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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인사이더> - 3 -

댓글: 1 / 조회: 885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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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3, 2020 08:24에 작성됨.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8690&page=4


위 링크 글에 달린 아룬드님의 댓글 '더스크와 아마릴리스가 정착할 곳을 찾으러 가던중 정신차려보니 구세계로 와버리는 내용으로 부탁드립니다.' 을 바탕으로 해서 적고 있는 리퀘스트 작품입니다. 일전에 제 트위터 상에서 엽편으로 적었던 


https://www.evernote.com/shard/s656/sh/687d8964-151b-47b9-b38f-07319fe94f41/473d61af173f377bcd9bb16edce62f4c 과도 연관이 조금 있습니다(굳이 읽지 않아도 무관)


1편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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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많이 놀랐어? 아마릴리스도 노래를 좋아하는 듯 보여서, 그, 같이 노래하면 어떨까- 했는데."


그런 더스크에게로 갈색 단발머리를 한 쌍의 붉은 리본으로 장식한 소녀가 다가왔다. 더스크에게 있어서는 무척 익숙하면서도, 더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얼굴이었다. 


"더, 더스크 군....?"  


소녀의 만류에도 더스크는 순간적으로 뒤로 박차고 물러서서는 자세를 낮추었다. 그러면서 등 쪽으로 조용히 손을 올려, 항상 휴대하던 무기가 있던 자리를 습관적으로 더듬었다. 물론, 지금은 그 무기가 있을 리가 없었다. 더스크는 당황스러움을 애써 감추며 눈 앞의 소녀, 하루카를 보았다. 하루카의 밝고 순수한 눈망울은 자신이 알던 그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앗, 그...."

"아니아니, 괜찮아."


더스크가 어색하게 자세를 바로했다. 착각했다고 해도 적의를 내비친 것이 미안했다. 하루카가 손사래 치며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걸 힘껏 어필하는 사이, 아마릴리스가 작은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했다.


"더스크, 나 있지, 여기서....에밀리하고, 모두하고 같이 노래하고 있었어."

"응. 들렸어. 정말 좋은 노래였어. 그런데....미안. 내가 방해해버렸나봐."

"에헤헤, 괜찮아요. 황혼.....아, 이제는 황혼 씨라고 해야할까요. 분명 아마릴리스를 걱정해서 그런 거죠?"


무안스러움에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더스크. 그런 더스크를 다독이는 건 아마릴리스와 같은 얼굴을 한 에밀리였다. 어쩜 목소리마저도 이리 똑 닮았을까. 아마릴리스보다는 살짝 톤이 높은 것 같긴 하지만. 더스크는 속으로 감탄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이야. 이렇게 마음껏, 즐겁게 노래할 수 있었던 건."


아마릴리스는 조금 전 화합을 상기하면서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럼, 그럼 노래는 즐거운 마음으로~♪ 좀 더 즐기자~♪ 같이 있던 카나가 즉흥적으로 흥얼거린 멜로디에, 조금 불편했던 공기가 한순간에 누그러졌다. 


"그, 그래..."

"더스크도 해볼래?"

"어, 나?"

"응! 같이 부르자! 아, 그러고보니 더스크는 노래, 잘 해?"

".....잘 모르겠어. 들은 적은 있지만, 내가 직접 불러본 적은...."

"그럼 잘 됐네! 한 번 해보지 않을래?"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하루카가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 사람.....파이널데이하고는 모습만 닮았을 뿐이지, 정말 정반대인 사람이구나. 더스크는 어쩔 줄 몰라하며 아마릴리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마릴리스는 그런 더스크에게 싱긋 미소지어보였다.


"더스크는 항상....내 노래를 들어줬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더스크의 노래를 들어주고 싶어. 부탁할게."

"아마릴리스...."

"황혼 씨.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응! 못 해도 괜찮으니까 일단 불러보는 거야."


아마릴리스가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사람들 덕분이구나. 복잡한 계산 결과 같은 건 전혀 거칮 않는 따스하고 순수한 호의에, 긴장으로 굳어졌던 더스크의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 세계에 오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잠시 망설이던 더스크가 숨을 한 차례 크게 들이쉬었다. 아마릴리스와 달리. 그리고 또, 치하야와 달리. 자신은 그런 것하고는 전혀 연 없는 인간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자신의 노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가장 소중한 사람도. 그 기대에 응해주지 않으면. 더스크가 기분 좋은 낯간지러움과 함께 목소리를 내려던 참이었다.


"더스크! 한참 찾았다고!"

"앗, 프로듀서...."

"정말. 말도 없이 멋대로 돌아다니는 건 앞으로 좀 삼가해줘. 얼레? 너희들, 뭐하고 있어?"


조금 전 더스크를 놓쳤던 프로듀서가 이 안 레슨실로 들어왔다. 더스크를 찾느라 시어터 내부를 여기저기 돌아다닌 탓인지, 프로듀서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하루카가 근방에 있던 아유무가 건넨 타올을 받아서 프로듀서에게 넘겨주었다.


"프로듀서 씨, 땀을 이렇게나 많이....자 여기요. 저희들은 아마릴리스하고 같이 노래하고 있었어요."

"노래? 음, 그렇네. 아마릴리스도 노래를 잘 불렀지."


네모난 안경 너머 온화한 시선이 아마릴리스에게로 향했다. 아직 그리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아마릴리스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나, 나는.....그냥,  부르다보니."

"그게 좋은 거야. 아, 맞다. 프로듀서 씨, 마침 또 더스크 군도-"

"응?"

"아, 그게...."


프로듀서가 갑자기 들어와서였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더스크 안에서 솟아났던 용기가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더스크는 황급히 아마릴리스에게 손짓해, 자기 곁으로 가까이 오게 했다.


"아마릴리스. 좋은 시간을 방해해서 미안하게 되었지만...." 

"아니야. 더스크는....그, 날 찾으려고 여기에 온 거지? 그, 프, 프...."

"프로듀서."

"아, 맞다. 응. 프로듀서, 가."


아마릴리스가 아직 얼굴에서 열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상태로 프로듀서를 봤다. 프로듀서는 아마릴리스에게 안심하라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대로 가자. 보여줄 게 있어."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을 위해서야."

"그런가요. 네. 알겠습니다. 저기, 모두들....이제 가봐야할 것 같아."

"그래? 그럼 나중에 봐!"

"저기저기, 더스크도 같이 가는 거야?"

"응. 노래는 다음에."


자, 가죠. 더스크가 앞장 서서 레슨실을 빠져나가려고 할 때였다. 


"잠깐만."


프로듀서가 더스크를 불러세웠다. 더스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발걸음을 멈추자, 프로듀서는 주변을 한 차례 돌아보고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방금 지나칠 수 없는 소리를 들었거든. 더스크도 노래를 한다던가 뭐라던가."

"앗, 그건...."

"그거야 프로듀서~! 급한 거 아니지? 더스크가 노래하는 거, 들어보고 가도 되는 거 아냐?"

"에, 에엣....."


프로듀서가 부르니 어쩔 수 없어. 그런 이유로 스무스하게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눈에 띄게 당황한 더스크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그럴 수록 보이는 건, 자신의 노래를 기대하는 시선들뿐. 여기서 벗어날 수는....없겠구나. 더스크는 숨을 한 차례 골랐다. 어떤 노래를 부르는 게 좋을지도 생각했다. 솔직히 그리 긴 시간 생각할 것도 없었다. 더스크는 노래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고, 지금까지 주의깊게 들어온 것이라면 오직 하나뿐이었으니까. 


"i, i will, find you...."


그리하여 모두를 조금 기다리게 한 끝에, 더스크가 드디어 입을 열어, 한 소절 노래했다. 시어터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목소리와 무척 비슷한 음색. 그러나 그것하고는 전혀 맞지 않게, 음정은 아슬아슬하게 저공비행을 하는 듯 했고, 성량 또한 모기가 날개짓하는 것마냥 바들바들거렸다.


"푸핫."

"흡....아, 아니. 근데....후훗."


그 말도 안되는 듯한 미스매치에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더스크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타는 것만 같아 그만 크게 소리쳤다


"돼, 됐어! 나는 임시스텝이니까! 저기, 프로듀서. 임시스텝은 그, 노래 같은 건."

"뭐, 뭐어.....확실히 할 일은 없긴 한데....."

"휴우, 다행이다....하, 하여튼 그러니까!"

"괜찮아 괜찮아. 연습하면 는다니까. 당장 나만 해도-"


하루카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더스크는 홱 등을 돌리고는 문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본인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굴기로 다짐한 듯 했지만, 발을 들어 바닥에 딛는 일련의 동작 하나하나에서 그렇지 못한다는 걸 어렵지 않게 일어낼 수 있었다.


"앗.....이런."

"더스크, 화났나?"


너무 심했나.....반성하는 아이돌들과 프로듀서에게, 어쩐지 조금 즐거워보이는 듯한 아마릴리스가 고개를 가로로 젓고는 말했다.


"그런 건 아냐. 더스크는 그냥 부끄러웠을 뿐. 그러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 않아도."

"으, 응."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그런데 아마릴리스, 어떻게 알아?"

"후후, 아마릴리스는 황혼 씨하고 서로 사념이 통한다고 했어요. 그렇지?"

"응. 잘 알고 있네. 그 말대로야. 그럼 이만. 즐거웠어."


아마릴리스가 점점 멀어져가는 더스크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던 프로듀서는,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에....저기, 아마릴리스. 잠깐만. 같이 가야지. 앗, 그러고보니 더스크는....우왓, 그러니까 독자행동은 안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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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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