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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아이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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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3, 2020 15:46에 작성됨.

상편

타다 리이나는 록한 아이돌을 표방하지만 기타를 잘 치지 못한다.

록 음악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록 음악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팬들은 그 이중성에 열광한다. 리이나가 말하는 '록함'이 기타 연주로 팬들을 매료시키는 행위라면, 리이나는 확실히 록하다. 에어 기타를 시작하면 손가락이 공기를 가로지르며 화려한 콘서트를 선보이고, 팬들은 그것에 환호하기 때문이다. 기타가 있어야 할 공간의 공기는 특별한 힘을 가진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선율은 아이돌을 아이돌로 만든다. 리이나의 에어 기타는, 그런 힘이 있다.

인터넷 인기 블로거 '얌창인생' 시리즈 연재글 <아이돌 평론 27편 타다 리이나 편>을 읽던 센은 스마트폰을 끄고 데스크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니, 이제 센이 아닌 '센카'다. 코스프레 쇼가 끝나던 밤에 그렇게 되었다. 천송이의 꽃이라는 뜻의 센카. 소설가인 아버지와 시인이었을 어머니께서 이 아이에게 인생이 천송이의 꽃처럼 화려한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물론 뻥이다. 소설가인 아버지를 가진 사람은 센카와 치히로였으니까, 센카는 다른 아버지를 가졌어야한다. 어디 보자, 그런 감성을 지녔을 사람이라면 집 앞의 꽃집을 운영하는 무뚝뚝한 아저씨 정도의 사람이 좋을 것 같다. 꽃집을 운영하시는 아버지와 시인 - 어쩌면 140자의 시를 매일 매시 연재하는 사람이 조금 더 현실적일 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 인 어머니 사이에서.... 아니, 꽃집을 운영한다 하면 금세 꼬리가 잡힐지도 모른다. 꽃집은 범위를 넓히기엔 좁고, 좁히기엔 넓은 범위의 사업이니까. 대충 옛날 신문에 원고를 팔아넘겼다고 얼버무릴 수 있는 애매한 호칭인 소설가와는 달리, 꽃집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번듯한 이름이 있어야한다. 그럼 감성은 포기하더라도 원예가 취미이신 회사원 아버지가 좋겠다. 

센카는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악마같은 부모 아래서 천사같은 아이가 태어나기도 하고, 천사같은 부모 아래서 나쁜 씨앗이 탄생하기도 한다. 천사같은 부모라고 천사같은 가정교육을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가는 정석의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무교육과정에 포함되어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미지만으로 가정환경을 유추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코스프레 클럽에서 이름의 첫글자를 딴 '센'이라는 이름으로 활약을 펼치던 센카는 딱히 평범한 인생의 네비게이션을 따라온 것은 아닐 것 같다. 센카는 자신의 인생을 회고해본다. 아이돌이 좋아서 지원한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 부서, 그리고 그 전에는 엔터테인먼트계의 광고회사를 다녔다. 그 전에는 변변한 대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게중에는 코스프레라는 취미가 변태적인 취미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 어떤 사람도 있었다. 대체 다른 대중문화의 고급성은 무엇이며 (이하생략). 이상은 센카의 거친 상상이다.

프로듀서가 자신이 사기꾼이 아니라는 짧은 말을 굳이 5분이 넘게 길게 연설하고 아이돌로의 길을 제안했을 때, 센카(당시 센)는 문득 번개를 맞은 듯이 어지러워졌다. 대답을 고민하는 짧은 순간에 그녀는 이미 저 거친 상상들을, 문자로 적은 것보다도 적나라한 의식의 흐름들을 전부 훑어보고 왔기 때문이다. 아이돌로서 활동하면 노출될 사생활을 걱정하여 거짓을 꾸며내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밤에만 활동할 수 있는 아이돌이라니, 배트맨도 아닌 아이돌이........ 센카의 입에서는 헛웃음만이 나왔다.

놀라웠기 때문이다. 프로듀서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자신이.

그렇게 아이돌의 어두운 면을 봐왔으면서도 유혹에 떨려하는 자신이, 코스프레 쇼에 우승하지 못해 열등감이 쌓였기 때문이라고까지도 여겨졌음에도,

그래도 센카는 자신을 센카라고 소개했다. 종종 아이돌이 되기를 꿈꿔왔던 무라카와 센카라고. 그러니까 나를 봐달라고.

"치히로 씨, 무라카와 씨에 대한 건...."

"아, 네. 처리해두었어요. 후훗, 굉장한 인연이네요. 코스프레 클럽의 앞에서 스카우트되다니... 그래서, 낮에는 가게 준비 때문에 아이돌 활동에 힘을 쏟을 수 없다구요?"

"네, 그렇다고 하네요. 아이돌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면 정식 데뷔에 한발 더 가까워질 거라고 일러두긴 했지만, 그렇게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어쩔 수 없죠. 우리 사무소에는 다른 특이한 아이돌들도 많으니까 그런 아이돌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밤에만 하는 아이돌 활동은.... 어떠려나요. 저로서는 잘 상상이 가지 않아서요. 그리고 코스프레 클럽에서 일한다는 것도,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일하는 건 낮의 가게 준비까지라고 하니까, 인식에는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컨셉이 확실하니 눈에 띌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코스프레가 취미인 아이돌. 무대에서도 다양한 느낌을 보여줄 수 있을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아이돌의 일이라면 밤에도 많으니까요."

"미성년자가 아니라 다행이네요."

"네, 방송 출연은 문제 없어요."

센카는 표면적으로는 납득한 듯, 내적으로는 아직 갈등중인 듯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프로듀서는 센카의 질문들에도 기가 죽지 않고 당당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십쇼, 같은 분위기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네."

"센카쨩을 스카우트한 건 누군가를 닮았기 때문인가요?"

"아니요, 센카- 무라카와 씨는 그냥 무라카와 씨입니다. 우즈키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지만 저는 그 안의 무라카와 씨를 볼 수 있었어요. 제가 무라카와 씨를 본 건 무대 위와, 그녀 혼자만 있었던 가게 앞쪽이었지만, 어디 있더라도 눈에 띄는 사람일겁니다."

"그건 확실히 아이돌감이네요."

그건 확실히 화장이 짙었기 때문일까요, 센카는 속으로 생각했고, 프로듀서는 센카의 말에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은 들을 수 없었으니까.

"그럼 말이죠, 센카쨩은 어떤 아이돌이 될까요?"

"흠...... 어려운 질문이네요. 잠시 생각 좀 하겠습니다."

"부담은 가지지 마세요. 저도 재미로 물어본 거니까요."

"하지만.... 말이 씨가 된다는 소리도 있잖습니까. 혹여나라도 잘못 대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머, 그런가요. 역시 프로듀서 씨는 항상 직업에 진지하시네요~ 후훗."

그래서 맞춰주기가 피곤하지. 센카는 다시 한번 말을 삼켰다. 그래도 궁금하긴 했다. 어떤 마음으로 센카를 캐스팅한건지 센카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아."

"생각나신건가요?"

"네. 무라카와 씨는 '다른' 아이돌입니다."

"다르다....라고요."

"네. 코스프레라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 특히 애니메이션 속의 누군가가 되는 놀이죠. 그렇다고는 해도 실제 그런 걸 취미로 즐기는 사람은 못 봤네요. 나나 씨나 나오도 관심은 있다고는 들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 같아요."

"맞습니다. 코스프레가 흔하지 않은 취미인 것은 오히려 그런 이유에서죠. 누군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쉽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을 실제 옮기는 것은 어려워요. 모습만 비슷하게 한다고 그 누군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모습만 비슷하게 꾸미는 것조차 가격적으로 부담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코스프레를 한다고 하면 특정한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캐릭터가 된 내가 캐릭터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넘어 이입하고 생각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라고요. 그 가치는 온전히 자신이 되는 것을, 오리지널리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되어보고 싶은 역할에 맞게 행동하는 것에서 오리지널리티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정한 역할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엄격한 아버지가 어머니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고, 또 고향친구들 앞에서는 자유롭고 재밌는 사람으로 통한다거나요. 그건 무엇이 진짜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죠."

"확실히 무라카와 씨는 그녀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요. 가게를 안내하며 다른 사람인 척 할 때, 무대에서 우즈키의 코스프레를 했을 때, 일반적으로 일할 때, 우승을 놓쳐 조금 슬퍼하고 있을 때, 담배 피우는 것을 들켜 숨길 때.... 전부 다른 그녀였어요. 전부 매력적이지만, 또 전부 숨기고 있는 것이기도 하죠. 그게 그 안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게 하는 인간적인 호기심을 유발해요."

"오히려..."

"오히려! 그것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무라카와 씨의 취미와 맞물려 선보일 수 있는- 그녀만이 만들 수 있는 아이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그녀라면 최고의 아이돌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저는 믿습니다."

센카는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어 당장 저 옆의 유리라도 깨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센카의 그 소망은 저녁에 이루어졌다. 소망하고 있었을 당시 옆에 있던 창문처럼 큰 유리는 아니다만, 그가 다시 가게로 그녀를 찾으러 왔을 때 하필 유리잔을 뭉텅이로 치우고 있어서. 와장창, 쨍그랑, 그런 소리가 들리며 유리잔이 쏟아졌고, 프로듀서는 다급히 뛰어 센카를 구해냈다. 몇번 빙글빙글 돌아 벽에 부딪혀 겨우 정착했을 때는 센카가 위에, 프로듀서가 아래에 깔린 형태가 되었다. 좀 아프게 구르긴 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는 센카의 옆까지 굴러온 작은 유리조각들을 치울 여유가 있었다. 정작 센카는 소망이었던 유리잔 소동에는 관심도 주지 않고 다짜고짜 프로듀서의 멱살을 잡았다.

"무, 무라카와 씨."

"센카라고 불러줘!"

".....왜......"

"왜 나 같은 걸 캐스팅한거야? 당신이 돌아가고 몇번을 생각해 봤어! 그래도 이해할 수 없었어! 당신은 내가 불행한 여자라고 생각했던거지?"

"아니에요. 아니, 아니야. 센카는 왜 제 말을 못 믿는거죠?"

"못 믿는게 아냐. 믿게 하려고 했다면 예쁘다는 허무한 작업멘트가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를 털어놨어야 해. 들려준게 없는데 믿을 수는 없잖아. 나도 믿고 싶으니까, 당신한테 이렇게 묻는거잖아."

"............"

"마키 씨에게 들었어. 당신은 두세번 정도 왔던 손님이라고. 어째서지? 당신, 나를 봤어? 나를 봤는데도 말을 걸지 않았어? 나를 이미 알고 있었던거야?"

센카가 울부짖었다. 프로듀서는 센카의 하이힐에 밟힌 정장 자켓이나 허벅지에 실린 센카의 무게보다도 지금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온통 마음이 복잡했다. 하지만 용케도 그는 기억해냈다. 오전의 그녀에게 했던, '센카'에 대한 일장연설을. 그는 숨도 쉬지 않고 쏟아냈다. 하나도 틀리지 않고, 하나도 빼먹지 않고. 드디어 센카는 멱살을 놓았고, 그는 조그맣게 켈록거리다 그녀를 끌어안았다. 센카가 바라던대로였다.

"센카.... 그러니까, 내일부터 아이돌을 하는거야."

"내일부터...?"

센카는 말꼬리를 잡았고, 프로듀서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다시 잔뜩 긴장했다. 센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가게가 떠나가라 웃었다. 아이돌은 이것도 하면 안 되고, 저것도 하면 안 되고, 또 뭘 하면 죽을 죄고.


-


믿고 싶으니까! 나도 빛날 수 있다고 믿고 싶으니까!

to be continued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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