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란코는 어째서 타락했는가>

댓글: 1 / 조회: 735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12-16, 2019 16:34에 작성됨.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8483&sfl=mb_id%2C1&stx=p393011 


위 링크에 있는 앨런브라우더님의 글을 바탕으로 해서 적은 리퀘스트 작품입니다. 원래는 엔딩까지 적으려고 했는데 제 능력부족으로 인해 그 부분은 제외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


태초에 천사와 악마가 있었다. 


흑과 백. 정의와 악. 질서와 혼돈. 태생부터 서로 정반대였던 두 족속들은,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벌어진 대전쟁. 천사와 악마는 서로를 절멸시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 수 없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가장 어두운 새벽이 지나면 어김없이 해가 떠오른다. 서로를 증오하고 적대하면서도 결코 상대방의 우위에는 설 수 없었던 것이다. 


천사와 악마. 


정반대이면서도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두 관념의 화신들.


갈등, 전쟁, 소강. 다시 또 갈등, 전쟁, 소강.....그들은 몇 세기가 넘는 동안에도 불편한 공존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냐하하하....오랜만이야, 친구."

"친구? 언제부터 우리가 그렇게 돈독한 관계였지, 대악마여."

"아아- 그게 말이지, 좋든 싫든 정이 들어버렸다고 해야할까나."

"그런가. 미안하게 되었군. 이쪽은 네 죄악 그 자체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진절머리가 나니까."

"괜찮아, 괜찮아. 정이 들었다고 해서 싱겁게 굴지는 않을테니까. 친구를 배신하는 거야말로 악마의 미덕 아니겠어?"

"그렇다면 이쪽도 미덕을 실천해볼까. 악을 멸한다는 미덕을 말이지."


요즘은 소강 상태였다. 한 걸음 전진하다가, 다시 뒤로 물러선다. 두 걸음 밀려나가다, 갑자기 세 걸음 앞으로 걸어가 상대를 압박한다. 그러다 다시 또 후퇴한다....이런 지지부진한 공방전만이 이어져나가는 도중이었다. 원래라면 이대로 분쟁이 점차 줄어들고, 천사와 악마 서로가 몸을 사리며 한동안 전력을 재정비하는데 또 상당한 시간을 썼을 터였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대악마 시키가 불쑥 전장에 나타나, 천사들을 마구 해치우고 다녔던 것이다. 천사들이라고 해서 가만 있을 수만은 없는 법. 천사장 아스카가 몸소 출전하여, 시키와 마주했다. 지금 바로 그 상황, 아스카가 빛나는 검을 꺼내들었다. 그걸 본 시키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손에 마도서를 소환시켰다.


"그 얼굴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구나!"

"하핫, 글쎄에~ 너, 그거 몇 번이나 말했는지 기억하고 있어?"


번쩍! 하고 빛이 메마른 하늘 사방에 번졌다. 콰쾅! 굉음이 갈라진 대지를 마구 뒤흔들었다. 단 몇 초 사이에 아스카가 날린 무수한 참격이 시키에게로 쇄도했다. 하나하나 치명상을 그리는 궤적들을, 시키는 악마의 법도로 비틀었다. 금세 곧음을 잃고 무력화되는 빛들. 아스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시키가 반격으로 내세운 흉악한 마물 한 마리를 썩둑, 두 쪽으로 갈라 저 아래로 추락시켰다.


파앗! 3쌍의 빛의 날개를 곧게 펴며, 시키의 바로 정면을 향해 빠르게 돌진해오는 아스카. 시키는 겁없는 웃음를 지으며 마도서를 훌렁 내던졌다. 그리고는 빛의 검과 정반대로 새까만 검을 소환해, 정면으로 크게 휘둘렀다.


차캉!


그 휘두름이 조금만 늦었어도, 시키는 아스카의 전심전력의 일격을 몸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겠지. 하지만 시키는 알고 있다. 아스카가 검을 자신에게 내리치는 타이밍을. 그뿐만이 아니다. 아스카가 자신과 똑같은 오른손잡이라는 것도. 공격 후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는 사소한 버릇마저 알고 있다. 벌써 몇 번이나 마주한 호적수이니까. 그리고 그건, 아스카도 마찬가지였다. 


"하아앗!"


자신의 검을 받아낸 칠흑의 검신을 힘껏 앞으로 밀어내는 아스카. 끼기기긱. 금속이 기분나쁘게 긁히는 소리와 함께, 시키가 뒤로 조금 밀려난다. 꽤 하는데. 시키는 아직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아스카의 정직한 공세를 옆으로 흘림과 동시에, 검을 쥐지 않은 한 손을 아스카의 이마를 향해 뻗었다. 그 손에서 생겨나는, 불길한 검은 빛.


"딱콩☆"

"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아스카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다른 한 손을 들어, 그 손을 맞잡았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아스카의 손에서 나온 하얀 빛에 의해 사그러드는 검은 빛. 아스카는 이마를 찡그리면서도, 그 입에는 미소를 머금은 채 시키를 보았다.  


"아하하....역시 대담한데. 상대하는 재미가 있어."

"꽤나 여유롭구나. 대악마여. 언제까지 그럴 수 있는지 헤아려보고 싶군."


시키가 붙잡힌 손을 몇 번 흔들어 아스카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럴 수록 아스카는 붙잡은 손에 힘을 줄 뿐이었다. 하핫. 시키는 입가를 더욱 일그러트리면서, 검을 쥔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아스카가 자신의 검으로 그걸 막아서자, 시키는 아스카를 밀어내려는 척하다가 발차기를 날렸다. 과연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정통으로 얻어맞아 저 멀리까지 날아가는 아스카. 잔뜩 부어오른 자신의 손을 보고는 마른 웃음을 짓고있던 시키는, 어느덧 날아온 빛의 자벨린에 어깨를 꿰뚫렸다.


"아야야, 지독하네....적어도 상처를 확인할 시간 정도는 줬으면 싶은데."

"그럴 시간을 주면 대신 내 목에 칼을 들이대는 걸 택할 거잖나." 

"이런, 들켰네♪"


시키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에 박힌 자벨린을 뽑아서는, 원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물론 그냥은 아니고, 죽일 정도로 힘껏 집어던져서. 아스카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걸 검으로 받아쳐버렸다.


"기껏 돌려줬는데도 그러기야?"

"네 피가 묻어서 더러워진 걸 도로 받을 수는 없어서."

"흐으응. 그래."


천사장과 대악마. 그들에게 있어서 지금까지의 공방은 인사치레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인사를 나누는 것도, 이걸로 끝. 두 존재는 진지하게 서로를 소멸시킬 기세로 노려보았다. 입가에서 피어오르는 살의에 찬 미소. 쫙 펴지다못해 조금 떨리기까지 하는 새와 박쥐를 닯은 희고 검은 날개들. 스멀스멀 생겨나는 오오라.....팽팽한 긴장감이 하늘과 대지 사이를 가득 메우는 도중이었다.


"천사장! 지금 돕겠습니다!"


팔락! 돌연 등장한 빛의 날개 한 쌍이 번쩍하는 빛을 내뿜으며 곧 광풍을 일으켰다. 그동안 자리잡고 있었던 긴장감이 싹 날아가버리는 순간.


"란코!"


아스카가 새로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를 향해, 반가워하는 목소리로 그 이름을 외쳤다. 


"아아, 이런....방해꾼이 나타나셨군."


시키는 반대로 혀를 차며 뒤로 물러섰다. 아스카와 자신은 막상막하. 그렇지만 란코까지 합세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란코는 강하고 고결한 천사로, 그가 아스카보다 낮은 건 지위밖에 없었다. 아무리 대악마인 시키라고 해도 둘까지는 상대할 수는 없다.


"흥이 깨졌네. 이만 물러나도록 할까."


불리해서 도망가는 것조차 우아하게 포장하면서, 시키는 순식간에 공간을 잡아 비틀어 마계로 가는 포탈을 만들어내 훌쩍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네 녀석....!"

"그만둬, 란코."


이윽고 닫히기 시작한 포탈. 추격하려는 란코를 아스카가 막아섰다. 란코는 아스카의 말을 따랐다. 아스카가 천사장 때문이기만은 아니었다. 란코는 아스카를 좋아했다. 흠모하고, 존경하고 있었다. 란코는 완전히 사라져가는 포탈에 슬쩍 눈을 흘긴 뒤, 그와는 정반대인 시선을 아스카에게로 향했다. 아스카는 격전으로 흐트러진 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란코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고마워."

"에헤헤, 뭘요. 아니,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당신을 모시는 돌격대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


감사의 말에 란코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아스카 또한 웃음을 돌려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 들어도 신기하단 말이지. 네 고매한 말씨는. 그건 그렇고 이만 돌아갈까. 그 녀석....대악마는 이제 한동안 나올 일 없을테니."

"아스카는 그 불길하고 무시무시한 존재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갖추고 있군요."

"후후, 그 녀석과는 질릴 정도로 검을 맞대어왔으니까. 그래도 다행이야. 네가 곁에 있어줘서. 이번에도 네가 와주지 않았다면, 난 또, 그 녀석하고."


아스카가 말을 하다 말았다. 란코는 의아한 눈빛으로 아스카를 바라보았다. 아스카는 삐죽한 주황빛 단발머리의 끄트머리를 맥없이 매만졌다. 


"아아, 미안. 아무 것도. 아마 또 며칠 내내 싸웠겠지. 분하지만, 그 녀석과 나의 힘은 동등하니까. 분명 무익한 힘대결만을 벌였을 거야. 그러다 지쳐 쓰러질 때쯤, 어쩔 수 없이 물러났겠지. 훗, 그러기 전에 네가 와줘서 살았군. 힘 들이는 일 없이 싸움을 끝냈으니까."


일주일? 아니, 그보다 더 길었던가. 언젠가 세웠던 대결 최장기록을 곱씹어보던 아스카가 쓴웃음을 지었다. 란코는 그런 아스카에게 사과하는 투로 말을 건넸다.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당신에게 보탬이 되었다면, 그 자를 필시 일소할 수 있었을 텐데요."

"아니아니. 괜찮아. 란코는 이미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 네가 없었으면 난 지금까지의 긴 싸움을 견뎌내지 못했을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란코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아스카가 두 쌍의 날개를 곧게 펼쳤다. 시키처럼 워프를 쓸 수도 있었지만, 전황을 둘러볼 겸 직접 날아서 귀환하기로 했다. 아스카의 의중을 알아챈 란코도 날개를 폈다.


"자, 일단 돌아가자. 다들 걱정하고 있을테니."  

"그러죠."


펼쳐낸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가로지를 작정이었건만. 아스카는 잠깐 망설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제는 아무 흔적조차 남지 않은 허공. 그러나 아스카에게는 시키가 아직까지도 남아서 자신을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사장....?"


멍하니 있는 아스카에게, 란코가 주춤하면서 다가가 차가운 손을 붙잡았다. 손을 감싸는 온기에 퍼뜩 정신이 든 아스카는 몇 번 두 눈을 깜빡였다. 흐릿하게 남아있던 대악마의 모습은 사라지고, 황량한 풍경만이 시야에 담겼다.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묘한 감각은, 여전했지만.


"아, 미안. 기다리게 했군. 정말로 돌아가도록 하지."

"네!"


아스카는 그 감각을 애써 무시하며, 란코에게 붙잡힌 손을 앞으로 끌었다. 별 저항없이 이끌려오는 란코. 그렇게 둘은, 나란히 본거지를 향해 날아갔다.


....


그런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스카가 예견한 대로 시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가끔 겁 없는 악마 몇몇이 돌발적으로 처들어오는 것만을 제외한다면, 천사들의 본거지 천상계는 오랜만에 평온을 구가하고 있었다.


"오늘도 침입자는 제로입니다."

"으음, 그런가. 알았어."


천사장의 지위에 걸맞는 거대하고 웅장한 집무실. 그 안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새하얀 집무용 탁상을 앞에 둔 채, 아스카는 연신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많이 바쁘시군요."

"그렇지. 차라리 싸우고 있을 때가 낫다니까."


탁. 아스카가 들고 있던 서류 두루마리를 소리나게 탁상에 내려놓았다. 악마와의 오랜 전쟁으로 인해, 천상계는 여기저기 파괴된 곳이 많았다. 파괴된 곳은 천상계와 마계의 접경지. 그리고 천사들의 주거지. 전자는 몰라도 후자는 확실히 복구를 시켜줘야했다. 안 그러면 천사들의 생활이 힘들어지니까. 천사나 악마나 몇 백년 따위는 우습게 살아간다고 하지만, 공짜로 살아있을 수는 없는 법. 의식주는 보장되어야했다.


거기다, 주거지만 파괴된 게 아니다....아스카는 지난 번 대악마 시키가 천상계를 마구 헤집고 다닌 탓에 생겨난 무수한 환자들을 떠올리며 이마를 부여잡았다. 아무리 회복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들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 또한 필요해.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있을 또 다른 전쟁의 전력 보충을 위해서라도. 그렇지만, 지금 천상계가 보유한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과연 어느 것을 택하고 집중해야할지, 깊게 생각하고 신중히 결정을 해야한다. 그야말로 머리 터지는 일이다.


"대악마 자식.....일을 크게도 벌려놓았군."


아스카는 천사장답지 않게 뿌득 이를 갈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한 방이라도 더 먹여줄 걸. 조금 유치하기까지 한 후회도 하고 있을 참이었다.


"저어, 너무 과중하게 업무에 매진하지는 마십시오. 조금은 숨 돌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달그락하는 소리와 함께, 어지러운 서류 더미들 사이로 고풍스러운 찻잔 하나가 슥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에서 피어오르는 따스한 홍차의 향기. 아스카는 한동안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라오는 김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곧 조용히 미소지었다.


"고맙게 받도록 하지."

"처, 천만에요."


후, 후. 아스카가 찻잔을 들고 몇 번 입김을 분 뒤, 슬쩍 기울여 입 안을 적셨다.


"이런 것에는 문외한이긴 해도, 좋은 향이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

"마음에 드셨다고 한다면....."

"하하,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너도 가끔은 어깨에 힘을 빼는 게 어때."

"그, 그럴까요."

"그럼."


아스카의 권유에 란코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에, 아, 그, 그러면....저기, 아스카. 괜찮다면 찻잎을 좀 나눠줄까요?"

"나쁘지는 않겠군. 그렇지만 내 스스로 차를 타서 마실 일은 그다지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제가 이렇게 차를 타서 드리는 건...."

"너도 꽤 바쁘지 않아? 접경지 순찰이라든가, 다른 천사들의 고충을 들어준다든가 하느라."

"그, 지금처럼 조금 여유 있을 때라면....."

"그러니."


후룩. 시간이 지나 마시기 좋게 미지근해진 홍차를, 아스카는 단번에 들이켰다.


"한 잔 더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이제 다시 업무를 시작해야겠지. 이것들을 계속 쌓아두기만 해서는 다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할테니."

"그, 그렇네요."

"그래도 네 덕분에 기운을 좀 차렸어. 항상 고마워."

"엣, 그, 그런가요?"


그렇고 말고. 힘들 때마다 항상 네가 있어. 나를 지지해주고 있어. 그게 얼마나 마음 든든한 일인지. 란코. 너는 그야말로 나의....이를테면, 안식처 같은 존재라고 해야할까. 직접하기에는 조금 낯간지러운 말이었기에, 아스카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내용물이 없어져도 아직 따뜻함을 잃지 않은 찻잔을 두손으로 꼬옥 감쌌다가, 다시 란코에게 넘겨주었다. 란코는 남은 아스카의 온기를 느끼듯 소중하게 그 찻잔을 품고 있다가, 더 이상 아스카의 일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소리없이 집무실에서 사라졌다.


..... 


그 뒤로 또다시 오랜 시간이 지났다. 간발적으로 있던 악마들의 습격마저도 사라져, 이제는 완전한 소강 상태에 돌입한 지금. 주거지의 복구도 어느 정도 진전이 되었고, 다쳤던 천사들도 충분히 전선에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이제는 정말 숨 돌려도 괜찮았을 때. 천사장 아스카는 집무실에 찾아온 불청객을 맞이했다.


"정말이지 기가 막힌 타이밍인데, 시키."

"냐하하하, 원래 악마는 훼방 놓기를 좋아한답니다."  

"여기까지 처들어왔다는 건, 그만한 각오를 하고 왔다는 거겠지....!"


빌어먹을 악마들. 꼭 수습했구나 하는 순간 들이닥친다니까. 아스카는 분노와 짜증섞인 말소리를 씹어뱉듯이 토해내며, 빛나는 검을 소환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오랜 경험으로 어느 정도 마음의 대비를 해둔 아스카는, 휘하의 천사들을 소환하려 한 손을 들었다. 그 순간, 파직하는 소리와 함께 아스카의 손에 날카로운 아픔이 달렸다.


"윽!"

"그렇게는 못하지. 에스코트가 필요한 대상은 오직 하나, 너뿐이니까."

"에스코트? 무슨 깜짝 파티라도 준비하셨나?"

"물론이지. 아주 근사한 파티를 열려고. 다른 어중이떠중이들은 필요없으니, 프레쨩이 상대해주고 있지만."


시키가 언급한 '프레쨩'이라는 호칭에 아스카는 안 그래도 굳은 얼굴에 더욱 심각성을 더했다. 프레쨩. 프레데리카. 대악마 시키의 맹우. 아스카에게 란코가 있다면 시키에게는 프레데리카가 있다고 일컬을 정도로, 단순히 친분만이 아니라 힘과 교활함으로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악마. 그런 녀석이 이 곳의 중심지를 휘젓고 다닌다면, 아무리 란코라고 해도....


"하. 꽤 정성들여 준비했군. 허나....초대는 거절하도록 하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아스카는,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집무실의 집기가 부서지든 말든, 곧장 시키에게 전력의 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시키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역시 전력을 다해서 그걸 막았다.


쿠콰콰콰콰!


백과 흑. 서로의 힘이 맞닿는 곳을 경계로 해서 사방으로 튀는 모노크롬의 불꽃은 마치 데칼코마니와도 같았다. 아스카는 이를 꽉 악물면서, 자신의 눈 앞에 그물망처럼 펼쳐진 깊고 넓은 어둠을 향해 한 줄기 빛을 쏘았다.


쏴아아악!


"하아아앗!"


허공을 가르는 세찬 소리와 함께 주변의 어둠이 일소되는 순간. 시키는 여유를 잃지 않고, 한쪽 손을 가볍게 들었다. 우우웅. 불길한 소리와 함께, 하나 둘씩 생겨나는 포탈들. 아스카는 놀란 마음을 속으로 삼킨 채, 애써 침착하게 검을 넓게 휘둘렀다. 화악! 공격에 맞아 스러지는 포탈 몇몇. 그렇지만 그 전부를 지우지는 못해, 결국 또 다른 악마들의 출현을 허용해버리고 말았다.


"큭, 양동인가."

"후후, 그렇지롱. 설마, 나하고 프레쨩만 올 거라고 생각했어?"


시키가 주변을 한 번 빙 둘러보더니, 아스카를 향해 도발적인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너라고 해도, 이정도까지 상대할 수는 없을 거야."

"....."

"자, 모두. 힘 좀 내보자고. 고요한 천칭을 마구 뒤흔들어보는 거야. 저 긍지높은 천사장을 저 아래로 꼴사납게 처박아버리자고."


질서 대신 폭력이 지배하는 마계에서, 가장 절대적인 강함을 가지고 있는 시키의 말은 역시 절대적이었다. 주변의 악마들이 일제히 아스카에게로 달려들었다.


.....


"아~ 힘들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볼까. 충분히 붙잡아둔 것 같고."


새하얀 벽은 검게 타올라 부스러졌고, 사방에 불길이 번졌다.  한참 격전을 벌이던 란코와 프레데리카. 그런데 돌연 프레데리카가, 과장된 몸짓으로 하품을 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저걸 그냥 놓칠 수는 없지. 란코는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크윽....!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가!"

"응!"

"네 녀석....!"

"아, 근데 있지. 나하고 계속 이러고 있어도 괜찮은 거야?"

"음? 대체 무슨 소리지?"

"내가 알기로는 말야, 내가 이렇게 너희들을....아. 이제 너희가 아닌가. 이제 너 혼자밖에 안남았으니까."


프레데리카가 난장판이 된 주변을 둘러보고는 샐죽 입꼬리를 올렸다. 요점을 알 수 없는 말소리에 란코는 여전히 분노하며, 들고 있던 지팡이에서 빛을 발했다.


"엇차차! 위험, 위험!"

"얼버무리지 말고 빨리 본론을 말해라!"

"아하하,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앗!"


프레데리카가 반가움에 목소리를 높임과 동시였다. 란코는 심상치 않은 느낌을 감지하고는 뒤로 물러서서, 새로 전투테세를 잡았다. 눈 앞의 프레데리카가 아닌 또 다른 사악한 존재, 대악마 시키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얏호~ 프레쨩."

"시키쨩! 헬로헬로! 근데 너 장난 아니네~ 완전 너덜너덜!"

"쿨럭쿨럭, 아, 그게.....상대가 상대인만큼 어쩔 수 없다고 해야할까."


시키와 프레데리카가 나누는 대화 같은 건 하나도 란코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란코는 시키의 품에 안겨 축 늘어진 아스카를 발견하고는 경악에 찬 목소리로 다급히 외쳤다.


"아스카! 이, 이 악마 자식들! 감히 우리 천사장에게!"

"기껏 마계로 초대한다고 했는데, 통들어먹지 않아서 말이야. 조금 강제적인 방법을 썼어. 하하, 얼마나 날뛰던지. 데리고 온 애들이 다 털린데다가....하마터면 나까지 죽을 뻔 했다니까."

"당장 그 분을 돌려줘!"


곧장 아스카를 탈환하려고 돌진한 란코. 그러나 프레데리카가 그 앞을 막아선 탓에, 란코가 뻗은 손은 아스카에게 닿지 못했다. 시키는 란코에게 놀리는 투로 말을 던졌다.


"싫~어. 어떻게 챙겨왔는데. 이 녀석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 악마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해? 벌써 반절은 넘게 소멸했다고! 그러니 그 값을 치르게 해야겠어. 조만간 멋진 구경거리로 만들어버릴테니까. 잔뜩 기대하라구. 그럼 이만. 아, 프레쨩도 이제 그만하고 같이 돌아가자!"

"후흐흥~ 안 그래도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시키 군. 프레쨩도 저 애랑 한바탕 하느라 지쳤거든요."

"으윽, 네 녀석들....그렇게는 못 해!"


분노한 란코가 기어코 프레데리카를 옆으로 쳐서 날려버리고는, 시키를 묵사발 낼 기세로 날아갔다. 자칫 잘못하단 그대로 목숨을 잃을 상황에서, 시키는 악마다운 수를 내세웠다. 


"잠깐! 이 녀석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거야?"

"비겁한 자식!"

"후후후, 악마에게 그런 말은 칭찬이랍니다. 그건 그렇고 괜찮아? 아까 너한테 얻어맞은 프레쨩이, 지금 정말 아픈 일격을 준비하고 있는데."

"뭣...."


퍼억!


"으윽....."


털퍽. 프레데리카의 반격을 얻어맞은 란코가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바닥을 기며,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하는 란코. 그러나 그러기도 전에, 시키와 프레데리카는 이미 빠져나갈 채비를 마쳤다.


"분해? 그러면 마계로 찾아와~ 이 녀석만큼은 아니어도, 성대히 환영해줄테니까. 살아서는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냐하하핫☆"


이윽고 란코를 조롱하는 말만이 허공만을 맴돌았다. 란코는 고통과 분노에 얼굴을 있는대로 일그러트리며 결심했다. 저 망할 악마들을 절멸시키겠다고. 그리고 반드시 아스카를 되찾아오겠다고.


....


그로부터 며칠 후, 마계. 


"욱....쿨럭!"


시키한테 납치 되어 쭉 의식없는 채였던 아스카가 눈을 떴다. 그 때는 이미 분노의 칼을 갈았던 천사의 군세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 순간. 분노에 찬 란코의 검이 아직 전력을 회복하지 못한 시키의 몸을 인정사정없이 꿰뚫어버리고 있었다.


"라, 란코...."


아스카는 아직 흐릿한 정신으로 바닥을 더듬으며 겨우 고개를 들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란코는 몇 번이고 시키를 찌르고 베더니, 기어코 바닥에 처박아버렸다. 과연 누가 천사이고 누가 악마인지 모를 무자비한 공격에, 아스카는 전율하면서도 완전히 몸을 일으켜 시키에게로 향했다.


"카학, 이거 참....정말, 너무한데...."


마구잡이로 난도질당한 시키는 참 못 볼 꼴이었다. 아직 시키에게 당한 상처가 욱신거리는 아스카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는 툭 내뱉었다.


"참 불쌍하게도 죽는군." 

"아핫, 글쎄, 지금 나보다 불쌍한 건, 쿨럭, 너라고 생각해."

"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비참하게 죽어가는 악마야."


울컥울컥 피를 쏟아내면서도, 시키는 이를 훤히 드러내며 웃었다. 죽을 때가 다 되어가서도 허세를 부릴 참인가. 아스카가 지지않고 조롱을 덧붙이려는 그 때였다.


"이제 앞으로....나 없이, 살아야 하잖아?"

"뭣...."


아스카가 반문하는 말에도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툭, 하고 떨어지는 시키의 고개. 방금 그게 마지막 유언이었나. 아스카는 죽어서도 웃고 있는, 참으로 끈질겼던 적수를 씁쓸한 심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자신을 무리해서 납치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무엇보다도 왜 자신을 납치한 걸까. 그냥 죽여버리는 편이 훨씬 더 유리했을텐데. 도대체 왜....


"아스카! 무사하셨군요."


아스카가 복잡한 생각에 잠겨있는 와중이었다. 아스카를 위해 온갖 고난을 이겨난 란코가 비틀거리면서도 그쪽으로 날아왔다. 피흘리는 날개를 접으며 바닥에 착지해, 그대로 쓰러지려는 가녀린 몸을 아스카가 겨우 붙잡아주었다.


"아아, 네 덕에....미안하군. 괜히 고생시킨 것 같아서."

"아닙니다. 저는 해야만 하는 일을 했을 뿐. 이걸로, 기나긴 싸움은 막을 내렸습니다. 비겁하고 교활하며, 사악한 대악마 시키를, 드디어 물리친 것입니다." 


란코는 지쳤지만 후련한 얼굴로 웃었다. 그에 아스카는 미묘한 웃음으로 답했다. 끈질긴 적수가 죽었는데도 후련하지 않았다. 석연치 않은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지금까지 겪어온 천사들의 희생이나, 자신을 되찾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했을 란코를 생각해서만은 아니었다. 


-이제 앞으로....나 없이, 살아야 하잖아?


시키의 마지막 유언이 계속해서 아스카의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너무 지친 나머지 자신에게 모든 걸 맡기고 잠들어버린 란코를 품에 안은 채, 아스카는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시키, 네 녀석은 죽어서까지 날 괴롭힐 작정인 거냐...."


....


마침내 천상계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왔다. 오랜 전쟁에서 벗어난 천상계는 유래없는 번영을 누렸다. 악마들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고 마계 또한 건재했지만, 대다수의 병력과 수장 대악마 시키마저 목숨을 잃은 이상 천사들이 악마들에게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전쟁의 뒷수습도 거의 끝나가는 지금, 다들 기쁨에 젖어있는 가운데....


"....아스카."

"으음....란코인가."


여기 홀로, 그러지 못하는 자가 있었다. 아스카. 전 천사장이었던 인물. 지금은 천사장의 자리를 내려놓은 채, 그저 자신의 집에 틀어박혀있기만 하고 있었다. 그  작고 어두운 집에, 란코가 찾아왔다.


"여전히 그러고 계셨습니까."

"존대는 그만둬. 이젠 천사장이 아닌 걸."

"제게 천사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물려주신건 당신이지 않습니까."


그 말에 아스카가 초췌해진 모습으로 웃었다. 이전 격무에 시달리고 있을 떄와는 또 다른 의미의 초췌함. 그건 바로 무료함이라 표현해도 곤란하지 않았다. 마계에서 다시 천상계에 복귀한 뒤 아스카는 한동안 피해 복구 및 재건에 힘썼었다. 그렇지만 그게 끝난 뒤로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만 할 뿐, 그 외 모든 걸 내버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전에 제가 선물해드렸던 책은 어떻게 하였습니까?"

"그거? 읽으려고 해도 글자가 통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말이야. 저기 있어."


란코는 아스카가 가리킨 곳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언제 손을 댔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먼지가 뿌옇게 내려앉은 책장이 그 곳에 있었다. 책 뿐만이 아니었다. 아스카가 조금이라도 살아가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란코가 고심하며 몇가지 선물을 했건만. 결국은 저렇게 다 무용지물이 되곤 했다. 란코는 언젠가 아스카에게 선물했던 찻잎을 떠올렸다. 분명 유리병 안에 갇혀 찬장에서 통 나올 생각을 못하고 있겠지. 아스카가 예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란코는 무릎을 모아 웅크리고 앉아 멍하니 벽만을 바라보는 아스카에게로 살며시 다가갔다. 아스카는 슬쩍 란코를 돌아보는가 싶더니, 시선을 다시 벽으로 돌렸다.


"무료하지 않으십니까."

"응, 맞아."

"조금이라도 뭔가 다른 활동을 해보는 건 어떠신지요. 예를 들어, 저처럼 이따금 그림을 그린다던가."

"뭐어,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래. 나쁘지는. 아스카는 뭐가 그리 우스운 건지 자꾸만 이죽거렸다.


"혹여 원하시는 거라도 있습니까? 구해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괜히 나 때문에."

"아닙니다. 저를 위해섭니다. 언제까지고 아스카의 그런 모습을 볼 수만은 없으니까요."

"흐응....그래. 근데 어쩌지. 내가 원하는 건, 이제 구할 수 없는 거라서."


아스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살짝 손을 뻗어 허공을 어루만졌다. 계속, 쭈욱. 벽을 보고 있었던 아스카. 실은 벽을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아스카는 벽 너머, 이 세계 너머의 것을 쫒고 있었다. 죽어버린지 한참 오래된, 자신의 적수. 직접 결판을 짓지 못하고 떠나보냈던....대악마 시키를.


".....그렇습니까."


그 허망한 눈빛이 최종적으로 뭘 그리고 건지, 란코는 드디어 알아채고 말았다.


"응. 안타깝게 되었지."

"안타까운 일...."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말이야. 참 이상하지....큭큭."


스스로의 처지를 비웃는 아스카. 란코는 그런 아스카의 어깨에 살짝 한 손을 얹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아스카에게, 란코는 뭔가 결심했다는 듯 힘 있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에게 곧 모든 것을 돌려드릴테니."

"돌려준다니? 그건 대체...."

"후후.....그건 추후의 즐거움이라는 걸로 해두고....저는 이만 물러나도록 할까요. 일단은 천사장인 만큼, 집무실을 너무 오래 비워둘 수는 없으니까요."


란코가 의미모를 말을 남기고는 아스카 곁을 떠났다. 아스카는 한동안 어리둥절해있다가도, 다시 무력감에 몸을 맡겼다. 란코가 조만간 큰 일을 벌인다는 걸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천상계에 내려오는 오래된 격언으로, 없는 것 같아도 항상 악마가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이게 설마 이런 형식으로 이루어지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겠지.


"라, 란코 님....어째서...."

"후후후.....어둠에 삼켜지거라."


이전과는 정반대로, 칠흑의 날개를 활짝 편 란코가, 한 때의 동료들을 습격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소수나마 남아있던 악마들과도 결합해 새로운 악으로서 마계에 군림한 것이었다. 란코. 강하고 고결한 천사. 가장 신실한 자. 그런데 왜. 어째서....란코의 예상치못한 배신에 천상계의 모두가 경악하며 우왕좌왕하는 거운데, 그다지 동요하지 않은 자가 하나 있었다. 


"추후의 즐거움이라고 했던 건, 바로 이런 걸 이르는 거였나...."


그건 아스카였다. 아스카는 정말 오랜만에 기지개를 펴며 어두운 방 안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고, 곧장 집에서 나와 바깥 공기를 몇 번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한동안 펴지 않았던 3쌍의 날개도 쭉 펴서 움직여보고는, 언제 꺼낸 건지도 이젠 까마득한 빛의 검을 꺼내 손에 쥐어보았다. 


"정말이지 어리석구나, 란코. 설마 천상계에 반역을 꾀하다니. 그것도 악마들이랑 손을 잡고...."


일견 책망하는 듯한 말을 하는 듯 싶었지만, 그 입가는 틀림없는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느껴지는 긴장감에 아스카는 몸을 떨면서도, 기세 좋게 하늘로 올라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자신의 새로운 안식처를 향해서.


------

데레는 잘 몰라서 거의 1차 창작 같은 느낌으로 적어버렸네요 허허....그냥 애들이 극중극 찍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