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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인사이더> - 1 -

댓글: 2 / 조회: 876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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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8, 2020 07:39에 작성됨.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8690&page=4


위 링크 글에 달린 아룬드님의 댓글 '더스크와 아마릴리스가 정착할 곳을 찾으러 가던중 정신차려보니 구세계로 와버리는 내용으로 부탁드립니다.' 을 바탕으로 해서 적고 있는 리퀘스트 작품입니다. 일전에 제 트위터 상에서 엽편으로 적었던 

https://www.evernote.com/shard/s656/sh/687d8964-151b-47b9-b38f-07319fe94f41/473d61af173f377bcd9bb16edce62f4c 과도 연관이 조금 있습니다(굳이 읽지 않아도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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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크! 정신 차려, 더스크!"


아마릴리스의 다급한 외침에 쓰러져 있던 더스크가 번뜩 눈을 떴다. 그러자 보인 것은 아마릴리스의 걱정 어린 얼굴. 그리고 그 너머로는-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 그리고 반짝이는 햇살이 자리잡고 있었다.


"읏!?"


놀란 더스크가 바닥을 더듬거리며 짚었다. 너덜너덜한 반장갑 너머 부르튼 손바닥에는 언제나의 거친 황야가 아닌 잘 정돈된 시멘트 바닥이 닿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걸까. 


"아마릴리스...."

"나, 나도 잘 모르겠지만....일단, 전보다 숨 쉬기는 편해진 것 같아."


더스크가 곤혹스러워하는 눈빛을 아마릴리스에게 보냈다. 더스크와 마찬가지인 행색을 하고 있던 아마릴리스는, 자신의 가는 목에 손 끝을 대고는 약하게 미소지었다.


"그래, 다행이다."


더스크가 아직 무거운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리고는 머리에 쓴 고글이 삐뚤어진 걸 정돈하며 다시 주변 풍경을 살폈다. 이젠 기록에만 남아있을 맑은 하늘이 눈 앞에 펼쳐있었다. 그리고 그를 배경으로, 시간의 흐름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사람 반 길이의 철제 난간이 자리잡고 있었다. 난간 너머로는 마치 어떤 글자와도 같은 모양의 빨간 입체 간판들이 줄지어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건 뭘까?"


더스크와 시선을 같이한 아마릴리스에게서는 호기심이 두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더스크는 연구소에서 읽었던 책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글쎄. 내가 보기에는....알파벳으로 보여."

"알파벳?"

"응. 아주 예전, 아직 세상이 평화로웠을 때 쓰던 미국이라는 나라의 글자래."

"그럼 여기는 미국인거야?"

"꼭 그런 건 아닐 거야. 알파벳은 미국 말고도 여러 나라에서 썼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잠깐. 아마릴리스에게 친절히 설명해주던 더스크가 멈칫했다. 약간의 흔적이라면 모를까, 이렇게나 선명히 글자가 세상에 남아 있을 리는 없었다. 더스크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살금살금 철제 난간에 다가갔다.


"더스크?"

"좀 확인해볼 게 있어."


더스크가 난간 바로 앞에 서자, 휑하고 바람이 불었다. 황야의 모래 폭풍에 비하면 간지러운 수준에 불과해, 더스크는 물러섬 없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단번에 보이는 경치는 이제까지의 황량하고 고독한 풍경하고 무척 궤가 달랐다.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주변 조경이며 잘 정돈된 길. 이따금 지나다니는 말쑥한 옷차림의 사람들. 그리고 저 멀리 높이 세워진, 멀쩡한 모습의 빌딩들. 


더스크와 아마릴리스가 흔적으로만 접했던 문명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건 대체...."

"앗, 괜찮아?"


분명 이 광경은,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머나먼 과거였을 텐데. 머리를 강타하는 아찔한 감각에 더스크가 휘청거리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아마릴리스가 바로 그 쪽으로 쪼르르 달려가, 넘어질 것처럼 보이던 더스크의 곁을 지켜주었다.


"아, 아마릴리스. 저기, 내 생각엔 말야."

"으응."


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알면서도 역시 얼떨떨해서, 아마릴리스는 어설픈 동작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더스크는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더스크와 아마릴리스가 지내던 곳과 비슷했던, 아마 정부에서 세웠을 거라 추측되던 연구소. 정확히는 그 잔해를 발견한 자신과 아마릴리스. 아마릴리스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의 실마리가,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그런 절박한 마음으로 주변을 샅샅히 뒤졌다. 그리하여 고철더미 속을 뒤진 결과, 어떤 것을 찾아냈다. 주변 잡동사니들하고는 다소 이질적인 형태를 띤, 한 손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인 매끄러운 재질의 검은색 상자. 거기에 무심코 손을 대자 갑자기 빛이 나더니....


"더스크. 이거."


더스크의 생각을 알아챈 아마릴리스가 너덜한 코트 안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뭔가를 꺼내 눈 앞에 보였다. 바로 그 상자였다. 그렇지만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르게 이곳 저곳 금이 가 있었다.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이게 우리들을 과거로 이끈 걸까."

"아마도. 지금은 아무리 건드려도 빛나지 않아."


아마릴리스가 손 끝으로 조심스럽게 상자의 표면을 쓸었다. 상자는 묵묵부답. 더스크는 가만히 그 상자를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흔들었다.


"됐어.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것 같아. 내 생각에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가 더 중요-"

"와-이-!"  


어디선가 벌컥, 하는 소리가 났다. 더스크는 재빨리 아마릴리스를 감싸고 그 앞에 서서, 등에 휴대하고 있던 보우건을 두 손으로 파지해 사격자세를 취하며 그 소리가 난 방향으로 보우건 끝을 겨누었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

"에, 에에엣!?"


기세좋게 열린 문 안쪽에서 새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 비명의 주인공은 후타미 아미. 765 프로덕션에 소속된 52명의 아이돌 중 하나였다. 그래, 더스크와 아마릴리스는 근미래에서 바로 765 시어터 건물의 옥상에 날려보내진 것이었다.


"치, 치하야 언니, 나데시코!?"


그냥 옥상에서 바람을 쐬려고 했을 뿐인데. 졸지에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 아미. 그러나 곧 자신을 위협하는 이가 누군지 알아채고는 이름과 별명을 불렀다. 


"치하야? 그게 누구지? 그리고 나데시코라는 건....그 또한 이름인가?"

"엣."


그러나, 아미가 아는 것과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했다. 예상 외의 반응에 아미는 입꼬리를 경련하면서도 애써 농담을 흘렸다.


"너, 너무 역에 몰입한 거 아님까- 이제 영화 촬영 끝나지 않아써? 아님 새로운 이벤트?"

"영화? 촬영? 이벤트? 알 수 없는 소리만 하는 군."

"아, 아니. 잠깐!?"


돌연 자신들 앞에 나타난 소녀에게서는 적의가 보이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치 자신들을 알고 있다는 투로 말을 하고 있었다. 더스크가 슬쩍 아마릴리스에게 곁눈질을 하자, 아마릴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스크는 똑바로 겨누었던 보우건을 살짝 비스듬하게 내렸다.


"먼저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겠나.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는 미래에서 왔다."

"으, 응. 일단 그런 설정....이었.....어라, 잠깐. 근미래 아웃사이더는 미래 이야기지 미래에서 지금으로 오는 건 아닐텐데. 아, 혹시....속편? 아항~ 이제 알겠다. 치하야 언니하고 나데시코, 속편을 대비해서 미리 연습하고 있었구놔! 벌써부터 의상하고 소품도 준비하고 대단한데!"

"기, 기다려.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말아줘."

"에.....아니야?"


뚝. 온갖 동작과 함께 억측하던 아미의 움직임이 멈췄다. 더스크는 곤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까부터 계속 치하야 언니, 나데시코라고 우리를 부르는 것 같은데....둘 중 누가 나를 뜻하는 거지?"

"누구냐니, 치하야 언니는 치하야 언니잖아?"

"....그 치하야 언니라는 게, 날 부르는 건가?"

"당연하잖아! 치하야 언니, 혹시 뭐 잘못 먹었어?"

"내 이름은 더스크다."

"나, 나는 아마릴리스...."

"너무 연기에 과몰입하는 것 같은데....아, 혹시 배가 고프다던가! 전에 츠무링도 엄청 배고파서 그만 안드로이드가 된 적 있으니까!"


어쩌지. 스니커즈 없는데. 아미가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집어넣은 순간이었다.


"멈춰!"

"익!?"


갑자기 떨어진 불호령에 아미가 뻣뻣하게 굳었다. 더스크는 아미가 주머니를 뒤지는 동작을 숨겨둔 무기라도 꺼내려고 하는 줄 알고, 비스듬이 내렸던 보우건을 다시 일직선을 맞췄다.


"허튼 짓하면 쏠 거야."

"우와아, 너무하자나! 아, 근데 어차피 그거 가짜잖아."

"미안하지만 진짜다."


쌔액, 콱.


더스크가 말하기 무섭게 석궁 한 발이 바람을 가르며 문 근처의 벽에 똑바로 박혔다. 안 그래도 굳었던 아미는 더욱 단단하게 굳어, 완전히 겁 먹은 눈을 더스크에게로 향했다.


"바, 방금 그거....그럼 당신....치, 치하야 언니가....아니야.....? 그럼 옆에 있는 사람도 나데시코 아니고?"

"일단 묻는 말에만 대답해줬으면 좋겠군."

"읏, 아, 알았어."

"너는 누구지?"

"아, 아미는 후타미 아미야. 아이돌 하고 있어."

"여긴 어디고."

"여긴 765 프로덕션 시어터...."

"프로덕션? 시어터?"

"우아우아, 정말 하나도 몰르는 거야?"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람. 난처해진 아미는 주머니 속 두 손을 연신 꼼지락거리면서 더스크의 요구에 따라 어떻게든 말을 이어갔다.


"여긴 일본이야. 그리고 도쿄! 설마 이것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상식인 걸!"

"일본....도쿄....옛 나라와 그 수도의 이름이군. 책에서 본 적이 있어."

"으, 응! 그래서, 여기는 그 도쿄에 있눈- 엄~청 작은. 아니, 이젠 좀 그럭저럭하게 된 아이돌 사무소인데. 그, 혹시 아이돌이라는 것도 몰라?"

"잠깐."

"응! 그래서 아이돌이라는 건 말야-"

"사무소가 뭐지?"

"그 쪽이냐앗!"


현대인의 기준으로는 어이없는 상황에, 아미는 그만 보우건의 존재도 잊고 주머니에서 두 손을 촥 빼들었다. 놀란 더스크가 아마릴리스가 말리기도 전에, 보우건의 방아쇠를 당겨버릴 뻔 했지만- 돌연 머리 속을 스치는 이미지에 가까스로 그것만큼은 면할 수 있었다. 


"앗차! 저질렀다! 아, 그치만 이걸로 알겠지! 아미는 지금 아무 것도 없어용! 완전 텅텅 박수공갈이라고! 그러니까 제발 그것좀 치워주지 않겠어? 아미가 이렇게 부탁할테니깐!"

"저 아미라고 하는 사람이 하는 말은 사실인 것 같아. 무기를 거두는 게 좋겠어."

"....방금 그건...."

"더스크?"

"....아, 아니. 아무 것도.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잠깐 그 이미지, 자신과 무척 닮은 소녀를 떠올리던 더스크는 아마릴리스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후우, 살았다....그래서 말인데, 정말 치하....아니, 더스크하고 나데...아마릴리스는, 미래에서 여기까지 날아왔다는 거야!?"

"그렇다."

"우와아악! 이거 완전 빅 뉴스! 해외토픽! 노벨과학상! 어서 빨리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러 가야겠어!"

"뭣!?"


더스크가 빈 손을 뻗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아미는 우당탕 소리까지 내며 계단으로 내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어터에 소속된 다른 아이돌들 몇 명과 같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더스크.....!? 정말로 당신이야!?"

"네, 네가 그....치하야 언니라는 사람인가?"


그 몇 명 중에는, '근미래 아웃사이더' 영화에서 주인공 더스크를 연기했던 치하야도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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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 아웃사이더가 현대로 오면? 현대 인사이더ㅋㅋㅋㅋㅋㅋ(이상 뻘소리) 다 쓰면 올려야지 다 쓰면 올려야지 하면서도 결국 올려버렸습니다.....2~3일에 한 번 대략 4~5천자씩 끊어서 올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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