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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와 강아지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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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5, 2020 03:13에 작성됨.

"으.. 응..."


창문에 비친 햇살과 조잘거리는 작은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네요.
아침... 인 걸까요? 저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졸린 눈을 뜨자 들어온 풍경은 신발장부터 거실까지 이어진 옷가지였습니다.
취한 나머지 옷도 제대로 벗지 못하고 거실에 쓰러져 자다니,
역시 어제는 너무 마신 걸까요?
저는 지끈거리는 머리의 아픔을 참으며 조심스레 일어납니다.
허리가 아파지네요 땅바닥에서 잤으니 당연하겠지만요.


"아야야... 그래도 이런 정신으로 집에 용케 왔네요."


아픈 허리를 손으로 문지르고 어제 일을 회상합니다.
분명 어제는 제 생일을 미리 축하한다고 초졸한 축하연을 했었죠.
스케줄때문에 미리 축하해야 한다고 요이오토메 멤버들이 오랜만에 모였습니다.
다들 너무 바빠서 얼굴도 보기 어려웠었는데 제 생일 때문에
오랜만에 본 모두의 얼굴들은 전 너무 기뻤답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죠.
신 씨, 카에데 씨, 사나에 씨, 나나 양.
특히 신 씨는 너무 안 봐서 제 얼굴을 까먹은 척도 했다니까요.
그땐 얼마나 놀랬는지 하지만 금방 장난이라고 해맑게 미소 지으셨습니다.
그걸 본 저는 놀란 가슴이 진정되고 따라 웃어 버렸습니다.
신 씨는 변하지 않았다는걸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모두가 변하지 않았고 그 때로 돌아간 기분.
추억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시간이 늦어지고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합니다.
나나 양과 카에데 씨는 내일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사나에 씨는 더 이상 마시면 P 씨에게 혼나니까.
저랑 신 씨만이 술집에 남아 남은 술은 홀짝였습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없어지고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만 납니다.
바깥소리가 들려오고 다른 사람들이 내는 소리가 들려와도 이곳만은 다른 세상 같았습니다.
신 씨는 제가 아는 신 씨와 다르게 맥주잔에 있는 맥주를 조용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한 모금 마시고 저를 보더니 빙긋 웃고는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그때 무슨 표정을 지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느낌만은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제가 혼자서 갈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신 씨는 위험하다고 같이 가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무리 말해도 완고한 신 씨에게 결국 져버려 배웅을 받았습니다.
지하철만이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집 앞까지 데려다주실 줄은.
저 때문에 신 씨에게 민폐를 끼쳐서 사과를 해댔지만
신 씨는 술 깨려고 바람 쐬는 거니까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리고 문 앞에서 열쇠를 꺼내려고 했을 때 기억이 없습니다.
어찌어찌 문을 열고는 온 것 같으니 다행이긴 하네요.
신 씨에게 감사하다고 문자라도 해야겠어요.


핸드폰이 분명 어제 입고 있던 옷 주머니에 있을 텐데.
옷가지를 주섬주섬 줍고 있을 때 저는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현관 쪽에 있는 외투를 보니 무언가 들어있는 것 마냥 봉긋하게 올라와 있었습니다.
저는 조심스레 외투를 들추자 그 안에 있던 정체가 보였습니다.
그건.. 금빛 털을 가진 강아지였던 겁니다.
하지만 작진 않았습니다 강아지와 개 사이라고 할까요.
저는 놀라 비명을 지를뻔했지만 그렇게 되면 강아지는 깨고 말 겁니다.
그 아이는 제 외투를 담요 삼아 곤히 잠들고 있었거든요.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저는 그 아이를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푹신푹신 해 보이는 금빛 털과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발들, 한쪽 발에 묶인 손수건,
편안해 보이는 얼굴들이 너무나도 귀여웠습니다.
그런데 이 강아지는 언제 들어온 걸까요?
설마 제가 술에 너무 취해서 데려온 건 아니겠죠?
우우... 그러면 정말로 충격적일 겁니다 제 술 버릇이 하나 늘어버렸으니까요.
저 털을 만지면 기분이 조금은 좋아질까요.
저는 강아지가 깨지 않게 아기 다루듯이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비단결을 만지면 이런 기분일까요 너무나 부드럽습니다.
저도 모르게 열심히 쓰다듬자 그 아이가 잠에서 깼는지 감겨있던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 이리저리 둘러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낯선 사람에게 주워져서는 만져지기까지 했으니까요.
저는 해를 끼지지 않는다는 분위기를 내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겁을 먹어서 인지 제 손을 깨물고 말았습니다.


"아..!"


다행히 피는 나지 않았습니다만 손바닥 부분에 이빨 자국이 나버렸습니다.
이해합니다 저 아이는 미워하는 게 아니라 단순한 방어 행동이라고.
저는 그 아이를 혼내지 않습니다 제 잘못이기도 하니까요.
괜찮다고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자 강아지는 움찔거리고 짖기 시작합니다.
방음은 잘 된다고 하긴 했지만 아침부터 이런 큰 소리를 내면 민폐겠죠.
저는 물린 손바닥을 대충 반창고로 감추고는 강아지에게 다가갔습니다.
제가 다가갈수록 점점 크게 짖어댑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눈앞까지 다가오자 저는 시선을 맞추고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무섭지 않으니까.
쉬이.. 이렇게 소리치면 나쁜 아이에요. 나쁜 아이에게는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저는 되도록이면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계속 그러면 어쩔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조용히 해주세요."


아직 술기운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강아지한테 부탁을 하다니.
하지만 의외로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훈련이 된 개들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재능이 있습니다.
그리고 애완동물들은 대부분 주인의 말을 얼추 알아듣는다니까 이 아이도 혹시.
제 간절함이 통해서 일까요 짖는 소리가 줄어들고 멈추었습니다.
저는 기뻐하며 칭찬의 말과 아까 물린 손을 다시 들어 쓰다듬었습니다.
이번에는 물지 않았네요 거리감이 조금 없어진 걸까요.
좀 더 이 아이랑 놀고 싶었지만 오늘은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아쉽지만 돌아오면 그때 많이 놀아주면 되겠죠.
저는 강아지 물품들을 뭘 사야 할지 고민을 하며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물론 아쉬워하는 강아지에게 손인사를 전하면서요.



"미유씨, 그 손 왜 그러세요? 혹시 다치셨나요?"


P씨가 반창고가 붙여진 제 손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거요? 후후, 제가 키우는 강아지에게 물려버렸어요."


"강아지 키워요? 무슨 종이에요? 저 개 무지 좋아하는데."


"종은 잘 모르겠지만 황금색 털을 가졌답니다.
그리고 그 털은 정말로 보드라워서 비단을 만지는 것 같고요."


"우와! 저도 한 번 보고 싶어요. 그런데 아프진 않으세요?
이걸 먼저 물어봤어야 했는데."


P씨는 난처한 웃음을 지어냈습니다.
저는 반창고가 붙인 손을 보면서 가볍게 웃었습니다.


"괜찮아요. 정말 살짝 물린 거라 소독도 했으니 문제없어요.
어제 들여와서 그런지 낯선 환경이 무서운가 봐요.
아직 저한테 마음을 열어주지 않네요."


"그렇군요.. 하지만 미유씨라면 그 아이도 마음을 열거에요.
좋은 주인을 만나서 다행이네요 그 아이."


"그러길 바라야죠. 혹시 린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오늘 강아지 물품을 사야 해서요 조언도 구할 겸."


"아, 린이라면 탕비실에 있을 거예요 물 마셔야 한다고."


"감사해요 P씨."


꾸벅 인사를 하고 저는 탕비실을 향해 걷습니다.
신 씨와 모두에게 문자를 보내 어제 즐거웠다고 답장을 보낼쯤

린이 문을 열고 나가고 있네요.
저는 린을 불러 세우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봅니다.


"무슨 볼 일이라도 있나요?"


"응, 린 강아지 키우지?"


"? 네. 하나코라는 요크셔를 키우는데요."


"마침 잘 됐다. 사실 나도 어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거든.
근데 애완동물은 내가 처음 길러봐서 조언을 구하고 싶어."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길러본 사람은 역시 다르구나라는 걸 새삼스레 느껴봅니다.
많은 주의사항들을 메모하면서 듣고 린은 제일 중요한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역시 사랑이 중요하다고 봐요.
주인의 아낌없는 사랑이 있어야 강아지들도 안심하고 따르거든요.
그리고 주인으로서도 당연한 거고요. 한 번 기르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해요."


맞는 말입니다. 저는 그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데려온 겁니다.
제 사랑을 그 아이에게 계속 보여준다면 언젠가 알아주겠죠?
그날이 빨리 오길을 기대해야겠습니다.


"그래도 혼낼 때는 확실히 해야 하는 거 아시죠?
아무리 귀여워도 애교를 부려도 확실히 해야 알아듣거든요."


"응. 정말 귀엽지만 참고해볼게."


"... 그렇게 귀엽나요?"


"응! 황금빛 털이 매력적이야 아직 사진은 못 찍었지만 찍으면 보내줄게.
오늘 정말 고마웠어 많은 공부가 되었고."


"아니에요, 또 물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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