나중의 이야기.


...


"저기말이야 나오."
"응?"
"나 나오가 다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기로 했으니까 나중에 잘 부탁해."
"에... 뭐, 그건 당연한건데. 갑자기 왜?"

어느날 밤.
중학교 3학년으로서 있을 날이 얼마 많지 않은 카렌은 고등학교를 나오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적당히 노력했다.
어느정도 성적만 나오게끔 노력했고, 그만큼의 성과는 이룰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통보였지만, 나오도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기에 이런 전화 통화 역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길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다음 말은 전혀 넘기지 못했다.

"나, 아이돌 데뷔해."
"........뭐...?!"
"정해진건 아니지만, 스카우트 되어버렸어."
"잠시만. 뭐? 정말?"
"응."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카렌과는 정반대로 흥분하여 말을 이어가는 나오였다.

"뭔가 있잖아. 오늘 학교 끝나고 맥에 가서 감튀나 먹어야지 하고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잠시만, 또 감튀야?"
"감튀가 얼마나 맛있는데. 거기에다가 살 찌워야 된다고 말 들었고."
"그, 그건 그렇지만... 아니, 아무튼 그래서?"

그렇게 거리를 걷다가 아이돌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를 만나게 된 이야기.
그리고 그 프로듀서에게 스카우트 당하였고,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점점 설득당해 버린 이야기.
그리고 전에 나오가 했던 이야기까지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한 번쯤은 도전 해 볼려고."
"응... 그렇구나."
"뭐, 당장 데뷔라는 것도 아니고. 대충 연습생으로 1년은 있어야 된데. 그 뒤에 데뷔할지도 못할지도 모르고... 그대로 연습생 생활만 몇 년간 할 수 있다지만..."
"카렌은 귀여우니까 분명 통과될걸?"
"...그런 이야기 뿐만이 아니야."

그 말 이후 카렌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그런 카렌에게 조금 불안감을 느끼던 나오는 다시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카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저기, 나오. 지금 집에 와 줄 수 있어?"
"엑, 지금?"
"안 되?"
"...뭐, 안 될 건 없지만..."

카렌의 부탁에는 전혀 이기지 못하는 나오는 전화를 끊고 카렌의 집으로 향했다.
쌀쌀한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나오를 맞이했지만, 꿋꿋이 나아간 나오는 곧 카렌의 집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같은 중학교를 다녀서일까. 집은 그렇게 멀지 않은 장소였고, 가끔씩은 이렇게 놀러가기도 했지만 밤에 이렇게 불려나가는건 처음이였다.

"엿차..."

카렌이 아플때던 아프지 않을때던간에 늘 놀러왔던 나오였기에 가지고 있는 여벌키를 가지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불이 전부 꺼져 있었다.
카렌의 방이 있는 2층에만 살짝 불빛이 보이는 정도.
그런 2층 복도로 나오는 발을 옮겼다.

"저기 카렌...?"
"응? 아, 왔구나."
"응, 왔는데 부모님은?"
"오늘 좀 일이 있데."

카렌은 침대에 걸터 앉아 베개를 꼭 껴안고 있었다.
자신의 몸통만한 그 베개를 안고 있는 카렌의 모습은 꽤나 레어한 모습이였지만, 그 카렌 자체의 모습은 꽤나 진지해보여서 나오도 별 말 안 하고 점퍼만 벗어둔 뒤, 책상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갑자기 왜 부른거야? 갑자기 외로워진거야?"
"그런 것보다... 아이돌 일 때문에."

말을 끝내고는 심호흡 하듯이 크게 숨을 내쉬는 카렌을 보고 나오 역시 덩달아 긴장했다.
카렌이 저렇게 끈다는건 좀처럼 없는 일이기에 레어한 장면만 두 개 였지만 평소와는 달리 그런것을 볼 여유도 거의 없었다.
그리고, 카렌의 이야기가 시작이 되었다.

"...나 무서워."
"응?"
"...만약에 말이야. 내가 아이돌이 되었을때, 아니, 연습생이였을 때라던가... 또 몸이 안 좋아지면 어떻게 해?"
"또 그 이야기야...?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의사 선생님도 그랬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갑자기 또 왜 이렇게 자존심이 싹 날라간 것일까 살짝 속상해하면서도 그럴리 없다며 나오는 카렌을 보았지만, 카렌은 정말로 무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에도 그랬는걸... 그리고... 또 진짜 그렇게 되면은..."
"그런 생각 하지마. 왜 그래 정말... 이제 좋은 일만 있을거라구?"

나오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의자에서 일어나 카렌의 앞에 가서 앉았다.
카렌의 손은 보기 드물게 떨고 있었다.
정말 왠만한 일은 다 겪어보고, 또 이겨냈던 카렌이 이렇게 무서워 하는건 정말로 드문 일이다.
심지어 공포영화 같은 것 역시 대수롭지도 않게 보는 카렌이니, 이렇게 떠는 모습을 보는건 나오도 처음이였다.

"...만약... 만약이 있잖아? 정말 그렇게 되면... 나... 정말... 난...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할지도 몰라..."
"그, 그런..."
"침대의 이야기가 아니야. 인간으로서... 사람으로서... 정말... 무리일지도..."

지금껏. 꿋꿋이 약 10년동안 버텨오던 단단한 심지이니만큼, 사소한 것으로 부러지는 것 역시 쉽다.
단단할수록 부러지기 쉽다고 하던가. 딱 그 모양세였다.
나오는 천천히 기다렸지만, 카렌은 그 말이 끝인 것 같이 그저 나오를 보고 있었다.

"...저기 카렌."

나오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은 속상하다던가, 긴장된다던가, 그런 한숨이 아니였다.
답답하다는 듯이 내쉬는 그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와서 그런 이야기야?"
"..."
"만약에 말이야. 카렌이 그렇게 실패하고... 아니, 실패라고 하기도 좀 뭐한가... 아무튼, 그렇게 꺽여버렸을때 있잖아. 그렇게 되어도 난 옆에 있어줄거야. 누가 뭐 하래? 카렌은 그냥 침대에만 누워있어도 되고 그냥 다 놓고 있어도 내가 옆에 있어줄테니까."
"그럴...거야?"
"응, 뭘 이제와서 그런 걱정을 하고 있어. 카렌은 잘못한거 없어. 그러니까 그냥 편히 해. 그게 가장 카렌다우니까."

그 말을 끝으로 나오는 웃어주었다.
지금까지 혼자서 버텨오던 카렌은.
이때에서야. 처음으로 지탱을 해줄 수 있는 받침목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주위에는 그런 수많은 받침목이 있었을 것이다. 그저 카렌이 찾지 못했던 것이였지만.
겨우 이제서야 그 받침목의 존재를 눈치챈 것이였다.


...


"그나저나 말이야~. 덥네~..."
"가을이 슬슬 시작되니까 괜찮지 않아?"

그렇게,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나온 카렌과 나오는 거리를 걷게 되었다.
카렌은 스카우트된 그대로 연습을 시작하여 결국에는 거의 반 년만에 아이돌 데뷔 성공.
나오는 오디션에 통과하고 그대로 카렌과 같이 나란히 데뷔를 하였다.

카렌의 유명세는 정말로 처음부터 대단했다. 대기업의 푸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렌의 인기는 체감이 가능했다.
데뷔하자마자 곧장 투표에서까지 상위권을 차지하니 더더욱 그것은 들어났다.
그 후,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통해서 유닛이 짜여지고, 지금은 346 프로덕션의 가장 유명한 아이돌 중 한 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시부야 린과도 같이 일을 하는 사이라니.
정말로 반년만에 수많은 것이 변했다.

카렌 역시 많이 변했다.
받침목의 존재를 깨닫고 나서부터, 카렌은 온갖 짐을 다 덜어놓기 시작했다.
어리광을 부리고, 책임을 떠넘기고...
그렇게 홀가분하게 사람이 변하니, 본래의 성격이 튀어나왔다.

패션같은 것을 좋아하며, 최신 유행에 민감하고, 조금 귀찮아하면서도 노력가인 그런 소녀가 탄생했다.
그런 것을 봐오는 나오는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저기 말이야. 슬슬 우리들 생일이지?"
"응, 그렇네."

앞으로 일주일 정도만 있으면 카렌의 생일이고, 그 후 일주일 정도만 더 있으면 나오의 생일이다.

"난 말이야. 내 선물로 나오의 처음을 받고 싶어."
"무, 뭘... 그런건 이미 전에 헀잖아."
"아니, 그런거 말고. 말 그대로 여러 처음 말이야. 생각해보면 전에 극장가서 영화보자는것도... 못했잖아?"

카렌의 갑작스러운 아이돌 연습생 편입은 나오와의 시간을 매우 많이 줄여버렸다.
그 후, 아이돌 데뷔 이후도 문제였다. 갑작스러운 대박을 맞이한 카렌은 그대로 스케쥴에 휩쓸려버렸고, 지금도 얼마 되지 않는 휴일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였다.

"다행히도 나 이번 생일에는 비번이여서 말이야. 프로듀서가 힘내줬어."
"응... 그렇지...?"
"그러니까, 영화보러가자. 오래간만에 데이트야 데이트."

그렇게 말하면서 나오의 팔짱을 끼고는 먼자 앞으로 나선다.
나오는 조금 곤란해했지만, 이런 카렌이 예전의 카렌보다는 훨씬 낫다는것을 느끼고는, 그대로 끌려가준다.

"아무튼, 다음은 저기야!"
"잠깐, 또 감튀?"
"딩동댕~!"
"너 질리지도 않냐...?!"

하지만, 그런 나오에게 기다리고 있었던건 감튀의 지옥이였다는 것은 누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카렌이 남긴 것 까지 전부 먹게 되어버린 나오는 결국에 트레이너 씨에게 살쪗다면서 다이어트를 명령받았고.

9월 5일. 카렌에게 끌려다니면서 데이트를 할때까지 다이어트 량을 달성못한 나오는 결국엔 살짝 포동포동해진 상태로 모델 촬영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하고 하는 첫 데이트는 카렌을 들뜨게 만들기에는 충분했고.
나오는 그런 카렌에게 계~속해서 끌려 다니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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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연령판에는 정말 오래간만에 올리네요... 이거 몇 달 만이지...?
나오랑 카렌이랑 아이돌이 되기 전부터 알고 지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으로 적게 된 이야기입니다.
아마 그 전에 만났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베스트 프렌드가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이 둘은 성격상 정말 잘 맞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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