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존재하는 마음

댓글: 0 / 조회: 710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1-25, 2020 23:59에 작성됨.

나의 이름은 난죠 히카루. 초능력자다.

낮에는 아이돌로 활동하고, 밤에는 정의의 히어로로 사람들을 돕고 있다. 예전에는 좀 이래저래 무리해서라도 나보다 약한 사람을 도왔지만- 최근에는 조금 자제하고 있다. 아 전화왔다.


"네 난죠 히카루입니다."

- 몸상태는?

"음. 딱히 문제 없는 것 같아요."

- 지원은?

"괜찮아요. 천천히 돌아갈게요. 오늘 그렇게 춥지도 않고."

- 문제가 있으면 바로 연락하도록.

"네에네에."


능력은 신체강화. 그것도 전신. 나는 초능력을 쓰면 순간적으로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능력을 가지게 된다. 반응속도, 동체시력, 판단능력, 연산능력, 인지능력- 아무튼 뭐.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과 사고가 강화된다. 그리고 그 능력에 대한 대가로, 초능력을 쓰지 않을 때. 즉, 평상시의 신체능력이 약화된다. 그것도 영구적으로. 그걸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서, 최근에는 과용하지 않고 최대한 필요한 상황에서만 쓰고 있다. 대신이라고 해야하나, 그 걱정해주는 사람이 만들어주는 다양한 장비로 싸우고 있다. 응 레이나는 정말 대단해. 이런 다양한 물건을 만들 줄 알고.


"아, 레이나다."


뭐야? 우와 이물 8마리? 게다가 장비를 쓴 흔적도 안 보이고, 초능력만으로 그걸 쓰러뜨린 거야? 아, 전화 끊었네. 거칠게 끊는 걸 보니까 별로 좋지 않은 모양인데... 흐응.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레이나! 수고했어."

"... ... 마침 잘 됐다."

"응?"

"레이나님은 지쳤으니까 좀 옮겨줄 것. 이상."

"우와! 레이나 혼자서 다 쓰러뜨린 거야?! 무리했구나!"


내가 일부러 찾아왔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곤란해하지 않을까. 적어도- 응. 조금 복잡한 심경이 될 것 같아. 나는, 네가 찾아와준다면, 그러니까 태연하게 천연덕스럽게. 마치 우연히 만난 척. 타이밍이 좋았던 척.


나, 너를 찾아왔어 레이나.


있잖아. 레이나. 뭐라고 하면 좋을까. 응. 너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아. 목소리만큼 가벼워진 걸까? 아니면 내가 너를 너무 그리워해서 그런 걸가. 작년까지는 그래도 너와 함께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즐거웠는데, 이제 그런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걸까. 뭐, 가끔씩 낮에 하는 아이돌 활동으로 같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깐이니까.


"어이 난죠."

"응?"

"-----------------"


어라라 무리하긴 무리했나보네. 뭐라고 하는 걸까. 흐음.


"아. 그거구나! 음. 한 0.03% 정도가 아닐까?


레이나는 이능의 대가로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본인 말로는 잠깐동안 불편한 정도라고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아마 굉장히 무리하면 영원히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전하지 못할 것 같아. 그리고 우연히 들은 이야기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사 전달을 못한다는 말은,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런 끔찍한 이야도 들었어. 그런 주제에 눈에 드러나는 내 걱정이나 하고 있고. 너도 많이 위험하다고 바보야.


"후훙. 레이나 오늘도 진심으로 걱정해줬구나!"

"시끄러."


부끄러워하기는.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역으로 알 수 있어서 오히려 전달력이 더 높아진 건 조금 웃긴 이야기지? 그렇지만 오랫동안 같이 지냈으니까 이 정도는 알 수 있어.


"난죠."

"응?"

"-----------------"


아- 뭘까. 응. 아마 대충 지금 능력 쓰는 거 아니지? 같은 질문이 아닐까. 아마 그거겠지.


"지금은 평범하게 걷고 있어."

"기본 스펙이 좋다니가 하여튼."

"그러니까 좀 무리해도 괜찮아. 남들보다 튼튼하니까."

"난죠."

"응?"


...어라. 이번엔 아예 아무 말도 안하네. 어- 혹시 화났어? 으음. 넌 언제나 내가 무리하면 옆에서 화내줬지. 그러니까 아마도 너는 나한테 화냈을 거야. 그렇지? 진심을 담아서. 나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서. 레이나는, 겉으로는 맨날 장난치고 괴롭히는 것처럼 굴지만, 그 속에 상냥함이 담겨있으니까. 알고 있어. 그런 건. 5년이나 같이 지냈는 걸.


"미안."

"너 19살이야."

"레이나는 18살이고? 졸업 준비는 하고 있어?"

"대충."

"진로는?"

"취직. 프로덕션."

"흐응."


역시 대학교 갈 생각은 없구나. 딱히 대학교에 안 가냐고 놀랄 것도 아니고, 나도 안 갔고 바로 프로덕션에서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으니까.


마력이 부족한 밤에 이세계에서 벽을 허물고 나타나는 괴물인 [이물]들을 쓰러뜨리고, 그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런 일을 하기로 했으니까. 아 물론 낮에는 아이돌 활동도 하고. 뭐- 아마 슬슬 그만두고 밤의 일쪽에 전념하지 않을까? ... 어째 어감이 좀 이상한데.


"그게 아니라!! 켁. 켁켁!"

"아하핫. 초능력 쓰고 난 뒤에 소리지르면 목아프잖아. 그만두는 편이 좋아?"

"콜록- 그으으으. 너 말이야."


...정말로, 그만둬줘.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니까. 네가 나를 걱정하는 것처럼 나도 너를 걱정하니까. 그리고 내 귀도 조금 걱정되고. 네가 갑자기 귀에다 켁켁거리고 콜록거리면 깜짝 놀란다구. 아, 그러면 내 심장도 걱정해야겠다.


"--------------------"


....어? 뭐야. 뭐라고 했어? 응? 으으으 모르겠는데- 전혀 모르겠어. 응 이럴땐 솔직하게 사과하자.


"미안, 방금 건 잘 모르겠어."

"--------------------"

"... 레이나?"

"------ 네가 사라지면 곤란해."


어?


"내가 나쁜짓을 하면 막아줄 사람이 필요해."


....... 어? 뭐야. 어? 레이나 혹시 능력 대가 다 치룬 거야? 앗. 그게 아니라. 저기-


뭐야. 방금 그거 고백?


"뭔가 좀 기네. 뭐야. 오늘 혹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 하아. 됐어. 나중에... 아마도, 언젠가. 다시 말할게."

"알았어."


...우와 어떻게든 침착하게 대응했는데. 어라? 으으음. 어쩌면 중간부터 내가 못 들을 거라고 생각하고 막 말해버린 걸까? 그런데 그렇다면 이거 진심이란 소리지? 아- 으으으읏. 아니 그치만 그거지? 응? 우정으로서 그런- 응?


"있지 레이나."

"... ... 뭐야."

"미안."

"네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할 일이 한두가지냐. 늘 방해나 하고."

"아하하핫. 그것도 그렇네."


사실 그것보다는 방금 전의 고백 아닌 고백 들어버린 것에 대한 사과지만 본인이 그렇게 납득하면 일단 그렇게 넘어가야지. 아니 나도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지만 저기 레이나랑 레이나네 프로듀서씨랑 사귀는 사이 아니었어? 난 그런 줄만 알았는데? 사이좋게 장난치면서 지내니까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으으, 큰일이다 계속 이 생각만 나고 있어. 뭔가- 다른 이야기할 거리가- 아.


"그러고보니 레이나 요즘에 수제 장비는 사용 안 하네?"

"... ... 돈을 조금, 모을 일이 생겨서."

"헤에. 어디다 쓰려고?"

"너한텐 안 가르쳐줘."


엇? 비밀? 너무하네 나는 항상 레이나에게 사실만 말하고 있는데... 응, 미안 아까 네가 한 고백을 들었지만 못들은척 했어. 일단 진짜 고백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고. 응응. 그러니까 그걸로 괜찮겠지? 조금, 조금만 더 생각하고.


그나저나 레이나 또 벨소리 바꿨구나. 응. 갑자기 큰 소리가 나오는 벨소리로 해놓고 전화 오면 주변 사람들이 놀라게 해주겠다고 그랬지. 정작 본인도 같이 놀라는 건 조금 어떨까 싶긴 한데... 그러는 편이 레이나다우니까 상관없지 뭐! 에헤헷. 레이나 놀라는 모습 조금 귀엽기도 하고.


대화 상대는... 프로듀서씨구나. 음. 뭔가 조금 전화 끊을 때 아쉬워보였는데 역시... 가능성 있는 거지? ... 아 궁금해!! 물어볼테다!!


"레이나."

"오늘따라 묘하게 말이 많다 너?"

"프로듀서랑은 잘 되고 있어?"

"... 응? 업무로 문제는 없는데? 뭐야. 프로듀서 내 뒷담하고 다녀?"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사생활쪽으로."

"사생활로 내가 왜 프로듀서랑 잘... 야."

"잠깐만. 진짜로 미안."


심지어 고려할 가치조차 없었던 거구나. 아예 신경조차 안 쓸 정도로 생각이 없었던 거구나. 응. 미안 진짜로. 괜한 헛소리를 한 내가 잘못했으니까 등 뒤에서 날뛰지 말아줘. 제발.


"내가? 왜? 그 녀석이랑?"

"아니 둘이 사이 좋아보여서?"

"초능력으로 날려버리는게?"

"레이나는 부끄럼쟁이니까-"

"누가 부끄럼쟁이냐!!!"

"아니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운데."

"애초에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 아 젠장."

"호오호오. 있긴 있구나- 다행이다."


... ... 저기 아까 고백을 들은 다음에 그 이야기를 들으면 기대하게 되어버리잖아. 응? 진짜? 진짜야? 진짜라고 믿고 싶은데 기대해도 괜찮아? ... 하아. 조금 진정하자. 응. 조금... 응. 진정할 수 없어. 전혀. ... 그치만 이거 궁금하지 않은 쪽이 이상한 거잖아? 나 정상이지 않아? 순수하게 이런 상황이 되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거 정상이지?


"야. 난죠."

"응?"

"다음부터는 나 데리러 오지 마라."

"아 역시 프로듀서쪽이 좋았어?"

"네가 날 데리러 오면 힘이 더 빠진단 말이다!! 내려줘! 걸어갈 거야!"

"네에네에. 그렇지만 나한테 멀쩡하게 들린다는 거, 진심이 아니란 소리지?"


살짝, 아까의 답례로 장난을 쳐줬다. 반응을 보아하니 역시나, 그러니 내려줄 생각은 없습니다 아하하하. 앗, 전화 왔다. 어- 전화기가- 아하핫. 이럴 땐 정말 상냥하다니까 대신 전화를 꺼내서- 어? 귀에까지 대주는 거야? 그건 좀... 응. 두근거리네.


"난죠 히카루입니다. 아, 프로듀서씨."

- 네가 가장 가까워서 연락했다. 근처에서 일반형 [이물]이 나타난 모양이다. 수는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가줄 수 있을까.

"충분하죠."

- 위치는 사진으로 보내놨다.

"네. 그러면 그쪽으로 갈게요. 아 그리고 차 끌고 마중나와줄 수 있어요? 지금 혼자가 아니라서."

-그래.-

"뭐야. 일이야?"

"응.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좀 많이 나왔나봐."

"흐응. 그래?"

"레이나는 오늘 무리했으니까 조금 쉬는 편이-"

"... ...야 난죠."

"응?"

"그러는 너는 프로듀서랑 사귀냐?"

"아니?"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보고 그래? 아니 뭐 내가 그런 걸 물어봤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어라? 레이나? 왠지 기분 좋아보인다?


"그거 다행이네."

"응? 다행이야?"

"... 나도 같이 싸운다."

"어? 하지만 무리하지 않았-"

"대가는 다 치른 모양이니까 괜찮아."


어어- 뭐야 레이나 언제 눈치 챈거야? 방금 뭔가 나한테 진심으로 말했어?


"어라? 어떻게 알았어?"

"비밀이다. 평생 그 단순한 머리로 고민해봐라."

"아아- 그거 그립네."


옛날에 내가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그렇게 말해줬지. 그리고 덕분에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고... 응. 늘 고마워 레이나.


"아무튼, 같이 싸워주면야 좋지!"

"착각하지 마. 네 몸이 걱정된다던가 너의 부담을 줄이겠다던가 그런 거 아냐."


...하여간 이 츤데레.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