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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와 강아지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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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8, 2020 18:33에 작성됨.

모든 조사가 끝나고 P씨는 늦어서 데려다준다고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자 P씨는 말없이 끄덕이고는 헤어졌습니다.
시간을 보니 자정이 거의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
저는 혼자 쓸쓸히 기다리고 있는 그 아이가 너무나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얼마나 무서울까요.
저는 거의 뛰어가다시피 집으로 향해있었습니다.
빨리 보고싶어, 그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
어느새 문 앞까지 다다르자 심호흡을 한 뒤 벌컥 열었습니다.
그러면 저를 발견한 그 아이는 깜짝 놀라서...


"....."


이상합니다. 너무나 조용합니다.
그 아이의 숨소리는커녕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는 신발을 벗지도 않고 거실까지 걸어가 전등 스위치를 올렸습니다.
거실에는 발에 묶여있던 손수건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습니다.
주워보니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습니다.
밖은 비가 내리니 멀리는 가지 못했을 겁니다.
손수건을 주머니에 쑤시고 밖에 나가 온갖 곳을 찾아다닙니다.
심장은 터져 나갈 것 같았고 마음은 점점 어지러워졌습니다.
왜... 왜 도망간 건가요, 저는 모든 사랑을 쏟아부었는데.
제 마음을 이해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건가요?
아니면... 제가 너무 물러터진 건가요.



집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골목길.
처음 왔을 때 뒤집어쓴 외투를 똑같이 뒤집어써 쓰러져 있는 금빛 털이 보입니다.
저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들어갑니다.
몸은 덜덜 떨고 있었고 야위어져 있는 가는 몸,
색색거리면서 힘들게 숨을 고르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입니다.
저는 멀리 도망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사놓고 안 쓴 목줄을 찰칵하고 걸었습니다.
저도 이걸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또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아이는 자기 목에 걸린 목줄을 눈치채고 기어서라도 도망가려 합니다.
저는 목줄을 잡아당기고는 작은 목소리로 얘기합니다.



"신 씨... 신 씨... 어딜 가려고 하나요.
왜 저를 피하려고 하나요. 그러다 감기 걸려요 빨리 집에 돌아가요."


"싫... 어..."


"싫어...? 이해할수가 없네요. 오히려 좋지 않았나요?
저와 신 씨의 둘만의 공간속에서 행복하지 않으셨나요.
저는 정말로 행복했답니다. 신 씨도 마찬가지 아니였나요?"


".... 아니야. 난... 그저 집에 가고 싶어..."


"? 그러니까 말하잖아요. 우리 집으로 가자고.
제 집이자 신 씨의 새로운 집, 그곳으로 가서-"


"무슨... 뭐가 우리 집이야!!"



있는 힘을 짜내면서 큰 소리를 내는 신 씨.
하지만 그 소리는 빗소리에 묻혀 금방 사그라들었습니다.
신 씨는 마른 기침을 하고는 다시 저를 쏘아보았습니다.
저는 혹여나 감기라도 들까 봐 우산으로 비를 막아줍니다.
신 씨는 제 우산을 쳐냈지만 힘이 부족해 약간 흔들리는 정도였습니다.



"신 씨,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그러다 쓰러지면 어떡하려고..
일단 진정하시고 집으로 돌아가요 계속 비 맞을 수는 없잖아요."


"너랑 같이 있을 바엔 비 맞는 게 훨씬 나..."


"그런 말 하면 상처받아요... 계속 그런 식이라면 어쩔 수 없네요."



저는 신 씨를 들어 올리고는 집으로 향해 걸었습니다.
신 씨는 품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그녀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
제가 차려준 음식은 하나도 먹지 않았으니 쇠약해져있었죠.
그녀는 얼마없는 에너지를 다 써버렸는지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단지 제 품 안에서 거친 숨소리와 째려보는 눈빛뿐.
저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안겨있는 신 씨에게 속삭였습니다.



"신 씨... 신 씨... 다시 돌아와 줘서 정말로 기뻐요.
이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아마 제가 너무 물러서 그런거겠죠..
다음부터는 좀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여드릴 테니 외롭지 않을거예요.
목줄은 오늘 일에 대한 교훈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사랑해요 신 씨... 정말로 많이 사랑해요."



제 고백이 닿아서 일까요, 신 씨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추위때문에 몸을 떨고 있는 신 씨를 꼭 껴안으며 우리의 집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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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차린 건 언제부터 였을까요.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일지도 모르겠네요.
황금과도 같은 머리 색, 태양처럼 밝은 미소.
제 시선은 언제나 당신에게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신 씨는 이런 제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더군요.
그저 요이오토메 멤버, 친한 직장 동료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여기서 조바심을 내버리면 기껏 유지해온 모든 관계들이 끊어져 남이 돼버리겠죠.
가장 좋은 방법은 분위기를 봐서 고백하는 거겠죠.
무턱대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제 생일을 축하하려고 요이오토메 멤버들이 함께 술을 마시는 날.
카에데 씨와 나나 양은 내일 스케줄이 있으니 금방 빠져나갈 테고,
사나에 씨도 요즘 과음해서인지 한 소리 들어버렸으니 먹을 봐에야 같이 나갈 겁니다.
그러면 신 씨와 저, 두 명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저는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잔에 있는 술을 먹는 척했습니다.
신 씨는 이미 취해있었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잔에 있는 맥주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셨습니다.
그러더니 빙긋 웃으면서 생일 축하의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하늘을 걷는 느낌이 들더군요.
역시 신씨밖에 없습니다 저를 이런 감정에 빠지게 만드는 사람은.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집에 가야 한다고 일어섰지만 아까의 행복감에 다리가 힘이 풀려 비틀거렸습니다.
그걸 신 씨는 술에 취했다고 생각해 자기가 데려다주겠다고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신 씨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금방이었습니다.
좀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그런 아쉬움을 뒤로해야 하다니..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는 신 씨는 제게 등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저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멋대로 움직여 껴안아버렸습니다.


『어이쿠, 오늘 미유는 어리광이 많네. 생일이어서 그런가?』


『신 씨... 좋아해요... 』


이 말을 들은 신 씨는 잠시 움찔거렸지만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습니다.
환한 웃음을 짓습니다, 이건 장난으로 아는 거네요.
아니면 동료로서 좋아해라고 알아들은 거겠죠.



『나도 미유를 좋아한다구☆』


『아니에요, 그런 좋아함이 아니에요.. 정말로 좋아한다고요. 사랑해요 신 씨.』


『아... 어, 그게... 』


난처하면서도 어색한 웃음만을 보여주는 신 씨.
괜찮아요 이해합니다,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고 술의 힘을 빌린 고백이니까요.
이런건 고백도 아니고 그냥 헛소리.
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려고 할 때 신 씨가 먼저 말했습니다.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건 꿈에도 몰랐어.
하지만... 미안, 오늘 있었던 일은 즐거웠지만 대답은 할 수 없을 것 같아.
내일 제정신이었을 때 생각해보자. 오늘은 많이 취해있으니까.』


저를 아주 무서운 괴물처럼 쳐다보면서 뒷걸음치는 신 씨.
이상하네요, 저는 멀쩡한 정신 상태였고 취한 건 신 씨일텐데요.
왜 그런 말씀하시나요? 왜 그렇게 무서워하시죠?
괜찮아요 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랍니다.
그냥 편안히 몸을 맡기면 그다음은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읏...!? 뭐야... 머리가.. 』


『괜찮으세요 신 씨..? 비틀비틀하시고는, 많이 취하셨군요.
제 집에서 조금만 쉬시는 게 어떠신지.』


『.... 됐어. 괜찮아, 잠깐 어지러운 것뿐... 이니 까... 』


『아, 안되죠 신 씨... 그런 상태로는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괜찮아요 그냥 눈만 감으시면 모든 게 편안해질 거예요 약속해요...
그렇게 째려보지 마세요 하지만 그런 모습도 사랑스럽답니다.』



결국 제 말에 따라주시고 저에게 안겨 잠드신 신 씨.
저는 열쇠를 꺼내고 제 집... 이제 우리의 집이겠죠.
문을 열고 잠든 신 씨의 양쪽 팔 다리를 손수건으로 풀리지 않게 묶습니다.
너무 꽉 조이면 자국이 남겠지만 혹시라고 말이죠.
도망이라도 가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어버리니까요.
신 씨의 핸드폰은 전원을 꺼버리고 찾지 못하는 곳에 두었습니다..
이제 저만의 것이 된 신 씨, 오직 우리 둘 밖에 없는 행복한 집.



내일 아침이 되자 저는 잠든 신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깨웁니다.
신 씨는 졸린 눈으로 쳐다보다가 어제 일이 생각났는지 깜짝 놀랍니다.
저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지만 묶여있어서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죠.
행동을 멈추고 자신의 묶여있는 팔 다리와 저를 반복해서 쳐다볼 뿐입니다.
제 팔을 쳐내려고 했지만 묶여있었으니 입으로 물어버립니다.
저는 제 손바닥에 난 이빨 자국을 만지작거리며 말했습니다.


『신 씨... 좋은 아침이에요.』


『미유. 장난은 그만하고 빨리 이거 풀어!』


『싫어요. 풀게되면 저의 것이 아니게 되버리잖아요. 그러니까 안돼요.』


『이상한 소리 하지말고!』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무섭지 않으니까.
쉬이.. 그렇게 소리치면 나쁜 아이에요. 나쁜 아이에게는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저는 되도록이면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계속 그러면 어쩔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조용히 해주세요 알았죠?』


『크읏...』



참 잘했어요라고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이렇게 보니 신 씨는 마치 황금 색 털을 가진 강아지 같네요.
그리고 강아지의 주인은 저겠죠? 그러면 주인답게 행동해야 맞는 거고.
괜찮아요 신 씨, 누구도 부러워할 만한 사랑을 쏟아줄 테니까.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저에게 모든 걸 맡겨주세요.



이걸 보니까 골든 리트리버 키우고 싶네요.

신 씨는 딱 그 개처럼 생겼으니까요, 미유 씨는 행복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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