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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릴레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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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1, 2020 01:11에 작성됨.

「그대여-? 아직 일이 다 끝난 것이 아니옵니까-?」


자그마한 소녀의 목소리가 자그마하게 방 안을 울린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으며 일에 열중하는 한 사람이 있다.


「네에, 일이 끝나려면 좀 걸릴 것 같아요... 요시노는 그만 기숙사로 돌아가시는 편이-」


「아닙니다- 그대가 일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릴지어니-」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요?」


「그렇기에 기다리는 것이옵니다-」


컴퓨터에 눈을 떼지 않고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소녀.
소녀의 대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눈가의 주름으로 작게 표현한 남자는, 이내 일거리가 정말로 밀려있는지 금방이라도 죽을 것같은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같은 타격음이 방 안을 가득 울리고, 그런 모습을 그윽한 모습으로 쳐다보는 한 명의 소녀.
휘영청 밝아오는 달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같이 자신의 모습을 살짝 내보였다가 소녀의 눈길이 닿자 금세 달아나버렸다.
그래, 그것은 정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후우.... 어제 분명히 꽤나 해놓고 퇴근했는데....」


「어제 하신 것은 어제의 일이 아니었을런지요-? 오늘은 오늘이니 오늘의 일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일테지요-」


「....그렇게 밝은 목소리로 말하면 상처받는데요, 요시노.」


「앗, 상처를 받으셨습니까-? 그럼 제가 위로해드릴지어니-」


위로.
요시노라고 불린 소녀가 담은 그 한 마디에 남자의 눈길이 미묘한 각도로 그늘졌다.


「위로...라고요? 어떤 위로 말인가요?」


「흐음, 그렇군요- 예를 들면 저와 같이 곁잠이라거나-?」


「...아이돌이 그런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미력하나마 신력을 지니고 있는 제가 곁잠을 해드린다면 몸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나갈 텐데요-」


「...그러니까 요시노는 아이돌이라구요. 저도- 아, 이 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좋겠네요.」


「....」

남자의 얼버무려진 진심에 작은 입술에 삐진 표정을 담아 내보이는 요시노.
하지만 남자의 눈은 계속해서 컴퓨터에 가 있었고, 그랬기에 그는 요시노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요시노는 그것마저도 용납할 수 없었던걸까.


「그대여- 잠시나마 이 쪽을 봐주실 수는 없는건지요-?」


「네? 아, 그렇네요. 미안해요, 요시노. 지금 정말로 바빠서-」


「잠시면 되니 이 쪽을 봐주시오소서- 그렇다면 저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대의 곁을 지키겠사오니-」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


「정말, 그대는 신벌을 받아야 할 자이어니-」


「....신벌이라면 지금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남자의 말에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짓는 요시노.
이렇게 자신과 같이 있는 시간 자체가 신벌이라고 들렸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하아, 그보다 왜 이렇게 일이 많은거지.... 분명히 치히로 씨가 오늘은 일이 많이 없을거라고 했는데....」


「치히로 씨의 말을 믿는 것이옵니까-? 몇 번이나 속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일에 대해서는 그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잖아요.」


「아무리 치히로 씨라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사오니-」


프로듀서의 강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요시노.
그런 요시노의 표정에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남자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하아.... 오늘은 일찍 끝내고 집에 가서 자고 싶었는데....」


「수면이라- 그러고보니 그대여, 최근에 몇 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시는지요-?」


「수면이요? 음, 그렇네요.... 많아봐야 5시간 정도? 그나마도 요즘에는 3~4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하고 일하고 있네요.」


「그런가요- 흐음, 그건 꽤 힘들겠나이다-」


「....솔직히 말해서 꽤 많이 힘들어요. 게다가 휴일에도 아이돌의 신변에 문제가 있으면 재깍재깍 뛰어나와야 하고요.」


「흐음.....」


남자의 죽을 것같은 표정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요시노.
그런 요시노의 귀여움을 보지 못한 채, 남자는 계속해서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단절된 대화의 끈을 다시 이어붙인 것은 요시노 쪽이었다.


「그렇게 힘드시다면 다른 아이돌 분들의 프로듀스는 다른 분들께 이양하는 것이 어떠시온지-? 혼자서 너무 많은 아이돌 분들을 담당하고 계신 것처럼 보이오니-」


「흐음, 안 그래도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그건 좀 그럴 것 같아요....」

「....어째서입니까-?」


「으음, 그렇네요.... 어쨌든 제가 이 길로 들여놓은 아이들이니까 제가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대라는 사람은 정말로-」


「뭐라고 말했나요, 요시노?」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그보다 그대여, 슬슬 12시가 다 되어가오니- 조금씩 마무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나이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요시노의 말에 그제서야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시계를 쳐다보는 남자.
요시노의 말대로 시계의 시침은 11과 12 사이에서 위태로운 곡예를 하고 있었고, 그와 함께 남자의 눈가에 짙게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가 조금씩 깊어지고 있었다.


「피곤해애.... 어째서 일이 끝나지 않는거야아....」


「지치셨사옵니까-? 그렇다면 오늘은 댁으로 돌아가시지 말고 수면실에서 잠을 청하시는 것은 어떠시온지-?」


「그건 조금....」


「어떠시온지-?」


「어, 그....」


「어떠시옵니까-?」


「그, 그러니까, 그게....」


「부디 그래주셨으면 하옵니다-」


「네에....」


요시노의 묘한 압박과, 결국에는 그 압박에 굴복하며 눈가에 살짝 눈물을 보이는 남자.
그런 남자의 표정에 요시노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감돈 것같이도 보였다.


「앗, 그대여- 어느새 열두시가 되었사온지라- 이제 그만 컴퓨터를 끄고 수면실로 향하시는 것은 어떠시옵니까-?」


「벌써요? 하지만 아직 일이-」


「내일 하면 될 것이옵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일이 있겠사옵니다만-」


「....그건 위로라고 보기 어려운데요, 요시노.」


「후후, 그렇사옵니까- 그렇다면 죄송한지라- 아, 수면실까지 같이 가 드리겠사옵니다-」


「어? 아뇨, 그러지 않아도-」


「어서 가지요, 그대여-」


「하아.... 네, 그러도록 할까요.」


요시노의 막무가내에 처음에는 그녀를 말리려던 남자도 이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녀의 손길을 따라 수면실로 향한다.
수면실.
그 곳은 모든 프로듀서의 이상향.
하지만 남자에게는 그저 자신의 피로를 잠시 씻어내릴 뿐인 가여운 사축의 우리일 뿐이었다.


「아, 힘들어...」


「힘드셨사옵니까-? 그렇다면 침대에 누워 천천히 눈을 감으소서- 피로가 씻겨나가는 마법을 부려드리겠나이다-」


「언제 마법사가 된 건가요, 요시ㄴ....」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은 채 눈을 감는 남자.
무방비한 남자의 얼굴을 요시노의 손이 몇 번 닿자, 거칠었던 남자의 숨소리가 고르게 되더니 깊은 잠이 찾아왔다.


「평안히 주무소서, 그대여- 자아, 그럼....」


남자가 제대로 잠든 것을 확인한 요시노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수면실을 불을 끄고 사무실로 나온다.
열두시가 되면 꺼지는 사무실의 불, 그리고 어두운 공간을 밝히는 단 하나의 불빛.


「흐음, 이것은 저장을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래야 내일 또다시 같은 일을 하지 않을터이니-」


전자기기에는 약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요시노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컴퓨터를 키고 끄는 법 정도는 알고 있는지 제대로 저장 후 전원을 끄는 요시노.
단 하나의 빛이 꺼지자 사무실이 칠흑처럼 어두워졌지만, 요시노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빙긋 미소를 짓더니 발걸음을 되돌린다.
요시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남자가 잠들어있는 수면실 쪽.
꽤나 피곤했는지 작게 코까지 골며 잠들어있는 프로듀서에게로 향한 요시노는, 이내 자신의 몸이 들어갈 정도의 빈 공간에 자그마한 자신을 집어넣었다.


「오늘도 수고하셨나이다, 그대여- 오늘도 저의 어리광에 어울려주셔서 감사하오니-」


남자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겠지.
그는 깊이 잠들어있고, 아마도 아침이 될 때까지는 깨지 않을테니까.


「후후, 앞으로는 이런 일은 자제하여야겠군요- 많이 피곤해 보이니-」


그래서일 것이다.
요시노의 작은 이 본심을 들을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일거다.



@@@@@@

한 시간만에 써 본 리퀘스트입니다

사진은 남은 시간(즉 대략 58분정도 걸렸다는 뜻)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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