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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와 비둘기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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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4, 2020 21:51에 작성됨.

평소와 같은 화창한 하루.
평소대로라면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프로덕션에 작은 바람을 몰고 온 것은 마노의 기운찬 한 마디였다.


「어? 비둘기 치킨?」


「네, 프로듀서 씨! 피-쨩으로는 먹을 수 없지만, 비둘기를 한 번 튀겨먹어보고 싶어요!」


「어.... 왜?」


비둘기 치킨이라니.
평범한 사람은 그런게 있는지도 모를테고, 혹여나 그런 것이 있다고 알고 있어도 굳이 만들어 먹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음식일텐데.


「맛있어 보이니까요! 그렇지, 피-쨩?」


「구구구구!!」


어이, 거기 비둘기.
동족을 튀겨먹는다는 소리에 그렇게 밝게 반응해도 되는거냐.


「아니, 뭐.... 백 보 양보해서 먹는 것은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여기서 꼭 만들어 먹어야 하는거야?」


「하지만 파는 곳이 없는걸요....! 그러니 급탕실에서 가스랑 집기 좀 빌려도 괜찮을까요?」


「하아....」


하즈키 씨는 사장님의 심부름을 하러 갔기에 부재 중.
그렇다는 것은, 마노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이 나 혼자라는 뜻이다.
...이거 참, 어떻게 하지.


「안녕, 프로듀서- 날씨가 좋네! 아, 마노! 오늘도 좋은 날이네!」


「안녕, 메구루 쨩. 아, 같이 비둘기 튀김 먹지 않을래?」


「비둘기 튀김? Fried pigeon?」


마노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띄우며 대답하는 메구루.
그야 그렇겠지.
회사에 출근했더니 동료가 갑자기 이상한 음식을 먹지 않겠느냐고 물어보면-


「뭐야, 그거! 맛있어보여!」


엑.


「한 번 먹어보고 싶은걸~! 그래서, 그 비둘기 튀김은 어디있어?」


「아, 이제 만들어보려고. 그래서 프로듀서 씨께 급탕실을 사용할 수 있냐고 여쭤보던 참이야.」


「저기, 마노. 그러니까-」


「므응....!」


아니, 거기서 그런 표정은 반칙이야....
비둘기 튀김을 위해서 그런 귀여운 표정까지 지으면서 나를 설득해야겠니?


「맛있을거예요, 프로듀서 씨! 그러니까 허락해주시면 안될까요....?」


「맞아, 프로듀서! 마노의 요청이니까 한 번 쯤은 괜찮잖아!」


「아니, 그러니까.... 에휴, 어쩔 수 없지. 그래, 알겠어. 대신 뒷정리는 제대로 해 놓도록 해.」


「와아....!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씨!」


「잘 됐네, 마노!」


「응!」


...하지만 프로듀서로서 아이돌에겐 이길 수 없었어.
딱히 문제가 있는 행동도 아니고, 달리 생각해보면 튀김을 해먹고 싶다는 것 뿐이잖아.
...그게 비둘기 튀김이라서 그렇지.


「그럼 이제 사 온 식용 비둘기를♪」


엥, 식용 비둘기?
그런 것도 있어?


「잘 썰어서 토막을 낸 다음에♬」


....이미지 괜찮니, 마노?
지금까지 귀여운 이미지로 잘 나갔잖아?
그런데 고작 비둘기 튀김 먹겠다고 이미지 다 버릴 참이야?


「토막을 내 준 고기에다가 각종 소스를 넣고 버무린 다음에~」


「구구구구♬」


아니, 그러니까 거기 피-쨩은 어째서 동족이 그렇게 되어가는데 웃고 있는거냐고?!
너 정말 괜찮은거야?!


「좋앗, 이제 튀김물에 넣어서 빵가루 좀 묻힌 다음에 튀기면 돼요!」


「와, 맛있어 보여~」


「하아....」


하느님, 저희 마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겁니까....
부디 제가 보고 있는 이 상황이 꿈이라고 해 주세요...


「넣으면 돼, 마노?」


「응, 메구루 쨩. 넣고 튀긴 다음에 한 번 더 튀기는 것 잊지 말고.」


「응~」


마노의 말에 빙긋 미소를 지으며 튀김옷이 잘 입혀진 비둘기 토막들을 기름솥에 넣고 튀기기 시작하는 메구루.
소리만 들으면 괜찮은데, 소리만 들으면....!


「안녕하세요.... 어라? 이건 기름 냄새....?」


「히오리! 마노 좀 어떻게 해봐!」


「에? 그건 무슨...」


「아, 히오리 쨩! 비둘기 튀김 먹을래?」


「...에?」


「비둘기 튀김! 맛있다구?」


먹어본거냐앗?!


「에, 에? 프로듀서, 대체 이건 무슨....」


「나도 잘 모르겠으니 묻지 말아줘, 히오리. 그냥 마노가 하자는 대로 따라줘.」


나의 말에 상황이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는 듯이 완전히 충격받은 얼굴로 마노와 메구루를 쳐다보는 히오리.
그 동안 튀김은 완성되었는지 튀긴 고기의 냄새가 풍겨왔고, 그 맛있어보이는 냄새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침이 감돌았다.


「좋아, 다 됐다♬ 다 같이 먹자, 응?」


「아, 으응.... 그런데 맛있는 냄새네, 마노.」


「응! 비둘기 튀김, 꽤 별미라구?」


「그, 그런거야....?」


「응! 자, 그럼 먹자! 프로듀서 씨도 한 조각 드세요!」


「어? 어....」


솔직히 겁이 난다.

아니, 까놓고 말해서 겁이 안 날 수가 없잖아.
기생충이라던가 이런게 있을수도 있고, 비둘기로 만든 튀김이라니.... 아무리 봐도 잘못된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그,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마노와 메구루의 환한 미소와 함께, 내게 주어진 비둘기 튀김 한 조각을 손에 들고 물어뜯는다.
음, 일단 껍질의 맛은 일반 튀긴 닭과 다르지 않네.
바삭하고 기름지고... 응?


「이, 이건.....?」


「어떤가요?」


「맛있어...」


「에?!」


「엄청 맛있어, 마노! 일반 튀긴 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소함이야! 어떻게 된거야?!」


「헤헤, 열심히 노력해서 개발한 특제 비둘기 마리네이드가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네요?」


「그런 걸 만들었던거야, 마노?!」


히오리의 딴지는 한 귀로 흘려들으며 다시 맛보는 비둘기 튀김.
와, 이게 뭐야.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마노, 정말 맛있어! 대체 이런걸 어떻게....」


「맛있으신가요, 프로듀서 씨?」


「응! 정말 맛있어! 이런 걸 마노가 매일매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을 정도야!」


「엣....?!」


「정말 고마워, 마노. 지금까지 의심해서 미안해. 사랑해, 마노!」


「호에엣....?!」


...잠깐만.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분명히 이상한 말을 하기는 했는데, 혹시...


「어, 어쩔 수 없네요....! 그런 프로듀서 씨를 위해서, 매일매일 비둘기 튀김을 만들어드릴께요!」


....그 때부터였어요.
매일매일 비둘기 튀김을 먹기 시작한 것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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