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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이 된 카렌: 첫 술과 함께 쏟아진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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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5, 2020 16:25에 작성됨.

첫 작입니다. 미진한 솜씨나마 내 봤습니다. 미리 안구테러에 대한 사과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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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살이 어느덧 붉게 저물고, 나뭇잎이 더운 바람에 올라타 흔들리고, 사람들이 노을빛과 지하철에서 어깨를 부대낀다. 노곤하고 나른한, 때로는 따분한 늦여름의 해질녘이다. 그러나, 오늘은 노을도 평소와 다르게 보인다. 내일이 데이 오프인 것도 있지만, 그건 이유가 아니다. 휴대폰과 다이어리에 있는 대로 중요함표시가 달려 있는 날이니까. Sep 5th, 내가 가장 고마워하고 사랑한 담당 아이돌, 호죠 카렌의 생일이다. 그것도 올해로 20, 성인이 되는 해의 생일. 복잡한 마음을 안고, 업무를 끝마친다.

카렌의 담당 프로듀서가 된 지 거의 4. 카렌은 처음의 그 까칠하고 노력할 줄 모르던 소녀에서 많은 것이 변했다. 밝게 웃는 카렌의 얼굴이 반가울 때부터 익숙해질 때까지, 나는 카렌을 뒷받침해 왔다. 첫 레슨부터 첫 라이브, 솔로 데뷔, 그리고 지금까지카렌은 누구보다 화려하게 빛나게 되었다. 나는 그저 그녀를 빛나게 해 주는 역할로 만족하며, 그녀를 위해 나를 바쳐 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는 그 역할에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내 안에서 헌신이 아닌, 또 다른 감정이 생겨나고 있었다.

카렌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마 오늘의 복잡한,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마음도 그 감정 때문이 아닐까.

언제부터였을까. 눈을 마주치다 보면 얼굴이 빨개지게 되는 건. 대수롭지 않은 스침에도 놀라게 되는 건.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건.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 닿지 못해 눈물짓는 건.

하지만 아이돌과 담당 프로듀서라는 관계이니만큼, 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다. 내가 내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카렌의 길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괴로울지라도, 카렌의 미래를 위해 나를 억눌러야 한다면, 나를 억누르는 것만이 프로듀서니까. 나는 카렌을 위해 존재하니까. 결국 항상 카렌을 보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카렌을 집으로 보내고 나서 뒤돌아 얼굴을 붉히더라도, 카렌 앞에서는 사무적이지만 헌신적인 프로듀서의 가면을 벗을 수 없으니까.

업무가 끝났다. 카렌은 오늘과 내일 이틀의 데이 오프를 받았고, 오늘은 밖에서 일이 없는 친구들과 놀다가 저녁에 사무소로 와서 나를 만나 저녁을 먹자고 했다.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눈에 들어오는 창 밖의 하늘은 오렌지색 불이 꺼져 가고, 위부터 보랏빛으로 물들어 간다. 아름다운 그라데이션이다. 잠시 감상에 젖을 찰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린다. 카렌은 얼마 전에 생긴 개인 사무실에 익숙하지가 않은 모양이다. 프로젝트 크로네의 공용 룸과는 다르니까, 개인 사무실 문을 열 때는 노크부터 하라고 일렀는데. 아니면 개인 사무실이 생기는 정도 직급이면서 담당을 그만두지 않은 내 잘못일까?

노크 안 하니?”

~ 어차피 안에 사람도 없었으면서~”

내가 개인실 문 열 때는 노크 하라고 했지? 안에서 중요한 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잔소리 뚝~ 얼른 나가자고! 설마 아직도 업무 안 끝났어?”

끝났다. 슬슬 나가자.”

아 참, 저녁 먹고 나서는 다시 사무소로 올 생각이야.”

? 집에 안 가고?”

오늘 처음으로 성인이 되는 만큼….”

카렌은 여기까지 말하고 사무실의 잘 쓰지 않는 냉장고를 열어젖힌다.

나 그거 열어본…”

열어본 지 한달 넘은 냉장고라고 말하려는 찰나, 내 눈이 웬 유리병들에 닿는다. 이게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보드카?

카렌, 웬 술이야 이거? 그것도 40도짜리 아니야?”

첫 술은 이거란 말씀! 술 잘 마시는 언니들의 추천이야!”

너 이런 독한 술 마셔도 괜찮은 거야? 건강 해치면 어쩔려고?”

괜찮아~ 다니던 병원 의사 선생님한테 얼마 전에 검진 받았어! 알콜은 보통 사람만큼만 조심하면 된댔다고!”

그래도보드카라니…. 진짜 괜찮은 거야? 게다가 나랑?”

괜찮다고! 내가 아팠던 데는 간이 아니라니까!”

뒤에 질문이나 대답해 주지?’

살짝 부루퉁해지려고 하는 카렌을 보고, 다시 술병을 봤다. 벨루가 보드카. 대학 시절에 러시아 교환학생 친구와 함께 마셔본 기억이 있다. 그 놈이 그랬었지. 보드카는 순백의 술, 순수함이 매력인 눈과 같은 술. 잡맛 없이 깔끔한 술이라 어떤 것에 곁들이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매력을 잃지 않는다고. 그 말과 카렌이 겹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와 함께 활동을 하든, 어떤 스테이지에서 어떤 곡을 부르든 항상 자기 빛을 잃지 않는 카렌. 나는 망연해졌다. 내가 카렌을 선망해 온 이유도 그런 걸까?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가자니까~”

알았어…”

여전히 덥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내 얼굴에 내려앉듯 불어온다. 가까운 데서 저녁을 먹기로 해서 다행이다. 보랏빛 하늘에 군청 물이 들었다. 지상에는 지평선 밑으로 떨어져 깨져버린 해의 잔해라도 되는 듯, 주황빛 불이 빛난다. 항상 보는 풍경이지만, 아름답다. 오늘이 특별한 날이라 아름다운 걸까?

일단 1차는 스테이크하우스. 문 밖으로 대기줄이 보였다. 나는 이런 식당에 잘 오지 않지만, 이런 계기로 오게 됐으니 그냥 즐기기로 했다. 이름을 대고 안내를 받으니 빵과 물, 식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북적북적한 바깥 홀과 다르게 예약석은 조용했다.

예약해 놔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자리도 없을 뻔했네.”

이런 거 좋아, 프로듀서.”

하하하…”

멋쩍게 웃고 있자, 전채가 나왔다. 치즈와 토마토를 번갈아 놓은 샐러드. 이름은 어쩌고 카프레제라고 했던가. 맛있기만 하면 중요하지는 않으니까. 입에 잔뜩 넣고 우물거리고 있자, 카렌이 물었다.

프로듀서, 당신은 왜 감정을 숨기려고 하는 거야?”

숨기다니?”

예상하지도 못했고 쉽게 답하지도 못할 질문. 나는 놀란 기색을 감추고 되물었다.

당신 언젠가부터 내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고 있잖아? 솔직히 말해 숨겨도 티가 나서 다 알지만.”

그런 거 아니야…”

나는 나름대로 감정을 잘 숨긴다고 생각했는데. 카렌의 눈에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제발 내 깊은 곳에 숨겨 둔 감정만은 보지 못했기를.

그래? 확실해? 그런 점도 사실 나쁘지는 않지만, 부정할 필요 없어~”

아니라고. 밥이나 먹어.”

무뚝뚝하게 그러기는, 속으로 찔리면서.”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얼굴이 빨개지지 않기만을 빌었다. 남은 식사도 카렌은 맛있게 웃으며 잘 먹었고, 나는 전전긍긍하느라 제대로 맛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얼굴에 그런 점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내 표정과 말투와 싸우다 보니 어느새 디저트까지의 코스가 끝났다. 신나게 셔벗을 먹는 카렌을 보면서 웃음짓지 않으려니, 얼굴이 회사 면접 때보다 더 긴장되어 버렸다.

프로듀서, 좋으면 좀 웃어! 억지로 무표정한 거 다 보여!”

니 말대로 감정 숨기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

말하는 도중에 입꼬리에 준 힘이 풀려서는, 어느 새 카렌에게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잘 웃네~ 거 봐, 기분 좋으면서! , 당신이 키운 아이돌이 잘 먹는 거 보니까 흐뭇해?”

당연하지. 옛날에는 나랑 트레이너님한테 그렇게 까칠하게 굴던 카렌이 이렇게 서글서글하게 변하다니…”

그 때 얘기는 하지 말아줄래?”

알았어.”

또 표정관리 하네!”

정말이지, 카렌은 아직 어린애 같다.

이제 사무소로 갈 거야?”

카렌은 고개만 한 번 끄덕인다.

근데 안주 없이는 힘들 텐데원체 강한 술이라…”

안주도 내가 어제 냉장고 안에 짱박았단 말씀.”

아악남의 사무실에 멋대로 들어와서 헤집은 거야?”

대답 대신 씩 웃기만 한다. 추궁은 포기해야 되겠다. 다시 사무소 빌딩 앞, 카렌이 말한다.

문 열어 달라 그래야 하는 거 아냐?”

괜찮아. 나 승진할 때 카드키 주더라. 밤에 나와서 일하라는 건가.”

실제로 몇 번인가 밤에 불려왔지만, 카렌은 모른다. 346프로는 승진할수록 영업이 줄고 사무가 많아지는 구조라 밤에 급한 일이나 남은 일 처리 때문에 잠긴 문을 열어야 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카렌이 말했다.

있잖아, 올라가는 길에 옛날 크로네 룸에 들러도 돼?”

안될 건 없지. 근데 왜?”

“…”

카렌의 표정이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다. 이 표정은 감상적이거나 우울할 때 나오는 표정이라, 나는 대답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다.

불 꺼진 옛날 크로네 룸의 주인은 이미 바뀌어 있었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아이돌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미시로 상무가 만들어 붙인 프로젝트 크로네의 휘장은 로비로 옮겨지고 없었다. 하지만 옛날과 가구 배치는 그대로였다. 나도 참 오래 저쪽 구석 책상에서 일했었지. 얼마 전의 크로네 파이널 라이브와 동시에 이 사무실을 떠났으니. 책상에는 아키라를 담당하는 신참의 명패가 붙어 있다. 거의 5년을 일했던 자리에 다른 사람의 이름이 붙어 있는 걸 보자, 나도 감상적이 되었다. 카렌은 룸 가운데의 소파에 기대었다.

여기서 프로듀서를 만났지. 린과 나오를 만났고. 내 아이돌 생활이 여기서 시작했지.”

좋았다고 생각해? 어땠어?”

좋지만사실 아직 꿈만 같아. 실감이 안 나. 눈을 뜨면 당신이 없어지고 바뀐 모든 게 돌아가 버릴 거 같아서…”

카렌의 표정이 살짝 굳더니, 다시 엘리베이터로 간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다시 카렌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다. 곁눈질로 카렌의 얼굴을 살폈는데, 역시 살짝 울적해 보였다. 내 사무실에 도착해 불을 켜고, 책상에 앉았다. 카렌은 냉장고를 열어 이것저것 챙기기 시작했다.

보드카, , 그리고…”

카렌이 꺼내 온 건 감자칩 봉지와 소시지였다. 보드카와 정말 어울리는 안주가 아닐 수 없다.

잘 골랐네.”

짜고 기름진 거라 내 취향이긴 한데잘 고른 거구나.”

이리 줘.”

내가 병을 받아들고 잔에 보드카를 부었다. 맑은 술이 잔에 고였다. 서로 동시에 잔을 집어들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생일 축하해 카렌.”

후훗, 고마워.”

함께 술잔을 입에 대고, 한 번에 고개를 젖히며 넘겼다. 불타는 듯한 느낌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느낌이 이상해…”

너는 처음 마시는 술을 하필 이런 걸로 마시니…”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나는 한 잔을 더 부어서 털어넣는다. 알코올의 뜨거운 느낌이 뱃속을 채운다. 곧이어 소시지의 짠 맛으로 입 속의 알코올 향을 지워낸다. 그리고 반복, 그리고 또 반복. 병이 비어 가고, 후끈한 느낌과 어지러움이 나를 채운다. 카렌의 상태는 볼이 살짝 붉어진 것 말고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분명히 나랑 비슷하게 마셨을 텐데. 오히려 마시기 전보다 더 웃고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갔다. 완연한 밤이 내려앉았고, 밤하늘은 도시의 불빛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암막이 되었다. 부서지듯 빛나는 주황색 빛이 가득한 야경을 바라보고 있자, 카렌이 슬쩍 옆으로 왔다.

있잖아, 프로듀서.”

?”

고마워.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와 줘서. 나를 끌어올려 줘서.”

내 역할은 별로 없어. 다 카렌 네가 이뤄낸 거잖아.”

“…그렇지는 않아. 당신이 없었다면 난 아마 예전처럼 게으르고 까칠한, 몸 약한 애로 남아 있었을 거야. 나를 끌어준 건, 여기까지 데려와 준 건 오로지 당신이야. 고마워, 프로듀서.”

“…카렌…”

할 말을 찾지 못해 술을 또 한 잔 들이켰다. 술기운이 슬슬 도는 것 같았다. 살짝 어질어질해서 의자에 깊이 눕듯이 앉았고, 카렌은 그런 나를 웃으며 바라보다 넌지시 한 마디를 건넸다.

있잖아 프로듀서, 다시 물을게. 왜 나한테 무뚝뚝하게 굴려고 해?”

아니라고 했잖아아…”

거짓말. 당신 나한테 마음 있는 거, 그거 왜 숨기는 거냐고.”

카렌의 표정이 진지해졌고, 내 얼굴은 술기운이 다 날아간 것처럼 하얗게 질렸다.

…?”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내 앞에서만 무심한 척, 관심 없는 척한다고?”

카렌이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놀람에 술기운까지 겹쳐 어지러웠다. 나는 손에 얼굴을 묻었다.

있지 프로듀서, 숨기려고 해도 다 티가 나. 왜 드러내기 싫은 거야?”

“…”

자신만 아는 이상한 이유야? 말해 줘!”

카렌이 책상을 손으로 내리쳤다. 표정에 답답함과 화가 묻어난다. 더 이상은 말하지 않고 버티기도 무리일 것 같다. 솔직히, 내가 배려한답시고 입만 다물고 있어봐야 카렌이 더 답답해할 뿐이라는 걸 좀 더 일찍 알아차렸어야 했다.

미안해…”

답답하게 하지 말아 줘. , 얼른.”

내가 너에게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았어…”

?”

카렌이 이 정도로 화가 난 표정은, 사실 프로듀스한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다.

당신이 어디가 걸림돌이란 건데? 그리고 그게 무슨 상관인데??”

모르겠어? 난 네 담당 프로듀서라고내가 너한테 쓸데없는 감정이 생겨서 만약 네 커리어에 걸림돌이 된다면, 난 완전히 프로듀서 실격이라고. 자기 좋다고 아이돌의 앞길을 막아버린 쓰레기가 되고 싶지는 않았어.”

그래…?”

카렌의 눈길이 매섭다. 천천히 이어나가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차갑다.

왜 당신 멋대로 그렇게 생각한 건지 모르겠어.”

…?”

있잖아, 당신이 나를 좋아한다고 밝힌다고 해서 내가 당장 커리어가 망가진다던가 하는 건 전혀 아니야. 숨기려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고, 새어나간다고 해도 상부 차원에서 막아 버릴 수도 있잖아.”

“…”

카렌의 목소리톤이 바뀐다. 화났다기보다는 슬픈 목소리.

그리고, 설사 당신이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나는 전혀 거리낄 게 없어. 당신은 내 은인이자, 최고의 동반자였어. 내가 이뤄낸 모든 것은 당신 없이는 불가능했고, 의미도 없었을 거니까.”

내가 술기운에 잘못 들은 걸까?

카렌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다. 손만 대면 흘러내릴 것처럼, 눈꼬리에 방울방울 매달린 눈물이 아프게도 아름답다.

카렌, 그게 무슨…”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이뤄온 모든 걸 내던질 수 있어. 나도 당신만을 원해. 당신을 사랑해, 프로듀서.”

귀에 말이 닿자,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시작한다. 새하얗게 질렸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버린다. 눈앞이 흐리다. 이제 술기운에 꿈을 꾸는 건지, 현실인지도 알 수가 없다. 카렌이 부드럽게 내 손을 잡는다. 흐린 두 시선이 마주친다.

카렌…?”

정말이야. 사랑해, 프로듀서.”

이제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카렌의 어깨를 와락 끌어안고 눈에 고여만 있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카렌의 어깨가 소리없이 살짝 들썩였다. 아마 울고 있겠지. 눈물이 나는 건 오히려 난데

"으윽... 카렌... 훌쩍... 사랑해... ... 고마워... 우윽... 훌쩍... ..."

프로듀서고마워, 사랑해…”

눈물이 말을 가로막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말은 필요 없었다. 정말로 기쁘게, 끝없이 목놓아 울 뿐이었다. 한참동안 껴안고 울다가, 나는 카렌의 귀에 대고 말했다.

있지, 카렌…?”

…?”

제대로 고백하게 해 줘…”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팔을 풀고, 카렌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카렌은 나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양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붙잡고,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가 바라 마지않던 그 말을 내뱉었다.

사랑해, 카렌.”

나도 사랑해, 프로듀서.”

맞잡은 손을 끌어당겨, 카렌을 내 위로 당겼다. 카렌은 내게 쓰러지듯이 안겼다. 나는 다시 팔로 카렌을 감싸안고, 카렌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카렌도 버둥거리지 않고, 나를 받아 주었다.

우음…”

그 뒤로는 기억이 흐리다. 서로를 받아들이며, 서로의 혀를 받아들이며, 어지러운 장면의 묶음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모든 것이 달콤하고 황홀했을 뿐이었다.

 

머리가 깨진 것만 같다. 밝은 햇살이 눈꺼풀을 들추듯이 내리비친다. 햇살의 침입에 잠이 깨긴 했지만, 몸이든 머리이든 아직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사무소 소파에 내가 왜 널브러져 있는 거지?

왜 사무소에 있지…?”

겨우겨우 고된 몸을 이끌고 일어났으나, 머리가 아직까지 현실을 따라잡지 못했다. 어제 카렌과 만나서, 카렌의 첫 술을

잠깐만…”

내 책상에 앉아서 자고 있는 카렌의 얼굴을 보자마자, 어젯밤의 기억이 빠른 속도로 역재생된다. 얼굴이 다시 빨개진다.

아함프로듀서일어났어…?”

아아…”

표정 좀 봐후훗? 부끄러워? 나 보기가?”

“…”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카렌은 어느새 의자에서 일어나 내 앞에 바싹 붙어 있었다.

있지, 프로듀서? 전부 진심이었지?”

진심이야…”

그럼, 오늘부터인 거지?”

“…당연하지.”

다시 카렌을 가볍게 안아 주며, 나는 분명하게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해 줘.”

“…사랑해, 프로듀서. 앞으로도 평생 함께해 줘.”

나도 사랑해, 카렌. 고마워, 내 곁에 있어 줘서.”

초가을의 햇빛이 두 사람을 축하하듯 감싼다.

 

내 담당 아이돌, 나의 최대 역작, 그리고 내 사랑.

호죠 카렌.

내 곁에 와 줘서 고마워. 정말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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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김에 쓰기 시작한 결과는 퇴고가 여러번 필요할 것 같은 필력가뭄의 글입니다... 앞부분은 술기운에 쓴 걸 다듬어서, 뒷부분은 맨정신에 썼습니다. 피드백 사항은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감사히 반영하여 수정하겠습니다. 봐 주셔서, 피드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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