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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는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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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3, 2019 20:17에 작성됨.

-미키 쨩, 생일 축하해!

상자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온 핑크빛 편지. 슥 펼쳐서 열어보니깐,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글씨가 눈에 들어왔어. 음....아마 미키랑 비슷한 나이인 애가 쓴 걸까나. 미키는 펼쳐본 편지를 조심스럽게 탁자에 두고는, 몇 번 더 상자에서 편지를 꺼내 펼쳐봤어.

-생축! 저번 감사제처럼 멋진 라이브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에는 없어서 조금 아쉽네. 그래도 이번에는 '근미래 아웃사이더' 가 있으니까. 미키가 연기한 버스터 블레이드의 활약, 반드시 지켜보고 올게!

-미키~ 생일 축하해요! 언제까지나 당신을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생일 축하해~!! 미키는 주먹밥을 좋아한다고 해서, 직접 만든 주먹밥을 보내주고 싶었는데 식품은 안된다고 하네.....대신에 주먹밥을 쏙 닮은 솜인형을 보냈으니 확인해봐!

미키가 꺼내든 편지는 제각각. 글씨체도 전부 달라. 타카네처럼 반듯반듯하게 쓴 것도 있고, 조금 삐뚤한 것도 있고, 유키호도 아니고 깨알 같은 글씨도 있었던 거야. 그치만, 이거 하나는 다 똑같아. 생일 축하한다는 말.

그래, 맞아. 오늘은, 미키의 생일! 

그래서 오늘 아침만 해도 프로듀서가 미키에게 선물도 주고, 치하야 씨하고 히비키도, 대기실 화이트 보드에 축하 메세지도 적어줬는 걸! 그밖에 다른 애들한테도 선물을 잔~뜩 받은 거야. 그렇지 참, 츠바사가 미키 쨩, 미키 쨩하고 엄~청 난리쳐서 조금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기뻤던 거야! 그리고그리고, 오늘 들어간 방송에서도 다들 미키의 생일을 축하해줬어! 이것도 기뻤어!

미키가 아이돌이 되기 전에는, 이렇게 축하해주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생각해. 엄마하고 아빠하고 언니하고. 그리고 친구 정도? 지금은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고 있는 거야. 어쩌면 미키가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람도, 어디선가 미키의 생일 축하해주고 있을지도. 그도 그럴게, 이제 미키는 유명한 아이돌이니까.

미키, 아이돌이 되어서, 아이돌을 계속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처음에는 귀찮은 일이 너무 많아 바로 그만두고 싶었지만. 근데 프로듀서가 미키를 막 이리저리 끌고 다니고, 이랴이랴하고 자꾸만 일을 시키고.....앗, 이렇게 말하고 보니 프로듀서가 굉장히 나쁜 사람이 되어버렸네. 뭐어, 미키를 이렇게나 진심이 되게 만들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해야할까나? 포도의 맛을 알아버린 여우는, 앞으로도 포도나무를 향해 높이 뛸 수밖에 없다는 거야. 아핫, 허니는 죄 많은 사람이네~ 응, 허니는 정말....죄 많은 사람인 거야.

왜냐면- 지금도 이렇게 미키를 기다리게 만들고 있잖아.

이제 일 끝났으니까 가도 되는데. 팬레터는 집에 가지고 가서 읽어도 되는데. 아니면 내일 읽어도 되고. 아마 다 읽으려면 며칠 꼴딱 밤을 새야할 것 같지만☆ 집에서도 분명, 파티를 준비하고 있을 텐데. 그치만 좀 더 기다리고 싶어. 이미 많이 기다렸지만. 봐, 이렇게 벽에 걸린 시계도 8시를 가리키고 있는 걸. 미사키도 오늘은 일찍 집에 가버렸나봐. 연습하는 애들도 안 보여. 

그러니까, 이 늦은 밤에 미키 혼자인 거야. 

....외로워! 쓸쓸해! 

그러니까 빨리 와줘 프로듀서! 안 그러면 미키, 이젠 정말로 집에 가버릴지도 모른다구?

....아, 방금 그거 취소할래. 미키는 역시 프로듀서하고 생일을 보내고 싶어. 프로듀서가 항상 미키 곁에 있을 수는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아침에도 겨우 시간 내줬다는 것도 알아버렸지만.....무으으~! 프로듀서가 나쁜 거야!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 기다리게 만드니까! 미키는 팬레터들을 도로 상자에 넣어두고는, 휴대폰에 손을 뻗어....

아니, 됐어. 벌써 몇 번도 더 전화를 걸어본 거야.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가, 마지막에 겨우 회의 중입니다. 나중에 전화 부탁드리겠습니다. 하고 정 없고 딱딱한 음성 메세지가 들려왔을 뿐. 라인에서도 미키가 보낸 메세지에 1이 전~혀 지워지지 않았어. 프로듀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어서 빨리, 미키의 생일이 전부 지나가버리기 전에 와줬으면 좋겠는데. 미키가 간절히 바라고 있을 그 때였어.

띠링-

앗! 라인 메세지 소리야! 프로듀서!? 허니!? 미키의 시선이 곧장 휴대폰 화면 위 쪽을 향했어.

-미키, 어디니? 모두 기다리고 있어. 

언니야....지금 미키, 무척 실망. 언니는 좋아하지만, 역시 실망인 거야. 미키는 대충 나중에 갈 게라고 답장한 다음, 휴대폰을 탁자 저 멀리로 치워버렸어. 계속 띠링, 띠링하고 소리가 들리지만 이젠 몰라. 아후~ 피곤하니까 미키 그만 잘래. 그래서 언제나 애용하는 소파로 가려던 그 순간.

끼익-

꼭 닫혀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 거야. 어라, 누굴까? 미키는 의자에서 막 일어나려던 자세 그대로 숨 죽인 채 문을 지켜봤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누군가. 낡은 구두에, 살짝 구겨진 양복. 미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언제나 조금 맥빠진 듯한 얼굴. 콧잔등에 살짝 비스듬하게 걸린 촌스러운 안경까지! 아핫, 미키가 정말로 좋아하는 프로듀서인 거야!  

"프로듀서!"
"미키, 너어...."
"저기저기, 많이 바빴어?"
"그건 그런데....문제는 왜 지금까지 네가 여기 있냔 말이지."
"그거야 미키 생일이니까!"
"선물이라면 아침에 줬잖아."
"그치만, 미키는 선물이 하나 더 필요한 걸!"

바로, 프로듀서라는 이름의 선물이! 미키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가자, 반대로 조금 뒷걸음질 치는 프로듀서. 에에, 뭐야. 미키는 지금 정말 좋은데, 프로듀서는 별로야? 으음.....그렇지 참, 밀어서 안되면 당기라고 했어! 그러니까~ 프로듀서의 팔을 과감하게 캐치!

"우, 우왓!?"
"미키는 프로듀서가 좋아. 프로듀서는 미키 싫어?"
"그건 아니지만....그, 너무 가깝지 않아?"
"에이~ 걱정 마! 지금은 미사키도 없는 걸. 그-러-니-까- 프로듀서랑 미키랑 단 둘! 그것도 한밤 중에! 꺄아~ 대담해~!"
"어이어이....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말아줄래."

자, 자, 떨어져. 팔짱까지 꼭 낀 게 무색하게 프로듀서가 자꾸만 몸을 틀었어. 우우....억지로 잡아두면 미움받을 것 같으니, 프로듀서 말대로 하는 게 좋을까나. 미키는 겨우 잡은 프로듀서을 놓아주었어. 그러자 프로듀서는 후우, 하고 숨을 좀 가다듬더니 이마에 살짝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훔쳤어. 평소보다 좀 더 흐트러진 머리도 그렇고, 뛰어온 걸까나?

"혹시 뛰어왔어?"
"메세지를 보내도 응답없는 누구 때문에 말야."

에, 그렇다면 좀 전에 그건....미키가 서둘러 탁자에 내팽겨친 휴대폰을 챙겼어. 아, 역시. 아까 띠링띠링하고 온 건 프로듀서가 보냈던 거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오래 붙잡고 있을 걸 그랬나봐. 으음....하지만, 미키가 안 보고 있는 덕분에 프로듀서가 휘리릭하고 달려온 거니까....가끔은 무시해도 괜찮을지도. 가끔은, 말야☆

"답장이 늦었던 건 미안해. 좀 별난 디렉터에게 붙잡혀있어서 말이야. 자꾸만 술 약속을 잡더라고. 둘러둘러 거절하느라 진땀을 뺐지 뭐야."
"흐응.....그랬어?"
"여차저차해서 겨우 떨어트리는데 성공했는데, 이젠 네가 달라붙어오는 구나."
"미키, 한참 기다렸다구?"
"그러니까 누가 그러래? 근데 저녁은? 설마 밥도 안 먹고 기다린 건 아니겠지?"
"편의점에서 주먹밥 먹었어. 참치마요."
"그래."

대강 대답하면서 옷 매무새하고 머리를 마저 정돈하는 프로듀서에게, 미키는 좀 더 말을 걸어보기로 했어.

"프로듀서는 이제 뭐해? 일 다 끝났어? 아니면 또 일? 미키, 그러면 좀 싫은데. 저기, 드라이브 안 할래? 여기 계속 있었더니 답답해. 바람 쐬고 싶어. 응?"
"일은 없지만....너무 늦었잖아."
"에에~ 그치만~"
"그치만이고 뭐고. 기다리게 한 건 미안하지만 그래도 슬슬 집에 돌아가야지. 다들 널 기다리고 있을 걸?" 
"에, 어떻게 알았어? 안 그래도 언니한테서 라인 온 거야. 기다리고 있다던데-"
"그거 마침 잘 됐네. 더 늦어지기 전에 데려다 줄게. 드라이브 대신이야."
"프로듀서, 그거 알아? 지금 미키.....굉장히 욕.구.불.만.인 거야."
"뭐래."

미키가 슬쩍~ 하고 가슴 쪽의 옷자락을 살짝쿵 들어 팔락거렸지만, 프로듀서는 심드렁한 눈으로 슥 보고는 바로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렸어. 하아....조금만 슬쩍~ 해도 얼굴이 새빨개졌던 왕쑥맥 프로듀서는 이젠 어디에도 없는 걸까. 아쉬운 느낌. 아, 어쩌면 이제 프로듀서도 노련해졌다는 걸까나? 미키를 리드할 수 있을 정도로?

"어서 나와. 불 끄고 문 잠그게."
"치...."
"계속 여기 있을래?"
"에엣~! 그건 싫어! 프로듀서랑 갈래!"
"그러면 빨리 나와."

그렇다면 좋을텐데. 미키는 자꾸만 재촉하는 프로듀서에게 달려가서, 그대로 몸을 폭하고 던졌어. 프로듀서는 조금 휘청이는가 싶더니, 곧 단단하게 버티고 서서 미키를 받아주었어. 후후....이게 바로 어른이라는 걸까나.

"허니~"
"윽, 위험하잖아. 그러다 넘어지면 어쩌려고."
"괜찮아 괜찮아. 미키, 하루카가 아니니까! 그리고 넘어지려고 해도 허니가 잡아줄 거잖아. 그치?"
"그건 그렇다만...."
"있지 허니."
"뭔데."
"미키 생일, 이제 얼마 안 남았네."

꼬오옥. 미키는 프로듀서의 허리에 두 팔을 감고는 조금 힘주어 안았어.

"아....그렇네."
"이번에는 어쩐지 다른 때보다 좀 더 쓸쓸한 기분이었던 거야. 모두, 미키의 생일을 축하해줘서 기뻤지만, 그랬지만...."
"미안."
"아냐아냐. 사과 안 해도 돼. 허니는 오늘 무지 바빴잖아. 거기다 미키만 프로듀스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애들도 챙겨줘야하고....허니. 고마워."
"응? 갑자기 왜?"
"엄청 오래 기다렸긴 해도, 미키가 기다려준 만큼 진짜로 와줬잖아. 이왕이니 드라이브도 해주면 더 좋았겠지만!"
"집에서 널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너네 엄마아빠언니 생각을 요만큼이라도 해봐라."

따악!

"아얏."

갑자기 프로듀서가 딱콩을 날려서, 미키 아픈 거야. 미키가 두 손으로 이마를 감싸는 사이에 프로듀서는 매정하게 미키의 품 안에서 벗어나버렸어. 그리고는 대기실 안에 불을 전부 끄고는 문을 꼭 닫았어. 마지막에 잠그는 것도 물론 잊지 않았고. 그걸 보고나니 이제 정말 가야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자, 가자.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허니, 잠깐만. 미키 할 말이 있어."
"할 말? 어떤 건데?"

하지만, 그 전에. 미키는 뒤돌아서려는 프로듀서를 붙잡았어.

"있지, 미키는 말야....앞으로도 허니를 쭉 기다릴 거야."
"뭐, 뭐야 갑자기."

뒷머리를 몇 번 긁적긁적하던 프로듀서는 곤란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거야.

"그, 알잖아. 오늘은 어떻게든 네가 기다리는 거에 맞출 수 있었지만.....그러지 못하는 날도 많을 거라는 거."
"괜찮은 거야! 이건 미키의 멋대로니까. 그리고, 기다린다는 건 항상 이렇게 기다린다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른 거야. 미키가 그렇게 말했지만, 프로듀서는 여전히 면목없다는 표정.

"그래도 좀."
"아무리 허니라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야."
"괜히 내가 미안해지잖아."
"흐응.....그럼 사과하는 의미로 미키한테 키스해줄래? 물론 볼이 아니라, 여기에!"

톡톡. 일부러 보라고 검지를 세워서 입술을 몇 번 두드리니, 프로듀서가 픽하고 웃었어.

"하, 이 녀석이...."
"왜에?"
"아니, 그냥. 안 미안해도 괜찮은 것 같아서."
"에, 너무해~"
"너무하긴. 너한테는 한참 이른 걸. 우리 둘이 그런 관계도 아니고...아니, 정말 그런 관계가 되어서도 안되지만...."

기억하자. 나는 프로듀서, 너는 아이돌.....거기다 난 성인이고, 넌 미성년자....한참 그런 말을 반복하는 프로듀서는, 고장난 로봇처럼 보여서 재밌었어.

"응. 그렇네. 아직 좀 이른 걸지도."
"오- 웬일이래. 미키도 이젠 다 컸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응? 미키는 충분히 다 컸다고 생각해."
"얼레? 그럼.....?"
"글쎄, 어떨까나~?"

그래. 아직은 이른 걸. 미키가 아니라, 프로듀서가. 그러니까 미키는 기다리는 거야. 프로듀서가 오늘 미키에게 와준 것처럼, 언젠가 미키만의 허니로 와줄 날....분명 올 거라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미키는, 기다리고 있을래. 앞으로 프로듀서랑.....허니랑 보낼 행복한 나날을 꿈꾸면서 말야. 아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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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생일 축하해!!!! 좀 늦었지만 지금 올리는 게 글 내용하고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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