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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일기> 2018년도 12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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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0, 2020 21:38에 작성됨.

-이 일기는 뮤즈일셀 본인이 2018년 8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적어왔던, 치하야의 1인칭 2차창작 수필입니다. 한 달 분량으로 끊어서 시간 간격 두고 올리겠습니다.

2018년도 12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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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월요일.

이제 연말 시즌이다. 마미랑 체스 두는 타카네, 졸면서 이상한 잠꼬대를 하는 유키호, 잡무에 시달리다 다크서클이 처진 히비키, 수학 문제 풀고 있는 이오리, 주먹밥 7인분 시킨 미키와 그걸 만드는 야요이를 보아 하니 역시 예전과 그대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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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수요일.

유키호가 마코토에게 털모자를 선물했다. 그녀는 손재주가 매우 좋아서 과자도 잘 굽고,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많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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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목요일.

졸려서 딱 잠드려고 하는데 리츠코가 서류 봉투 심부름을 시켰다. 불만을 품고 나가서 임무를 완수했다. 그런데 그새 리츠코는 얼어 터진 수도관을 손보고 있았다. 괜히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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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금요일.

야요이 앞에서 노래를 불러 봤다. 그녀가 해맑게 부탁해서 거절할 수 없었는데 삑사리가 나고 말았다. 절망이 감돌았다. 그러나 곧 야요이가 내 등을 쓰다듬었다. 옆구리가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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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토요일.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하려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하지만, 그 일의 순위가 자주 바뀌면서 도루묵이 된다. 이런 의문은 보통 자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힘내자. 우린 의외로 열쇠를 많이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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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 일요일.

잠을 오후 두 시까지 자면 어떤 느낌일까 했는데, 실망스럽게도 날씨가 건조해서 입이 몹시 텁텁하기만 하고 피로는 그닥 풀리지 않았다. 일시정지된 몸을 일깨우는데 오늘 체력의 반을 써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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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월요일.

하루카가 연습실에서 검은 빵모자를 쓴 채 화려한 문워크를 구사하고 있다. 역시 특기 하나쯤은 가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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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화요일.

오랜만에 사진 찍으려 외출했다. 방한 장비를 제대로 챙긴 덕에 밖에 나가는 건 수월했다. 문제는 내 카메라였다. 쓴지 2년 조금 넘은 장비인데, 혹한 때문인지 저 불쌍한 녀석들이 작동하지 않았다. 겨울 풍경을 담지 못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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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수요일.

나는 도저히 뽑기라는 걸 하면 안되는 인간인 것 같다. 타카네가 게임에서 유료 코디 뽑기 880엔 정도를 돌려달라 해서 돌렸는데, 다 망해버렸다. 그것도 본인 돈이 달려 있던 거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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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목요일.

한가한 날. 사무실에 유키호와 하루카가 있었는데 리츠코 사촌동생인 료가 와서 팬케이크를 가지고 왔다. 겨울에 먹는 뜨거운 빵 자체도 맛있었지만 꿀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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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금요일.

저녁에 먹는 전골은 꿀맛이다. 전골 전문 타카네의 솜씨는 어디 가지 않았다. 야요이는 접시에 머리를 파묻은지 오래고, 사무소에 냄새 밴다고 불평하던 리츠코도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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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토요일.

이번엔 마코토네 방 탁상난로에서 으레 만나는 셋이 모였다. 그러다 유키호와 관련된 칭찬이 느닷없이 나왔다. 혼자 밤늦게 차가운 연습실에서 노래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는 타카네의 말에 모두가 공감했다. 급하게 과제가 주어지기 전에 차근히 준비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어쩌면  코치 초청이 들어오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 노력을 보면 말이다.

내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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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일요일.

올 겨울 들어서 제일 추운 날이다. 라면집 가서 외식했다. 추워서 고글 끼고 갔더니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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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월요일.

햇살이 그나마 포근해졌다. 마코토가 노래 부르는 법을 잊은 것 같아서 내게 알려달라고 왔다. 그이의 배에 손을 대고 힘 조절하라며 친절히 알려주는데, 왠지 야릇한 생각이 들어서 진땀을 흘렸다. 집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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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화요일.

꿈에 고양이가 나왔다. 막차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내 앞으로 걸어온 고양이에게, 주머니에서 나름 괜찮은 먹이를 꺼내 주더니 내 손을 물어가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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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수요일.

바닥이 미끄러워서 넘어지는 사람이 많다. 하루카의 피해가 제일 심하다. 날씨도 추워서, 오죽하면 몰래 사무실에서 게임 하던 후타미 자매가 리츠코한테 걸렸는데도 도망치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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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금요일.

몸이 머리를 못 따라가는 상태지만, 나무의 겨울눈 사진을 촬영하러 일어나서 밖으로 나섰다. 정작 나가니 집중한 덕에 춥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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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 토요일.

마코토가 전화로 <오늘의 마코링>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했다. 자신이 취미삼아서 무슨 일을 했는지 보여주는 3분 코너로, 의생활이 주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프릴 달린 것은 모두 보여주겠다고 흥분했다. 분명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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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일요일.

유키호를 위해 작고 하얀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었다. 내 솜씨로는 꽤 힘들었다. 네 번이나 태워먹었다. 어쨌든 초콜릿으로 글씨를 새겼다.

<노래 같이 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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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4일 월요일.

유키호의 생일이자 크리스마스 이브다. 케익과 함께 부착형 마이크를 선물로 줬다. 조심스레 건넸는데, 생각보다 행사나 강의 시간에 활용할만한 걸 줬다고, 뛰면서 기뻐했다. 나도 너무 좋았는지 피식 사이다 따는 소리를 흉내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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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화요일.

낙서가 심했던 크리스마스 캐롤 악보에서 거대한 숨표를 보았다. 나는 멋지게 노래하기 위해 들이마신다고 했다. 그러나 기대를 품었던 어린 유우는 이미 공기가 누나의 몸을 타서 노래를 해왔다고 말했다. 추억의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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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수요일.

오늘은 탕비실 주방장이 되었다. 스파게티, 크레이프, 양송이 스튜 등 양식 위주로 만들어서 연말을 따뜻하게 보냈다. 리츠코가 힘을 내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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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목요일.

하루카랑 유키호가 다른 동료들 몰래 마임(mime) 춤 연습을 했다고 한다. 연말 TV 생방송 공연에 나온다고 하니, 큰 건이다. 응원 많이 해줬다.

마코토 몰래 바퀴벌레를 잡았지만, 특유의 벌레 등딱지가 콰직 하고 부서지는 소리 때문에 들키고 말았다. 사무소가 잠시 그이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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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금요일.

아침 운동하고 돌아온 사무소. 미키가 꿈을 꾸는 것 같다. 뭔가 먹고 있는 시늉을 하다가 갑자기 화들짝 멈춘 뒤에 다시 멍하게 돌아온 표정으로 자는데, 내용이 짐작 가지 않았다. 창문 사이로 햇빛이 사무실을 비추는 오후 3시엔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cd로 클래식 틀고 계속 사무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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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 토요일.

마코토랑 연말 데이트 갔다. 밥 먹으러 뷔페 들르고, 도심을 돌아다녔다. 참 이런 건 오랜만이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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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일요일.

하루 종일 자다가 아이스커피를 먹었다. 의외로 몸이 멀쩡하면 추운 날에도 잘 받는 것 같다. 미키가 내 머리카락을 베고 부비적대는 바람에 당분간 꼼짝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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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월요일.

2018년의 마지막 날이다. 그냥 평범하게 있다가 하루카와 유키호의 생방송을 사수했다. 이제는 마임으로, 앞에 어떤 물체가 있는 것마냥 허공을 섬세하게 짚으며 묘사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스윙 리듬을 타고 관절을 자유자재로 절도 있게 멈추거나 부드럽게 움직이는 걸 보니, 연습 정말 많이 한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난 뒤에 카메라에 잡힌 둘의 표정은 달관 그 자체였다.

박수 많이 받더라. 나도 내년에 무대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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