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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데와 느긋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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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5, 2019 16:34에 작성됨.

예전에 썼던 글인데 수위로 고민하다가 올려봅니다. 솔직히 어쩌다 이런걸 썼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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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따라 유난히 사무실이 조용하다. 치히로씨도 어제부터 외근이라 당신 홀로 외롭게 사무소를 지키고 있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였으나 당신은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마침 일거리도 없어서 할만한 것이라곤 집지키는 개 역할이다. 당신은 탕비실에서 차를 한잔 끓여 자리로 가져왔다. 느긋하게 입 안으로 넘어가는 녹차의 풍미가 또 새롭다. 아무래도 어디서 가져온 찻잎인지 알아보는게 좋을거 같다. 따뜻한 햇빛, 녹푸른 차의 향기. 당신은 여유로운 한때에 지친 피로를 녹여냈다.


  당신이 눈을 뜨자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아무래도 잠깐 잠들었던 모양이다. 그 사이 누가 오기라도 했는지 몸에 담요가 덮여 있었다. 자는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에 머쓱해진 당신은 목에 손을 얹고 멋쩍게 웃엇다.


"후히히..."

"무리~"

"우후후..."


  책상 밑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담요의 주인공이 저 아이들인듯 하다. 당신은 의자를 뒤로 빼서 책상 아래쪽을 들여다봤다.


"가, 갑자기 바라보시면...부끄러운건데요!"

"친구의 친구, 후힛...엄청났어"

"저...그 프...프로듀서씨가 원한다면...마유는...언제라도..."


  다들 과부화되어 있다. 당신은 언더 더 데스크의 세명이 모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건 언제 세명이나 당신의 책상 아래로 들어갔냐는 것이었다. 왜 모두 얼굴을 붉히며 있나 고민하던 찰나, 당신은 쇼코가 버섯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버섯을 보다 당신의 고간을 쳐다보는 시선을 깨달았을때. 당신은 황급히 담요를 허리에 둘렀다. 중학교 시절 썼던 중2병 가득한 시집을 들킨 것 이상의 부끄러움이다.


"저기...그...마유는...마유는..."

"히익...마유씨가 쓰러지신건데요!"


  마유의 얼굴이 증기가 뿜어져 나올 것 처럼 붉어지며 픽 쓰러졌다. 당신은 겨우 하반신이 진정된걸 깨닫고 황급히 마유를 안아 들어 수면실로 데려갔다.


"본...본편인가...후히히"

"무리인데요...내일부터 두분의 얼굴을 볼수 없게 되버리는건가요..."


  굉장히 신경쓰이는 말이 들리지만 일단 당신은 침대에 마유를 눕혔다. 침대에 누운 마유가 잠꼬대인지 자꾸 당신을 불렀다.


"저...그...아무것도 안하시는건가요..."


  하긴 뭘 한다는 것일까.


"친...친구와...더 절친한...관계"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그 관계가 되면 인생이 끝장날건 불보듯 뻔했다.


  아이들이 진정하길 기다리며 차갑게 식어버린 차를 들이켰다. 역시 차는 따뜻할때 마셔야한다. 떫은 맛이 남아 입안이 잔뜩 텁텁해졌다. 그래도 당신은 조금 복잡해진 머릿속이 진정됨을 느꼈다. 방금 전의 사건으로 잊고 있었지만 당신이 졸고 있던 동안 잔뜩 성희롱을 당한거 같다. 이 나이를 먹고 한창때 여자아이들한테 수치를 당했다. 아무래도 이대로 뛰어내리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죄...죄송해요오..."


  아무래도 마유가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그 뒤를 쫄래쫄래 쫒아나온 노노와 쇼코도 제정신이 되었는지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아니, 노노는 원래 바라보지 않았나? 아무튼 서로가 어색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이 묘한 분위기를 바꿀 흐름이 필요하다.그때 타이밍 좋게도 마유가 말을 걸어왔다.


"아, 프로듀서씨를 위해 도시락을 만들어왔어요오..."

"치, 친구를 위해 나도 버섯을 제공했으니까..."

"모리쿠보도 히...힘낸건데요"


  당신은 시계를 보고 점심시간이 되었음을 눈치챘다. 당신은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어서 먹고싶다고 말했다.


"네에~ 곧 가져올게요오"


   당신은 마유가 도시락을 챙기러 간 사이에 남은 둘에게 도대체 언제 온거냐고 물어보았다.


"아침부터 마유씨가 프로듀서씨한테 줄 도시락을 만든다길래...모리쿠보도 같이 도운건데요오..."


"좋은 버섯 고르는 법을, 알려달라길래, 후힛...친구를 위해서니까..."


  솔직히 감동했다. 아까 그런 일만 없었더라면 껴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정성스럽게 만들었으니까요 후후...남기지 말고 드셔주세요오"


  까놓고 말해 눈 앞에 놓여진 도시락은 애정이 넘쳐흘렀다. 밥 위에 하트 모양으로 뿌려진 후리카게, 노릇하게 구워진 햄버그, 하트모양 당근, 윤기나는 우엉조림, 솔직히 다 먹을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로 많은 양이다.


"먹여드릴까요? 아앙~하세요오"


  당신은 극구 사양하며 양이 너무 많지 않냐고 물어봤다.


"4인분이니까 괜찮아요"


  뒤에서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있는 노노와 쇼코에게 당신은 어서 와서 같이 먹자고 제안했다. 잠시 머뭇거리며 눈치를 살피던 둘은 마유가 조금씩 덜어준 밥과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


  마유의 요리솜씨는 굉장했다. 하나같이 훌륭한 색감과 딱맞는 간, 그리고 밥과 적절히 어우러지는 풍미. 한점 두점 집어먹다보니 어느새 바닥을 드러냈다. 당신뿐 아니라 모두가 배부르게 식사를 마친것 같다.


"이제 배가 빵빵해서 더는 못먹어요..."

"만가닥버섯...맛있었어...친구도 맛있어 보여서 다행이야..."


  당신은 기분 좋은 포만감에 빠졌다. 그러다 문득 남아있던 초콜릿이 떠올랐다. 마침 식사도 마친 겸 다과로 좋을 것이다. 당신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탕비실로 갔다. 따뜻한 커피와 초콜릿, 좋은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주전자에 물이 끓는 걸 보고있던 중 노노가 안으로 들어왔다.


"도와드리러 온건데요..."


  당신은 고맙다고 말하며 노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노노는 조금 기쁜듯 보였다.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혹시 더 먹고싶은건 있는지 물어봤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한동안 둘이 물끓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 조금 나른한 기분이 들었다. 당신은 가볍게 커피를 내려 쟁반에 나눠담고 노노와 함께 다과를 옮겼다.


  사무실에 가까워지자 살짝 열린 문틈으로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소리가 들려왔다. 안쪽에서 무슨 대화를 그렇게 재밌게 나누나 궁금해진 당신은 걸음을 늦추고 말을 엿들었다.


"아까...후히...친구의 버섯...굉장했어"

"솔직히 마유도 직접 보는건 처음이라...놀라버렸어요오..."


  죽고 싶어졌다.


"프로듀서님...눈이 죽어버렸는데요..."


  당신은 일부러 헛기침을 하고 발소리를 높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선 기침소리와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고스럽게ㅎ...콜록...해서 죄송해요오"

"기, 기다리고 있었다구...친구"


  누가봐도 어색한 모습이었으나 모른 척 해주기로 했다. 당신은 쟁반에서 커피를 내려놓았다.


"프로듀서씨가 타준 커피 잘 마실께요오~"


  마유가 헤실헤실하는 동안 쇼코는 혀 끝으로 맛을 보고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같이 챙겨왔던 우유와 설탕을 잔뜩 넣었다. 쇼코는 쓴것에 약하구나 하고 바라보고 있었으나 노노는 쇼코보다 두배는 될거같은 각설탕을 집어넣었다. 당신은 좀 심한게 아닌가 싶은 양에 몹시 당황했다.


"쓴 건 무리이..."


  노노는 눈을 돌리며 한껏 달아진 커피를 마셨다.


  초콜릿을 집어 먹으려다 다들 이상하게 조용한 것을 느꼈다. 혹시 입맛에 안맞는 것일까, 무의식적으로 포장박스를 보았다. 고급스러운 문양으로 '위스키 봉봉'이라 휘갈겨져 써있다.


  아뿔사, 당신이 구경하던 사이 이미 초콜릿박스는 반이 넘게 비워져 있었다. 도대체 어째서 이상함을 못느낀 것일까. 똑바로 확인을 못한 당신 잘못이다. 그나저나 다들 첫입부터 술향기를 느꼈을텐데 계속 먹은건 고의가 아닐까 의심 될 정도다.


"쁘로듀사씨이이~딸꾹"


  마유는 오늘일을 기억하면 아마 당신을 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혼자 있는건 외로워서...모리쿠보는 같이 있고 싶어요오..."

"후히...후히....후히히...햣햐!!!"


  순식간에 지옥도가 펼쳐졌다. 노노와 마유가 다가오더니 양팔에 달라붙고 쇼코가 햣햐-한 상태가 되어버려서 당신을 넘어뜨리고 올라탔다.


"후하하하핫! 니 버섯 잔뜩 신경쓰였다고!"


  가능하면 잊어주길 바랬는데 이젠 대놓고 말하고 있다.


"마유도 신경쓰여요오~"

"무리인데...무리가 아닌건데요..."


  노노는 둘중 하나만 해주면 좋겠다. 그보다 도대체 뭐가 무리가 아니란건지...


"직접 볼거에요오~!"


  한명이면 몰라도 3명에게 동시에 잡힌 상태라 당신의 바지벨트는 순식간에 풀려버렸다. 이대로 있다간 감옥 일직선루트다. 당신은 몸을 흔들어 최대한 그녀들이 다치지 않도록 벗어나고자 했다.


"저렇게 큰건...하지만 노력할거니까..."


  두번째로 수치를 보였다. 그보다 오늘따라 노노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제발 이런 상황이 아니라 평소 일을 할때 저랬으면 좋았을 텐데.


"히야앗하! 그래~이렇게 잘 자란 버섯이 있잖아! 내가 받아갈테니 기뻐라하고오오오오!"


  오 세상에, 신이시여. 부처님, 예수님, 알라님, 치히로님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이번은 2000모바코인으로 도와드릴께요'


  머리속에 직접 치히로씨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날 구원할 천사보다는 악마의 거래같은 기분이 드는건 착각일 것이다.


  철컥하고 문이 거세게 열렸다. 그 너머엔 녹색의 악마...가 아니라 치히로씨가 외근에서 돌아왔다.


"모두 동작그만!"


  효과는 굉장했다!


"앗...넵"

"히이이...."

"네에..."


"프로듀서씨도 정좌하세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몸이 멋대로 움직여 치히로씨의 명령에 따랐다. 당신과 아이들을 정좌시킨 치히로씨는 속사포같이 설교를 시작했다. 직장에서 그런짓은 안된다느니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하라느니.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그녀들도 취기에서 깨어난건지 몹시 부끄러워 하는 눈치다.


"...잘 아셨겠죠?"


"넵..."

네에......"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렇게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그 이후 언더 더 데스크 멤버들은 책상 밑이나 버섯을 보면 얼굴을 붉히거나 초콜릿과 조금 사이가 소원해지기도 했지만 멤버들의 사이는 전보다 견고해진듯 하다.


  그리고 당신은 정신적 충격으로 몇 주 간 발X부전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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