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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와 강아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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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6, 2020 16:28에 작성됨.

그 아이를 데려온 지 사흘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낯선 환경이 무서워 몸을 떨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번처럼 크게 짖거나 무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제가 건네는 손을 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쓰다듬어주게 했는데 제가 너무 적극적이었던 걸까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출근할 때마다 준비하는 음식을 손도 대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통에 있는 물은 줄어들지만 음식만은 그대로.
일단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억지로 먹이고 있습니다만,
계속 이런 식이라면 언젠가 영양부족으로 쓰러질 겁니다.
이런 제 마음을 모르는지 그 아이는 저를 곁눈질조차 해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언젠가 이 아이도 제 노력과 사랑을 깨달을 때가 오겠죠.
그때까지 조바심을 내지 않고 기다려야 합니다.



사무실에 왔어도 그 아이의 걱정으로 우울감으로 뒤덮여져 있을 때,
P씨가 조심스레 어깨에 손을 대며 위로해주었습니다.


"미유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미유씨 탓이 아니니까."


"P씨.."


"아직 시간은 많잖아요? 분명 괜찮을 거예요."


"....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P씨."



P씨는 저를 안쓰러운 눈길로 쳐다보더니 치히로 씨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 둘은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듯 소곤소곤 얘기하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죠.
잘은 들리지 않습니다만 제 이름이 들리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제가 너무 우울하게 있어서 두 분이 걱정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화장실에서 세수나 할까요, 이러면 우울감이 조금 없어질지도 모르고.



제가 오늘 정말로 우울해 보인 걸까요?
카에데 씨나 나나 양은 물론 사나에 씨마저 문자로 괜찮냐고 보내주시다니.
그것뿐만 아니라 만나는 아이들마다 다들 위로의 말을 전해줘요.
P씨는 부담이 느껴질 정도로 저에게 신경을 다 써주시고,
치히로 씨는 말로는 하지 않지만 다 괜찮을 거다는 표정을 해주시네요.
겨우 강아지 때문에 우울해졌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예요.
지금은 그냥 아무 말 없이 있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괜히 다른 사람들을 무안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고 보니 오늘 그 아이 목욕하는 날이었죠.
빨리 집에 가서 씻겨야겠네요 저번처럼 난동을 부리지 않으면 좋을 텐데.



모든 일이 끝나고 돌아와보니 또 음식은 먹지 않고 물만 줄어있었습니다.
점점 갈수록 기운이 없고 야위어져가는 그 아이.
일단 밥을 먹여야겠죠 그다음 목욕을 시켜야겠습니다.
저는 그릇에 있는 음식을 잘게 다진 다음 손으로 쥐여 강아지 입 근처로 가져다 댔습니다.
강아지는 처음에는 먹기 싫은 듯 고개를 피했지만
제가 억지로 고개를 고정시키자 체념한 듯 손에 있는 음식을 핥아먹었습니다.
많이 먹인다면 위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일단 절반만 먹이는 게 낫겠죠.
그렇게 조금씩이지만 그릇에 있는 음식이 절반 정도 없어지자
저는 손에 있는 부스러기들을 씻고 그 아이를 안고 화장실로 갔습니다.
너무 먹지 않다 보니 가볍게 들렸고 몸을 비틀며 제 품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먹지를 않으니 체력이 금방 바닥나있었습니다.
저는 괜찮다며 몸을 쓰다듬고 금방 끝날 거라고 다독였습니다.
욕조 바닥에 눕혀진 그 아이는 불안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저는 그런 모습도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고 환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목욕이 끝나고 물기를 닦아내는 중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일단 수건으로 머리를 얼른 닦아준 뒤 핸드폰을 받았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P씨, 이런 밤중에 웬일일까요.


"여보세요?"


"아, 미유씨. 밤늦게 죄송해요."


"아니에요. 그런데 무슨 일로 이런 시간에 전화를."


"그게 내일은 스케줄이 없지만 사무실에 와주실래요? 이유는 아시죠?"


"아.. 알겠습니다.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괜찮아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떨리는 거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옆에 있어줄 테니 아니면 사나에 씨와 같이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아니에요. P씨가 있는 걸로 충분해요 사나에 씨도 아직 힘들어하는 거 아시잖아요.
그러니 저랑 같이 있는 건 오히려 부담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 그, 그러겠네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사나에 씨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제가 바보네요.
사나에 씨도 실제로는 미유씨만큼 힘들어했을 텐데.
아무튼 내일을 위해서 빨리 주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근데 잡음이 들리는 것 같은데 제 폰이 구형이어서 그런 걸까요?
미유씨는 어때요 괜찮나요?"


"네, 아마 창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겠죠.
전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사무실에서 봬요."


"아, 네! 안녕히 주무시고 내일 봅시다."


벌써 차례가 와버렸군요.. 아마 제가 마지막 이겠죠.
처음에 나나 양부터 시작해서 저까지 왔으니 마지막이겠네요.
그리고 P씨가 느낀 잡음은 P씨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랍니다.
아까 제가 P씨라고 하는 순간 이 아이가 갑자기 짖기 시작한거 있죠.
그래서 어쩔수 없이 짖지 못하도록 그 아이의 입을 막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거기서 나온 소리가 잡음으로 들린거겠죠.
통화가 끝나고 입을 막았던 손을 떼내었습니다.
그 아이는 기침을 하며 눈물이 맺힌 눈으로 저를 무섭게 바라봤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막고 있던 손에 힘을 너무 준 모양이었나 봅니다.
숨이 막혀 있었나 본 지 계속해서 심호흡을 하는 강아지.
저는 너무 미안해서 아직도 젖어있는 털을 무시한 채 꼭 껴안았습니다.
그 아이는 벗어나고 싶어 낑낑거렸지만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웠습니다.


"미안해요... 너무 과격하게 행동해버렸죠? 이젠 괜찮아요.
P씨의 통화는 이제 끝나고 우리 밖에 없어요. 혼자 두게 해서 미안해요.
다 말린 다음 같이 누워서 자요. 내일은 늦게 올 수도 있으니 얌전히 있어주세요."



아침 일찍 사무소에 도착한 저는 P씨와 같이 사무소 안쪽에 있는 상담실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P씨와 같은 정장이지만 조금 더 짙은 색을 입은 사람들이 2명 정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녹음기를 탁자에 놓으면서 말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당신이 이제 마지막 목격자입니다 미후네 씨.
녹음을 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겠죠?"


"네."


"좋습니다. 시간은 6일 전으로 미후네 씨, 당신의 축하연으로 돌아갑니다.
요이오토메 멤버인 타카가키 씨, 미후네 씨, 아베 씨, 사토 씨, 카타리기 씨.
이 5명이 참가하고 다른 사람들은 없었습니까?"


"네. 저희 5명 빼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게 측에서 말하기를 제일 마지막에 나온 사람이 당신과 사토 씨라는데 사실입니까?"


"네. 카에데 씨와 나나 양이 먼저 나갔고 그다음 사나에 씨,
신 씨와는 조금 더 마시다가 같이 나왔습니다."


질문을 던진 남자는 메모를 하고 있는 청년에게 끄덕인 뒤 계속 이어갔습니다.
P씨는 옆에 서서 안절주절 못 하는 모양입니다.


"흠... 그럼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죠?"


"제가 너무 마신 걸 안 신 씨는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거절하려고 그랬지만 워낙 완고하셔서.
그래서 같이 지하철을 타고 제가 사는 곳까지 도착한 다음 헤어졌습니다."


"그게 미후네 씨가 기억하고 있는 신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까?
연락이라든가 메모 같은 것은."


"제가 기억하는 바로는 그렇습니다.
연락이라면 축하연이 끝나고 바로 다음 날 문자를 보냈었습니다만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전화도 걸어봤지만 전원이 꺼져있었고 메모같은건 없었고요."


저는 제 휴대폰을 보여서 그때 당시 걸었던 전화 와 문자를 보여줬습니다.
남자는 휴대폰을 가져가 살펴보더니 사실이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려준 뒤 한숨을 푹 쉬고는 P씨를 쳐다봤습니다.
P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했습니다.


"어, 어떠신가요? 찾을 수 있겠죠..?"


"사실 확실하게 말하자면 아주 어렵습니다.
핸드폰을 추적하려 해도 전원이 꺼져있어서 추적을 할 수도 없고,
가장 가까이 있으셨던 미후네 씨 목격도 돌아갈 때까지는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갑자기 돌연 사라졌다? 실종보다는 납치에 어울리군요."


"납..."


"CCTV는, 요즘 CCTV가 없는 곳이 없잖습니까?!"


"아쉽게도 그 근방의 카메라들은 관리가 허술해서
사토 씨가 돌아갔다는 길 쪽은 찍히지 않았더군요.
현재 찍혀있는 것은 사토 씨가 아까 말한 미후네 씨를 집 앞까지 데려다 준 영상뿐,
그 외에 사토 씨가 찍혀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신 씨가 납치당했다... 믿을 수 없는 말들이 오고 가기 시작합니다...
P씨는 안색이 파래져서는 남자분에게 다른 단서들은 없냐고 묻고 있고,
남자분은 계속 죄송하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너무나 낯선 분위기여서 저는 몸이 덜덜 떨리고 숨이 거칠어집니다.
P씨는 제 떨리는 손을 살짝 잡아준 뒤 잠시 중단하자고 말했습니다.


"괜찮으세요 미유씨? 떨고 있으시길래 일단 중단 시켰어요."


"가, 감사합니다 P씨. 마음으로는 알고 있어도 말 할때마다 신 씨가 생각나서.."


"무리도 아니죠. 특히 미유씨는 제일 마지막에 목격한 사람이니까.
그래도 항상 말하지만 이건 미유씨 탓이 아니에요."


"우웃... 하지만 제가 만약 그 때 필름만 안 끊어졌어도 그런 일은.."


"불가항력이란거 아시잖아요. 그 때는 모두가 술에 취한 상태였고
그런 일이 벌어질줄 누가 알았겠냐고요..."


"P씨..."


P씨는 말을 하면서 울컥한지 목이 메이기 시작했습니다.
맺혀 있던 눈물을 손으로 쓰는 모습이 애처로워보였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토 씨를 이렇게 잃어버리는 건 너무...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건 알지만 단서가 너무 적어요."


"팬분들한테는 어떻게 말했나요? 사실대로-"


"아뇨. 일단 휴가 처리를 해놔서 활동 정지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스캔들은 물론이고 너무 커질 가능성이 많아요.
전무님이 이번 사건은 가능한 조용히 처리하라고 했습니다.
만약 가능성이 없어질 경우 포기하라고 당부까지 전했어요.
저도 부정하고 싶지만 현재 사토 씨를 발견될 가능성이 너무 떨어지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겁니다."



P씨의 말을 끝으로 저에게 질문을 한 남자가 다시 방에 들어오라는 손짓을 합니다.
아마 저 남자분들도 경찰, 하지만 복장을 다른 걸 입고 오신 것은
기자들 눈을 피하려고 그런 거겠죠.
P씨와 저는 긴장한 표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늦게 돌아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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