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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 시리즈)12.도묘지 카린-카미나리노미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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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0, 2020 14:40에 작성됨.

안녕하신가요? 저 카린이에요.
오늘도 신사에 찾아오시는 참배객 분들이 많네요!
아이돌이 된 이후로는 더욱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넘어지는 일은 전과 다름없이 많이 넘어져요.
토리이에서도, 본전에서도 어김없이 우당탕탕...
그래서 몸에 상처도 나고 멍도 많이 들어요. 잘 안보이겠지만...



쓰레기를 치울 때,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아요.
하지만 바나나껍질이 있을 땐 정말 긴장되죠.
어느 샌가 제 발 밑으로 텔레포트해서 저를 미끄러뜨릴 것 같달까요.


겨우겨우 다 채워서 버리고 나면 피곤해져요.
그날 하루 종일 참배 보조를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넘어진 부분이 쑤시거든요.
뼈 안 부러진 게 참 용하네요. 어디 찢어진 곳도 없고.


제 피부가 비브라늄이라도 되는 걸까요.
예로부터 도묘지 신사는 강철 피부의 수호자였습니다, 라거나.
분명 어딘가의 돈가랴갓샹 리더님도 같은 생각이겠죠.






오늘도 신사 참배객들을 안내하는 일을 모두 마쳤어요.
밤도 깊었으니 슬슬 신사의 등을 꺼야겠죠.
가끔 그 어두운 신사에, 담력시험이라고 오는 소년들이 있는데, 와봤자 아무것도 없어요.
간간다라라도 마주칠까 싶으신가요? 꿈 깨세요. 그런 건 우리 신사엔 없어요. 그리고 그런 건 안 마주치는 게 백번 낫다고요.


밤하늘이 왠지 흐리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 밤엔 비가 내린다고 했죠.
빨리 신사의 모든 불을 끄고 집으로 돌아가야겠어요.




하나둘 불을 끄고 토리이를 나서던 때에, 뭔가가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엣, 핸드폰...!”




아까 손을 씻느라 쵸즈야에 올려놓았던 걸 깜빡 잊고 안 갖고 왔네요.



다시 계단을 올라가 쵸즈야로 향했습니다.
아까 전에 불을 다 끈 참이라 조금 어두운 길이네요.
온통 울퉁불퉁한 돌길이라 자칫하면 넘어지기 쉬울 것 같아요.



어두운 쵸즈야에서 핸드폰을 찾아 주머니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러고 다시 길을 나서려는데, 생각보다 빨리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아주 세차게.





쏴아아아...





큰일이에요. 우산도 갖고 오지 않았는데.
힘껏 뛰어가면 어떻게든 되긴 하겠지만, 도착했을 땐 다 젖어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여기 죽치고 앉아 밤을 보낼 순 없죠.
젖으면 씻고 말리면 되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고, 힘껏 뛰었습니다.





콰르릉.


쏴아아아아.


탁탁탁탁탁탁.





폭우와 천둥 속에서, 힘껏 뛰었어요. 불이 다 꺼져서 어두운 데다 굵은 빗줄기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이네요.
그러다가,




턱.


우당탕.




“아아악! 으으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넘어지는 건 일상다반사인 걸요!
다시 일어나 뛰러가려는데, 어쩐지 속도가 나지 않고 오른쪽 발목 복사뼈가 쑤셨습니다.
아무래도 발목이 꺾였던 모양이에요.



뒤뚱뒤뚱 뛰어서 토리이의 앞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토리이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집 앞이에요.




그 순간, 굉음과 함께 엄청난 타격이 뒤에서 저를 때렸어요.
눈앞이 하얘지더니 곧이어 어두움이 저를 덮쳤고,
저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쿠과광.



쿠르릉.



쏴아아아...







눈을 떴을 땐, 쓰러졌던 곳인 토리이 앞도, 집도 아닌, 흰 천장과 흰 벽이 있는 어딘가의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으...으...음...?”


“카린! 정신이 들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흐흐흑...”




아버지가 저를 껴안고 흐느끼기 시작하셨어요.





“아...아버지...? 어...어떻게...된 일인가요...?”


“기억이 나지 않는 거야? 너 그때 토리이 앞에서 번개를 맞았어! 그 때문에 입구의 토리이도 불타버렸고.”





그 말에 무겁던 눈이 번쩍 뜨였어요.
확실히 그날 비도 오고 천둥번개가 쳤던 건 기억이 나요.
하지만 그때 저를 강타했던 게, 설마하니 번개였을 줄이야.




번개를 맞으면 세상 모든 건 죽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저는 번개를 맞고도 살아있어요. 그 점에 다시 한 번 놀랐어요.
하다못해 어디 한 군데가 심각하게 다치기라도 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의사선생님은, 이 일이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하셨어요. 동감입니다. 전 제가 살아있고, 어디 하나 안 다쳤다는 게 너무 신기한데요...!



흔히들 로또 당첨 확률을 두고 ‘번개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그러죠.
모르겠네요. 차라리 로또 당첨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요?
번개 맞고 살아있을 확률보다 낮다고 한다면 인정하겠지만.





그러고 보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오늘 며칠이에요? 얼마나 기절해있던 거지?”


“오늘은 4월 14일이야. 자그마치 5일동안 의식이 없었어.”





5일이면 오래 기절해있었던 걸까요.
번개를 맞았다는 걸 생각한다면 의식불명도 기적인 수준이겠지만.
의사선생님 말씀에, 앞으로 한두 달 정도는 더 누워있어야 한다네요.






길고 긴 병원신세 끝에, 퇴원한 것은 그로부터 1달 하고도 반쯤이 지났을 때였어요.
그날부터 일상으로 다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기적의 아이’라고 불리게 되어 예전의 생활과는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요.



또한 프로덕션에도 돌아갈 수 있었어요.
사무소의 문을 열자, 아야메가 저를 맞아주었어요.





“카린공! 몸은 괜찮으십니까? 사고를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지금은 괜찮아ㅇ"





우당탕.





아야...역시 넘어지고 말았네요. 왠지 오랜만에 넘어지는 느낌이에요.

넘어지지 않으면 도묘지 카린이 아니죠.





“괜찮습니까, 카린 공?”



“네...괜찮아요...”





다행히 상처가 나지는 않았네요.





“제가 없는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하루가스미와 아타라요즈키 활동도 할 수 없었을 것 같은데.”


“비록 며칠뿐이긴 했지만, 카린 공 걱정 많이 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번개에 맞으셨다니 이 얼마나 큰일입니까!”


“그러게요. 죽지 않고 살게 되어서 정말로 다행이에요.”





조금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일주일 뒤에 있을 하루가스미 라이브가, 제가 번개 맞기 전부터 잡혀있었대요.
그런 중요한 일을 어떻게 나중에 안 거냐고요?
사실은, 원래대로라면 1달 하고도 열흘 전, 그러니까 제가 번개 맞은 다음 날 되는 때에 공지할 예정이었대요.
근데 공지 바로 전 날에 제가 번개를 맞았으니 어떻게 제정신으로 공지할 수 있겠나요. 심지어 프로듀서님은 이 라이브를 취소시키는 것까지 진지하게 고민하셨다고 그러시데요.
어쨌든 제가 살아서 돌아왔으니 원래대로 라이브를 할 수 있겠네요.



...잠깐만요, 라이브까지 이제 고작 1주일 남았잖아요?!
하와와~엄청 밀렸어요~아와와 카미사마~!
몸에서 사리 나도록 뛰고 돌아야겠어요~.






4시간 정도 빡세게 레슨을 받고 나니 힘이 쭉 빠지네요오~우우으...
집에 돌아갈 힘도 없어요...
결국 사무소 쇼파에 드러누웠습니다. 나른하니 졸려요...



조금만 눈을 붙이려는데, 그걸 방해하려는 듯이 어디선가 소란이 들려왔습니다.





‘무슨 일이지...’





피곤한 몸을 일으키니 소리가 더욱 가까이 들렸고, 곧이어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타났습니다.
듣자하니 사생팬, 그것도 저의, 저 도묘지 카린의 사생팬이래요.
제가 퇴원하고 복귀했다니까 굳이 또 보러 왔다고 하더래요.
더 끔찍한 소식은, 제가 병원에 있을 때, 정확히는 아직 의식불명의 상태일 때에, 그때도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저의 사진을 찍고, 본인이 쓴 러브레터를-꽤나 악필이었어요.-수차례 놓고 갔다는 거예요.
그야말로 저에게 단단히 미친 분이에요.
이런 열정, 딱히 고맙진 않네요. 특히 여기까지 쳐들어와서 그런지 더더욱.





“카린짱! 보고 싶었어!”





전 별로 안 보고 싶었는데.





“돌아가세요. 여긴 일반인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옆에서 경비원 아저씨와 치히로 씨가 말리며 끌어내려 했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마침내 그들을 물리치고 제게 달려드는 사생팬.
결국 저는 그 사람에게 안기고, 아니 잡히고 말았어요!





“꺄아악! 저리 가요!!!”





저는 소리치며 밀어내려 했습니다.


그러자, 그렇게 저를 꽉 조였던 사생팬의 팔이, 스르륵 풀렸어요.
그것도, 잔뜩 타 버린 모습과 함께.





“엥?”


“ㅋ...카린...짱...?”


“무슨 일이...있었던 거죠...?”


“아까 카린짱이 소리쳤을 때, 몸에서 엄청난 스파크가 일어났어요! 대체 어떻게 된...”





갑자기 웬 스파크? 영문을 알 수 없었어요. 무슨 소리 하시는 건가요?



그러다가 문득 예전에 읽은 만화책이 생각났어요.
그 내용 중에서, 어떤 외계인이 번개를 맞은 뒤, 무의식적으로 그 전기들을 방출해 적들을 쓰러뜨리는 그런 내용이었는데요.
왠지 지금, 그 내용과 흡사한 일이 일어난 것 같아요.


옛날엔, 그냥 만화적 허용이고, 판타지고, 가상이니까 가능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그 일이, 만약 제 생각이 맞다면, 만화 밖에서 살아가는 저에게도 가능하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번개를 맞았던 저의 기억과, 저기에 굴러다니고 있는, 까맣게 탄 사생팬이 그걸 증명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저는 갑자기 자신감이 급발진했습니다.
레슨이고 스케줄이고 뭐고, 저의 이 힘을 테스트해보고 싶어졌어요.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어디 가요, 카린짱?!”


“카린!”


“저의 이 능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어졌어요!”





회사 옥상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아직 3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흐리네요.
원래 이 시간엔 데레스테 가챠 갱신 타임인데.



그건 그렇고, 이 염전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해보았어요.
아무래도 텔레포트가 있겠죠. 그리고 전기 빔-방전-도 있겠고.
이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들어가요.




중간생략하고, 이 힘을 시험해본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엄청난 기술들이 다수 존재해요.
예를 들어 하늘에서 번개를 내리친다든가, 전기를 흡수한다던가, 전기를 흘려보낸다든가.
기타 등등 그 밖에 상상도 못할, 그만큼 강한 기술들이었죠.


그걸 근처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치히로씨, 프로듀서님, 그리고 다른 아이돌들, 그들은 그런 저를 보고는, 마치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보는 듯한 표정이었어요.
이상할 것도 없겠죠. 정상이라면 정상이에요.
세상 천지에 누가 이런 게 가능한가요? 괴물로 보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거예요.





“ㅋ...카린...”



“이상한가요?”





제가 말했습니다.





“카린...너...”



“. . .”



“너의 그 능력...다른 일반인들에게 보여졌어...어떡할 거야?”





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차라리 사무소 안에서 했다면 서로의 비밀 정도로 묵언하고 넘어갈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여긴 옥상, 반박할 수 없이 일반인 분들에게도 보였을 거란 말이죠.
그것도 빛이, 엄청나게 밝다 못해 눈이 아플 정도인 그 빛이, 번개가, 옥상에서 춤을 추는 게 똑똑히 보였을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 그날 밤엔 번개 사건이 화제가 되었고, 뉴스까지 떠버렸어요. 다행히도 그 중심에 제가 있다는 것까진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큰일이에요! 왠지 그 미스터리를 밝혀낸다고 여기저기서 찾아올 것 같단 말이죠. 하으으~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의 날이 또 지났어요.
그 날은 하루가스미 라이브가 막 끝나고 나서 받은 오프 첫날이었죠.
오랜만에 신사에 돌아가 무녀 일을 돕기로 했어요. 그러고 보니 무녀 일도 왠지 오랜만이네요.



신사의 계단을 올라오니, 깨끗한 토리이가 입구에 서 있네요.
예전의 토리이는, 저와 함께 번개에 맞아 불타버렸습니다.
지금 여기 서있는 토리이는, 그날 이후 새롭게 세운 토리이입니다.



신사에 들어오고 나서 넘어졌는데,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넘어져서 긁히고 까진 상처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더니, 초고속으로 치유되었다는 걸요.
몰랐는데 고속치유능력 또한 있었네요! 이거 완벽한 능력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어요.




「제가 신님을 모시며, 참배객들을 본전으로 인도하고 있긴 해요.
근데 참배를 했다고 해도, 그 소원이 이루어졌는지 안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죠.


게다가 신님이라는 분은 구전으로만 전해오고 정작 이 세상에 모습 한 번 나타낸 적 없네요.
기독교의 예수라는 사람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인류 대속으로 죽었다는데, 우리 신님은 그러기는커녕 강림 한 번 한 적이 없죠.
제대로 뭐 하나 해준 적 없는 신이 왜 신인 거죠? 대답해보세요, 아마테라스, 스사노오, 스기와라 미치자네! 어째서 당신이 신님인거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렇게 결론이 났습니다.


내가 신이 되자.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는 어중간한 신들보다, 제가 더욱 전능할지도 모르겠어요.」




...라는 상상에 빠져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그 쪽으로 가보니, 웬 취객이 나타나 난동을 부리고 있네요.
이곳은 신성한 곳인데, 어떻게 이렇게 주사를 부릴 수 있단 말인가요!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어서 술 깨세요.”


“으에? 늬 머야? 내가(딸꾹) 느그엿는지(딸꾹) 알으아?(딸꾹)”





아, 이런, 이건 그 전설의, 취한 꼰대어.
이게 나올 정도라면 이미 가망이 없다는 거예요.



신님이 있는지 없는지 아까 상상 속에서 의심을 했었는데, 그건 본 사람만이 알겠죠.
그래서 저는, 이 아저씨를 내세로 보내서 신님이 있나 없나 알아보게 할 거예요.
취객 아저씨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으으? 머야? 머하는 짓이햐?”





[9백만 볼트, 방전放電]





지지직.





그러자 순식간에 취객 아저씨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힘을 그렇게 많이 쓴 편도 아니지만, 평범한 인간의 몸이 900만 볼트에 이르는 전기를 맞고 어떻게 견딜 수 있겠나요.




재와 깨진 유리조각들을 치우는 등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어요.





[여보세요?]


[카린, 안녕! 뭐해?]


[아, 히요리! 나 지금 경내 청소 중.]


[그렇구나. 네에, 카린. 나 내일 외국에 가게 됐어.]


[그래?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얘기해준 것 같기도 하네.]


[그랬었지. 내일 가게 됐어. 그 얘기를 하려고 전화했어.]


[잘 다녀 와. 건강해야 해. 언제쯤 돌아와?]


[음, 대략 두 달 후?]


[알겠어. 잘 다녀오고 건강해야 해.]


[카린도 활동 잘 하고 있어야 해! 보고 있을 거야!]





이만 전화를 끊었습니다.
대략 저의 학교 친구인 닛타 히요리가 외국으로 가게 되었다는 내용인데요.
잘 다녀오란 말로 전화를 마쳤어요.




뒷정리를 마치고, 텔레포트로 계단을 내려갔어요.
이렇게 하니까 넘어질 일 없고 좋네ㅇ(우당탕탕)
아우으...착지를 잘못해서 넘어졌어요...





신사를 나서서 시내로 향했습니다.
보통의 클리셰대로라면, 제가 이 시내에서 증산도를 만나고, 그를 쓰러뜨리게 되겠죠.
그 클리셰, 웬만하면 안 만나고 싶어요. 너무 뻔하니까요.



생각해보니 그런 클리셰도 있었죠.
프로덕션에 갔는데, 테러리스트 집단이나 야쿠자들이 있고, 제가 그들을 쓰러뜨리게 되는 그런.
그 역시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끔찍한 일이니까요.





시내거리를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일인가 해서 그 쪽으로 가보았더니, 한 노인이 쓰러져있더라고요.
보호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소 심장병이 있으셨는데, 지금 그게 재발한 나머지 쓰러지셨다네요.


옆에 AED가 있긴 한데, 대체 왜인지는 몰라도 배터리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작동되지 않으면, 구급차가 오기도 전에 돌아가시고 말겠죠.
그렇게 둘 수는 없어요. 저의 능력이 들통나서 곤란해지더라도 할 건 해야겠어요.





“제가 한번 해 볼게요.”





AED를 들고, 쓰러진 노인에게로 다가갔습니다.
패드를 노인의 가슴팍에 붙이고, 전기 마사지를 시작했어요.
여기에 배터리가 없다는 사실은 저만 알고 있는 중입니다.





[500볼트 방전放電]





사실 AED의 전압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몰라서, 적당한 전류를 흘렸어요.
어쨌거나 노인은 다시 깨어났고, 안정적으로 병원 앰뷸런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You welcome, 전 제가 가진 능력을 썼을 뿐이랍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AED 충전 좀 잘 해놓으시면 좋겠어요. 이 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 쓸 수 있게 말이죠.






이렇게 사람을 살렸는데, 이쯤 되면 진짜 신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괜스레 들게 되네요.
사실, 아까 경내청소를 할 때, 그런 생각도 했어요.




「제 몸에, 번개의 신이 깃들었다는 설정으로 사람들을 신사에 모여들게 해서 각종 능력을 보이는 건 어떨까 하는, 그러면 굳이 말 안 해도 앞다투어 헌금을 할 테고, 그럼 저희 집과 신사의 사정도 나아질 거예요.」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사이비종교라서 금방 포기했어요.
그리고 저는 사람들을 속이고 싶지 않아요. 물론 제 능력이 가짜는 아니지만, 그게 신이 깃들어서 그런 게 아니란 거죠.
그런 일은 진짜 카미나리노미코토 신님한테 벼락으로 뺨싸다구 맞을 일이에요.




계속 시내를 걸어가는데, 한가지 끔찍한 광경을 보고 말았어요.
밴 정도 크기의 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친 거예요!
더 끔찍한 건 치인 사람은 저만치로 날려져 크게 다쳤다는 거고, 더더욱 끔찍한 건 그 차는 뺑소니를 치고 달아났다는 거예요.
다행히 얼마 안가 신호에 걸려 멈췄지만, 피해자인 사람은 어찌나 크게 다쳤는지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았어요.



뺑소니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파지지지직.




손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곧이어 번개로 뒤덮였어요.





지지지지직지지지직지지직.





그리고, 엎드려 땅에 손을 대고,





[5천만 볼트, 낙뢰落雷]





파지지지지직.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차가 공중에서 감전되어 터져버렸어요.
그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고, 교통이 다소 마비됐네요.
인과응보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목숨엔 목숨.
다른 사람들은 무슨 죄냐 싶겠지만, 어쩔 수 없죠 뭐. 오늘 운이 안 좋았네요.




이렇게 번개의 강력한 힘을 쓰고 나니, 마음의 변화 같은 게 생겼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증산도라든가 테러리스트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좀 나타나주지 않으려나~’ 싶어요.
특히 테러리스트, 이왕이면 많이 와서 스케일 큰 기술을 써보고 싶은데.






신님께서 그런 저의 소원(?)을 들어주셨던 건지, 오프가 끝난 날로부터 일주일이 조금 지났을 때, 테러리스트는 아니고 야쿠자 일당들이 프로덕션에 난입했습니다.
그들은 토모에를 붙잡아 납치한 뒤, 찾고 싶으면 오라며 주소를 적은 쪽지를 남겨놓고 갔어요.





“어떡해 어떡해!”


“하필 야쿠자의 납치라니. 게다가 시부야부터 교토 일대를 휘어잡고 있는 나루세 일족의 수뇌부야. 웬만한 경찰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나도, 우리 떼거지들을 이끌고 갈까 했지만, 역시 상대가 안 되겠지.”


“그렇다고 그냥 놔두자니 무라카미 일족과 나루세 일족의 싸움으로 전국이 초토화 될 것 같고...”





다들 의견이 갈렸고,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저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괜히 나서지 않는 게 더 낫겠다 싶었으니까요.


그런 저를 보고 있던 아야메가





“카린 공, 예전에 보이셨던 번개가 생각나는군요.”





하고 말했어요.
저는 그 말의 저의를 금방 알 수 있었어요.
저라면 토모에를 구출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겠죠.
못할 것도 없어요. 다만 혼자는 못 가요. 제 계획 내에선, 저를 포함해 3명이 가야 합니다. 수송역과 구출역을 할 사람이 필요한데.





“아야메, 같이 가시겠어요?”


“가겠습니다. 가시죠.”


“아직 한 분이 더 필요해요. 어떡하죠?”


“내가 가주지.”





타쿠미 씨였습니다. 언제 저희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걸까요?





“타쿠미 씨?”



“카린, 네가 아야메를 선택한 걸 보니, 대충 어떤 작전인지 알겠다. 나 역시 옛날에 비슷한 전략을 쓴 적이 있거든. 그런데, 네가 어떻게 그놈들의 주의를 끌겠다는 거지?”


“그럴 능력이 있어요.”


“그래? 그럼 너 역시...”


“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출발하자! 도묘지! 하마구치! 시작하자고!”




나루세 일족 수뇌부 본거지에 도착했습니다.





“주소지대로라면 분명 여기인데, 맞는 거겠지?”


“맞는 것 같습니다.”


“저희 들어가 볼게요. 타쿠미 씨, 괜찮으시겠죠?”


“괜찮다니까. 적어도 죽진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너희가 토모에를 구해내기 전까진 절대 죽지 않고 기다릴 거니까, 안심하고 다녀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닌!”





타쿠미 씨의 바이크에서 내려, 곧장 아지트의 문을 열었습니다.





쾅.





“토모에!”


“응? 뭐냐, 아아. 미시로 프로덕션인지 뭔지, 그네들이로군. 기어코 찾으러 온 거냐.”


“그렇습니다. 토모에 공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아, 이 녀석 말이냐.”





나루세 두목이 보인 토모에는,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필시 엄청난 고문을 받은 거겠죠.
다행히 아직 숨은 붙어있고, 다만 기절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 녀석을 되찾으려면 우리와 결투를 벌여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네 녀석은 닌자로서 무예가 어느 정도 있어 보이지만, 그 옆은, 응원역인가? 굉장히 나약해보이는군.”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를 비웃는 거겠죠.
아야메가 수리검을 꺼내며 대꾸했습니다.





“글쎄요, 응원역일지 뭘지. 보시면 알 겁니다.”





말하고 바로 토모에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습니다.





“잡아라!”





부하들이 아야메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아야메가 잡히기 일보 직전일 때,





지지직.





꼬붕 한 명이 쓰러졌습니다.





“뭐, 뭐야?!”





뭐겠어요? 저죠.





“말씀 안 드렸네요. 아야메는 토모에 구출 담당일 뿐, 여러분 상대하는 건 저예요.”


“으하하하하...네년이 어떻게 우릴 상대하겠다는 거냐?”





어떻게요? 이렇게요.





[300백만 볼트, 뇌룡雷龍]



파지지지직지지지직지지직.





번개를 용 모양으로 만들어 부하들에게 날렸어요.
일부가 쓸려나갔고, 그 사이 아야메는 열심히 토모에에게 뛰어갔습니다.





철컥.





이제 슬슬 야쿠자들이 무기를 꺼내고 있네요.





“대체 뭐였지, 그거?!”


“저 녀석...결코 얕볼 놈이 아니었군...”




탕.


탕.


탕.





총탄이 발사되고, 그대로 저의 몸에 맞았어요.
맞았는데, 딱히 데미지도 없네요. 제 몸에 총탄이 닿자마자 전열로 인해 타버렸으니까요.





“아 아니?! 어떻게 된 거야?!”





다시 제 차례가 되었네요.





[1천만 볼트, 일렉트로 펌프電泵]




지지지지직-지지지직지직-지지지직-지직지지직.





여기저기서 낙뢰가 치솟았고, 야쿠자들은 감전되어 계속해서 쓰러져갔습니다.
이 와중에 아야메는 어디까지 갔을까요?





“아야메! 아직 멀었어요?”


“거의 다 왔어요!”


“저 년 막아!!!”





두목의 호령에 몇 명 안 남은 부하들이 아야메에게 달려들었어요.
하지만 갈 수 없어요. 아야메 건드리지 마세요.





[8백만 볼트, 거미줄蛛羅]


파지지지직지지직직지지지직.





바닥에 전기를 깔아 야쿠자들을 감전시켜 발을 묶어두었습니다.
그 사이 아야메는 토모에의 코앞까지 왔어요.





“너 이년! 어딜 감히!”


“앗!”


“아야메!”





탕.


휙.


지지지직.





이 모든 일들, 두목이 총을 쏘고, 아야메가 토모에를 잡고, 제가 전기를 발사한 일들, 그 모든 일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저의 전기가 두목의 손을 때림으로서 총을 놓치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미 발사된 탄알은 맞히지 못했고, 그것은 그대로 토모에를 업어메던 아야메를 맞혔습니다. 다행히 가슴팍이 아닌 어깨를 맞았어요.





“으읏.”


“아야메! 괜찮아요?”


“네, 전 괜찮습니다. 이제 나가죠!”


“빨리 나갑시다!”





그렇게 출구를 향해 달려가는 순간,





탕.





“어딜 가려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이 년들!!!!”





아, 맞아요. 아직 두목이 남아 있네요.





“아야메, 먼저 나가 계세요. 저는 두목을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안 죽을 거니까 괜찮아요. 빨리요!”
“그럼, 맡기겠습니다, 카린 공!”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아야메가 뛰어나갔습니다.






“자, 그럼. 결판을 내죠, 나루세 두목님!”


“ㄴ...네 이 녀어어어어어어어언!!!!!!!!”





두목은 일반 총이 아닌, 어디서 꺼낸 건지 바주카포를 장전했습니다.
그렇군요. 끝장을 보겠다는 거겠죠.
그럼 저도, 비장의 무기를 꺼내겠어요.





[2억 볼트, 뇌신 카미나리노미코토雷神]



파지지지지지직지지직직지지지직.





전기가 저의 온 몸을 감쌌고, 그 크기가 2배, 3배, 4배 커지더니, 이윽고 저는 화신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퍼엉.





두목이 바주카포를 발사했고,





지지지지지지직.





저는 저의 번개를 날렸습니다.
포탄이 번개에 맞고 타버리는 건,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어요.






이제, 정말 끝을 봐야 할 것 같네요.
두목을 잡아올렸습니다.





“너...너 이년...들...”


“잘 가요, 두목님.”





[1억 5000만 볼트, 뇌옥雷獄]





전기가 두목을 감싸더니, 구 형체를 띄었습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나루세 두목은 감전되어 고통스러워하다가, 뇌옥의 폭발과 함께 사망했습니다.







이후 도착한 미시로 프로덕션에서, 아야메와 토모에는 치료를 받은 끝에 호전되었고, 나흘 정도 지나자 다시 평소와 같이 지낼 수 있었어요.




깨어나고 나서 정황을 듣게 된 토모에는 말했습니다.





“...고맙구먼, 정말로. 날 위해서 그 죽을 각오까지 하다니. 게다가, 자네같은 능력자에게 두 번이나...”





...능력자? 웬 능력자?
게다가 두 번이라는 건 또 무슨 뜻인 걸까요? 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건가요?





그 이후, 토모에의 본가인 무라카미 일가는 저희 신사와 아야메의 본가, 그리고 미시로 프로덕션에 찾아와 정식으로 감사를 표했으며, 앞으로 경호 인력이 필요하다면 지원해주겠다는 서약까지 했어요. 아으으...그렇게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데...!








그리고 그날 저녁, 집에 돌아가는 길은 정말로 가벼웠습니다.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난생 처음으로 그렇게 짜릿한 일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왠지, 이 하늘에 다시 한 번 번개를 뿌리고 싶어지네요.

우르릉 쾅쾅 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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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 시리즈 12편이에요. 아마 제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긴 작품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이번 아이돌은 제 큐트최애 도묘지 카린, 열매는 자연계 번개번개 열매에요.
다음은 패션 아이돌로 찾아뵐 예정이에요. 아이돌 추천 좀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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