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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13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미즈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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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7, 2019 12:23에 작성됨.

<본 2차창작을 짓기에 앞서 이 시의 작가님이신 '이상' 선생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해석의 여지를 주신 권영민 교수님께도 감사드리며, 다소 참고하였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모든 설정상 언어는 '한국어'로 번역되었으며, 문학적인 모독이 되지 않는 선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자의적인 해석이 다분히 있음을 미리 알려드리며, 아이마스 프로듀서께서도 이 글을 기회로 문학의 세계에 더 접근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p.s.모바일에서 작성하면 글이 짤리는군요. 유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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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의 숙소 한 구석. 책을 들고 있던, 보라색 짧은 곱슬머리의 소녀가 표정을 없앤 채 시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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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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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제 1호, 작가 이상."

"미즈키, 그렇게 표정 없이 읽지 마! 무서워!"

"카스가 씨. 애초에 아해가 무서워하는데요. 나나오 씨는 이해하시겠죠?"

보라 머리 미즈키는 톨스토이의 단편집을 들고 있던 파랑 머리 단발 소녀, 나나오 유리코에게 날카롭게 레이저를 쏘고 있었다.

"아니, 난 도저히 현대 문학은 모르겠어..."

"그렇게 책을 많이 읽었는데요?"

"누가 봐도 저런 시는 이해를 못하잖아!"

유리코의 짜증에, 미즈키는 울컥 반발심이 들었다.

"그래도 사람이 쓴 건데, 이해를 못하다니 실망이군요."

"저기, 미즈키..."

빨강 머리의 카스가 미라이가 다가갔지만, 미즈키의 이러한 향상심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딱 13인이네요. 우리 선배 올스타즈에 빗댑시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시를 이해할 수만 있다면..."

"어째 나보다 망상이 심할 수가!"

미라이는 슬쩍 웃었다.

"그것 참 좋은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어때요. 미라이도 좋다고 하는데, 제가 해석 조금 해보죠."

그것이 뇌가 바싹 말라드는 문학 막장 해석의 진정한 지옥문, 헬게이트가 될줄은 미즈키만이 예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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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리 선배님 올스타즈가 도로로 질주합니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대요. 그런 형태를 충족하는 길을 상상하면 됩니다. 통로 중 유리문이 잠겨 있는 것도 좋고, 건물 벽 쪽 막다른 길처럼, 3면이 막힌 곳이면 됩니다. 뭐, 중요한 건 '적당하다'는 거예요. 그걸 깰 수도 있고 포크레인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고 해도, 단정지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맞은 선이라면 좋은 것입니다. 글쓴이는 사실 건축가라서 그런 구조물에 어떤 짓을 해도 다 아는, 신같은 존재입니다. 별 상관 없습니다."

유리코가 불평하듯 던졌다.

"뭐, 그럼 어차피 막다른 골목이잖아!"

"그렇죠. 문제는 이 올스타즈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의 입장에선 '적당하오'라 해도 실제로는 모르니까 도로를 마구잡이로 달리는 거죠. 그러니 얼마나 무섭겠습니까? 설계도를 작성한 자는 적절히 통제된 공간이라는 걸 알지만, 그것을 그저 막혀있다고 인지한 채 달리는 아해 올스타즈! 참 매력적이지요?"

"..."

유리코에겐 그저 지금의 미즈키가 조커나 다름없었다. 나중에 아는 척 하면 큰일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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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이는 흥미가 갑자기 불쑥 생겨서 물었다.

"아해 입장에서는 다른 사정이 없는 게 차라리 나은 걸까요? 그 도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네. 전원이 그렇습니다. 13인 전원이요. 밝은 야요이도, 장난기 넘치는 후타미 자매도, 어떠한 성격을 가졌다 해도 이때만큼은 전부 무섭습니다. 그리고 무서워합니다. 그들끼리요."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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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키는 시의 2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보통 사람들은 몰린 상황이라면 다른 이가 무서운 것을 보고 덩달아 무서워하죠."

"그래. 미즈키. 네가 무섭다."

"맞아요. 이렇게 쓰면 두 가지가 다 성립합니다. 제가 공포를 유발하고, 나나오 씨가 두려워한다. 이 시의 포인트 중 하나죠."

그리고 그녀는 손뼉을 짝 쳤다.

"전부가 무서운 상황입니다. 무섭다는 뜻의 의미를 정확하게 간파했다면, 그 무서움을 유발한 '막다른' 상황에서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나도 빠짐없는 올스타즈의 전원이 두려워하는 것이고, 그 자체가 공포를 유발하는 상태기도 합니다. 둘의 연관성을 이용해서 일종의 군중심리까지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유리코의 뇌가 볶아지기 시작하자, 참을 수 없다는듯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군중심리도 뭣도 없지! 거의 혼돈이잖아!"

"무서움이라는 상태를 촉매로 하는, 상호로 순환하는 심리 상태입니다. 막연한 혼돈과 다릅니다. 그리고 군중이라 해도 각각 사람의 의식 능력이 살아있기에 가능한 전제입니다. 화자가 1부터 13까지 전부 열거하면서 그것을 부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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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이는 그 말을 쏙쏙 주워담고 있었다.

"3연에서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가 같은 사람이야?"

"그것부턴 독자의 자유입니다. 같게 봐도 되고, 달리 봐도 됩니다. 작가는 이제 '-해도 좋소'라고 썼습니다. 이쯤 단계가 되면 무서움을 유발하는 사람이 올스타즈 내에서 1명이든 2명이든, 무서워하는 사람이 2명이든 1명이든,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올스타즈 열셋이 아닌, 다른 여럿이어도 같을 것입니다. 어차피 이 집단 내에서 분리되지 않고 다 나오는 반응입니다. 작가는 그것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키며 의미를 줬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와, 신기해!"

미라이도 포기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제 곧 마지막이었다. 결말은 또 봐야 했다.

"마지막 4연에서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라고 선언했습니다. 이제 뚫린 공간 쪽에 포커스를 맞춘 것입니다. 역시 '적당한' 것입니다. 막혀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설계자는 뚫린 골목이라 해도 적당하다 했기에 무서움의 근본적 요소가 해지될 수 있습니다."

유리코가 점점 졸린듯 기어가는 목소리를 냈다.

"그럼 이번에 작가는 뚫린 거로 설계했을 수 있는 거잖아."

"그렇죠. 그러나 마지막에 올스타즈 아해들은, 무서워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전 상황으로 인해 더 공포가 유발되고 두려워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또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라고 표현했지요. 독자들에게 일종의 열린 결말을 준 것입니다. 정말로 질주하는 것을 멈출지, 아니면 무시하고 계속 질주할지..."

"내가 봤을 땐 함부로 멈추지 못할 것 같은데. 이미 무서운 사이클이 전체에게 돌아갔으니까."

미즈키는 잠깐 먼곳을 바라봤다.

"하물며 둘이서 있을 때도 옆 사람 무서워하는 게 무서운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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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코 쪽에서 기지개를 폈다. 미라이는 이미 고개를 떨궜다.

"그럼 끝?"

"끝이죠. 제가 비유한 것은 이게 답니다. 다만 성격이 다른 올스타즈가 질주한 것일 수도 있고, 성격이 비슷한 집단이 질주할 수도 있죠. 그러나 작가가 조망했을 때 상관없을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나나오 씨?"

"왜 나만 갖고 그래!"

"그나마 당신이 문학 많이 알고 있잖아요. 카스가 씨는 모르겠지만..."

미즈키는 덧붙였다.

"시라서 가능한 전제입니다.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는 걸 작가가 모를 리가 없죠. 다만 우리가 강제로 점령했던 한국에서 나온, 한 자신감 있고 위대한 천재의 문학이란 걸 기억해주시죠. 난해시라 하지만, 작가는 그 안에서 치밀한 심리 묘사와 서사적 능력까지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방 불 스위치를 눌러 껐다.

"밤이 되었군요. 이제 무서워지는 시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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