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소재는 내 머리에 나오지않았다

댓글: 11 / 조회: 971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11-24, 2019 15:30에 작성됨.

이하의 내용을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은 다음과 같이 한정한다.
-내담자
-상담가
-상담가의 인가를 직접 받아 최고이서에게 대면보고한 인원
-최고이사

하 시발

그런 소리를 속으로만 했다. 그래도 입 밖으로 뱉지않기 힘들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깊이 빨아들였다. 프흐으으으...다시 내쉬었다.

이 회사에 상담역으로 입사하고서, 870일째. 인생에서 가장 경이로운 상담내역이 870번째로 갱신되었다.

눈 앞의 남자는 말했다.

시오미 슈코의 겨드랑이에 밥을 비벼먹고싶다.

하 시발. 다시 생각해내니 욕나오네. 한 번 더 담배가 깊게 타들어갔다.

아이돌 프로듀스 다 집어치고 여기 있는 애들로 예능유튜버시작하면 안즈가 17번 정도 일하겠지. 그만한 돈이 나올테니까.

아니면 각종 심의 위반으로 잘리든가.

어느쪽이든 지금 미디어에 송출되고있는 아이돌들은 그 진상에 비교하자면 소꿉놀이에 불과하다.

속으로 타들어가는 이런 생각에 침묵이 이어졌다. 잠재적 범죄자 겸 현 내담자인 슈코의 프로듀서란 놈은 간절하게 말했다.

"슈코의 겨드랑이에 밥을 비벼먹고싶습니다!"

알았으니까 3번째로 생각나게하지마.

"그렇지않는다면...저는...이제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구요!"

하지마. 맘같아선 콱 자르는게 낫지않을까. 그러나 높으신 분들이 이르시길 이런 인간이 아이돌의 프로듀서였다는 것이 밖으로 알려지면 아이돌의 이미지도 같이 박살난다는 것.

듣고보니 납득을 안 할수가 없는 것인지라 그러려니했지만은. 그럼에도 이 미친 내담자들은 감당하기 힘들다.

여태까지 어떤 생각에서 생각으로 슈코를 보는 시선이 변해왔는지 일대기를 읆고있다. 가만 듣고보니 이 미친분은 당최 어떻게 이때까지 참았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하지만 넘어가면 안 된다. 러브크래프트가 샹욕하고 집어던질 빌어먹을 심연에 귀를 기울이면 안 된다. 요는 결국 겨드랑이에 밥 비벼먹으면 된다는 거지.

적당하고 능숙한 핑계로 다음 상담을 잡아두고서 일단을 돌려보낸다.

담배에 다시 불을 붙이고 곧장 한 번의 숨으로 끝을 보았다. 핑 돌아서 비틀거리기 시작하는 걸음. 딱 좋은 수준이군.

일단 먼저 인사담당처로 간다.
내가 받은 고민처리에 앞서 가장 먼저 필요한 곳. 먼젓번의 피해복구가 어재 새벽에 모두 끝났더랬지.

똑똑 두번 두드렸다.

누구세요?

나다 이 새X야

그 후 사무실을 원상태로 뒤집-아니 되돌려 놓았다.

부디 다음엔 멀쩡한 사람을 뽑아줘.라는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한 명 한 명, 구석구석 사무실의 어느 것 하나 놓치는 일 없이 당부의 손길과 심심한 부탁을 전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사실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내가 더 잘 알지만 그래도 이래야 마음이 놓인다.

후- 이제 어디로 가느냐...

이럴 때의 일반적 프로듀서따위라면 아이돌에게 넌지시 상담해도 좋겠지만. 음, 나는 어쩌지. 상담가가 받은 상담을 남에게 다시 상담해서 어쩌자는거냐.

결국 어딜가도 좋은 곳은 생각나질 않아서 사무실로 돌아갔다.
밝고 쾌활한 회사에서 한숨쉴순 없으니까.

"역시 그게 최선일까."

몸이 좀 축나는 짓이라 꺼려지지만 결국 생각나는 건 그거뿐이다. 그거말이야 그거.

근데 오늘 안에 준비가 되려나.

똑똑-

누구세요?

"타다 리이나 입니다!"

"펀치라인이 약하네..."

"네?"

"아니 들어와."

로꾸라는 정체불명의 포괄적 기능의 형용사를 창시하시매 하나의 도이자 학문으로 끌어올린 로꾸돌.

또 무슨 상담인고하니....

"새로운 로꾸를 보고싶습니다!"

"고마워"

"네?"

"아, 아냐. 아무것도."

생각이상으로 정상적인 고민이라 고맙다고 해버렸다. 속으로는 조금 울었을지도.

"그래서 새로운 로꾸?"

"네, 쇼코의 추천으로 독버섯을 먹거나 고양이 라이브...시키의 하이트립 로꾸...많은.걸 했지만. 이제 더이상 그런 감각이 없어요! 시야가 하얗게 질려서 심장소리와 노랫소리만 아득해지다가 막...기억이 없어졌는데도 알수없는 짜릿함과 흥분이 가시지않는...다시 한 번 더 찾고싶어요! 전례없는 로꾸! 태초의 그 로꾸를!"

로꾸가 아니라 뭔가 좀 성인의 경험같은데 그거.

아무튼 새로운 로꾸인가. 사실 이것도 쉽진않은데. 전에 록알못을 해결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었지. 그래서 록 라이브 세계투어를 시켰더니 캐릭터가 박살나서 다시 돌려놔야했다.

아 이거 저 녀석은 기억못하지. 입조심.

요컨대 록이 아니라 로꾸라는 거다. 록과는 다르다 록과는.

하지만 로꾸란 무엇인가? 이 주제 하나로 나온 논문들을 a4용지로 쌓으면 무려 346km.라는 생각이 들만큼 많다. 그래도 결론이 안 나. 그만큼 흥미로운 주제라고 누군가는 말하지만. 나한테는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새로운 로꾸를 보여줘야한다. 근데 난 로꾸를 모른다. 그래서 새로움에 집중한다.

"로꾸가 뭔진 나도 모르지만...."

휴대폰이 징- 울리는 걸 확인하면서 말을 이었다.

"여태껏 전례없는 짓거리라면 내가 하나 경험시켜줄 수 있어. 같이 갈래?"

내심 속으로는 거절하길 바랬는데 좋다고 따라나섰다.

먼저 향한 곳은 일단 회사의 카페.

"물건 왔어?"

"방금 막 전달해주고 하셨어요."

[윈슬로 부인의 진정시럽]

"그게 로꾸...?"

고개를 젓는다.

"아니 이건 내꺼고 로꾸도 아냐."

다시 핸드폰을 본다. 프로듀서랑 슈코. 둘다 레슨룸인가. 빈 시럽병을 카페 주인에게 주었다.

준비완료다.

슬슬 시동이 걸리는 몸을 한껏 느끼며 레슨룸의 문을 열었다.

"어라? 어째서 리이나도?"

"다른 고민이야."

핑 돌려는 머리를 한 번 짚었다.

"그래서, 지금 시간 비어? 시오미 양"

"응? 아아, 이제 막 끝나긴 했는데. 씻고와서 이야기해도 돼?"

"아니 딱 좋아."

아마도 이 프로듀서의 취향에는 더 좋은 환경. 봐라,씻고온다는 말에 낙담했다가 내 말에 다시 차오르는 희열의 표정을.

"내가 하는 말. 어떻게 반응해도 좋으니까. 끝까지.들어줘."

"흐응, 조금 겁나려고하는데. 설마 프로포즈?"

미안한데 겁내야하는 거 맞아. 프로포즈보다 끔찍할 거야

"전혀 아니야"

"그럼 그런 걸로 해둘까~ 그러니까 정색하지말라고? 너무 진지해보여서 농담 좀 했을 뿐이니까. 그래서 무슨 이야기?"

시오미 슈코, 털털하고 홀가분한 걸 좋아하는 아이....그래서 돌직구로 간다.

"너의 겨드랑이에 밥을 비비게해줘"

오늘도 내 사회적 이미지와는 한 번 더 달나라작별입니다. Adiós.

"....헤에~ 그런 취향이었어~ 하하하! 그런데 농담을 하려면 좀 더 능청맞게? 음...뭐라고해야할까나~ 아무튼 실패-"

"너의 겨드랑이에 밥을 비비게해줘."

아아 굉장한 표정이다. 깨달았구나 슈코 말로 표현하는 것따위가 흠집내기일 만큼 굉장해 아아아...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 미친 짓에는 블레이크가 있어서 안 돼. 악셀 풀 악셀뿐이다. 부딪혀서 너도나도 전부 엉망진창이다.

"이것은...누구 한 명만을 위해서도 아니고, 너를 괴롭하기위함도 아니다. 오히려 너를 위해서일지도 몰라. 팬을 위함이기도하다."

피할 틈따윈 주지않는다. 일그러진 얼굴이 경멸로 구겨지기 전에 당혹함과 궁금함이 남았을 때다.

"너는 화과자를 좋아하지?"

"그래,그렇지만 무슨 상관이야?"

"이것도 화과자니까! 여태까지 없던 지루함도 따분함도 없는 경이(악)뿐인 화과자다!"

"너는 전에 말했지? 맛있지만 언제나 같은 것 뿐이라 물려버린 집안의 화과자. 그 따분함을 한 발 넘어서게 만든 새로운 세상! 헌혈을 통해 그 세상을 만났다고! 프로듀서도 아이돌도 그렇잖아? 언제나 같은 일상도 아니고, 보이지도 않고 텅 빈 불안 따위도 아니다! 매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기대감... 화과자조차 이제는 더이상 물리지않고 좋아한다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
..그걸 위해서, 한 번 더 그때와 같은 과자인거야. 네가 처음 헌혈을 하던 날, 밖으로 나가게되는 그 한 걸음을. 지금 한 번 더!"

말이 안 되는거같죠? 안 되고있습니다. 하지만 말이라는 것도 하기나름이고 정의하기 나름이며 듣기나름이다. 어차피 바꿀 수만있다면 말이라는 건 성공이다. 들어주는 시점에서 반은 성공이다.

"그래, 슈코!"

옆에서 프로듀서가 끼어든다. 아마 슈코에게는 정신없는 와중에 끼어들어 치는 반전.

"너를 몰라. 이렇게 가까이서 너를 보는데도 늘 채워지지않는 게 있어. 너를 더 알고싶은데, 네 지루함도 고동도. 소중함도 전부 알고싶어. 네 화과자조차도! 그래서, 너를 알기위해서 가장 너인 것. 그 중에서도 가장 너일 수 밖에 없는 것. 너 중의 너. 너 그 자체인 화과자를 먹고싶은 거야!"

어떻게 밥이 화과자이느냐

"화과자도 쌀로 만들잖아! 밥이나 화과자나! 둘 다 화과자다! 너한테서 나오는 것. 네 마음, 네 몸에서 배어나오는 노력의 증거 아니 노력 그 자체. 그것들로 엉켜붙은 것들인데 화과자가 아닐리가 없다! 너도 알잖아? 화과자라는 한 줌의 아름다운 달콤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쥠과 열기, 노력 그리고 땀이 스며야하는지. 나보다도 네가 더 알잖아? 레슨의 열기가 아직 식지도 않고 그대로 배어있는 네 몸 자체가 화과자를 만드는 것 그 자체다. 부족한 건. 맛보고 느끼게해주는 것 하나가 부족할 뿐이야! 그 하나를...지금 채우려할뿐!"

몽롱해져서 무슨 일인지도 잊어버리고 열에 이끌리듯 몰아붙인 말. 그 말에 정신없는 것은 모두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정면에서 치인, 여우. 장난도 통하지않고 피할 수도 없이 치였다.

"그...."

장난이 들켜버리고 꼬리가 들통난 여우처럼. 안절부절하지만 움직이지않았다. 그리고 가장 비틀려있는 최고의 1번의 정답. 조금 비틀려있었을 뿐인 어딘가의 해프닝이 세상이 되어버린다.

"해주면 되잖아...정말이지..."

..
.
하, 이게 되네. 그뒤로는 안심해버렸기에 기억이 나지않는다. 사방으로 엉겨붙는 불꽃 뒤로 하얗게 질린 벼락이 찌릿찌릿거리는 영상이 조금 보이고서.

그래서 어떻게되었냐고? 세상이 불타오르기 시작했지.

도무지 무어라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표정의 프로듀서는 나에게 감사인사-내가 받아본 감사인사 중 가장 더러운 기분이었다-를 받았다. 그리고 고개를 보여주지않으려 아래로 꺾은 채, 책임을 붉게 속삭이는 슈코. 허... 이런 미친 동네.

아 그리고 리이나. 리이나가 있었지. 그쪽한테도 감사 인사를 받았다.
거기에서 아무말없이 지켜보고있던 리이나는 로꾸를 얻었나보다. 그 로꾸는 공연이 되었고....공연이란 말은 다들 알기 충분하지.

결과였으나 단지 시작이었다. 어떤 부분이 시작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이고 시작이지. 충분하기 그지없는.

"로꾸라는 건 말이야, 겨드랑이야!"

"시마무라 우즈키, 겨드랑이도 열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흐응, 저는 어쨌든 귀여우니까요!"

"프로듀서는 키스를 한다면 어디가 좋아? 입술? 아니면...


변함없음에 한가지가 더 붙었을뿐인데 나는 오늘도 여기에서 때때로 본다.

"정말이지 내가 만든 결과중 가장 끔찍해. 모두가 웃고있는데 말이지"


첫말과 끝말로 작가의 말을 대체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