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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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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1, 2020 18:19에 작성됨.

미우는 좋은 사람입니다.
여러 가지 고난이, 힘든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통해 도움닫기를 하여 유명 아이돌의 자리에 올랐으니까요.


인간관계도 좋습니다.
신데렐라 걸 미오와 동향이고, 이마이 카나와는 같은 유닛이에요.
그밖에도 제가 모르는 또 다른 인간관계도 많이 있겠죠.



근데 저랑은 상성이 별로인가 봅니다.
대체 무슨 계기였는지는 몰라도 만날 때마다 싸웁니다.
옛날엔 나름 이유가 있어서 싸웠는데, 요즘은 그냥 싸우는 게 불가항력적인 것 같네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어쩌다가 저희 둘이서 저녁밥을 먹게 됐는데, 메뉴가 중식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식에서 갈등하는 포인트는 정해져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에는 싸우지 않으려고 탕수육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탕수육은 안 먹으려고?”
“시켰다가는 왠지 또 싸우게 될 것 같아서.”
“아, 그러네. 너는 무슨 파인데?”
“난 소스 안 먹는 편이야.”
“난 찍먹이야. 그럼 시켜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


순간 띠용했습니다.
내가 얘랑 탕수육으로 싸우지 않을 수가 있다니.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탕수육으로 싸우는 게 정상인 줄 알았는데.


결국 짬뽕 두 그릇에 탕수육 中을 시켰습니다.
정말 그 말대로, 우리는 탕수육을 가지고 싸우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하루 정도는 우리도 평화적으로 지낼 수 있나 봐요.



저녁 식사를 다 마치고, 베스킨라벤스에 들어갔습니다.
후식은 여윽시 아이스크림이 짱이죠.
파인트 오늘 다 죽었다!


제가 먹을 아이스크림은 ‘뉴욕 치즈 케이크’, ‘요거트 플레인’, ‘애플민트’ 입니다.
주문을 시키는데, 애플민트를 달라고 한 순간 미우가 외쳤습니다.


“뭣이! 민트! 민트를 먹는다고!”
“그래. 애플민트를 먹을 건데.”
“민트 그 치약 맛! 그걸 어떻게 먹어?”
“뭐 임마? 치약?!”


그 순간 저는 열이 올랐고, 결국 미우와 맞짱을 떴습니다.
감히 애플민트를 한낱 치약 따위와 비교하다니!
오늘은 웬일로 싸우지 않고 넘어가나 싶었는데, 결국 어김없이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미우와 부딪치고 싸우는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만나면 꼭 싸우게 됩니다.
안 싸우고 싶어도 어떤 식으로든 불가항력적으로 맞짱을 뜨게 됩니다.


그렇다고 제가 미우를 싫어하느냐면 절대 아닙니다.
저는 미우를 정말 정말 좋아해요.
거짓말이 아니라 제 이상형은 미우같은 사람이랍니다.


만약 제가 정말로 미우를 싫어했다면 이렇게 안 했을 겁니다.
오히려 만남을 극도로 피하거나, 만나도 대화 자체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렇게 맞짱을 뜨는 것이야말로 제가 미우를 좋아한다는 증거랍니다.


미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미우를 좋아하는 만큼 미우도 저를 좋아합니다.
미우 본인이 지 입으로 그렇게 얘기했어요.


미우가 제게 말한 적이 있어요.


“나는 너랑 이렇게 사사건건 부딪치는 게 싫지 않아. 오히려 부딪칠수록 기분이 좋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랑 많이 싸우자.”


이 말이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미우도 저를 좋아한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저는, 마치 팬들이 아스테리스크의 ‘오늘의 해산’을 기다리듯, 미우와 싸울 때가 기대됩니다.
이번엔 또 어떤 이유로 싸우게 될까 싶습니다.



그 후로도, 저는 힘을 내며 살았습니다.
평소엔 힘이 없어도 미우를 보면 거짓말같이 힘이 솟았어요.
혹시 미우도 저와 같았을까요.


제가 미우에게 가진 감정은, 아마도 애증이라고 해야 할까요?
싸울 때는 정말 죽일 듯이 싸우지만, 막상 미우를 못 보면 온 몸에 힘이 빠지니까요.
그러다가 미우를 보면 또 힘이 솟아나게 되고 그래요.


애증의 감정은, 커지면 커질수록 서로를 키워줍니다.
싸움의 수위가 강해지고, 싫은 마음이 더해질수록, 사랑도 더욱 커집니다.
그리고 결국, 저는 미우가 없으면 아무런 힘도 나지 않기 일보 직전이 되었어요.


애증이란 거, 참 신기해요. 저를 이렇게 만들어버리다니.
싸우면 싸울수록 너를 사랑하게 될 줄이야...
그 사랑이 끝까지 갔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사랑하는 미우가, 이틀 전 죽었습니다.
취객이 휘두른 흉기인 깨진 술병에 찔려 폐와 목을 다친 게 사인이라고 합니다.
현장에서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출혈과 상처가 너무 심해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아버렸대요.


그리고 그날 밤, 미우는 가련한 마지막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얘기를 들으니, 유언으로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그를 용서한다’라고 했다나요.
그렇게 되었으니 고마워하십시오, 취객. 미우가 용서하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당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에요.


미우의 사망 소식을 들은 모두의 가운데서, 저는 극한의 슬픔과 절망에 빠졌습니다.
미우가...내 상대가...내 친구가...내 사랑이...죽었다...
안 돼...안 돼!!! 미우야!!! 이렇게 떠나버리면 안되잖아!!! 이 나쁜 놈아!!!


미우의 장례식장에서, 그렇게 소리쳤습니다.
너무 슬픈데 눈물이 나오질 않아 그저 우는 소리밖에 내지 못했고,
그런 저를 보는 다른 멤버들은 저의 등을 쓸어주며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사흘 동안은 집에서 나오지 않고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폐인으로 살았습니다.
밥도 잘 먹지 않고, SNS도 거의 보지 않은 채 멍하니 지냈습니다. 그뿐이에요.
지금껏 미우와 사이좋게 싸우면서 지냈던 기억들이 주마등으로 스쳐 지나갔습니다.


지나가는 기억들을 회상하면서, 그때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제가 미우를 얼마나 사랑했던 건지도 알기 시작했습니다. 미우도 저를 그만큼 사랑했을까요.
만약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제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그때 그 시간 속에 다시 있고 싶어요.



사흘 만에 집 밖으로 스스로 나오긴 했지만, 아직 멘탈이 다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미우와의 기억이 아직도 강하게 살아있어요.
역시 조금은 더 슬픔 속에 있어야 할 것 같네요.


그 동안 미우의 유골이 있는 납골당에 자주 들르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갔는지, 그 많은 함들 사이를 눈감고 걸어가도 미우의 것을 정확히 찾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미우의 유골을 보게 될 때마다, 다리가 풀려버릴 정도로 눈물이 수문 열린 댐처럼 터져 나옵니다.


“미우야...”
“왜 이렇게 빨리 갔어...”
“나랑 다시...제발...”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분명 미우는 죽었고, 그래서 유골함에 가루가 되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유쾌하던 미우가 한순간 백골이 되어 단지에 담겨진 신세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헛된 기적이라도 바라고 싶어집니다.
다 울고 나면 옆에 미우가 살아서 서있길 바라고 싶어집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도, 정말로 간절히 바라고만 싶어집니다.


프로덕션으로 복귀했을 때는, 장례식으로부터 2주일이 조금 안 되었던 날이었습니다.
복귀했다고는 해도 전처럼 완벽하게 지내기란 제겐 어렵게 느껴집니다.
저의 삶에, 동료들의 인생에, 회사의 흐름에 끼친, 미우의 죽음으로 인한 되돌릴 수 없는 파동이 컸으니까요.



얼마 후에 프릴드 스퀘어의 단독 콘서트 스케줄이 잡혔습니다.
그래서 미우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연습과 트레이닝에 매진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트레이너님은 제가 미우를 완전히 잊어버린 줄 아셨대요.


트레이닝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으려 제 캐비닛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미우의 캐비닛을 보게 되었는데, 아직 미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왠지 미우가 다시금 그리워지네요...


결국 미우의 캐비닛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텅 비었을 거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옷 하나가 걸려 있었습니다.
회사가 유족에게 짐들을 전해주는 과정에서 빼먹은 모양이에요.


이 옷은 미우가 생전에 정말 아끼던 옷입니다.
얼마나 아끼는지, 미우가 이 옷을 입은 걸 회사의 애니버서리 행사 때 이외엔 본 적이 없어요.
그 정도로 미우는 이 옷을 좋아하고 아꼈죠.


그 순간, 저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 옷을 챙겨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집에 갈 때까지, 아니 집에 도착할 때까지 가방 속에 넣어두었고요.


예전에, 카린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붕이나 마당에 서서 왼손에 옷을, 오른 손을 허리에 대고 북쪽을 향(向)해 ‘~동네 아무개 복(復)’이라고 3번 외치면, 그 옷 주인의 영혼을 불러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런 일을 ‘초혼’이라고 한 대요.


저도 초혼을 함으로서 미우의 영혼을 불러내고자 합니다.
미우가 너무 그립지만, 다시 부활하기엔 미우의 육체는 이미 가루가 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네크로맨서도 아니고요.
그렇기에, 영혼만이라도 다시 보고자 해요.



집에 돌아오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방을 내려놓고, 그 안에 있던 미우의 옷을 꺼냈습니다.
그런데...어디서 하면 좋을까요?


제가 사는 곳은 주택가라서 딱히 마당이랄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붕에 올라가서 하자니, 굉장히 소란스럽기도 하고 이목이 집중될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20분 가량을 고민했습니다.


결국 결론을 내리니 그것은 지붕이었습니다.
마당은 없지만 지붕은 있습니다. 그러니 있는 쪽을 쓰는 편이 더 좋겠죠.
그리고, 미우를 보고자 하는 그리운 마음인데, 거리낄 것이 무엇이 있겠나요?


하여 옷을 들고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습니다.
보통 같으면 닫혀있을 텐데, 오늘은 왜인지 열려 있네요.
시작이 좋습니다. 오늘은 초혼하기 딱 좋은 날씨네요.


막상 시작하려니 말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요.
조금은 울고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끓어오르는 슬픔을 겨우겨우 참아내고, 왼손을 꼭 쥐었습니다.


“미우야. 미우야. 미우야.”


미우를 몇 번이고 불렀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말은 목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외쳐야 합니다.


왼손에 미우의 옷을 쥐고, 오른손을 저의 허리춤에 대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주문을 기억해냈습니다. 3번 외치는 거였죠?
아, 맞다. 북쪽은 어디지? 여기인가?


“치바 현 야구치 미우 복(復).”
“치바 현 야구치 미우 복(復).”
“치바 현...야구치...미우...ㅂ...”


결국 마지막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또 다시 북받쳐 올랐습니다.
이걸 부르면, 왠지 마음 한쪽이 완전히 뜯겨나갈 것만 같습니다.
미우가 죽었다는 사실을 격렬히 통감하게 되는 것 같으니까요.


결국 조금의 시간동안, 미우를 부르며 혼자 울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심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미우를 정말로 좋아했나봐...정말...사랑했구나...”


정말로 좋아했나 봐요. 진심으로 사랑했나 봐요.
이렇게까지, 제가 이토록 필사적인 걸 보니.
좋아하지 않았다면,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텐데.



겨우 추스르고 다시 일어나 초혼을 재개했습니다.
아직 슬픔이 남아있는지, 주문하는 저의 목소리가 떨렸고,
세 번째 주문에서는 거의 반쯤 울다시피 하며 불렀습니다.


‘미우야, 보고 싶어. 정말로 보고 싶어.
너의 영혼이 저 세상의 끝으로 갔든지, 이 세상을 맴돌고 있든지 상관없어.
너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아무렴 상관없어.


내 모든 힘을 다해 주문을 불렀지만, 마음은 다 담지 못했어.
보고 싶다는 그 단순한 말 한마디조차도 못했어.
지금이라도 너에게 말할게, 온 힘을 다해 외칠게.


슬픈 마음을 다 눌러서 주문을 부르고,
서러움을 터뜨리며 널 불렀어.
너를 부르다가 나 스러져도 좋을 것 같아.


미우야, 보고 싶어. 정말로 보고 싶어.
꿈에서라도 보고 싶어서 이렇게 너를 부르고 있어.
다시 너를 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날 밤, 아무도 없는 저의 꿈속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안녕, 아즈키.”
“너니? 너야? 정말로?”
“나야,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초혼에 응해줘서...너무 고마워...”
미우야.


그 순간, 그동안 눌러왔던 울음이 끝내 북받쳐 몽땅 쏟아지고 말았습니다.
미우를 보면 할 말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미우를 만나니 아무 말도 할 수 없네요.
결국 보고 싶었다는 말이 한참 후에야 겨우겨우 나왔습니다.


“말도 없이 죽어서 미안해, 아즈키.”
“괜찮아...예고하고 죽는 것도 아닌데 뭐...”
“나도,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
“하고 싶은 이야기?”


어떤 이야기인 걸까요?


“뭔데?”


“아즈키, 나는 널 좋아해, 그리고 사랑해.
죽기 전에, 날 죽인 취객을 용서하라는 유언 말고도, 너를 보고 싶다는 말도 하려고 했어. 하지만 운명과 시간이 그걸 허락하지 않아 제대로 남기지도 못했네.
그리고 많이 놀랐었어. 이 초혼이란 건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해서 나를 보고 싶어 하다니, 너도 나를 그만큼 좋아했던 걸까?”
“맞아. 네가 죽고 나서 한 사흘간은 폐인으로 살았어. 다시 복귀하는 것도 2주일 정도 걸렸고.”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폐인 같이 살았던 게 아니라 확실히 폐인이었죠.
지금 미우를 보니 그때의 시간이 보상받은 기분입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미우가 왠지 흐려졌습니다.


“미우? 왜 그래? 왜 흐려져가는 거야?”
“아, 새벽이 오고 있나봐. 이제 가야 해.”


가지 말아줘.
지금 가면 너를 언제 또 볼 수 있는데?
이런 제 생각을 미우가 읽었는지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말아줘. 나는 아즈키의 곁에 언제나 있을 거야. 그리고 괜찮을 때가 되면 오늘처럼 꿈속으로 올게. 사랑해, 아즈키.”
“...사랑해, 미우야. 와줘서 고마워.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


말하며 미우는 흐려졌고, 동시에 저는 눈을 떴습니다.
아침이 되어 있었고, 모든 건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햇살 쨍쨍, 유리창은 반짝, 새 소리는 짹짹.


미우를 만나서인지, 일어나는 기분이 찌뿌둥하지 않고 개운해요.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소리와 느낌을 미우도 같이 듣고 느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해요.
제가 미우의 몫만큼 살아가면 되는 거겠죠.



오늘은 왠지 미우를 부르고 싶은 날입니다.
미우가 저를 만나러 와주는 게 정말로 기뻐요.
미우만 있어준다면, 전 그곳이 어디라도 그저 행복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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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길게 써본 아즈미우 S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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