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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world, New lif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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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7, 2020 21:15에 작성됨.

안녕~시키쨩이야! 오랜만인 것 같네!
난 잘 지냈는데, 너희들도 잘 지냈어?




치요와 평화 협정을 맺고 난 뒤로 많은 시간이 흘렀어.
그동안 난 여러 방송에 나가서 촬영도 하고, 라디오도 나가고, 화보도 찍고 그랬어.
그렇게 많은 날들이 지났고, 레이짱과의 알콩달콩한 것도 더욱 달달해졌지 뭐야!



그 와중에, 잊을 수가 없는, 아니 솔직히 잊어도 되는데 왠지 잊기 싫은 일이 있었어.
사실 별 건 아닌데, 그래도 이왕 생각났으니 얘기해줄게.



「그 예전에, 내가 신체 가스화 실험을 해서 요시노를 쓰러뜨렸던 거 기억해?
이번에 얘기해주는 그것도, 아마 그 일과 관련이 되었던 것 같아.


내가 회사 옥상에 올라와있는데, 문득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어.
뒤를 돌아봤더니 요시노더라고?


“안녕, 요시노~”
“안녕하십니까...다른 세계의 시키 씨.”
“그냥 시키라고 불러줘. 이제는 내가 시키쨩이니까~”
“그럼 그렇게 하겠사오니.”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야?”


그때 요시노의 표정은, 뭔가 결심한 듯 했어.
그러고 보니, 그때도 그랬었지. 그때도 요시노는 그런 표정이었어.


“시키 씨가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가시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쫓아낸다거나 할 수는 없을진대...”
“그렇긴 하지. 이제는 내가 이치노세 시키니까.”
“하오나,”
“?”
“그 대신, 한 가지 내놓으셔야 할 것이 있사오니.”
“뭔데? 내가 뭘 내놓아ㅇ”


투-웅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몸이 스턴을 먹고 말았어.


‘ㅇ...어떻게...? 나 이런 건 분명 가스화로 흘려보낼 수 있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요시노가 내게 다가와, 내 몸 안에 손을 집어넣었어.


“뭐...뭘 하려는 거야...요시노...!”


온 힘을 다해 왼팔의 스턴을 푼 뒤, 요시노의 팔을 잡았어.
그러거나 말거나 요시노는 내 몸 속을 휘저어댔지.


“자꾸 뭘...하려는 거야...요시노!”
“그대가 이 세상에서 아무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게 돕는 것이오니.”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잠시 후, 요시노는 내 몸 속에서 뭔가를 잡아 빼냈고, 나는 3걸음 정도 뒤로 밀려났어.
요시노의 손에 들린 것은, 내 모습을 한 연기 덩어리였지.


“뭐야 그건.”
“시키 씨는 그 때 이것으로 저를 쓰러뜨리셨지요~”
“요시노...너 혹시...”
“네~이것은 시키 씨의 가스화 뭉치이오니~”
“그때 그거 때문에 삐진 거야?”
“네~그렇습...아니오니~삐지지 않았사오니~”


분명 삐졌어. 확실해. 대체 왜 삐진 겨.
자꾸 아니라고 부정하네.
그래, 아니라고 치고, 그럼 왜?


“내게서 그걸 빼낸 이유가 있어?”
“시키 씨가 저에게 하셨듯, 다른 사람을 또한 그렇게 죽이거나 상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함이랍니다~”


그러니까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거네. 은근히 설득력 있는데...?


“그리고, 분명 이건 저를 쓰러뜨리기 위함이었을 것이온데~저는 이미 한번 쓰러졌고, 그렇기에 이제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오니~”


확실히 그것도 맞는 말이야.
그 이유 아니었으면 이 실험 같은 건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진짜 삐져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네.


근데 또 의문이 들어서 요시노에게 물었어.


“왜 빼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왜 이제 와서?”
“요전에 시키 씨가 벨벳로즈 분들과 다투셨던 사실을 알고 있사온데.”
“그랬었지. 주먹 한두 대씩 교환했달까?”
“그때, 저는 보았사오니~시키 씨가, 그들을 언젠간 죽이겠다고 다짐하는 눈빛을 말이죠.”


순간 뜨끔했어.
말을 하진 않았지만, 솔직히 그랬거든.
언젠가 벨가놈들을 다 죽여 버리겠다고 다짐했었어. 맞아, 사실이야.


“그때부터, 시키 씨를 막을 때를 물색했답니다~”
“그게 결국 오늘이 된 거고?”
“그렇사오니~”


...일리 있어서 반박은 전혀 못 하겠네. 분해!!!! 냐아아아아!!!!!」



라는 일이 있었어.
고로 이제 시키쨩, 킹반인이 되고 말았네.
그야말로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이라구!



요시노에게 가스슈트(?)를 빼앗기고 며칠이 지나 오늘이 되었어.
어째 가스화 되었을 때보다 몸이 더 가벼운 느낌인데.
지금 상태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




오늘은, 레이짱이 잡아준 많은 스케줄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야.
바로바로! 어린이 특촬물에서 악당을 연기하는 일이지!
어떤 악당이냐고? 내 이미지랑 완전히 똑가은 일이야.
아니, 어쩌면 조금 다를지도. 실제 나랑 달리 생물화학 박사 설정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를 거야.


한 가지 주목하게 된 점이 있다면, 이 배역의 캐릭터성이 ‘질투’ 그 자체인 것 같더라고.
정확히는 질투심을 넘어서, 거의 정신이 76.5% 쯤 나간 얀데레.
아, 맞아. 우선은 어떤 캐릭터인지부터 설명해줘야 하는데 잊고 있었네.


이름은 배우와 똑같이 ‘시키’.
나이는 20살이고, 생물화학자야.
배경설정이, 17살 때 사고로 남자친구를 잃어버렸다고 되어있네.
그 배경에서 질투심을 넘은 광기로 인해 정신이 76.5%쯤 나간 얀데레라는 캐릭터성이 만들어져 잡힌 거야.
그 점은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잘 드러나.


죽은 남자친구의 시체를 소생기에 넣고 살리려는 시도를 끝없이 반복하는데, 사람은 살아나지 않고 기계가 폭주하려 해. 그때 하는 대사가 있어.


“일어나! 다시 살아나줘! 내가 없는 세상에서 행복해 할 널 생각하니 질투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단 말이야!!!!”


여기서 그 광기 넘치는 얀데레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아.
...근데, 어린이 프로에 이런 장면 넣어도 되는 건가? 이거 혹시 성인만화 내지는 15세 관람가 아니야?
애들이 참 좋은 거 보고 자라겠네...



실제로 그 방송회차가 나가고 나서, 내 생각이랑 비슷한 반응들이 주를 이뤘어. 심지어 PTA에서 태클이 들어왔다고. 거긴 원래 사소한 거에도 태클 잘 걸지만.
그와 별개로 내 연기는 꽤 호평이었던 것 같아. 생각해보면 연기가 실감났으니까 오히려 논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네. 못했으면 별로 와닿지도 않았을 테니.


그 회차가 방영되고 나서 얼마 후, 잡지인터뷰를 할 때, 그 비결을 묻는 질문이 나왔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실감나는 연기를 할 수 있느냐고.


“뭐, 딱히 비결이랄 것까지는 없어. 그냥 뭐랄까~와닿았다고 해야 하나? 그 상황이었다면 나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는 마음이었던 거지.”


이렇게 답했는데, 사실이야.
실제로 나도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었으니까.


만약에, 가족 또는 친척, 동료들이 죽음을 맞이했다면, 많이 슬프겠지만 명복을 빌며 좋은 곳으로 가라고 할 거야.
하지만, 만약 레이짱이 죽는다면, 난 모든 약품들을 동원해 백방으로 어떻게든 다시 살려낼 거야. 내가 없는 세상에서 레이짱이 행복해하는 거 절대 눈 뜨고는 못 봐. 행복할 거면 나랑 같이 행복하란 말이야.


시키쨩, 그런 생각과 마음을 가진 거야.


나중 일이긴 한데, 연말시상식 때 그걸로 연기부문에서 신인상도 탔어.
그거 하나만 갖고 신인상을 주다니, 너무 이른 판단이 아니었나 모르겠네.




방송이 나간 다음 날 저녁이 되었을 무렵이었어.
그날은 하루 종일 오프라 집에서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배가 고파져 하던 실험을 잠깐 멈추고 밥을 먹으러 거실로 향했어.
아직 레이짱은 돌아오지 않았고, 돌아오려면 꽤나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겠지. 설마 야근하진 않겠지? 내가 사무적인 건 모르지만 딱히 야근할 것 같진 않은데.


밥을 먹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LIPPS 활동해본지 얼마나 됐지?’


생각해보니 그러네. 내 기억 속에서 가장 최근에 했던 립스 활동이...뭐가 있었지?
내가 요시노를 잠재웠던 날 교토의 뷔페에 간 거, 그게 가장 최근에 했던 립스활동이긴 했는데, 한 1년은 더 지난 이야기지. 게다가 그건 활동이라기보다는 그냥 모여서 한 끼 식사 했을 뿐이고.
그 이후로는 활동은 물론 사적으로도 만난 적이 없네, 생각해보니까. 이래서는 해체한 거랑 다를 게 없잖아.
나중에 레이짱한테 부탁해서 LIPPS 일 좀 넣어달라고 해야지.



식사를 다 끝낸 뒤, 다시 방에 가서 실험대를 잡았어.
잡긴 잡았는데, 오늘은 영 신통치가 않네. 딱히 이렇다 할 무언가도 안 나오는 것 같고.
나를 주제로 쓴 팬픽들 보면 온갖 기상천외한 것들을 다 만들던데, 나는 왜 그렇게 못하는 걸까? 역시 원본의 특성이 조금은 남아있는 걸까. 이제 완전히 동화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조금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어.
...아니지, 그건 ‘팬픽’이야. 가상의 이야기라고. 뭐든 되는 가상이라서 가능한 거야. 가상의 것을 굳이 현실에 대입해놓고서 왜 안 되는 거냐고 절망할 필요 없어.
그리고, 이 시키쨩의 머리라면, 가상의 온갖 기상천외한 발명품들을 실제로도 만들 수 있을 법 하잖아! 안 만들어서 그렇지 만들려면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실험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달려가는 아카네보다도 빨리 지나갔고, 레이짱도 돌아왔어.


“다녀왔습니다~”
“안냥안냥~어서 와, 레이짱!”


저녁 먹었냐고 물어보니 회사 식당에서 먹고 왔대. 뭐, 나도 아까 먹긴 했으니.
아, 맞아. 잊어버리기 전에 말해둬야지.


“레이짱, 레이짱.”
“응? 왜 그래, 시키?”
“요즘 LIPPS 활동이 없더라?”
“음? 그래?”
“뭐야, 그 반응. 넌 니 담당 아이돌 스케줄도 신경 쓰지 않는 거야?”
“뭐, 그러고 보니 요즘 따라 시키의 스케줄엔 솔로 활동이 많긴 하지.”
“알고 있는 거야? 그래서 립스 스케줄 좀 넣어줄 수 있어?”
“글세, 그건 내 담당이 아니라서. 그리고 립스 스케줄을 잡으려면 각 프로듀서들이 다 가이 회의하고 일정 조율을 해야 해. 쉬운 일은 아니지.”
“담당이 누군데?”
“미카네 프로듀서.”


의외네, 카나데 프로듀서가 아니라니. 보통 그런 건 리더 쪽 아이돌의 프로듀서가 담당하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미카들이 가장 먼저 입사해서 그런 건가-.


“결국 앞으로도 립스 활동은 없을 예정일까아~”
“시키 스케줄만 보면 일단은 그럴 예정이야.”


이런.
립스들이 다시 모이기란 어렵겠네.


근데 그러고 보니, 내가 이 세상에 오고 나서 립스 스케줄을 소화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네?! 같이 했던 건 전부 사적인 모임이었고 공적인 스케줄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언제쯤에나 립스로서의 첫 무대를 가질 수 있는 걸까.




레이짱이 잡아준 그 다음날의 스케줄 중 하나는, 후낫시와 시티투어를 하면서 여기저기를 리포트하는 거야.
후낫시가 누군지 않지? 펭수같은 애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해.


근데 난 이런 리포터 일 하는 게 제일 힘들더라.
뭘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정확히 말하면 생각은 하는데, 그걸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해야 하나? 표현하자면 그런 건데.
암튼, 최대한 재미있게 하기나 해 봐야지.



후낫시와 함께 이곳저곳을 리포트하다가, 어떤 풀밭에 이르게 됐어.
듣자하니 여기서 클로징 멘트를 찍는다나.


“자! 그럼, 시키상. 클로징 멘트를 부탁드립니다!”
“오케오케~! 냐하하~역시 여기저기엔 우리가 몰랐던 곳에 좋은 게 엄청 많네!”
“그렇다낫시! 역시 이 세상은 재미있다낫시! 다음에 또 가고 싶다낫시!”
“자! 그럼, 이제 우리는 헤어져야겠네! 모두모두 안ㄴ”


말을 끝맺으려는 순간,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렸어.



펑.



“?!?!”


곧이어 다른 곳에서도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어!



펑.



“?!?!?!?!?!”


두 번째로 폭발음이 들리자마자 냅다 뛰었어.
아무리 시키쨩이라도 무서운 건 무섭다고!!!!



펑.


펑.


퍼엉.



뒤에서 뭔가가 계속 터졌고, 그럴 때마다 난 더욱 죽을힘을 다해 뛰었어.


“무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이거뭐야아아아아아아아!!!!!”



결국 원래 있던 곳에서 50m쯤 떨어진 큰 느티나무 밑에 도착해 탈진해서야 그 폭발이 끝났어.


“냐아아...이게 무슨 일이야...”


그렇게 탈진해 있는데, 후낫시와 제작진들이 달려왔어.


“뭐야 이거...뭔 일이야...”
“쨔잔! 몰래카메라였다낫시!”


...뭐라고?
몰카? 몰카라고?


“어땠어낫시?”
“말이라고 하냐!! 개놀랐다!!”


이런 게 몰카라니 스케일 한번 스펙타클하구만!
향수 실험이 잘못되어서 플라스크째 폭발했을 때도 이렇게 놀라진 않았는데!


“몰카 성공이다낫시!”
“젠자아아아아아아앙!!!!!!”


솔직히 말해 조금만 더 놀랐으면 니미럴 소리도 거침없이 나왔을걸!
가까스로 마음속에서 눌러 담았어.
우와, 정말로 엄청 놀랐다구.


그것이 내가 해야 했던 방송 클로징이었고, 나는 꽤나 엽기적인 모습으로 모든 걸 끝냈어.
나중에 그 방송이 나갔을 땐, 쪽팔리면서도 엄청 웃었어.
그 방송, 특히나 클로징 장면 연출하자고 하게 됐던 일들,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네!
시키쨩의 심장을 그렇게 쫄깃하게 만든 건 정말 그때가 처음이야.


“이야! 저건 상상도 못했네, 안 그래, 시키?”
“진짜 저런 식으로 끝낼 줄 생각도 못 했어! 시키쨩 엄청 무서웠어! 심장이랑 간이랑 위장이랑 폐랑 장이랑 다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고!”


진짜 그 정도로 무서웠어.
시키쨩 인생에, 내 인생에 그 정도의 스펙타클함이 또 있을 수 있을까!



그 방송 이후로 2주일 동안, 연기면 연기, 예능이면 예능, 다큐면 다큐, 전부 막힘없이 잘 해냈어.
특히 연기는, 지난 번 특촬물의 영향인지 매드 사이언티스트 역이 자주 들어오더라고.
싫진 않지만, 똑같은 역에 비슷한 대사만 자주 치게 되면 시키쨩, 아니 시키쨩 아니라 누구라도 질릴 거란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니까, 연기 활동은 이걸로 끝났으면 좋겠어. 다른 역할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렇게 지내면서 한 가지 특이점이랄까 하는 게 있다면, 아직까지도 LIPPS 스케줄은 한 번도 잡히지 않았어. 이쯤 되면 립스 해체한 게 아닐까 싶어.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립스 이름으로 활동해보고 싶은데.



2주일의 스케줄 끝에 얻은 하루 정도의 오프를 지내다 보면, 가끔은 너무 심심해.
실험하는 게 재미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 하고 지낼 수는 없잖아.
음...그러고 보니 실종 안 한지도 꽤 오래 된 것 같네. 오랜만에 한 번 해볼까?


실험하던 거 다 내던지고 실종하러 발을 옮겼어.
언제나 그랬듯 머리를 비우고, 발길이 가는 대로 움직인다.
내가 어디를 가든 그곳은 길일 뿐, 날 붙잡지 못할 거야.
왜냐하면, 나는 하면 되는 아이, 지니어스한 천재, 이치노세 시키니까.




실종 아흐레 만에 집으로 돌아왔어.
돌아와 보니 레이짱으로부터 굉장히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구.


“시키, 공연 스케줄 잡혔어. 기뻐해도 돼!”
“공연? 평소에도 하는 거잖아. 그게 그렇게 크게 기뻐할 일인가?”
“무려 LIPPS 완전체 공연인데?”
“진짜?! 그건 좀 기쁜데! 언제야?!”
“공연은 다음 주 수요일! 5일 남았어!”


그날부터 열심히 연습했고, D-DAY까지도 가사를 잘 외워뒀어.
이번 공연에서는 TULIP뿐만 아니라 각자의 솔로곡들도 부르게 된대. 나 같은 경우는 ‘비밀의 투왈렛’과 ‘Froust Effect'를 부르게 되는 거지.




그렇게 D-DAY가 되었어.
우리가 공연하게 된 곳은, 도쿄 돔이나 세부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거대한 공연장이었어.
이런 곳에서 공연할 수 있어서 시키쨩, 기뻐~!
저기를 봐, 갈대와도 같은, 수많은 사이리움의 파도들을 눈 앞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벅차오르는데!


“놓고 와 준거야~내 우산은~♪”
“비 오는 날은 달라붙어서 더 가까워질 수 있잖아~”


“my secret eau de toilette~"
"바람에 날리며 등을 맡긴 채 자유롭게 달려♪“


“와아!!아아!!!”


잭 더 리퍼(립스 팬덤명이야)들이 우리의 무대에 이렇게 열광해줄 때마다 더 벅차오른다구,
시키쨩, 그동안의 아쉬움과 고달픔이 한 번에 다 내려가고 있어!


“모두들, 우리를 보러 와줘서 정말로 고마워!”




립스 라이브가 모두 끝나고 관객들이 모두 퇴장한 뒤, 나는 혼자 무대에 다시 서 보았어.
아까까지만 해도 사이리움이 가득했던 무지개색 바다가, 어느새 썰물이 되어버렸네.
그런 관객석은, 내 마음에 무척이나 기분 좋은 허전함을 주는 것 같아.


내가 만약, 시키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저기서 사이리움을 흔들고 있었을 일개 팬이었을지도 몰라. 응원법도 제대로 못 익혀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엣타이가를 외치다가 얻어터졌을 그런.
그렇게 생각하니까, 지금 내가 시키로서 있을 수 있는 건 정말로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




집으로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웠어.


“오늘 라이브, 어땠어?”


내 옆에 있던 레이짱이 물었어.


“...좋았어. 행복했고. 그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오랜만의 립스 공연이었는데, 시키가 만족한 것 같아 다행이야.”
“만족만 했겠어? 오늘이 오길 간절히 기다렸어. 다음에도 이런 일 잡아줘.”


그렇게 말하고 눈을 지그시 감았어.


음, 난 이제 잠에 들려고 해.
실없이 늘어놓은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다음에도, 괜찮다면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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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NV시키 시리즈네요.
이제 다른 것도 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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