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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UAL)1. 예상치 못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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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5, 2020 16:20에 작성됨.

시키야.
오늘도 평화로~운 세상이네.


나, 오늘 조금 진중한 말투일 텐데, 이해해 줘.
시키쨩, 가끔은 그렇게 해 보고 싶으니까 말이지.




지난번에 그 얘기 했었지? 블라인드 송테스트 ‘보이스 지팡구’.
그 프로그램 말이야, 지금 거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어.
사실 거의 다 예상한 일들이긴 했어. 당장 어제 했던 레슨에서도, 다들 의욕이 전혀 없었어.
시키쨩으로서도 딱히 하기 싫어졌었고.


그리고 결국엔, 정식 종영을 공지했어. 이젠 다 끝났지.
보통은 이런 방송에 나갔다는 이유로 흑역사가 생성되어서 인기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우린 딱히 그런 일이 없었어.
레이레이도 나한테 한소리 듣는 거 이외에 회사차원에서 문책을 당했다든가 한 것도 없었고.
하긴 레이레이한테 무슨 잘못이 있겠냐마는 말이지...



그날 밤에, 좀 이상한 꿈을 꿨어.
간략하게 말하면 세상이 멸망하는 꿈이었는데, 다 멸망한 세상에 나 혼자 서 있다가, 엄청나게 커다란 빛이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 거야.
피하려고 했지만 몸이 안 움직여졌고, 결국 그 빛으로 인한 강력한 충격파를 전부 맞고 있다가 깨어났지.


“허억! 하아...하아...뭐였지...그거...”


깨어났을 땐 창문 틈 사이로 밝은 햇살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고, 레이레이는 출근했는지 없었어.


아침을 먹고, 적당히 실험하다가 옷을 갈아입고 프로덕션으로 향했어.
오늘은 딱히 스케줄이 없지만, 그래도 평소처럼 놀러가려고 해.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시키쨩을 기다리고 있으려나~




프로덕션 앞 정문을 들어서는데, 어쩐지 굉장히 소란스러웠어.
보아하니 회사 내부에서 뭔가가 일어나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기에 시끄러운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무슨 일이지? 뭔 일 있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쿠두둥-
-콰지지직-
-화아아-


“나오! 난 자연계인데 잡을 수 있겠...헉?!”
“자연계면...뭐하냐!”


-후우우웅-


“커헉?! 흐엌?!”
“이렇게 공격이 통하는데!”


“어이, 호타루...날 잡을 수 있겠어? 난 비행이 가능한데 말이지...”
“ㅇㅓ...어둠에 삼켜져라!!
“으허윽?! 나를 어떻게?”
“블랙홀~!”
“으으아악!!!”


“1억 볼트, 하이드로 펌프(電泵)!”
“끄악!”
“으억!”
“아아악!”


“고-투-헤에에엘!!!”


-펑-
-콰아앙-


“역시 쇼코 씨네요...하지만 공격 무리인데요...무리배리어.”


-터엉-
-쾅-


“쳇. 막혀버릴 줄이야.”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평소대로 출근했더니 갑자기 카오스가 만들어지고 있어.
이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렇게 넋놓고 보고 있는 내 옆에서, 땅이 밀려올라가더니 그 안에서 프레쨩이 나왔어.


“냐하?!”
“시키쨩 하로하로~시키쨩의 능력은 뭐야?”
“ㄴ...능력? 무슨 능력?”
“시키쨩은 자연계야, 초인계야, 동물계야?”


초인계?
자연계?
동물계?
그게 다 뭐야?


얼떨떨하게 있는 나를 본 프레쨩은, 이상하단 투로 말했어.


“시키쨩? 왜 대답하지 않는 거야? 설마 능력이 없는 건 아니지? 없으면 없다고 해도 돼.”
“없을 리가! 분명 있어! 알아볼 방법이 없어서 그럴 뿐이야.”


그 말에 프레쨩은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어.


“하긴~후레쨩도, 이걸 깨닫기까진 시간이 조금 걸렸으니까~”


프레쨩은 그렇게 말한 뒤, 다시 땅을 밀어낸 뒤 그 안으로 들어갔어.



그 순간, 뭔가가 떠오를 듯 말 듯 했지.
이런 이능력들, 어디서 봤었는데?


아, 맞아. 요시노랑 대결할 때. 그랬었지.
그때 내 몸을 가스화 시켜서 요시노를 쓰러뜨린 기억이 있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다시 집의 내 방으로 달려가서, 향수들을 보관해둔 찬장들을 뒤졌어.
이런 때가 혹시 있을까봐 해서 예비로 만들어둔 게 있는데...


“아, 여기 있다.”


꺼냈어.
뚜껑을 열고, 냅다 몸속에 들이부었지.
그런 다음 눈을 감고 잠들 준비를 하는데...아무리 지나도 잠이 안 와!
예전엔 먹고 잠든 뒤에야 능력을 얻었는데, 이번엔 잠들지 않고도 얻었지 뭐야.


“냐하아~이걸로 나도 능력 GET!"


그렇게 외치고선, 가스화로 프로덕션까지 단숨에 날아갔어.




다시 프로덕션에 도착했을 땐, 여전히 아까와 다를 게 없는 상황이었지.
다만 이번엔 누가 능력을 쓰고 있느냐가 좀 관건인데...


일단 옥상에 있는 사람은, 타마미, 유코, 미나미, 그리고 요시노.


...잠깐만, 우리 프로덕션의 모든 아이돌들은 전부 이능력을 가진 건가?
그러면, 요시노도 이능력이 생긴 거야?! 걔한테 이능력씩이나 필요해?
걘 그냥 할 수 있는 모든 일이 이능력 그 자체인데!



일단은 이들의 능력이 궁금한데. 어떤 능력을 가졌을까?


“안냥~”
“아, 시키짱, 안녕.”
“보아하니 시키상도 능력자신가 보네요! 사이킥해요!”
“매우 강한 능력이실 것 같아요!”
“한번 보여주시지요~”
“그래. 그럼 잘 봐~”


[가스터네츠]


맛보기로, 지나가던 비둘기에게 가스를 두른 뒤 폭발시켜 떨어뜨렸어.
쪼오금 미안하긴 한데, 어쩔 수 없었어~



“대략 이런 능력이랄까?”
“사이킥하네요! 가스능력이라니!”
“이제 너희의 능력도 보여줘~”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타마미가 나섰어.
기대기대되넹~


"[와키야마 73장, 유성벽(流星劈)]!"


그러자 10초 후, 저 맑은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져왔지!


“우냐아아아아아아아?!”


이 풍경을 어디서 봤나 했더니, 어젯밤 꿈에서 본 세상 멸망의 풍경 그 자체잖아!


“이제 내 차례네.”


이때 미나미가 나섰어.
유성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팔을 뻗고,


"[히드라]."


그러자 독룡이 미나미의 몸을 덮고, 팔을 타고 올라가 저 공중의 유성과 부딪쳤어.
그러자 독액에 유성이 녹아내렸지.
하지만 완전히 녹지 않은 일부는 계속 쏟아져 내리고 있었어.


“이제 제 차례네요!”


유코가 말했어.
말하고는 곧장 공중으로 뛰어올라갔지(!).
그러고선 이내, 염동력으로 유성의 조각들을 다시 공중으로 올려보내더라고!
장하다 유코짱, 만날 사이킥 사이킥 하더니, 결국 사이킥 파워를 각성해냈구나...이 엄마는 기쁘다...


그나저나 미나미, 무섭네. 하필 독 능력이라니.
이거 제대로 맞으면, 아니 제대로 안 맞아도 그냥 죽는 거잖아.
얘가 어쩌다 가져도 이런 끔찍한 능력을 갖게 된 거야...



그 밖에도 다른 아이돌들의 능력도 보게 되었어.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노리코려나.
몸에서 떡 같은 게 막 튀어나와기지고 막 이렇게 막...그러더라.


아, 그리고 아카네도. 진짜 미쳤어.
몸에서 마그마가 왜 나오는 거야?!
평타가 즉살기 수준이네! 맞붙으면 이길 수 있는 걸까?


그리고 히나코도. 얜 대체 사신이야 뭐야?!
손만 대도 영혼이 빠져나가. 살아있을 리 없는 걸 살아있게 만들어.
이거, 너무 사기적인 능력이야. 아까 말했던 아카네도 히나코한테는 방심하는 순간 1초컷일 거야.


얘네들의 능력 스케일이 가히 전국구 급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나도 좀 큰 거 보여줄 걸 그랬네.



그리고 의외의 사실인데, 모든 아이돌들이 다 이능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더라고.
치에라든가 란코, 또는 히카루처럼 이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어.
그런데도 어떻게든 이능력자들을 상대하더라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그 원인은 다름 아닌 트레이닝실에 있었어.
트레이닝실에서는 아이돌 연습 말고도 ‘패기’라는 어떤 힘? 그런 것도 단련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


패기는 주로
상대의 움직임을 간파할 수 있는 견문색,
피부에 갑옷과 같은 것을 둘러 자연계 능력자들을 공격할 수 있는 무장색,
강력한 포스를 발산할 수 있는 패왕색.
이 3가지야.


주요 패기 단련자들을 나열해보자면...(비능력자 기준이야)


견문색에서는 주로 페이페이나 레이나.
무장색에서는 키라리나 히카루.
패왕색에서는 란코(얜 독보적이야)랑 토키코씨. 아이돌은 아니지만 트레이너(그 중에서도 베테랑과 마스터)들도 이 분야에서 굉장히 강력해.



물론 이능력자들도 패기가 없는 건 아니야. 익히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그래서 아까 동물계인 나오가 자연계인 린한테 공격을 먹일 수 있었던 거고.
나도 나중을 대비해서 무장색이라도 좀 익혀둘까...



아, 그리고, 이능력들은 계통에 따라 3가지로 분류가 되는데,


초인계.(타마미나 유코, 미나미, 히나코가 이쪽 계통이야.)
동물계.(나오, 아스카가 이쪽 계통이지.)
자연계.(시키쨩이랑, 아카네, 린, 호타루가 이쪽 계통이야.)


이 3가지로 분류가 된다고 해.




그러고 보니, 조금 늦은 의문일수도 있지만,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러니까 내 말은,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세상과 애들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세상을 뒤집어엎을 만한 이능력들을 가지게 되었냐는 거야.


처음엔 그냥 개꿀잼 몰카거나, 아님 내가 미쳐서 헛것을 보고 있거나, 그것도 아님 아직 꿈속이거나 싶어서 어떻게든 깨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었어.
결국에 깨달은 사실은 이게 꿈도 아니고, 내가 미친 것도 아니고, 현실이라는 것 그 3가지였지.
완벽한 현실이어서 더욱 의문이야. 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이럴 땐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옥상에 있을 요시노 왜건을 찾아갔어. 도와줘요, 요시노 왜건~




찾아가서 간단한 인사 후 물었지.


“요시노, 어째서 이 세상이 이런 식으로 변해버린 거야? 어제까지만 해도 안 이랬잖아.”
“모든 일엔 전조가 있기 마련이지요~아마 시키 씨에게도 보였을 것이오니~”
“모를 소리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줘.”
“네~지금 이 세상은~원래 저희가 살던 세상과 또 하나의 우주가 서로 끌어당겨 결합되었사온데~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 세상의 자신이 가진 특성, 즉 능력을 얻게 된 것이옵니다~”
“어려운 말이네.”
“지금은 잘 이해가 되지 않으실 수도 있사오니~때가 되면 저절로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음...그러면, 이거 아까부터 궁금하긴 했던 건데, 너도 이능력이 있어?”


요시노한테 이능력씩이나 필요하겠냐마는,


“물론이오니~여기서 보여드리지요~”


오, 이런.
얘한테도 이능력이 있다니.


말을 마친 요시노는 두 손을 모으더니,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그러다 계속 커지더니, 이럴수가...마침내 부처와 같은 모습으로 변했어.


“냐...아아아아아?!?!”


이...이건 대체...보아하니 초인계 아니면 동물계 능력인데...
이게 무슨 능력이냐고 묻기도 전에, 나는 요시노의 여래신장을 맞고 강풍 송의 갈대처럼 휘청거렸어.
공격에 패기가 없는 걸 보니 요시노가 그냥 맛보기로 보여준 것 같아. 패기를 둘렀으면 시키쨩, 아마 낙엽처럼 저 멀리로 날아갔을 거야.



잠시 후, 요시노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어.


“어떠시었는지~”
“ㄲ...깜짝 놀랐어! 대박인뎅? 냐아아~이런 능력도 있다니!”


여운이 너무 강해서 이게 무슨 능력이냐고 물어볼 마음도 안 드넹.


“아, 그리고, 한 가지 덧붙여드릴 말씀이 있사온데.”
“뭔데? 또 뭐가 있어?”
“제가 아까, 이 세상은 두 우주가 서로 결합되어 생겨났다고 하였지요~그 의미는, 이제 많고 많은 우주들 사이의 연결통로인 웜홀이 열렸단 뜻이온대~즉 다른 우주의 사람이 이곳으로 오게 되는 것도 가능해졌고, 반대로 이곳의 사람이 다른 우주로 가는 것도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렇군...좋은 건가, 그거.”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요~좋은 일일 수도, 나쁜 일일 수도 있사오니~언제나 주의를 기울이세요~”
“다른 우주로 어떻게 갈 수 있는 건데?”
“우리 세계로 표현하자면, 견문색을 모아 정신을 집중시키면 환영이 하나 나올 것인데~그 환영 속으로 들어가시면 된답니다~”


요시노의 말을 들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가장 크게 든 생각은,


“이 세상, 정말 알 수 없게 흘러가는구나.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거지?”


정도였을까.




요시노가 말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보게 된 건, 그로부터 한 달 후의 일이었어.
그땐 시키쨩이 한창 무장색 레슨을 받던 때인데, 아직 다 마스터하진 못했었지.


근데 그 날, 한 70명 정도 되는 야쿠자 일당들이 쳐들어왔어.
그들을 지휘하는 두목은, 인상이 얄궂게 생긴 사람이었지.


“누구야, 너?”
“이 세계의 무라카미 토모에를 쓰러뜨리러 왔다! 당장 내놓지 않으면 파괴와 죽음뿐일 것이다!”


‘이 세계의 무라카미 토모에’라고? 그럼 저들이 요시노가 말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인가 보넹.


“하아? 웬 듣보 자식들이 갑자기 떼거지로 나타나서는, 우리 동료를 내놓으라고 지랄이냐!”


타쿠미가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지.


“훗, 약해빠진 계집애 녀석들이 뭘 안다고 난리냐! 좋다, 나를 ‘제비’라고만 기억해둬라!”


제비? 아무래도 닉네임이나 코드네임인가 본데, 생긴 거 보니까 이름 하나 참 잘 지었다고 생각되네.



그런데, 뭐라고?


“약해빠진 계집애들이라~그기야 붙어보믄 알 테지. 모두들 전투 준비하랑께!”


토모에의 구령에 따라 우리는 모두 능력에 시동을 걸었어.
그 모습을 본 야쿠자들 일부가 수군거렸지.


“뭐, 뭐야 저것들.”
“뭔가 예사롭지 않은데?”
“아무래도 일이 잘못되는 걸지도.”
“다들 닥쳐라! 전원 장전!”


‘제비’의 호령에, 야쿠자들도 모두 무기를 장전했고,



그 순간 거대한 스케일의 싸움이 시작됐어.
아이돌들의 일방적인 캐리로 야쿠자들만 죽어나갔고, 우리는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지.


어둠에 빨려 들어가고,


불살라지고,


갈라진 땅 속에 파묻히고,


하늘로 날려지고,


온 몸이 녹아 없어지고,


독가스에 중독되고,


얼려지고,


잡아먹히고,


엄청나게 얻어터지고,


그렇게 야쿠자들은, 일방적으로 죽어나갔어.


“이...이게 무슨...토모에 네년...이렇게 강한 놈이 아니었을 텐데...”


다른 세계의 토모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토모에는 온 몸이 무기로 바뀌고, 그것을 무자비하게 휘두르고 쏘아대는, 완벽한 킬러야.


“쳇, 아무래도 준비가 부실했던 것 같구먼...좋다. 분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물러나지.”


말하며 ‘제비’는, 전형적인 악당의 진부한 대사를 뱉으며 사라졌어.
‘제비’, 왠지 예사롭지 않아. 느낌이 묘한데.
나중에, 정말로 다시 올 것 같다고, 대군을 이끌고 말이지.
그때는 우리도 꽤 고전할 싸움이 될 것 같네.



그나저나, 이거 진짜 대단한 현장인데?
경찰이라든가 군인 없이 오로지 아이돌들이 쓰러뜨린 거야.
물론 이능력이라는 어드밴티지가 있기는 했지만, 그게 이렇게 큰 효과를 낼 수 있었을 줄이야~
봐! 야쿠자들도 얼마나 놀랐으면 눈 뜨고 죽었어 다들!


정작 아이돌 당사자들은 별로 놀라지도 않는 분위기였어.
어차피 한번은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나 뭐라나.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야, 설마?




그렇게, ‘다른 우주의 사람들’과의 첫 대면과 그날의 패기 레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어.
시간도 밤이 가까웠던지라 옷을 갈아입고 바로 자기로 했지.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 너무 갑자기 바뀌어버린 세상에 적응이 안 돼서 그런지 잠이 오질 않아.
처음 일주일간은 그냥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는데, 너무 신기했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신기함은 사라지고 그저 적응만 안 되더라.



그래, 나도 원래 이 세계 사람이 아니지. 그러다가 우연찮게 시키의 몸에 들어가 지금의 시키쨩이 된 거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게도 익숙한 세상 속에서 살아간 것이기에 지금까지 나름대로 살아올 수 있었던 거야.
근데 이번엔 뭐야? 웬 듣도 보도 못한 우주 하나가, 시키쨩이 사는 이 세계랑 멋대로 결합되어 이렇게 된 거잖아.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낯선 공간, 낯선 세상이라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기 미련이야.
처음 여기 왔을 때도 2주일 정도 걸려서야 완전히 적응할 수 있었고.
근데, 지금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익숙하지가 않아.
익숙해지기는커녕 뭐랄까, 더욱 혼란해지는 느낌이야.


그렇게 생각하니까,


“으우욱...”


부적응의 여파인지 구역질이 나기 시작해.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붙잡고서 있는 거 없는 거, 먹은 거 안 먹은 거 다 토해냈어.
이거 모자이크 좀 해줘. 굉장히 불결하니까.



그렇게 얼마나 토했을까, 얼마나 쏟아냈을까.
뒤처리 후 힘이 안 들어가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일으켜 침대로 향했어.
중간엔 도저히 더 움직일 수가 없어서 얼마 없는 힘을 다해 가스화로 날아가야 했지.


“언제쯤 적응할 수 있을까...”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시간을 살아가는 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네.



“바뀐 세상에서 지금까지 잘 적응하며 전투까지 참가해놓고 왜 이제 와서 적응이 안된다느니 하는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라고 말하지 말아줘. 적응해서 그렇게 한 건 아니니까.
적응해서 그런 게 아니라, 시키쨩의 능력을 거기다가 제대로 쓸 수 있어서 그랬을 뿐이라고.


완전 적응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거야.




그 후로 몇 날 며칠이 지나갔고, 나는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어.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적응이 되어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동안 패기도 점점 단련되어갔고, 그러다보니 무장색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험치를 쌓게 되었어.
엄청 강하다고는 못 하겠지만, 맞붙으면 어느 정도 상대는 할 수 있을 것 같네.
심지어는, 히카루와의 간단한 대전에서 이능력 없이 순수 패기로만 겨뤄 호각이었던 적도 있었지.
내가 강했던 건지, 아니면 히카루가 좀 봐준 건지.



그나저나...적응이 안 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요즘 너무 어지럽다.
별 것도 안 했는데 계속 해롱해롱거려. 어지럽고 그래.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지만, 정상적인 생활도 요즘은 조금 힘들어.


“이거...진짜 적응 못해서 이러는 거 맞나...?”


옛날엔 아무리 적응을 못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꾸덩-
-탁-




정신을 차렸을 땐, 난 수면실 침대에 누워있었어.


“시키쨩, 정신이 들어요?”
“으으...”


내 옆에서 말을 건 사람은 키요라 씨였지.


“ㅇ...어떻게 된 일이야...?”
“아까 복도에서 쓰러져 계셨어요. 의식이 없으시기에 수술수술 능력으로 급하게나마 응급처치를 했어요.”


키요라 씨가 대답했어.


키요라 씨도, 이능력자였구나. 게다가 패기도 소유한 것 같고.


“그런데 시키짱, 혹시 뭐 먹었어요?”
“뭘 먹었냐니...아까 아침밥 먹은 것밖에...”
“아니, 그보다도 더 넓은 기간 동안요.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한 달 간? 특별히 뭘 먹은 기억이...아, 가스화 시약, 그거 먹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그걸 만든 지 얼마 만에 드셨어요?”
“글쎄, 4달은 더 지났던 것 같은데...왜?”
“4달이요?! 역시나...”
“ ? ”
“수술 당시, 자욱한 활성산소가 몸에 가득 차 있었어요. 어지러우셨죠? 그래서 그래요. 시약이 몸속에서 부패한 뒤 활성산소로 바뀌어 잔뜩 방출된 거죠.”
“그...그래?”


초등학교 보건 수업 때, 약을 먹을 때 유통기한을 잘 확인한 다음 먹으라고 했었지.
몇 번이나 강조하며 그렇게 배웠는데, 정작 실생활에서는 조급함에 기한도 확인하지 않고 바로 마셔버렸네.


“결국, 수술을 위해 시키짱의 능력을 잠시 무력화할 수밖에 없었어요.”
“...? 그 능력으로 무력화가 가능해?”
“무장색 패기를 쓰니까 가능하더군요.”


그렇겠지. 역시 무장색 패기로 한 거겠지.
키요라 씨는, 왠지 수술 능력보다 패기가 더 인상적이야.
요전에 투명화 능력의 아츠미도 견문색과 무장색으로 잡아냈다고 하니까.



어쨌거나, ‘수술’을 마친 뒤 앞으로 3일간 시약 복용을 금지당한 뒤에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
그럼 그 동안은 가스화 시약을 다시 제조해야겠네. 먹지만 않으면 되는 거니까.
다행히 제조법은 아직 기억하고 있으니 다행이야.
설마 키요라 씨가 내 기억까지 수술해버리진 않았겠지.



그렇게 집에서 가스화 시약 재제조에 열을 올리고, 마침내 완성하니 딱 3일이 되는 때였어.


‘앞으로는, 꿀꺽, 한 번에 하나만 만들고, 꿀꺽, 예비는 만들지 말아야지...꿀꺽꿀꺽’


다시 가스화 능력을 얻는데 성공했고, 그날 저녁에는 어떤 고슴도치에게도(어디서 났는지는 묻지 말아줘) 가스화 실험을 하는데 성공했어.


사실 이거, 예전에 읽었던 팬픽에서 영감을 얻어 진행한 실험이야.
내가 보기에, 시키쨩이 사는 세상과 합쳐진 우주가 여기 팬픽월드 같아.
배경하며 능력이 똑같아도 너무 똑같잖아.




이제, 여기서 말을 마치려 해. 새로운 실험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적으려 하거든.
나중에 봐! 시키쨩, 반드시 이 초현실적인 세상에서 살아나가고 말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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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 시리즈와 NV시키 시리즈의 세계관을 합쳐서 만든 첫번째 작품입니다.
후기에, 계통별 능력자들 명단과 이능력들 종류를 올려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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