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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나나 ~ 지상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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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4, 2020 20:31에 작성됨.

『나나씨는 왜 아이돌이 되고 싶으신가요?』







이 이야기는, 아이돌 아베 나나가...


그러니까, 아직은 아이돌이 되기 훨씬 이전의 이야기







희망이 보이질 않는, 사회의 밑바닥

절망밖에 남지 않은 죽어버린 사람들의 뒷골목

어둡고 칙칙하기만 한 슬럼가에 조그마한 단신의 여인이 조심스레

작은 발걸음을 옮겼다. 


150도 안되는 것 같은 단신, 토끼의 귀를 형상화 해놓은 것 같은 커다란 리본과

위로 올려 묶은 자홍빛의 머리칼과 트윈테일

왕방울같은 눈이 정말로 토끼가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았다.

그 조그마한 여인은 낡아빠진 핸드백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었다.

스마트폰도 여인이 고단하게 살고 있음을 암시하듯, 금이 가 있었으며

보호케이스는 때와 얼룩으로 잔뜩 더럽혀져 있었다.


"으...으응.. 이상하네... 인터넷 지도로 보면 여기가 맞다는데... ㅇ...왜 아무것도 없지...?"


"ㅇ.....일단은... 저기에 좀 들어가서 찾아볼까.....?"


여인이 조막만한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확대했다 축소했다, 혹은 또닥거리며 무언가를 입력 해 보았지만 원하는걸 찾지 못하는 듯 조금 인상을 구겼다.

여기가 어딘지도, 무엇을 하는 곳인지조차 잘 몰랐기에 일단 원하는 위치를 찾을 때 까지

바로 앞에있는 이름도 없는지 간판이 다 뜯어진 카페에 들어가기로 했다.

동전을 꺼내어 값을 지불하곤 가장 싼 아이스티 한 잔을 주문한 뒤

아이스티를 들고 자신의 단신만큼이나 길다란 키다리 의자에 뛰어 올라탄 후 쪼옥-

아이스티를 마신 채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보면 이래저래 스마트폰을 두들겼다.


딸랑 딸랑-


"어서오십시오..."


".... 블랙으로 부탁드립니다."


"예.. 값은 거기에 두시지요"


할 일도 없었기에, 길거리 스카우트나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도심가를 찾았다.

밝은 분위기의 양지에서 시도해본 스카우트는 모조리 실패해서, 어쩌다보니 이런 죽어버린 자들의

슬럼가까지 발걸음이 닿았다.

칙칙하기 그지 없다. 이 곳의 사람들은 사는 이유도 모른 채 그저 회색빛으로 물들어가며

죽어갈 뿐이였다.


나는 미시로 프로덕션의, 안팔리는 프로듀서였다. 

언제나 나를 소개할때는 아이돌 프로듀서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에는 변변찮은 이라는 말을 꼭 붙였다. 사실이였으니까 

능력이 부족했을까, 운이 부족했을까, 아니면 둘 다 부족했을까 

나는 담당 아이돌도 없고, 언제나 방송의 시다바리로 근근히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가는 실정이였다.

다음주에 프로듀서에서 대규모 인사정리를 시행한다고 한다.

인원만 잡아먹는 잉여인력을 쳐 낸다는 뜻이였다. 담당 아이돌도 없는 나는 100%확률로 다음주에 해고될 것이다.

마지막 발악을 하듯, 칙칙한 몸을 이끈 채 여기까지 왔지만... 나의 해고사항은 확정된 것 같았다.


그런 줄... 알았는데....


"......?"


블랙커피를 받고 아무데나 앉으려는 찰나, 색이 눈에 보였다.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이 세상에서 다른 색이 내 눈에 보였다.

내 눈앞에 보인 작은 여인이 내뿜는 색은, 순결의 흰색의, 혹은 귀여운 분홍색의, 혹은 에너지가 가득한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이 잿빛세상에 점점 물들어가는 듯, 저 작고 귀여운 발부터 점점 회색빛으로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불나방이 불빛에 이끌리듯, 그 색을 향해서 몸을 움직였다. 여인은 스마트폰에 열중하느라 근처까지 내가 와도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커피를 테이블에 두고, 오른손을 뻗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ㅈ....ㅈ..저기.... ㅁ..뭔가를 찾으십니까?"


"ㅇ...응? ㄴ...누ㄴ....누구세요?!"


"ㅅ..수상한 사람 아닙니다...?!"


나의 등장에 그녀는 화들짝 놀란 듯, 말을 더듬었다.

나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면서, 그녀를 일단 진정시켰다. 

단순히, 이 죽어버린 세상에 당신같은 여자가 무슨일로 온 것이냐면서, 용건이 무엇이냐면서

그렇게 조심스럽게 입을 말을 붙일 뿐이였다.


"ㅇ...아아. ㅈ...저는 그 라이브회장을 찾고 있어요! 그 OX주점 아래에 있다던데..."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나에게 원하는 장소를 말했다.

라이브 회장, 아이돌... 정황을 보아 그녀는 지하 아이돌인 것 같았다. 

이렇게 색이 넘쳐나는 당신이 어째서 지하아이돌을....? 알 수 없는 궁금증이 가득 했지만

더 물어보진 않았고 나는 그녀에게 위치를 알려줄테니 따라오라고 말 했다.


"ㄱ....아... 그 곳의 위치는 옮겼기에 여기엔 없어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ㅈ...정말요?! 하아... 다행이나... 그... 여기 아는분이 없어서~ 하마터먼 못 갈 뻔했어요!"


"ㄱ...그럼 따라오세요?"


"ㅇ..엑?!ㅂ...벌써요?!..ㅇ..이것만 마시고요!"


내가 발걸음을 옮기자, 그녀는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있는 힘껏 빨대를 빨아 아이스티를 쪽 빨아먹었다.

폴짝- 자신의 키보다 훨씬 더 커보이는 키다리 의자에서 점프하듯 뛰어내린 후 나를 졸졸 따라왔다.


몇 여분을 걸었을까, 구불구불 미로같은 골목길을 지나고 정 반대의 장소에 위치한 주점과

바로 옆 지하 라이브 회장으로 갈 수 있는 작은 계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시끌시끌한게 아무래도 라이브의 직전인 것 같았다. 시간에 늦지 않았다.


"ㅇ...여깁니다만.. 맞으신가요?"


"ㅁ...맞아요! 여기에요 여기..! 우으.. ㄱ...고마워요... 이걸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ㄱ....그 저는 돈이 없지만.... ㅇ...이거라도...!"


그 작은 여인은 거듭 90도로 나에게 인사를 하며 감사를 표했다.

어찌나 동작이 다이나믹 하던지, 인사를 할 때 마다 포니테일의 머리칼이 찰랑이며, 리본이 팔랑거렸다.

자신은 가진것이 없으니, 치맛주머니에 작은 손을 우겨넣곤, 무언가를 찾아선 나의 손에 쥐어주었다.

구깃구깃한 종이를 펼쳐보니 지하 라이브 회장의 티켓인 것 같았다.

자리의 넘버열을 보니 상당히 괜찮은 자리였다.


아무래도 이 라이브의 티켓인 것 같았다.


"저는 아베 ㄴ... 아니아니... 우사밍! 우사밍 성에서 온, 춤추고 노래하는 메이드 아이돌이랍니다?!"


"ㅈ...지금은 가진게 없으니까... 부디... 우사밍의 공연티켓이라도.....!"


"ㅈ...진짜로...! 당장 가진게 이것밖에 없어요...! ㄱ...그래도 그거...ㅂ... 비싼거니깐요...!!"


"ㄱ...그럼 저는... 가볼게요.....!!"


시간이 다 되었다는 듯, 그녀는 오른손을 흔들며 쏜살같이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내 손에 들려있는 티켓과 [우사밍]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 

나는 티켓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녀가 내려간 계단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티켓을 내고 회장으로 들어왔다.

불법으로 건축된 것 같은 싸구려 지하 술집을 개조해서 만든 회장

얼기설기 쌓아 올려놓은 것 같은 작은 무대에 싸구려 연기가 뿜어지며

귀여운 의상을 입은 지하 아이돌들이 튀어나왔다. 


한 명 한명 아이돌들이 튀어나올 때 마다, 오타쿠들이 괴성을 질러대었고

들고있던 야광봉을 미친듯이 흔들었다.

아이돌이 나올때마다, 진영을 나눠놓은 것 처럼 형광등의 색이 바뀌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그렇게 하늘에서 신비한 빛이 내려왔어요!"


"그 빛에서는 바로....."


"우- 사밍!!"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작은 보다 더 높게 뛰는 것 처럼, 아이돌 점프를 하며 무대로 뛰쳐 나오는 우사밍 

마지막 등장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들, 제 각기 색을 상징하는 형광봉이 수놓아 흔들리며

오타쿠들의 시끄러운 괴성이 회장을 가득 채웠다.

우사밍의 상징색은 분홍색 이였지만, 분홍색의 형광봉은 그렇게 많이 보이질 않았다.

별로 인기가 없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지정된 자리에 서서

아무말도 아무런 호응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우사밍만을 보고 있었다.


우사밍의 노래차례가 되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지지 아이돌들의 이름을 부르며 열창하던

오타쿠들은 쉬는시간이라도 온 것 마냥 조용해졌다.

하지만 우사밍은 그에 굴하지 않듯 "뭡니까 뭡니까! 지구인들은 고작 이 정도의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건가요ㅡ!!" 하며 오히려 호응을 유도하듯 마이크에 진심을 담아 소리를 질렀다.

억지로 호응을 이끌어 내고서야, 군데군데 우사밍을 호응하는 열창이 들렸다.


저렇게까지 무시받는데, 저렇게까지 외면받는데, 도대체 왜 저렇게 열심히 하는걸까

그놈의 아이돌이 뭐라고, 도대체 무엇에 이끌려서 저렇게 열심히 온 몸을 던지는걸까?


나는 우사밍의 억지 호응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멍청하게 우사밍의

진심어린 고함소리를 들었다.


마치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는것이, 나와 같아서 


"와아아아! 모모쨩! 정말로 좋아해! ㅆ...싸인해줘 싸인!!"


"무명 때 부터 쭉 팬이였어요! 악수해줘요 나츠미양!"


라이브가 끝나고, 오타쿠들이 우후죽순으로 자신들의 지지 아이돌들에게 달려들어

제각기 싸인회나 악수회를 부탁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중심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다.

눈동자를 굴려서 우사밍을 찾았다.

우사밍은 저 멀리 조그마한 낚시용 의자에 앉아 얌전히 자신을 찾아올 혹시모를 팬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옆에 늘어선 아이돌 동료들에게는 쏟아지는 오타쿠들의 열광

하지만 우사밍은 그런 열광을 함께 할 수 없었다.


우사밍이 일어났다. 크게 한숨을 쉰 채, 기획자에게 오늘의 일당이 담긴 얇은 돈봉투를 받아

자신의 손가방에 집어넣은 채, 수명이 다 한 야광봉을 밟으며 추욱 쳐진 채 계단을 올라갔다.

가뜩이나 작았던 그녀가 더더욱 작아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이끌리듯, 얼른 계단을 빠져 나갔고 골목의 사거리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녀를 불렀다.


"우사밍!"


"ㅇ...엣?! ㅇ...우사밍 파워로...! ㄱ...그 싸인은 아까전에....!"


"ㅇ....아아... 당신은... 아까 전의 그..."


나의 고함에 우사밍은 깜짝 놀란 듯, 움찔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싸인회는 이미 끝났을텐데?! 라며 중얼대다. 구면임을 확인하곤 뭔가 용무가 있는건가 싶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ㄱ....그... 무슨 일이신가요...?! ㅈ....저 정말로 가진거 없으니깐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변변찮지만"


이 사람, 아까전에 나나를 도와줬던 그 사람

혹시 나한테서 금전적인 이득을 더 취하려고 나를 쫒아온걸까? 괜히 겁을 먹어서

경찰에 신고할까,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렸다.

이내 자신을 소개하며, 두 손으로 공손히 나에게 내민 무언가, 명함이였다.

나도 똑같이 공손히 두 손으로 명함을 받았고, 명함 속을 확인 해 보았다. 


"ㅁ....미시로 프로덕션?!"


"ㅇ...예... 저는 아이돌 프로듀서입니다... 변변찮지만.."


미시로 프로덕션?! 이거 완전 엄청난 사람이 걸려버렸다.

미시로 프로덕션이라면,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이니까

혹시 이런게 길거리 스카우트 인걸까?! 마침내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온걸까?

정말로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은 순식간에 두려움으로 바뀌어버렸다. 

정말로 이 사람이 동화속 백마탄 왕자님처럼 어느날 갑자기 나한테 찾아왔다고?!


"....우사밍의 라이브, 잘 보았습니다... 우사밍씨.. 혹시 성함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


"....ㅇ....아베... 나나...에요...."


"아베..나나... 나나씨, 저는 나나씨에게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빛나는 아이돌로써의 가능성"


"당신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모든것을 걸었습니다. 당신의 그 열정과 노력, 그리고 반짝임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제가 이끌겠습니다. 당신을 반드시 정식으로 아이돌로 만들겠습니다. 당신을 반드시 신데렐라로 만들어서, 빛나는 무도회장으로 보내겠습니다."


"부디- 아이돌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으십니까?"


"....."


아이돌.... 마침내 나한테도 기회가 찾아왔다.

내 눈앞에 있는 당신, 프로듀서... 나에게 아이돌을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그래... 내가 지금 이 손을 잡는다면... 나는 아마

미시로 프로덕션의 아이돌이 될 것이다.. 누구나 동경하고 부러워하는 미시로 프로의....


당신의 손을 잡고 싶었다. 너무나도 잡고 싶어서, 오른손을 올리고 싶었다.

올리고 싶었지만, 한 편으로 너무나도 두려웠다.

이미 나이는 먹을만큼 먹었다. 영원한 17세니 뭐니 지껄여도 결국 다 거짓된 환상이였다.

내가 정말 미시로 프로에 가 봤자, 젊고 혈기 넘치는 전문적인 레슨을 받은 다른 아이돌과 경쟁이나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지금보다 더 심하게 비교당해서 철저히 버려지는건 아닐까?

나같이 나이만 먹은 폐급이 오히려 당신을 붙잡는건 아닐까?

아니면, 이 모든게 전부 사기가 아닐까? 


"아하하... 말씀만은 고마워요... 하지만 나나.. 아이돌... 은 될 수 없으니깐요...?"


".... 아닙니다. 나나씨, 당신은 반드시 아이돌이 될 수 있습니다. 제 모든걸 여기서 걸겠습니다."


"제 말이 거짓말 같으시거든, 지금당장 절 신고하셔도 좋습니다. 그 왼손에 쥔 휴대폰으로"


"ㅈ...저는 아이돌같은건..... 관심도... 이건 단순히 돈벌이의..."


"나나씨, 몇 번이라도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아이돌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아이돌이나 다름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거니깐요"


"저는... 그... 그게... 아니..."


뒷걸음질 쳤다. 완강히 거부해도, 이 사람은 포기 할 생각이 없었다.

왼쪽 주머니에 넣은 손을 움찔거렸다. 스마트폰의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다.

당장 112의 버튼을 눌러버리고 소리를 지른다면. 이 모든것이 끝날 것이다.


아이돌, 바로 내 눈앞에 그토록 그리던 아이돌의 기회가 놓여 있다.

당장이라도 그 기회를 잡고 싶었다.

너무나도 잡고 싶지만,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 기회를 잡고도 실패 해 버린다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아이돌은 커녕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너무나도 두려워서, 너무나도 무서워서


나는


"ㅈ....저는...."


나는


"그러니까.. ㅈ....ㅈ...저는...."


나는 아이돌이


"저는... 아이돌.... 아이돌 같은거......."






"저는 아이돌 같은거.... 될 수 없다고요 아이돌!"

『나는 아이돌이 되고 싶어』


오른손으로 당신이 내민 손을 후려쳤다. 조그마한 손이 당신의 큰 손을 간신히 밀었다.


"몇 번을 말해요 몇 번을!! 저는 아이돌 따윈 될 수 없다고요!! 네?!"


"전 이미 나이도 먹을대로 먹은 폐급이고, 꿈에 취해서 그저 우사밍 성인이니 메르헨 메타포르제니 뭐니 구닥다리 괴전파 컨셉이나 잡는 지하 아이돌이라고요!!"


"그런 제가 아이돌?! 당신 미친거 아니에요?! 네!? 저를 바보 멍청이라고 아냐고요!"


"저는 아이돌.... 흐윽... 윽.. 아이돌...."


"아이돌 같은거..... 싫ㅡ .... 될 수 없다고요!! 으아아아아앙!!"


감정이 북받쳤다.

당신을 떼어놓기 위해서 일부러 내지른 고함에 막혀있던 감정이 폭발했다.

당신의 손을 강하게 내 치며, 당신과 반대 방향으로 있는 힘껏 도망쳤다.

두 눈에 눈물이 흘렀다. 세상이 물에 잠긴듯, 아른거렸다.

눈물이 멈추질 않아도, 당장 넘어질 것 같아도. 나 자신에게 겁을 먹어서 결국 

스스로의 기회를 날려버린 채 도망쳤다.

차마 아이돌이 싫다고 말할 순 없어서, 아이돌이 될 수 없다며 소리를 지른 채

최대한 당신과 멀어지려고, 어디로든 내달렸다.


"ㄴ....나나씨....?!ㄱ....기다리세요!"


그녀가 울먹이면서 내 손을 뿌리쳤다.

나에게서 멀어진다. 작은 몸을 내던지듯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내달리며

나에게서 멀어지려고 어디로든 달려나갔다.

불법으로 증축된 고층건물의 계단, 마치 절벽과도 같이 가팔랐다.

그녀는 그 계단을 타고 점점 더 위로 더 위로 올라갔다.

나에게 있어서 그러한 장면들또한 아름다운 별빛이 더더욱 빛나기 위해

하늘로 승천하는 것 처럼 보였다.


나도 달렸다. 그 별빛을 잡으려고

지금 그 별빛을 잡지 않으면, 이 죽어버린 잿빛 세계에 영원히 잠식되어 빛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절벽이나 다름없는 가파른 계단을 헉헉대며 올라갔다. 그녀가 들을 수 있도록

헛구역질이 나도록 큰 목소리로 내질렀다.


"나이가 많으면 뭐 어때! 컨셉이 구닥다리면 뭐 어때!!"


"단순히 시작이 조금 늦었을 뿐이야!! 그리고 아이돌에 방향성 따위는 누가 정해준건데!!"


"꼭 세련되어야 아이돌이야? 꼭 화려해야 아이돌이야? 꼭 아름다워야 아이돌이냐고!!"


"아이돌이 될 수 없다고?! 웃기지마!! 내가 널 아이돌로 만들거니까!!"


"내가.. 하아... 너를 꼭 아이돌로 만들고 말테니까! 너라는 별빛을 내가 띄울거니까!!"


""헤엑... 헤엑... 하아.. 하아.. 하아으윽....""


어느새 증축건물의 옥상까지 단숨에 올라와버린 나나와 프로듀서

두 사람은 지쳤는지, 나나는 옥상의 바닥에 주저앉아 헉헉대고 있었으며

프로듀서는 후들대는 다리를 간신히 이끈 채 좁디좁은 계단을 기어오르듯 끝까지 올라왔다.

더이상 도망칠 곳 따윈 없었다. 이 곳은 슬럼가에서 가장 높은 7층 높이의 낡은 빌라였다.


"하아... 하아... 내가... 당신을... 아이돌로 만든다고...."


"몇 년이 걸리든간에.... 꼭... 아이돌로 만든다고... 하아.."


"ㅇ...알았...알았다고요...알았어요... 이제 그만.. 그마안....."


어기적 어기적 기어가며 프로듀서가 나나를 붙잡았다.

나나도 모든 힘을 소진했는지 도망가지 못한 채, 당신에게 오른손을 꽉 붙잡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손을 꽉 잡은 채 한참을 숨을 골랐다.


"...... 그... 프로듀서씨... 라고 하셨죠?"


"ㅇ....아... 예... 그렇습니다... 그 죄송합니다... 제가 좀 흥분을 해서..."


"아...아니에요 아니에요~ 저도...그 갑자기 때려서 죄송해요.... 사실은.. 본심이 아니였으니깐요...?"


"ㄴ...네.... 무례한건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진심이였습니다."


".... 아이돌... 프로듀서씨, 정말로 나나가 아이돌이 될 수 있다 생각하시나요?"


"....물론입니다...! ㅁ....몇번이라도 더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이 밤이 지나가도록 하루종일 말해드릴 수 있습니다. 당신은 아이돌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아이돌입니다."


"......"


나나가 눈을 감았다..

뭔가를 생각하듯, 한참을 생각하듯 혼자 아무 말 없이 그저 눈을 감은 채 주저 앉아 있었다.

그리곤 눈을 뜨곤, 찬찬히 자리에서 일어나선 옥상의 발코니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행동에 프로듀서도, 몸을 일으킨 채 나나를 따라 발코니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 아이돌.... 해 볼게요?! ㄱ...그 메르헨 파워로 까짓거 아이돌까지 해버리죠...! 아하하~"


"네...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헌데 나나씨"


"아...네?! ㅁ..무슨..."


"아이돌이.. 되고싶어하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인기도, 명성도, 아무것도 없으심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진심으로 아이돌이 되기 위해 온 몸을 던지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 아이돌이 되고싶은 이유요...?"


프로듀서의 말에 나나는 프로듀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이돌이 되고 싶은 이유, 쉽사리 꺼낼 수 없었다. 너무나도 이유가 많아서

나나는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듯 싶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서 밤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고층의 빌라 아래로 잿빛의 세계가 깔려 있었다.

어둡고 칙칙한 공장지대의 매연으로 반짝이며 빛나는 별빛의 밤하늘은 조금 탁해져 있었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도로와 얼기설기 지어진 건축물들이 미로처럼 얽혀있었고

수 없이 많은 가로등의 불빛, 건물의 불빛들은 한 곳을 향해 있었다.


"프로듀서씨... 저기좀 보세요....? 도시의 야경... 너무나도 아름답지 않나요...?"


"....네...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프로듀서씨, 하늘에는 아름다운 별빛이 있죠? 태양빛을 받아 우리 모두를 빛나게 해 주는"


"저는.. 지상에는 아이돌이라는 이름의 별이 있다고 생각해요, 태양빛이 아닌"


"무대의 조명과, 팬들의 야광봉의 불빛과, 함성을 받아 빛나며 모두를 비추어주는 그런 별"


나나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옆으로 까닥이며 빛의 연결지점을 봐 보라고 했다.

고가도로와 불빛들이 모여있는 지점은, 저 멀리 신데렐라의 무도회장처럼 우뚝 솟아있는

대도시의 밀집지역이였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고층건물들과 흰색과 주황색, 붉은색과 초록색, 아니 무지갯빛 색깔
밤인지 낯인지 구분조차 안 될 정도로 찬란히 빛나는 야경
불야성을 이루는 거대한 대도시의 야경, 마치 빛의 제국과도 같았다. 


저 멀리 어떤 건물의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아래에는 온 나라 사람들이 다 볼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전광판이 장착되어 있었고, 전광판에는 요즘 한창 뜨고있는 아이돌들의 MV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프로듀서씨.. 저기 보세요... 화면속에..."


"저 아이돌 분들은 정말로 반짝이네요... 누가봐도 눈이 부셔서.. 아름답고... 너무 반짝거려요..."


"하지만.. 저렇게 찬란히 빛나는 아이돌들도, 도시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빛들도"


"너무나도 어둡고, 축축하고, 밑바닥에 있는 이 죽어버린 잿빛의 세계에는 그 아름다운 빛이 닿질 않아요..."


"프로듀서씨... 저.... 소원이 있어요..."

나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나의 왕방울같은 눈동자에 다시금 눈물이 채워진다.

물기를 머금은 그 아름다운 눈동자가, 도시의 야경을 받아 정말로 반짝거렸다.

"ㄱ....그...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나나도.... 그러니까.. 제대로 아이돌이 된다면..."

"프로듀서씨와... 이 죽어버린 잿빛의 세계에서도... 그리고.. 아직은... 마법사를 만나지 못한 많은 신데렐라들에게...."


"자그마한.... 그리고... 따스한 빛을 쬐어주고 싶어요...."


"정말로... 꼭... 정말로..."


울먹거리며, 눈물을 흘린 채 나나는 오른손을 뻗었다.
저 찬란히 빛나는 도심지를 향해서, 정말로 작고 가녀린 오른손을 뻗어선





그 도시






그 빛






그 열광






그 함성


그 모든것을 쥐고 싶었는 듯, 허공에 손짓을 했다.


"저는.. 꼭.... 꼭... 그런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흑... 으아앙... 아아아아앙..."

"....꼭.... 꼭 아이돌이 되고싶어요... 정말로... 되고싶어요...으아아아앙...."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작은 나나가, 프로듀서의 품에 안겨선, 저 빛나는 마천루와 제국을 등진 채

심연의 밑바닥에서 만난 당신에게 매달렸다.


평생토록, 단 한번도 없을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보낸건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 기다린 것이라 생각하며

그간의 설움을 폭발시키듯 큰 소리로 울며 커다란 프로듀서를 끌어안았다.


당신이 나의 마법사라고 믿어버렸으니까



당신이, 나에게 마법을 걸어버렸으니까 



아베 나나 ~ 지상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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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너무 좋아~


화자 실시간으로 뒤바뀌는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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