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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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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5, 2020 13:21에 작성됨.

여러분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 히나코랍니다.
아이돌 키타 히나코, 알고 계시죠?



아이돌이 되고 나서 확실히 느꼈지만, 프로듀서님은 저의 왕자님이 확실해요.
상냥하시고, 언제나 저를 잘 붙잡아주시고, 멋지신 분.
그런 분이 어떻게 저만의 왕자님이 아닐 수가 있겠나요~!


근데, 그런 왕자님을 못살게 구는 악마들이 세상에 차고 넘쳐요.
상사들은 물론이고, 동료 아이돌들도 그런 악마들 중 하나죠.
아주 교묘하게 위장해서 프로듀서님을 괴롭게 만들고 있는 걸, 저는 매일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본답니다.


회사 안에만 있나요? 밖에는 더욱 득실거려요.
유형도 알 수 없는 괴물들이 온갖 방법으로 프로듀서님과 저를 해코지하려고 해요.
그럴 때를 자나깨나 고대하고 있는 꼴이 눈에 선하다구요.


세상은 정말정말 위험한 곳이에요.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아이돌을 시작하고 나서 더 뼈저리게 알게 됐어요.
이 세상, 말도 못하게 위험해요.


시쳇말로 이 세상엔 인정이 넘친다고들 말하죠.
인정이 아니라 함정이 넘쳐요.
저를, 그리고 왕자님을 갈라놓고 해치려는 음모와 술수와 함정이 넘친다고요.


보세요, 주변의 저 사람들 눈빛을.
선해 보여요?
선해 보이냐고요.


사악한 흑심이 담긴 저 눈들을 보세요. 어딜 봐도 해칠 생각 가득이잖아요.
분명 제가 모르는 사이 작당을 한 게 분명해요.
저와 왕자님을 죽여버리려고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저는 뭐 음식 하나도 편히 먹을 수가 없네요.
혹시나 괴물들이 음식에 독을 넣어놓았으면 어떡해요?
그것도 티 안 나게 소량을 넣어 점점 중독시켜 마침내는 둘 다 죽일 계획인 거라고요.


저들은 제게서 왕자님을, 왕자님에게서 저를 빼앗아가려는 술수들로 가득 차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눈깔이 동태눈일 수가 없죠.
장담컨대, 분명 저 괴물같은 놈들은 저랑 왕자님을 대놓고 죽이려는 날이 올 거예요.



오늘은 토크쇼 촬영이 있어요.
차를 타고 방송국으로 가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눈빛이 사납네요.
뭐, 그럴 테죠. 24시간 365일 저를 감시하는 그 시선이 어디 가겠나요.


그 시선은 방송국 안에서도 꺼지지 않는군요.
오히려 더욱 심해지는 듯한 느낌인데요.
게다가 수군거리기까지 합니다.


“이봐, 저기를 봐. 그 녀석이다.”
“그렇군, 아직도 살아있어.”
“저 녀석을 하루빨리 없애버려야 할 텐데.”


이봐요, 다 들리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대놓고 뒷담까는 건 좀 아니잖아요.
하긴 저 괴물들한테 무슨 거리낌 같은 게 있겠어요?
저와 왕자님 사이를 갈라놓을 생각밖에 없을 텐데.


토크쇼에선 여러 가지 주제의 대화들이 오고갔어요.
평범한 사람들이 듣기엔 그럭저럭 재미있고 흥미로운 주제겠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이 대화는 그들끼리 주고받는 암구호라는 걸.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구체적으로 저와 왕자님을 어떻게 하려는지에 대한 내용일수도 있겠네요.
결국 왕자님과 저를 해치려는 의도임에는 변함이 없겠지만요.


토크쇼-로 위장된 회의-가 모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어요.
밖에서 소리가 들리는데, 분명 그 괴물들의 회의겠죠.
아무리 그래도 당사자가 근처에 있는데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요.


집으로 돌아가면서, 저는 프로듀서님께 말씀드렸어요.
이 세상이 얼마나 사악한지, 그리고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괴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저의 말을 다 들으신 프로듀서님께서 말씀하셨어요.


“히나코 말대로, 이 세상엔 괴물같이 나쁜 사람들이 많지. 하지만 괜찮아. 히나코는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히나코의 비유, 정말 와닿네.”


비유 아니에요, 프로듀서님! 그 사람들 진짜 괴물이에요!
언젠가 저랑 프로듀서님을 해칠 거예요, 전 알아요!
하지만 프로듀서님께서는 그냥 웃고 넘기셨습니다. 아오 속 터져!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은 뒤, 수첩을 폈습니다.
일기장처럼 쓰고 있는 수첩인데, 살면서 본 일들을 하루마다 적는답니다.
오늘도 일지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1월 13일/월, 맑음.
오늘도 괴물들의 뒷담화를 들었다. 바보같이 너무 대놓고 수군거려서 다 들렸다.
왜 그렇게 나와 왕자님의 관계를 못 갈라먹어 안달인지 모르겠다.


프로듀서님은 꿈에도 모르고 계신다.
이 세상에 가득한, 우리들을 해치는 괴물들의 존재를.
그리고, 그들이 프로듀서님을 괴롭히고 있단 걸 전혀 모르고 계신다.


언제쯤에나 프로듀서님이 진실을 알게 되실까,
언제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게 될까.
언제쯤 나는 마음 놓고 살 수 있을까.」


이렇게 쓰고 수첩을 덮었습니다.
세상이 참 야무하단 생각밖에 안 들어요.
수첩에 쓴 말마따나, 왜 그렇게 저와 왕자님 사이를 못 갈라먹어 안달인지 모르겠어요.


왜 저와 왕자님의 러브러브를 못마땅해 하는 걸까요?
그리고 왜 제 자리에 끼어드려는 마귀들이 있는 걸까요?
왜 세상은 이렇게도 저를 못살게 구는 걸까요?


“히나코, 밥 먹어라.”


엄마가 저를 부르십니다.
그러고 보니 마침 저녁 먹을 시간이 가까워졌네요.


식탁에 앉아 저녁을 들었습니다.
다른 데 가서 먹으면 독 때문에 마음 편히 먹을 수가 없지만 집밥은 안심할 수 있어요.
그래도 제 엄마가 만드신 건데 설마 그 사람들의 사주를 받았으려구요.


“히나코, 요즘 활동하는 건 어떠니? 요즘따라 안색이 별로더구나.”
“별 일은 없어요. 나쁜 사람들이 저와 왕자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온갖 술수를 다 쓰는, 언제나와 같은 날이죠. 설마 엄마도 이 음식에 독을 넣진 않았겠죠?”
“얘, 독을 왜 넣어? 너 망상이 조금 심한 것 같구나.”


망상 같죠? 근데 진짜에요.
세상 사람들이 제게서 왕자님을 빼앗아가려고 별의별 모략을 다 꾸미고 있어요.
언젠가는 저 진짜 죽임을 당할지도 몰라요!



밥을 다 먹고 핸드폰을 켰어요.
트위터 실트를 보게 됐는데, 정말이지 위장 잘 해놓았네요. 평범한 단어와 해시태그인 척 암구호를 올려놓다니.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역시네요.


데레포도 보게 되었어요.
아이돌-의 탈을 쓴 엉큼한 악마들-의 대화가 이어지네요.
내일은, 아니 지금은 또 어떤 식으로 프로듀서님을 괴롭히고 있을까요!


언제나 말하지만 제 꿈은 온 세상에 히나코 월드를 세우는 건데요.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는 무리일 것 같네요.
속 시커먼 괴물들과 엉큼한 마귀들이 있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히나코 월드를 세우면 얼마 못가 더러워질 테니까요.


단언컨대 히나코 월드는 깨끗한 곳에 세워져야 해요.
저와 왕자님이 안심하고 행복할 수 있는 곳.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 곳에 히나코 월드가 세워져야 해요.


세상의 괴물들과 사무소의 악마들은 그런 제 꿈을 또 방해하려 들겠죠.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저도 잘 방어해 가면서 히나코 월드를 준비해야겠어요.



그 다음날 아침이 되었네요.
오늘은 오프지만, 현재 겨울방학 시즌이라 딱히 학교 갈 일도 없어요.
해서 식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프로덕션으로 향하는 길을 떠났습니다.


길을 걷는데,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해줬어요.
표정이 밝긴 하지만, 이 인사에 숨겨진 의미는 분명 ‘저 놈 아직도 살아있네?’ 에요.
그럴 땐 저도 밝게 인사하며 ‘그래, 나 살아있다. 어쩔래, 꼽냐?’ 하는 눈빛을 보내면 되는 거죠.


전철을 타고 시부야 역에 도착했습니다.
어디서든 안 그랬겠냐마는, 전철 안에서 사람-의 탈을 쓴 괴물-들이 저를 감시하며 수군거리는 걸 느꼈어요.
내용이야 뭐 안 봐도 뻔하죠.


‘아직도 살아있구나.’
‘하루빨리 없어지지 않고 뭘 하는 거지.’
‘없애버릴 수 있는 더욱 강력한 방법을 써야겠어.’


오늘도 저를 해치려는 모략과 술수가 넘치네요.
이쯤 되면 제가 뭘 잘못했길래 이러는 건가 싶어요.
어제나 저제나 저러고 있으니까 ‘제가 여러분들한테 뭘 어쨌다고 그러세요...’ 싶다구요.


그러다가 또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맹수가 이유가 있어서 초식동물을 잡아먹나요. 그냥 배고프면 먹고자 하는 본능대로 움직이는 거죠.
그러니 저 괴물들에게도 그냥 사람 해칠 본능만 남아있는 거겠죠.


괴물들 사이를 지나 프로덕션 사무소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여니 아이돌 동료들이-아니 그 탈을 쓴 마귀들이- 저를 반겨주네요.
분명 스케줄-로 위장한 괴물들의 회의-을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거겠죠.


“어, 히나코 온 거야?”
“안녕하세요오~프로듀서님~! 히나코의 왕자니임~”
“그래그래, 그런데 오늘 히나코는 오프 아닌가? 왜 온 거야?”
“무흐흐~히나코의 왕자님을 보려고 왔죠오~”
“그래? 그럼 히나코, 이왕 온 거,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니 같이 점심먹으러 나갈래?”
“정말요~? 사주시는 건가요오~? 기다리고 있을게요오~ 무흐흐~”


데이트 신청을 받고 너무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데, 치히로 씨가 프로듀서님께 말했어요.


“프로듀서님? 아이돌과 스캔들 나면 곤란하답니다?”
“그냥 밥을 사주는 건데 무슨 스캔들이 나겠나요!”


저 사탄 마귀가 진짜.
괜히 오니악마치히로라고 불리는 게 아니에요.
저랑 프로듀서님을 갈라놓으려는 뻔하디 뻔한 속셈으로 수작을 부리네요.


다른 아이돌-마귀-들도 프로듀서한테 밥을 사달라고 하겠죠.
그게 본인의 프로듀서라면 모르겠지만 제 프로듀서님한테 그러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자기들끼리 놀라고 해요! 저의 왕자님에게 수작 부리려 들지 말고!



기다리고 기다리니, 드디어 고대하던 점심시간이 되었어요.
그래서 프로듀서님 손 꼭 잡고 맛있기로 유면한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어디가 안 그렇겠냐마는, 여기도 괴물들이 득실거리네요.


자리에 앉으니 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받아요.
근데 그 눈빛이, 역시 괴물 특유의 그 눈빛이에요.
뭘 시켜도 분명 주방에서 요리에 독을 넣어 내놓을 게 확실해요.


그걸 꿈에도 모르는 프로듀서님의 주문을 받은 종업원-으로 위장한 괴물-이 물러나고, 저희는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리면서 여러 대화를 나누는데, 밑반찬들이 나왔어요.
샐러드, 음료수, 가라아게, 기타 등등.


이 샐러드, 독초를 다듬고 독액으로 드레싱을 했겠죠.
이 음료수, 수면제를 섞은 게 티가 확 나요.
이 가라아게, 인육으로 만든 거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끔찍해졌어요.
도저히 입에 넣고 싶은 생각이 들질 않는다고요.
갈수록 사악해지는 이 괴물들의 만행에 치가 떨리고 있어요.


먹지 않는 저를 보신 프로듀서님이 제게 물으셨어요.


“히나코? 왜 그래? 왜 안 먹고 있어?”
“프로듀서님!”


결국 소리쳤습니다.
이젠 진짜로 말씀드려야만 해요.
이곳이 어디인지, 요리들의 실체는 무엇인지, 이 괴물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꼭 말씀드려야겠어요.


“ㅇ...응? 왜 그래, 히나코?”
“프로듀서님, 알고 계신가요? 여긴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곳이고, 이 음식들, 전부 독이 들어있어요. 소량이라 티도 안 나지만 말이에요. 왜 든 건지 아시나요? 히나코와 프로듀서님을 갈라놓고 죽이려는 거예요.
저는 알고 있었어요. 이 세상은 예전부터 히나코와 프로듀서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안달이었다는 걸 말이에요. 그래서 지금처럼 끔찍한 짓까지 해가며 자나 깨나 저와 프로듀서님을 죽일 기회만 찾고 있었죠.
이 괴물들아! 오늘 아주 때를 잘 만나셨네요! 그렇게 나와 왕자님을 갈라놓고 싶으셨습니까! 어림도 없지! 내가 순순히 먹고 죽을 줄 알아요?! 이젠 더 못 참아!”


소리치며, 일어나 그릇들을 싹 다 뒤집어 버렸습니다.
그런 저를 보는 괴물들은 경악한 표정이네요.
그렇겠죠! 목적이 이뤄지다가 결정적일 때 코가 빠져버렸으니!


경악한 건 프로듀서님도 마찬가지였어요.
이 괴물들의 실체를 알고선 충격에 빠지신 거겠죠.
맛있는 음식들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암살용 도구였다니 어떻게 끔찍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결국 저희는, 계획이 어그러져 화가 난 괴물들에 의해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프로덕션으로 돌아가면서, 프로듀서님은 충격이 너무 강했는지 연신 ‘미쳤어...’라는 말을 반복하셨어요.
네, 이 세상, 정말로 미친 세상이에요. 알아주셔서 감사드려요.



그 날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났어요.
괴물들은 더욱 더 교활하게 저를 조여왔고, 마귀들 또한 그랬습니다.
계획이 들통 난 게 어지간히도 분했나 봐요. 갈수록 눈빛이 사악해져가네요.


간만에 일이 생겨서 사무소에 들어오니, 오늘도 아이돌-의 탈을 쓴 마귀-들이 북적댑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아이돌 죠가사키 리카.
그는 저와 같은 프로듀서님의 담당 아이돌로서, 시도 때도 없이 데이트 해달라고 졸라대는 아이죠.


가뜩이나 예전부터 거슬리는 녀석이란 생각이 들었는데요, 오늘도 그러고 있네요.


“P군! P군! 점심 사줘! 데이트해줘!”


이 말에, 저의 정신이 순간 뒤집혀버렸어요.


이 마귀가, 이젠 제 왕자님께 최면까지 걸고 있네요.
잔뜩 홀려서 지옥으로 끌고 가려는 심산이 틀림없어요.
절대로, 가만둘 수 없어. 용서 못 해.


정신을 차렸을 땐 제 손은 리카의 목을 조르고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제정신이었을까요.
처음부터 진심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컥...히나코짱...왜 그러는 거야...나한테...”
“죽어...이 사탄 마귀. 내 왕자님한테 꼬리치지 마.”


하지만 막판에 다른 사람들이 대거 난입하는 바람에 죽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 직후 이 마귀들의 집합소에서 도망쳤어요.
거기 계속 있다간 그들의 먹이가 되고 말 것 같아요.
치사하게 텔레파시로 아군을 불러내다니, 역시 악마답네요.



스케줄도 무시하고 한창 여기저기로 도망치고 있을 무렵,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여, 여보세요?”
“히나코, 나야.”


프로듀서님이셨습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히나코, 지금 어디에 있어?”
“...말할 수 없어요.”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죠.
그들이 마귀인 줄도 모르는 프로듀서님이 보시기엔, 이건 그저 살인미수일 테니까요.


“히나코.”
“네.”
“오늘은, 나랑 같이 밥 먹을래?”
“밥이요?”
“내가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하고 싶어.”


이 말에, 지금껏 꿀꿀했던 기분들이 일순간 좋아졌어요.


“진짜요? 지금 가야 하나요?”
“지금 와주면 좋을 것 같아.”


그 말을 듣자 바로 프로듀서님 댁으로 뛰어갔어요.
다행히 제가 있는 곳은 프로듀서님의 댁에서 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음식도 아닌 프로듀서님 수제 요리라니 이 얼마나 좋은가요!



도착하니 프로듀서님께서 저를 전보다도 더 밝게 반겨주셨어요.
그곳에서 대접받은 음식들은 정말 맛있었어요!
역시 괴물들의 흉악한 술수 따위가 담긴 것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식사를 마치고 나서, 프로듀서님과 저는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어요.
앞으로의 활동이라든가, 아니면 이번엔 무슨 일이 있었다든가 하는 그런 이야기.
역시 저의 왕자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네요~!


그렇게 한참을 대화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식곤증인지 졸려오네요.


“프로듀서님, 왠지 졸린데 조금만 자도 괜찮을까요?”
“응, 그렇게 하렴. 여기 눕거라.”
“네...그럼...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눈을 감았어요.


“잘 자렴, 히나코...그리고...



깊었던 잠에서 깨어난 건 그로부터 한참 후였습니다.


“아후~잘 잤다...엥?”


깨어났을 땐, 프로듀서님 댁 대신 알 수 없는 방에 뉘여져 있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눈빛이 아주 섬뜩한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이상한 괴물들 뿐이었습니다.
제가 왜 여기 있는 거죠?!


여기가 어디인지 살펴보려 해도, 사방이 어둡게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어요.
패닉에 빠져 소리쳤습니다.


“뭐야! 여기 어디야?!”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저 멀리서 왠지 익숙한 모습들이 보였어요. 분명 저희 가족과 프로듀서님이시겠죠.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프로듀서님! 엄마! 아빠! 저 왜 여기 있어요?! 여기 어디에요?! 저 좀 꺼내주세요!”


저와 그들 사이엔 잠긴 문 하나가 있었는데, 그것을 두들기며 계속 외쳤습니다.


“저 좀 꺼내주세요! 여기 괴물들이 너무 많아서 무서워요!”


그렇게 외치는데, 에? 엄마? 왜 울고 계세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결국 엄마는 주저앉아 오열하시고 말았습니다.
여기 갇힌 저를 두고 아빠는 엄마를 위로하셨고, 프로듀서님은 참담하다는 표정을 지으셨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누구라도 말씀 좀 해주세요! 저 괴물들이 저를 해치려 한단 말이에요!”


결국, 한참 후에야 프로듀서님께서 한숨을 한번 쉬신 뒤, 말씀하셨습니다.


“히나코, 여긴...정신병동이야...”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했습니다.


“ㅈ...정신병동이요?! 거짓말! 제가 왜 정신병동에 있어요?!”
“히나코, 너는 모르겠지만, 너에겐 복합적인 망상장애가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어. 그 망상을 진짜라고 믿은 나머지, 지난번과 같은 사고들을 치고 만 거야.”


ㄱ...거짓말...그럴 리가 없어요...
저는 망상 같은 걸 한 게 아니에요...
진짜 제가 보고 들은 걸 한치의 거짓도 없이 말씀드린 거라고요...


“거...거짓말이죠...? 이거 몰래카메라죠...? 카메라...카메라 어디 있어요? 빨리 나오세요...!”
“미안해...히나코...”


말씀하신 뒤, 프로듀서님은 슬픔 속에 빠진 저희 부모님을 모시고 저만치로 사라지셨습니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프로듀서님!!! 엄마!!! 아빠!!! 어떻게 저한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저만의 왕자님이라고 생각했던, 제게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이었던 프로듀서님이, 저를 이 괴물의 소굴에 넘겨버리신 거예요.
사무소의 마귀들이, 기어코 프로듀서님을 현혹하는 데 성공했군요.
저를 이 괴물들의 소굴에, 그것도 왕자님의 손에 의해 넘겨지게 한 거예요.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살려줘살려줘제발살려줘살려줘나좀살려줘살려줘살려줘내가뭘잘못했어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꺼내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제발꺼내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나좀꺼내줘살려줘살려줘제발살려줘살려줘나좀살려줘살려줘살려줘내가뭘잘못했어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꺼내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제발꺼내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나좀꺼내줘살려줘살려줘제발살려줘살려줘나좀살려줘살려줘살려줘내가뭘잘못했어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꺼내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제발꺼내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나좀꺼내줘살려줘살려줘제발살려줘살려줘나좀살려줘살려줘살려줘내가뭘잘못했어살려줘살려줘살려줘제발살려줘살려줘살려줘나좀살려줘살려줘살려줘내가뭘잘못했어살려줘살려줘살려줘제발살려줘살려줘살려줘제발살려줘살려줘나좀살려줘살려줘살려줘내가뭘잘못했어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꺼내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제발꺼내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나좀꺼내줘살려줘살려줘제발살려줘살려줘나좀살려줘살려줘살려줘내가뭘잘못했어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꺼내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제발꺼내줘살려줘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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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써보는 글이네요.
히나코의 특기는 망상인데, 그 망상이라는 것을 극단적으로 비틀어 망상장애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어떤 장면이 나올지 궁금해서 써보았어요.
나름대로 간바리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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