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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5, 2019 01:58에 작성됨.

[흐윽... 제.. 발... 아악! 콜록콜록, 헉 제.. 발...]


또 시작이야.
내가 잠을 잘 때마다 계속 꾸는 꿈이다.
사실 꿈이라기보단 악몽에 가깝지만.
그래도 새보진 않았지만 많이 보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진 나였다.
처음 이 꿈을 꿨을 때는 식은땀이 줄줄 흐른 채 놀라면서 일어났었는데.


[그만해... 그리고 ■■■■■■■]


[■■■ 없어 ■■■■]


꿈 내용은 언제나 똑같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괴로워하는듯한 나.
나 말고 다른 목소리가 들리지만 흐릿하게 보이고
목소리도 잡음이 심하게 껴서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이 정체불명이 꿈속에 있는 나에게 다가가고는 아주 큰 소리가 나며 꿈이 끝난다.


[내일 ■■■■]


[그만.... 그...마-]


쿠웅!!!


일어날 시간이다.


-----------------------------------------------------------------------


"후아암"


잠에서 일어난 나는 악몽 때문에 찌뿌둥한 몸을 펴려고 하는데
찰그락 소리와 함께 이상한 느낌이 나 움직임을 멈췄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하는 생각이 들자 손목이 불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손목을 쳐다보자 죄수들이 쓸법한 수갑이 내 손목에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슬은 헐겁게 되어있어 어깨넓이까지는 팔을 벌릴 수 있었다.
흠, 내가 어제 수갑을 스스로 채우고 잤던가?
아니 그건 아니야 절대로.
그렇다면 이게 왜, 왜, ㅇ, 아, 아---


맞다 오늘은 벌로 하루종일 채워야한댔지 나도 참.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빨리 일이나 해야겠다.
사실 정리 정돈, 청소, 메모지에 적힌 물건 챙기기 정도라서 일이라고 하긴 뭐 하지만.
어디 보자 오늘도 하루를 열심히 보내볼까.
일단 이불 정리부터.


나의 하루는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이불 정리를 시작으로 주변을 청소한다.
휴지조각, 과자 봉투들, 플라스틱 뚜껑, 금속 부품.
청소가 끝나면 '식탁'이라고 생각하는 책상으로 가 준비된 음식을 먹는다.
(음식이 있고 식기들도 준비돼있으니까)
다 먹으면 사용된 일회용품들은 전부 버린다.
그리고 메모지에 적혀있는 온갖 물품들을 꺼낸다.
적혀있는 것들은 단순하게 쓰여있다 예를 들면 A라고 적힌 상자를 준비해줘.
이러면 구석에 있는 상자들 중 글자와 일치한 상자만 꺼내 준비하면 된다.
이 일이 끝나면? 멍하니 있는다.
방 안은 TV는 물론이고 컴퓨터조차 없는 조용한 세상이다.
가끔 책장에 책이 꽂혀있긴 하지만 내가 읽기에는 너무 어려운 내용이라 일찍 포기했다.
그래서 남아있는 시간을 때울 때는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방 안을 바라본다.
식탁을 처음으로 시선을 움직이다 정중앙에 있는 문을 계속 쳐다봤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왜 이러지? 저 문은 절대 손도 데지 말라고 그렇게 들었는데 이러면 안 돼.
오늘 아침부터 쓸데없는 생각이 계속 떠오른다.
아무래도 몸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나 보다 빨리 저 문에서 시선을 떼야 해.
이런 내 마음을 모른 채 내 몸은 천천히 그 문을 향해 걸어간다.
안 돼 안 돼 안돼 이러면 안 된다고.
이건 말도 안 돼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무서워서 아무 말을 하지 못한 채 내 손은 문 손잡이를 잡고 돌리려고 해. 해. 해.
"....... 우으읍!?"
내 손이 손잡이를 돌리려는 찰나 갑작스러운 현기증과 구토감이 올라왔다.
그리고 화장실로 달려가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뱉었고 그 뒤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


"■■? ■■? 괜찮아?"


"으음..."


누군가 부드럽게 내 이마를 쓸어내린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허억!"


"드디어, 내가 아무리 흔들어도 깨지 않더군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조수?"


"....."


"조수?"


조수, 조...수 조수.
나는 이 아이의 조수, 나는 아키하의 조수... 그래.


"미안 아직 잠이 덜 깼나봐 너무 피곤했어."


"그렇군 그렇담 됐어 '아무래도 조절을 잘 못했나 보군' "


"뭐라고 했어?"


"아니라네 자, 방금 전 일만 빼고는 얌전히 있어줬군 정말로 고마워.
내가 부탁한 것들은?"


"항상 있던곳에 두었어."


"역시! 하지만 이 정도는 해야 당연한거지 안 그래?


"ㅇ, 응. 저기 오늘은 너무 졸려서 그런데 먼저 누워도 될까?"


왜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지?
나는 하나도 피곤하지 않아 졸리지도 않고.
그리고 왜 아까부터 이곳이 무서울까.
ㄴ, 나. 나는 무언가 이상해진 것 같아.


"... 그래? 그럼 먼저 누워있어 금방 끝내고 올테니."


"고마워 아키에...? 아키하 박사."


".... 고맙긴 뭘."


뭐지? 저 사람은 아키하 박사잖아.
그런데 아키하 박사라고 말하려는 순간 무슨 단어가 먼저 나와버렸어.
그리고 그 단어를 들은 박사는 표정이 좋지 않았고.
에? 아키에? 그다음은?
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
알아도 별 상관없는 거겠지.
박사도 그냥 내가 헛소리를 하니까 이상한 표정을 한 거고.
그래 그런 걸 거야 그냥 쓸데없는, 쓸, 쓸모없는 생각이, 이야."
그래도 박사한테 미안하네 나는 그녀의 조수 - 프로듀서인데.
ㅁ, 뭐?
이건 또 뭐야 이 단어는 또 뭐고.
너무 혼란스러운 일이 많이 생ㄱ, 기고 있어.
속이 또 울렁거려 시야도 불안정하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또 토할 것 같아... 근처 의자를 끌어 앉자.
그러면 조금은 나아질 거야.


"후... 우..."


좋아 어지러운 게 많이 나아졌어.
이제 조금씩 생각해보고 해결점을 알아보자.
이걸 박사에게 말해도 걱정만 시킬 뿐이니까 나 혼자 해보는 거야.
일단 나는, 나, 는 아키에... 하 박사를 도와주고 있는 조수야.
나는 조수로써 그녀의 모든 실험이나 뒤처리를 치우고 있지.
박사의 실험은 아찔하면서도 상상도 못할 일들을 발전시키고 있어.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보조하는 조수야.
나는 조수-프로듀서로써 그 실험의 지원자이기도 해.
가끔 위험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지만 아키하를 위해서라면.
또야... 이 단어만 떠오르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어지러워.
하지만 참아 이것만 참으면 진실이 보일 거야.


ㄴ, ㄴㅐ, 내가 이 방안에만 있는 이유는 이곳이 나의 집이라고 했어.
내가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가족도 없는데 나를 거들어줬어.
그, 그녀, 박사는 이런 나를 거들어준 은인이야.
나는 길을 지나다니다가 어떤 여자애를 보았어.
그 여자애는 어린아이였지만 말을 걸어보니 머리가 정말로 박식했지.
그 아이가 ■■■이 된다면 정말로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나는 제안을 했고 아이는 부모의 허락을 받은 뒤 승낙했어.
그리고 나에게 조수라고 말했지 나는 프로듀서지만.
....... 이 기억은 뭐야? 나는 이런 기억 갖고 있지도 않아!
나, 나는 고아였어 ㄴ, 나는 이건 가짜야! 이 기억은 모두 가짜라고!!
ㅇ, 이곳은 내 집이야 내 집, 내가 갇힌 집, 갇힌.
머리가 너무 혼란해 이 기억은 뭐야 이곳은 뭐야 이 수갑은 뭐야.
머리를 쥐어뜯자 철그럭 철그럭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이상한 기억이 스며들어온다.


[또 나가려고 하는 것인가 조수.]


[ㅎ, 하지만 밖에 나가고 싶어 이곳은 너무 지루한걸]


[지루하다면 미안하지만 나가려고 한건 용서를 할 수가 없어.
언제나 말했지 않았어? 이곳은 당신의 집이야 조수 왜 집에서 나가려고 하지?]


[그건...]


[그래,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조수야.
안전한 집은 내팽개치고 다시 춥고 배고픈 밖에 나가려고 하는 건가.]


[새, 생각해보니 그러네 미, 미안해 아키하 용서해줘.]


[그럼 한동안 이것을 착용하고 있어줘 조금 불편하겠지만 벌이라고 생각하고]


[응 미안해 다신 그러지 않을게.]


아, 나는 저 문을 만진 게 처음이 아니었구나.
난, 나, 난 이 기억들은... 가짜가 아니야, 가짜, 진짜야 정말이야.
그럼 나는 조수가 아니라 프로듀서라는 건가?
조수로서의 기억들은 전부 조작이었구나 나는 박사의 조수가 아니구나.
나는, 나, 는 조... 수가 ... 아, 니 구나.


"자고 있던 게 아니었나 피곤하다고 했잖아 조수."


"...."


조수가 아니야 나는 박사의 조수가 아니었어 그럼 나는...


"조수, 멍하니 있고는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조수라고 부르지 마."


"응?"


"난 네 조수가 아니야 난 너의 조수가 아니야."


".... 허, 무슨 소리 하는 건가 아직 잠이 덜 깬ㄱ-"


"닥쳐! 날 이곳에 가둬놓고는 그딴 소리 하지 마 난  ㄴ, 의 조수가 아니야!
난, 나. 나, 나는 나를 빨리 여기서 나가게 해 안 그러면 강제로라도 나갈 거야!"


"...."


여자아이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손에 채워진 수갑은 경찰서로 가면 풀어줄지도 모른다
나는 허겁지겁 문의 손잡이를 돌려
삐이이이이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는데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꼬꾸라진다.
일어나려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이마에서 무언가 흐르는듯한 느낌이 들고 입에서는 신음만이 나올 뿐이다.


"끄으... 아아..."


"이런 이런, 아무래도 오늘 음식을 안 먹었나 보군 그러면 안 되지 조수.
약은 제때 먹어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나."


"ㅇ, ㅇ... 야.."


여자아이는 손에 든 스패너를 바닥에 쿵 하고 던져놓고는 말을 이어갔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래도 조수는 상냥하군 언제나 상냥하고 다정했지.
나가고 싶다면 힘을 쓰거나 나를 위협하면 될 것을 이렇게 일을 쉽게 만들다니.
이것만큼은 칭찬해줄게 고마워.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무섭나? 괜찮아 죽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죽이지도 않을 테고 말이야 내가 굳이 왜?
하하하, 그렇게 무서워하지 마 다시 또 반복된 일상 중 하나일 뿐이야.
조수는 그냥 악몽을 꿨다고 생각하면 돼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질 거야.
자, 그럼 나 혼자 떠드는 것도 재미가 없으니 이쯤 하도록 하지 내일 또 보게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박사는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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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같은 꿈을 꾸고 있다.
겁먹은듯한 나와 나를 습격한 어떤 형체.
그것은 쓰러진 나에게 다가와 항상 하던 말을 하고는 큰소리가 나며 꿈이 끝난다.


[내일 또 보게나.]


쿠웅!!!


일어날 시간이다.




조금 난잡하고 고장난듯한 프로듀서를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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