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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다리는 소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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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2, 2019 11:52에 작성됨.

"봄 기다리는 소녀" 1

“프로듀서 씨, 오늘 스케줄 끝나고 데이트해요~”

화기애애한 담소로 가득하던 사무실이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바보 미라이만이 즐겁게 쿠키를 먹고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던 쿠키는 중력을 거스리지 못하고 포삭, 바닥에 떨어졌다. 쿠키를 구워온 장본인, 765 프로덕션의 ‘근본’ 하루카가 안다면 얼차려를 시켜도 모자랄 정도의 무례였다. 

“뭐, 뭐라고?”

프로듀서가 간신히 대답했다. 대답이라는게 앵무새도 할 수 있는 정도의 되물음이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시즈카는 고작 이런 대처밖에 하지 못하는 프로듀서를 날카롭게 쏘아봤다. 프로듀서는 그녀에게서 치하야의 그림자를 느끼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데이트 하자구요, 데이트~ 카페 데이트 할래요? 아니면 수족관? 유원지도 좋을텐데~”

“츠바사, 그건 안 돼.”

쿠키를 우물거리던 미라이가 사려 깊게 말했다. 

“우린 아이돌이잖아. 데이트 같은걸 했다가 모태솔로 하루카 선배님한테 얼차려 당할지도 몰라.”

“어딘가 핀트가 어긋나긴 했지만 미라이의 말이 맞아. 츠바사 너 제 정신이야?”

“사무소 옆 우동집에 푹 빠져버려서 최근 3kg이 찐 죄인 시즈카쨩은 좀 빠져줘~”

“빠져서, 빠져.. 데헤헤, 라임 잘 맞는다! 시즈카쨩은 빠진게 아니라 찐거지만.”

“자자, 다들 그만하고 스케줄 갈 때까지 충분히 쉬어두기나 해.”

프로듀서는 예의 어른스러운 중저음으로 불길한 분위기를 정리하려 나섰다. 프로듀서로서 꼭 가져야하는 성향 1순위, 먹금이다. 아이돌의 부적절한 언행도 부당 대우도 부당 거래에도 전부 입을 닫아야한다. 중요한건 스무스함이다. 이렇게 ‘휴식’으로 이야기의 테마가 넘어가면 더 이상 다른 주제의 말은 꺼낼 수 없게 된다. 어른의 권력 남용이다.

“그래서 데이트 해주실건가요?”

“너 눈치 없다는 소리 자주 듣지?”

“네.”

말문이 막힌 츠바사 대신 시즈카가 답변해주었다. 미라이는 아름다운 우정을 지켜봄과 동시에 혼자 쿠키를 전부 독차지할 수 있었다. 나중에 하루카 선배님한테 고맙다고 꼭 전해야지. 비록 바보지만 선배에 대한 존경심은 기본적으로 품고 있는 미라이였다.

시즈카와 츠바사는 조금 싸우다가 다시 프로듀서에 의해 처리되었고, 사무실은 다시 평화로워졌다. 평화는 항상 사랑과 동반되는데, 왜 프로듀서는 사랑을 반기지 않지? 러브 앤 피스도 모르는거에요? 츠바사는 울적해졌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한을 먹을대로 쳐먹은 츠바사의 “데이트 해줘요~” 공세의 시작이었다.

미라이라도 기억력은 존재했기에 점점 지쳐갔다. 시즈카는 대놓고 반감을 드러냈다. 프로듀서와 츠바사의 소리 없는 전쟁이 종을 울린 것이다. 누가 더 끈질긴가, 제 9라운드째. 프로듀서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다. 그 까짓 데이트 한번 해줘야지 생각했다가 미키가 이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프로듀서는 분별력 있는 어른이었다. 담당 아이돌은 담당 아이돌. 그것도 아직 미성년. 거의 업어키우다시피 해서 사람 만들어놨는데, 한번 잘못한 행동이 계속해서 미키를 옭아메고 프로듀서를 처음 베푼 친절에 얽메이게 만들었다. 미키야 이미 저지른 일이라지만, 계속 다른 일도 이렇게 되면 곤란했다. 솔직히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미키의 어리광을 그대로 베껴온 듯한 츠바사. 그러나, 이제는 ‘어리광을 받아준다’라는 와일드카드가 없다. 계속해서 안 된다는 것을 티내되 츠바사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기. 그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스케줄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온 프로듀서. 미키가 반갑게 맞아줬다. 미키도 이제는 꽤 성장해서 기특한 대화상대가 되어주곤 한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프로듀서는 자신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냈다.

“허니..”

물론 미키라고 문제가 없는건 아니다. 피곤함에 절은 프로듀서의 눈은 미키를 담고 있음에도 츠바사의 잔상이 아른거렸다. 그것은 실제로 츠바사가 사무실로 문을 열고 들어오기 직전이기도 했지만, 분명 미키와 츠바사에는 겹침이 있는 것이리라. 그 때 프로듀서에게 묘안이 떠오른거다. 

“미키.”

츠바사가 멈췄다. 허니라는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게 미키의 이름을 부르는 프로듀서가 원망스러웠다. 이번에는 녹다운을 당해도 츠바사를 받아줄 사람이 없다. 오로지 문이다. 그래, 이건 문에 쓰러진거야. 결코 엿듣는게 아니라고. 

“응, 허니. 미키, 듣고 있는거야.”

“실은 부탁이 있어. 츠바사 말이야, 아이돌 활동에 조금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아서.. 미키가 선배로서 도와주면 어떨까 하는데.”

적응을 못해? 뭔 개소리노. 츠바사가 미키의 말투를 속으로 따라하면서 역정을 냈다. 게다가 미키는 절대 츠바사를 도울 사람이 아니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얼마 전의 굴욕이 다시 상기되었다.

“이런 일은 하루카가 잘 하지만, 파장이 맞지 않으면 또 어렵잖아.”

혹시 프로듀서는 마음을 읽는건가, 츠바사의 우려에 그대로 대답해주었다. 그러나 파장이 맞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거에요?

“아무래도 츠바사는 네가 예전에 겪었던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아.”

이번에도 프로듀서는 츠바사의 속마음에 대답해주었다. 잠깐, 미키쨩이 예전에 겪었던 기분? 설마 미키쨩 조울증이라도 있었어? 아니, 그보다 프로듀서 씨는 나를 뭘로 보는거야?

“흐음..”

고민하는 듯 늘어지는 미키의 목소리에 츠바사의 바보털이 움찔거렸다. 

“미키적으로는 말이야…”

***

미키가 거의 속삭이듯이 말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츠바사는 오히려 의지로 더욱 불타올랐다. 오늘은 조금 더 애교 섞인 말투로 말해보았다. 프로듀서 씨, 데이트해요. 안 돼? 그러나 그게 역으로 작용해 프로듀서에게 대답거리를 준 꼴이 되어버렸다. 응, 안 돼. 츠바사가 볼을 부풀렸지만 프로듀서는 언제나처럼 먹이를 주자 않았다. 볼을 부풀린다는 건 상당히 작위적인 행위로, 가벼운 애교에 불과하다. 그 검은 속셈을 프로듀서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진짜 너무해, 하고 팔을 냥냥펀치 수준으로 때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넘어가지 않았다.

“자, 얘들아. 촬영 들어가기 전에 화이팅 하고 가야지.”

후라이, 또, 치킨!! 어디선가 다른 팀의 화이팅 구호가 들려왔다. 츠바사가 다른 말을 꺼내지 못할 타이밍이다. 프로듀서 씨, 지나치게 베테랑이야. 츠바사는 툴툴거리며 공중에 손을 얹었다. 오토메 스톰, 화이팅. 바보 미라이가 구호를 열었다. 순조로운 진행을 알리는 소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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