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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일기> 2018년도 11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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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3, 2020 22:53에 작성됨.

-이 일기는 뮤즈일셀 본인이 2018년 8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적어왔던, 치하야의 1인칭 2차창작 수필입니다. 한 달 분량으로 끊어서 시간 간격 두고 올리겠습니다.

2018년도 11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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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금요일.

많이 피곤해서 누웠다. 낮잠을 세 시간 잤다. 역시 마코토랑 타카네가 옆에 있어서 든든하다. 이런 일상이 허락된 걸로도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게 신경을 써준 것만큼 건강히 지내서 보답하면 되겠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셋이서 신 그룹을 만들어서 잘 활동하면 매우 좋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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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화요일.

시간이 느리게 간다. 그럼 세상의 괴로움을 오래 볼 수 밖에 없지만, 아름다운 것도 오래 볼 수 있다. 오후엔 히비키가 퇴원해서 사무실로 복귀했다. 모두들 환영해주었다. 헤드폰을 쓰고 있던 내가 제일 늦게 반응해서 왠지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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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수요일.

아무래도 유명해져서 인정받고 싶다고 노력하는 상태는 자의의 틀을 쓴 타의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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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목요일.

칼바람이 부는 오전. 요즘 왜 타카네에게 전화를 못 걸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됐다. 며칠 전에 넘어지면서 폰을 떨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래서 마코토가 싼 값에 공기계를 넘겼는데, 잘 돌아가서 만족한다고 했다. 다만 포맷이 완전히 되어 있지 않았는데, 마코토가 찍은 내 개인적인 사진들이 고스란히 남았다고 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쟤 성격엔 분명 일부로 복구 프로그램 돌렸을 가능성이 높다.

엉뚱한 화풀이로 후타미 자매한테 쌍화차맛 사탕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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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금요일.

<편안하고 싶으면 더욱 격렬하게 편안함을 추구해야 한다.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 말자.>

별 것 아닌 말인데도 야요이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면 문장이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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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월요일.

오늘의 속담이라고 나온 말이다. <무엇을 잘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때가 많다.>라는 건데, 로버트 바이른이라는 사람이 남겼다고 한다.

무엇을 잘한다고 하면 그만큼 그걸 유지하거나 개발하는 시간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건 오로지 자신에게 쓰는 시간과 등가교환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속담은 단순히 그걸 말하는 게 아니고, 여러 뜻이 있다.

-내가 너무 못하고 힘들게 무리할 때 위로하는 말.
-필요없는 것을 해서 시간낭비할 때 지적하는 말.

이것 말고도 많다고 짐작한다. 뭐, 사실 속담을 받아들이는 건 개인이기에 그렇다. '당연'이라는 단어는 개인이 정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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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화요일.

비가 제법 내리는 날. 사무실로 갈 때 빗방울이 우산을 강하게 때려서 손잡이가 흔들릴 정도였다. 미우라 씨가 외식을 제안했다. 역시 뭘 좀 아는 사람이다. 그녀의 추천으로 간 음식점의 메인 메뉴인 전은, 거의 개인 맞춤형이었다. 얇은 야채전도 있고 두꺼운 해물전도 있는데, 반죽에다가 계란을 입힌 전은 거의 빵 같은 식감이어서 친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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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목요일.

짜장면에다 치즈를 넣는 실험을 한 뒤 식체가 폭발하고 말았다. 하필이면 그 전에 거친 떡을 먹어서 고통이 네 배가 됐다. 멘탈이 썩어갔는데 타카네가 구해 줬다. 내 차가운 손가락 위에 펜 같은 것을 올려놓고 톡톡 건드리더니, 찰칵 소리와 함께 손가락 끝을 시원하게 딴 것이다. 검은 피가 쫙 나왔다. 그녀가 정성스레 솜으로 닦았다. 역시 든든하다.

이후에 바흐 음악을 들으면서 평화롭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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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금요일.

자다가 입에 한가득 고인 침이 목으로 흘러 들어갔다. 기침할 때마다 가슴이 타는 것 같았다. 진정된 이후에는 베개를 좀 낮게 하고 잤더니 한결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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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토요일.

발성 연습을 한다고 해서 노래를 잘 부르는 건 아니다. 혼자 연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역시 체험 같은 걸 해야 하나. 평소에 차분히 나들이 가는 시간은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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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일요일.

후타미 자매가 매운 라면을 먹고 거의 실성했다. 그러나 타카네는 그 라면을 자리에서 세 봉지를 먹었다. 나도 시식하긴 했다. 맵기만 했고 맛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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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월요일.

사무실에서 카메라를 정리하다 잘못 셔터를 눌렀다. 머리 푼 야요이가 책상에서 기어나오는 모습이 찍혔다. 우연히 얻은 좋은 성과라서 잠깐 리츠코에게 넘겨줄 욕심이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초상권 때문에 무리였다. 그냥 사진 인화해서 야요이한테 직접 주고, 잘 간직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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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화요일.

까만 하늘에서 눈이 왔다. 날씨가 이러니 가라앉는 느낌이다. 후타미 자매가 내 팔에 얼굴을 부비면서 놀자고 하는데, 몸이 허락을 안 하는 것 같다. 노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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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금요일.

눈 오는 날. 미키의 생일이라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 평소 그녀가 들고 다니는 가방이 작다 해서 약간 더 크고 견고한 걸 샀다. 거기에 내가 준 선물이랍시고 사인도 새겼다. 직접 물어보고 원하는 것 사 주는 게 오히려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사무실에 설치된 탁상난로에서 같이 케익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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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토요일.

살다 보면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하고 의문이 든다. 특히 나처럼 잔귀가 어두운 사람들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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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일요일.

타카네가 카페에서 회고했다. 원래 자신은 최고의 위치에 가려 여기에 왔는데, 정작 최고에 가까이 가 보니 허황된 게 많다고 했다. 이제 본인은 뭐가 잘나서 세상의 어떤 위치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고, 그저 인생을 가능한 한 소중히 기억하고 품어서 주변 사람들이 힘이 나면 그게 더 편안하다고 말했다.

얘도 사상이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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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월요일.

음악을 듣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창가를 때리는 소리가 같이 들린다. 어쩌다 만난 미우라 씨는 진이 빠져 있다. 나이가 들면서 지출하는 곳이 이리저리 쌓인다 한다. 이거, 먼 미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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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화요일.

새우튀김을 먹었는데 거기에 쓴 기름이 이상한 것 같았다. 다행히 크게 아프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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