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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고래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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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9, 2019 23:13에 작성됨.

 
 카오루는 아이돌을 그만두었다. 그 스스로가 내린 결정이었다. 한 번 쯤은 겪어야할 일이었고 그게 좀 빨리 다가온 것 뿐 이었다. 뻔하지 않은가? 사실 모두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 하는것이었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더더욱.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이런 속물적인 이유 이상으로 아이돌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사쿠라바를 포함하여) 사무소에 지천이었다. 누나가 아이돌에 자기 몰래 응모해버려서, 최강이 되려고, 그저 재미있어 보여서...


 그래서 텐도나 카시와기는 알고 있었다. 사쿠라바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그들이 헤어진다면 가장 먼저 떠나가는 사람이 사쿠라바일 것이라고, 셋은 전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사쿠라바는 스스로도 별난 구석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과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변명했다.


¶ 


 수족관 속 물 안에 잉크를 떨어뜨리듯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온몸에 퍼져나갔다. 그것은 그의 목덜미를 서서히 타고 올라가 옥죄며 점점 그를 억눌렀다. 


 그는 울지 않았다. 어차피 예상한 일이었다. 그런 헛된 감정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은 것은, 아마 누나의 죽음 이후 그가 인생에서 가장 방황하던 시기 직후였을 것이다. 서로 다른 사정이 있는 사무소의 사람들도 자신의 사정을 이해해 줄 것이라 믿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처음부터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던건 사쿠라바 당신 아니었나? 처음부터 철없다고, 프로답지 못하다고 단정지으며  편견으로 그들을 대했던 것은 분명 자신이었다.  뒤돌아 보니, 그는 그들을 가장 기만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아마도 그는 그들과 친해지는 것을 두려워 했을지도 몰랐다. 몇몇 동료 의사들이 그에게 손가락질 하며 비난했던 날을 잊지 않는다. 자기들 딴에는 그가 그런 천박한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나보다. 


「카오루는 노래를 참 잘하는구나」


 당신네들은 나를 이해못해. 이해받지 않아도 상관없어, 나는 방법과 관계없이 어떻게 해서든 목표를 성공시킬거니까.


 또 다시 비난받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에게 냉대했던걸지도 몰랐다. 아이돌의 수명은 어차피 오육년 남짓. 가까워져봐야 다시 헤어질 것이다. 아이돌은 단지 수단에 불과하니까. 그들도 내게 그랬던 의사들처럼 내 가치관을 트집잡고 나를 원망할게 뻔해. 그래서 그는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두고 대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가 존경하던 교수님에게 연락이 온 것은 자그마치 네 달전이었다.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며 밥 한 번 먹자고 연락이 왔던 것이다. 그 역시 바쁘더라도 밥 한 번 먹을 시간 정도는 있으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약속 장소는 의사 시절에 그를 담당하던 교수님이 연구로 지쳐서 밥 한 끼 먹지 못한 사쿠라바를 이끌고 함께 식사를 했던 식당이었다. 그 분은 학문적으로도, 인성적으로도 존경할만한 분이었다. 심지어 사쿠라바 자신이 의사를 그만두고 아이돌을 할 것이라고 말한 당시에도 그를 지지해주던 사람 중 하나였다.


 식사 약속을 한지 한 달 후에야 그들은 거기서 밥을 먹었다. 도중 교수님이 입을 열었다. 그의 지인이 정부 부처 연구소에서 희귀병 관련 연구를 하는데, 사쿠라바의 연구 이론을 눈여겨보고 있고 잘만 하면 연구에 대한 심의가 곧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 예산만으로는 간당간당한 수준이지만 심의에서 통과가 된다면 다른 회사에서도 투자를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일을 미련없이 포기할 수 있는가? 천천히 생각해보고 후회없이 대답해주게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붙잡아야만 했다. 이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희생했는지 모른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고민하던 그 순간에 잠시 망설였던 자신을 그는 자책했다.


 똑같은 인테리어, 똑같은 메뉴, 똑같은 사람들.. 사쿠라바는 이 공간에서 변한건 자신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 프로듀서, 우리의 계약은 여기까지다. 나는 아이돌을 그만두겠어 "

 
 카오루는 프로듀서에게 아이돌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통보도, 단순한 변심도 아니었다. 어쨌든 한 번쯤은 그와 같은 날이 왔어야 했었고 그게 하필 어제였던 것일 뿐이다. 
 모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 두려웠을 것이다. 만약 말했다면, 이 놀이의 결말이 장난과 진심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관계를 아예 부수어 버렸으리라.


 분명 무대 위 그는 한 명의 배우로서 아이돌인 자신을 완벽하게 연기했을 터였다. 그 역시 영원히 스테이지 위에  서있는 것만으로는 그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때가 되면 그만둬야 했다. 그래야만 누군가가 간절히 바래오던 꿈을 이뤄줄 수 있었으니까, 그게 본인이라도 상관 없었다.


 어쨌든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이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더 높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돈이었다. 속물적이지 않은가? 두 동료와는 상반되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같은 무대에 서는 자신은 순수하게, 누군가의 미소 따위를 바랬던 적이 있었는가? 


 이 일이 재미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관객들의 기쁨을  무대 위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그것을 만들어내는 마술사. 마치 폭죽이 터지듯 관객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나올때, 그 역시 그 순간 누구보다 행복했다.


*
 아이돌 마스터 sidem 애니메이션 방영 2주년 기념으로 아주 예전에 썼던 글을 올려봅니다. 오로지 자기 만족용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격과 스토리 붕괴는 그냥 무시하고 썼습니다.

 저도 심심할 때 가끔 눈팅해서 이 사이트가 어떤 느낌인 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올린 이유는 사이마스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이런 글이 있구나, 하고 넘어가주셨으면 해서 입니다. 원래 사이마스는 트위터 아니면 글이 잘 안 올라오니까요 :)

사실 올해가 사이마스 탄생 5주년이나 되었습니다! 히히


스크롤을 여기까지 당겨주셨다면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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