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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인사이더> - 2 -

댓글: 2 / 조회: 740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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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30, 2020 05:40에 작성됨.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8690&page=4


위 링크 글에 달린 아룬드님의 댓글 '더스크와 아마릴리스가 정착할 곳을 찾으러 가던중 정신차려보니 구세계로 와버리는 내용으로 부탁드립니다.' 을 바탕으로 해서 적고 있는 리퀘스트 작품입니다. 일전에 제 트위터 상에서 엽편으로 적었던 


https://www.evernote.com/shard/s656/sh/687d8964-151b-47b9-b38f-07319fe94f41/473d61af173f377bcd9bb16edce62f4c 과도 연관이 조금 있습니다(굳이 읽지 않아도 무관)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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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줄은...."


그로부터 며칠 후.  765 프로덕션 시어터의 프로듀서는 사무실 책상에 앉은 채  한숨을 푹 쉬었다. 얼마 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 닥쳐왔기 때문이었다.


과거와 미래는 공존할 수 없다.


또한 현실과 환상도 공존할 수 없다.


그런데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실과 환상이 동시에 교차하고 말았던 것이다. 바로 지금의 형태로. 더스크와 아마릴리스. 그들, 그리고 그들의 세계가 허상이 아니라 정말로 존재하고 있다니. 어쩌면 '근미래 아웃사이더'는 시나리오 라이터가 미래에서 계시라도 받아서 만든 작품이란 말인가? 그런 엉터리 같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지만, 지금와서 그런 건 그리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하아....왜 일어났냐를 생각하는 것도 이제는 시간 낭비겠지. 치하야 말대로, 그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니."


프로듀서는 아직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스크와 아마릴리스는  자신들이 여기서는 영화- 그러니까 허구의, 지어낸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라는 이야기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치하야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 것보다는 지금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해보자고. 현장에 있던 모두는 거기에 동의했고, 이야기를 전달 받아 실제로 그들을 대면하기까지 한 프로듀서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곧바로 765 프로덕션 사무소로 달려가 타카기 사장과 상의했다. 


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혹시 시어터에서 받아줄 수 있겠냐고. 타카기 사장은 보는 사람이 어이없을 정도로 흔쾌히 승낙했다. 마침 일손도 부족하니, 그들을 임시스텝으로 쓰는 것도 괜찮겠구만! 그 말을 특유의 어조까지 재현해서 곱씹어보던 프로듀서는 픽 헛웃음을 지었다. 사장님도 참, 사람이 좋아도 너무 좋다니까. 뭐, 그래도 덕분에 그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자리를 마련해줄 수는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일이 쉽게 풀렸다.


그렇지만, 조금 전 프로듀서가 한숨을 쉰 이유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일단 그들에게는 상식이라는 게 부족했다. 살아왔던 세계 자체가 다르니까 어쩔 수 없긴 해도,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전투 태세에 돌입하는 건 그만둬주었으면 하는데. 프로듀서는 어제 들어온 제보를 떠올리며 한숨을 하나 더 자아냈다. 두 번째로는, 그들의 생김새가 문제였다. 치하야와 더스크. 에밀리와 아마릴리스. 닮아도 너무 닮았다. 한 쪽은 성별이 다른데도 말이지. 거기까지 생각했던 프로듀서가 갑자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최근 시어터 내 생겨난 새로운 금지사항이 떠오른 탓이었다.


"푸핫."

"그, 안녕, 하세요."

"어....그래. 안녕."


그 때였다. 치하야와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아주 조금 더 낮은 목소리가 프로듀서에게 인사를 건넸다. 프로듀서가 그쪽으로 돌아보며 같은 인사를 답했다. 검은 색 후드티와 짙은 빛깔의 청바지 차림을 한 더스크가 그 곳에 있었다. 


"사이즈는? 맞아?"

"네. 움직이기도 편합니다."

"다행이네. 아마릴리스는?"

"아, 그게....지금은 다른 사람들하고 있는 듯 해서."


 치하야랑 똑 닯은 검푸른 긴 머리카락 위로는 허름한 고글이 있어, 그 끄트머리가 형광등의 빛을 받아 둔탁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치하야와 구분을 위해서 고글은 유지하기로 하자. 시어터 아이돌이 만장일치로 낸 의견이었다.


확실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심코 치하야라고 부르겠는 걸. 프로듀서는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렸다. 지금은 넉넉한 천에 가려져 그리 부각되지 않는 가슴이지만, 그 부분마저도 우리 치하야와 똑같....아니, 금지. 금지. 그 부분 가지고 치하야와 더스크 비교하기 금지. 프로듀서가 금지사항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고개를 터는 사이, 더스크가 우물거리며 물었다. 


"임시스텝이라는 건....어떤 걸 하는 건가요?"

"아아, 그게 말이지."


프로듀서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들의 상식을 생각하면 뭘 시키는 게 좋을지 몰라서, 아직 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저렇게 뭔가 하려는 의지가 보이니 일거리를 만들어주는 게 좋으려나. 프로듀서가 


"우리가 뭘 하는 건지는 알고 있어?"

"네. 사람들에게 춤과 노래를 비롯한 각종 공연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그래 맞아. 그러려면 준비가 필요해. 노래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스피커를 세팅한다던가, 제 때 동작할 수 있도록 무대 장치를 점검한다던가. 공연을 마치고나서 뒷정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 더스크 너하고 아마릴리스가 앞으로 그 일을 도와주었으면 하는데, 어때."

"그렇습니까."

"응. 우선 무대로 가볼까. 어떻게 생겼는지 먼저 알아야하니까."

"아마릴리스는요?"

"음....그렇네. 한꺼번에 설명하는 게 좋겠지. 데리러 가볼까."

"네."


프로듀서는 유달리 더 불안해보이는 듯한 더스크를 데리고 사무실에서 나와, 복도를 걸었다.


"긴장 돼? 괜찮아. 처음이니까. 엄청 어려운 건 안 시켜."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혹시 다른 이유가 있어?"

"그게....아마릴리스가...."

"아마릴리스가?"

"그, 다른 사람들하고 있는 게...."

"아."


한 때 본의 아니게 헤어진 적이 있었기 때문일까, 더스크는 아마릴리스가 자기 곁에 없는 걸 참기 어려워하는 듯 보였다.


"괜찮아. 우리 녀석들은 다들 착하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얼핏 프로듀서의 말을 긍정하는 듯 보이는 말은 무척이나 딱딱했다. 프로듀서는 조금 전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던 세번째 이유를 떠올렸다. 그건 바로, 더스크하고 아마릴리스가 자신을 비롯한 시어터 사람들. 그러니까 이 시대의 사람들과 잘 부대끼며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다들 더스크와 아마릴리스를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있긴 하지만....호의가 꼭 좋은 결과를 보장해주지는 않는 법. 거기다 앞으로는 자신이나 시어터 사람들 말고 다른 사람들하고도 잘 지내야할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치, 아니 더스크! 프로듀서!"

"앗, 스바루. 안녕. 전에 오퍼 들어온 거, 내일 새벽부터 출발하는 거 알고 있지?"

"응! 유리코하고 참치 어선에 탄다니, 완전 쩔어! 기대된다구! 프로듀서는? 더스크하고 어디 가?"

"아, 그게. 무대를 보려고. 아마릴리스도 같이 봤으면 해서 찾고 있어."

"흐응~ 글쿠나!"


프로듀서가 좀 더 먼 미래의 일마저 걱정하고 있는 동안에,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스바루가 고양이 같은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달려들어왔다. 프로듀서가 스바루와 이야기하는 사이, 더스크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건물 구조를 눈에 담고 있었다. 그 순간.


-~♪


어느 가느다란 음색이 공간을 넘어, 오직 더스크에게만 도달했다. 


이건....아마릴리스의 노래! 더스크는 전율했다. 이렇게나 밝고, 따스하고, 생명력이 느껴지는 노래는 처음이었다. 연구소에 있었을 때부터 아마릴리스는 곧잘 노래를 부르곤 했지만, 거기에는 항상 어딘가 모를 덧없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더스크는 홀린 듯이 그 노래가 나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 더스크. 어디 가?"

"아마릴리스. 그 애가....."

"더스크!"


프로듀서가 뒤늦게 그 뒤를 쫒았다. 몇 번 이름을 부르며 불러세우려고도 했지만, 더스크는 도무지 들어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걸어갔다. 아니, 이젠 뛰어가고 있었다. 결국 프로듀서는 더스크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다다다닥, 팟!


복도를 세차게 가로지르고, 계단을 소리내며 내려간 끝에 더스크는 노랫소리의 진원지에 도달했다. 더스크는 노래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미닫이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벌컥하는 소리와 함께 쾅, 하고 반대편으로 부딪치는 문. 따스함으로 가득찼던 문 안쪽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얼어붙는 가운데, 더스크가 문 너머의 공간으로 몸을 던졌다. 


그 안은 몇십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벽면에는 커다란 전신거울이 넓게 붙어 있었고, 사람 키만한 정도의 화이트 보드도 설치되어있었다. 반짝이는 마루바닥 위로는 트레이닝 복 차림인 아이돌들이 몇 명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 모임의 중심에는, 두 소녀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마릴리스!"

"꺄앗!?"


똑같은 체격. 똑같은 얼굴. 길고 풍성한 금발을 양갈래로 나누어 묶었다는 점도 똑같았다. 충분히 쌍둥이로 오인받을 상황이었지만 이 둘은 엄연히 타인이었다.


 "어라, 더스크?"  


둘 중 하나, 더스크와 마찬가지로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을 한 아마릴리스가 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한동안 가만히 서 있던 더스크가 성큼성큼 그리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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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효 2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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