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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공연 클락워크-반역자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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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1, 2019 19:50에 작성됨.

“잡아라!”
“네!”


두 오토마톤이 한 명의 여성을 쫓아간다.


오토마톤 둘에게 쫓기고 있는 저 여성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반역자,
불경하게도 윗세상의 꿈을 꾸는 자라고 해야겠지.


OKZ형 오토마톤-A가 반역자 앞을 막아섰다.
앞에서 나온 걸 보니 아마도 미리 잠복하고 있던 잠복대의 일원인가 보군.


“벌써 와 있었구나, OKZ형 오토마톤!”
“틀렸습니다. 우리들은 이 도시 곳곳에 있습니다.”


뒤에서 쫓아오던 또 다른 OKZ형 오토마톤-B(앞으로 이들을 인포서라고 부르겠다)이 대답했다.


“마치 이 도시에 너희의 프로덕트가 뒤덮는 것 같네!”
“그 말대로입니다, 어리석은 그대 도망자여.”


내가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도 말을 받아쳤다.


“건강한가 보네, 이 도시의 수석 증기관.”


역시나, 당신은 요코·SY=10.
아니, 지금은 그냥 요코.


인포서A가 그녀의 시민 랭크를 엔진에서 조회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당연하겠지. 그녀가 꿈이니 뭐니 하는 거에 심취해서 전부 버렸으니까.
찌꺼기군. 미등록 상태인, 그냥 쓰레기.


이 상황이 됐는데도 아직도 꿈이니 뭐니 하는 걸 쫓고 있는 걸 보면, 도대체 뭔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


“갱생실로 끌고 가.”


인포서들이 양쪽에서 요코의 팔을 붙잡았다.


그때,


콰아아앙.


저만치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건 분명 요코의 작품이리라.
이 여자, 정말 손 하나는 빠르군.


혼란을 타서 요코는 저 멀리 도망쳐버렸다.


“발포 허가! 저 자를 놓치지 마라!”


탕, 탕, 탕탕.


인포서들이 총탄을 발사했지만, 결국 놓쳐버렸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겠군.
하여간 저 여우같은 인간 같으니라고.



저 빌어먹을 반역자가 말썽을 일으킨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무려 몇 년 전부터였다.
몇 년 전부터 꿈이니, 이상이니, 희망이니 뭐니 하는 걸 공공연히 도시에 퍼뜨리며, 레지스탕스라 이름 하는 불한당 조직을 결성했고, 그 조직은 현재까지도 이 도시를 갈수록 혼란에 빠뜨리는 중이다.
정말이지, 하루빨리 소탕해버리고 다시 도시에 평화를 가져와야만 하는데 말이지.


기본적으로 이 도시는 살상을 극도로 자제하기에 총탄도 수면탄 내지는 기절탄을 쓰고 있다.

만약 죽여야 할 때가 있다면, 살인이나 방화와 같이 엄청난 중죄를 지었을 때 뿐.
기절시킨 놈들은 전부 갱생실에 집어넣고 갱생시켜서 이 도시에 충성하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
요코, 그녀만 잡아넣으면 레지스탕스는 자연스럽게 와해되고, 모두가 도시에 충성하게 될 것임을 난 확신한다.



내 사무실에 돌아와 보니 처리해야 할 업무가 또 들어와 있다.
이 업무의 대부분은 레지스탕스 처리에 관한 것인데, 볼 때마다 골치가 아프다.
그도 그럴 게, 이 불한당 놈들은 잡아들인 만큼 또 생겨난다. 오토마톤 생산도 그렇게는 빠르지 않은데 말이야.
할 수만 있다면 그 비법을 알아내서 오토마톤 제조에 적용시키고 싶어졌어.
그렇잖아. 솔직히 빠른 생산력 하나는 부럽잖아, 젠장.
기계도 아닌 사람을 그렇게 쉽게 회유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잡아들인 레지스탕스 때문에 갱생실 시설이 미어터진다는 민원이 접수되었다는 서류를 보게 됐다.
지난번에도 그것 때문에 민원이 많이 들어왔었기에 증축 공사를 했었지. 또 이러면 곤란한데.
그때 이 도시 예산의 반을 증축공사 하는데 썼다. 이번에도 거기에다 쓰기엔 벅차.
그 빌어먹을 레지스탕스들 갱생시키는 데만 벌써 얼마가 든 거야?
하루빨리 요코를 잡아들여야 이 일에 드는 돈이 좀 덜 들지도 몰라.



끙끙대며 머리 싸매고 바쁜 업무처리를 막 끝냈을 무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오십시오.”


끼익,


“수석증기관님.”
“비서 인포서? 무슨 일이십니까?”
“레지스탕스 본부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이제야 그 불한당 놈들과 요코를 좀 잡아들일 수 있겠구나!
지금까지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골치를 썩였던가. 이제 그것도 한숨 덜겠군.


“위치 포커스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카미야시 사이토동 오카자키 거리 46번지]


의외로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괜히 긴 시간동안 진땀 뺐잖아.


“인도하시죠. 그리고 인포서 부대에게 출동 명령을 내리십시오.”
“알겠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확실합니까?”
“틀림없습니다.”


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스캔하라.”
“알겠습니다. 소리 스캔.
레지스탕스 일원 <나오> 인증 완료, <요코> 인증 완료, 오토마톤 인증 완료.”


...
오토마톤?


“다시 한 번 스캔해봐라. 저 녀석들에게 오토마톤이 있을 리가 없다.”
“재인증. 오토마톤 확인.”


이상하군.
레지스탕스에게 오토마톤이 있을 이유가 없는데.
오토마톤 프로그래밍상 탈주는 허락되지 않을 터. 납치라도 하지 않은 이상 오토마톤이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군.


어쨌든, 레지스탕스 불한당 놈들 아지트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우리의 등장을 알려준, 친절한 불한당 한 놈을 기절시키고 요코에게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건 나오, 요코, 그리고 오토마톤 한 체.
정말로 오토마톤이 확실하군.


음? 저 녀석, OKZ-0617 아니야?
시스템 감지 램이 고장 나서 얼마 전에 폐기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요코가 수리해서 살려낸 것 같군.


그 사이에 어느새 나오와 OKZ-0617은 뒷문으로 빠져나갔고, 그 뒤를 인포서들이 쫓아갔다.



“자, 그러면. 여기를 참 잘도 알아냈구나, 유카.”


요코가 입을 열었다.


“우리들의 덕트는 증기도시를 뒤덮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데?"

"말하자면 전부 감시하고, 전부 구속한다, 이겁니다.”
“그러고 있으니까 거역하지 말라는 건가~”
“그게 아닙니다. [반역자]를 규정하는 겁니다.”
“그럼 나는 반역자네~증기도, 마음도 자유로우니까~”


자기 멋대로 생각하는 건 여전하군요.


“오늘에야말로 당신을 잡아들이고 말겠습니다.

당신에게 물려받은, 당신을 뛰어넘을 이 힘, [스팀=테] 로요.”
“그래...제자의 성장은 기쁘지. 설령 내가 원한 방향이 아닐지라도!”


요코, 당신을 어떻게든 갱생시키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 덤비시지요.


요코는 나에게 덤벼들었다.

확실히, 옛적과 다름없이, 당신은 강하시군요.
하지만, 지금 당신에겐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나를 이기겠다는 겁니까. 무기도, 갑옷도, 아무것도, 요코, 당신에게는 없군요.
그에 반해 나는 이 도시의 수석 증기탑. 무장이 안 되어있을 리 없다.


결국 요코에게 큰 한방을 먹였고, 그 여파로 요코는 기절해버렸다.


잠시 후, 나오와 OKZ-0617을 쫓아갔던 인포서들이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녀석들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뭐, 됐다. 오늘은 요코를 생포한 것만으로 충분해.

감옥에 가둬라. 갱생은 내일 아침에 내가 직접 시키겠다.”


말하고 요코를 업었다.


아까 요코가 말했던 대로, 나는 한때 요코의 제자였다.
요코의 밑에 있으면서 스팀 닥터링을 여러 가지 배웠지.
배운 그 기술들은 지금도 잘 쓰고 있다.
그런 스승을 체포해야 한다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군.
반항 안 하고 도시에 순종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다음날이 되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증기가 자욱한, 정말 기분 좋은 날이네.
나는 말했던 대로, 직접 갱생교육을 시키고자 요코가 있는 감옥으로 향했다.


“요코는 아직 안 깼나?”
“네. 아직 수면을 취하는 중입니다.”


원래도 ‘미인은 잠꾸러기’하고 말하곤 했던 사람이지만, 지금도 그 점은 변하질 않았군.
당신은 참 한결 같군요, 요코.
여러 의미로 조금만 변해준다면, 참 좋을 텐데.



잠시 후, 요코가 깨어났다.


“음~...읏? 유카야?"

"접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요코."

"이잉, 조금만 더 자게 내버려두지. 수면 부족은 피부에 안 좋아.”


본인이 먼저 깨놓고 내가 깨운 것처럼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게다가 충분히 잤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사상 훈증을 받아야만 하겠군요. 그 다음에는 잘 잠들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시민들과 같이.”
“지상도, 꿈도, 전부 잊어버리고? 그건 싫어~그렇게 되면 사는 의미가 없다고.”
“이루지도 못할 몽상이나 인류존속은, 불필요의 레벨을 넘어 유해합니다!!! 이 도시에 가득한 증기에 독을 푸는 것과 다름없다, 이겁니다!”
“예전엔 말이지~유카도 꿈에 대해 많이 얘기하곤 했었지. 멋지고, ‘내일도 살아남자’하는 느낌의 아름다웠던 꿈 말이야.”
“헛소리 그만두시죠. 그따위 발언 기록, 제 메모리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요코, 당신은 언제까지 꿈같은 거나 잡고 있을 생각입니까. 잡혀서 갱생실에 안 들어가고 하루하루를 사는 것만도 감사한 줄 아십시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자, 이제 갑시다. 당신의 몸과 생각을 갱생시켜 드리지요.”


요코를 데리고 갱생실로 가는 통로의 문으로 향하던 그때,


위잉, 위잉, 위잉.


갑자기 경보음이 울렸다.
뭐야?


“어떻게 된 일입니까?!”


달려온 인포서에게 물었다.


“레지스탕스가 일제 봉기를 일으켰습니다. 어서 탈출하셔야 합니다, 수석증기관님!”


젠장, 반란이라니, 이 질기고 독한 불한당 놈들이 진짜!


“인포서 부대를 작동시키십시오. 제가 직접 지휘하지요.”
“알겠습니다.”


대답을 듣고 뒤를 돈 순간,


키이잉.


인포서 엘리트가 나를 공격했다.
다행히 막아내긴 했지만, 조금 놀랐다.
‘무조건 충성’이 프로그래밍 된 인포서가 나를 공격하다니.


“큭, 막힐 줄이야.”
“[스팀=테]를 마스터한 자에게 기습 따윈 소용없는 법.

보아하니 넌 도시의 오토마톤이 아니군.”


그러자, 오토마톤의, 원래라면 붉은색이어야 할 브리츠라이터와 헤드라이터의 색이 초록빛으로 바뀌었다.


“야스하?!”


야스하라...‘푸른 잎이 느긋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라는 뜻의...꽤나 옛말이야. 이것도 이젠 사어(死語)인데.

요코가 저 오토마톤에게 야스하라는 이름을 붙여줬나 보군.

여러모로 요코의 꿈과 걸맞는 이름이네.


그런데, 고철 오토마톤 주제에 감히 나를 공격하다니!


[스팀=테]


부숴서 다시 폐기시켜주마, 고철 오토마톤.


그때,


키잉!


나를 막은 건 요코도, 야스하도 아니었다.


“크~괜찮아, 요코?”
“나오, 와줬구나!”


아아, 넌 레지스탕스 3인방 중 하나인 나오.
음, 여기 3인방이 다 왔구나. 한 번에 다 잡아넣어야겠어.


“더 이상은 방해하게 두지 않겠어! 야스하, 그것을 요코에게!”
“네! 요코 씨! 이거 받으세요!”


야스하가 요코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이건...! 내가 예전에 쓰던 증기총 [뷰티풀 스킨]!”


[뷰티풀 스킨]이라면 옛적에 나도 본 적 있는 총이다. 꽤나 파워가 강한 무기였지.

지금도 그럴진 모르겠지만,


“나오 씨에게 들었어요, 요코 씨! 당신은 전(前) 도시관리기구의 최고 증기관 중 한 사람, [스팀=테]의 달인, 그리고 진정한 집행관-인포서-였다는 것을요!”


거기까지 알고 있었던 건가, 오토마톤 야스하.
확실히 맞는 말이야, 실제로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모두 그녀가 버린 길. 다 버리고 꿈 얘기나 하고 다녔었지, 지금까지 말이야.
뭐, 그녀의 지금 모습을 본다면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말하는 게 맞겠지만.



[뷰티풀 스킨]을 장착한 요코는, 나의 스승이었을 때의 그 모습 모두를 회복했다.


“그럼 우선은 화려하게 날뛰어볼까~♪”


그렇게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는 당신이 나의 스승이었기에 살살 넘어갔지만, 이젠 더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센트럴, 엔진, 출력 전개.
오거라, 증기장치의 신
-스팀 유카-여.”


고고고고....


-스팀 유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위험한 거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언니한테 맡겨만 둬!”


확실히 요코는 그 자신감에 걸맞게 강한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그 공격에 -스팀 유카-는 제대로 맥을 추지 못했다.
이래서야 증기의 신이라고 말한 게 아무 의미 없어지잖아.


이윽고 요코가 날린 일격을 맞은 -스팀 유카-는 비상이 뜨고 말았고, 곧이어 굉음을 내며 허물어져 버렸다.


젠장, 엄연히 불한당 일원인 요코를 상대로, 그것도 증기의 신이라 불리는 이 -스팀 유카-가 일격 한 번 제대로 날리지도 못하고 지다니. 증기탑의 수치로군.



붕괴의 고성과 연기의 틈에서, 나는 탈출구의 해치를 열고 탈출했다.
탈출하면서, 자괴감이 심각하게 들었고, 동시에 말할 수 없이 비참한 기분이 들어서 괴로워져 버렸다.


“젠장...이번에도 처단 실패라니...어떻게 이럴 수가...”


상대는 요코·SY=10.
한때 내 스승이었지만 이제는 도시의 반역자.
지금가지는 내 스승이었다는 이유로 갱생실에 보내기를 미루었고, 가능한 한 내가 설득해서 마음을 돌리는 정도의 선에서 끝내려고 애썼다.


도시법 상 요코가 한 일은, 각 도시를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선동해 대규모의 분란을 일으킨 것, 즉 선동죄에 해당된다.
죄질로 따지면 S급, 체포 즉시 즉결처분을 해도 되는 레벨에 속하지.
하지만, 내 스승이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까지 하진 않고 있었어. 적어도 스승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거든.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의 죄책감을 무릅쓰고 그냥 규칙대로 즉결처형을 불사할 것을 그랬어.
그렇게 했으면 적어도, 이렇게 힘들어지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문득 덧없는 옛날 생각이 나네.  떠오르는 추억을 회상해보는 것도 좋지.


지금은 내가 수석 증기탑이지만, 원래는 요코가 내 자리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꿈 때문에, 그 탑의 자리는 요코 대신에 내가 이어받게 되었어.
물론 내가 원한 일이었지.


“저 대신에 멋진 것들을 많이 보고 와주세요! 올 때 기념품 잊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지금의 탑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그 대가로 내게는 도시를 위한 준법주의 정신만 남게 되었다.


나는 나를 이렇게 만든 요코를, 단 한순간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요코와 그 일당들을, 이 도시를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그리고 안전한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잡아들여야 해.


옛날 노래 중에, ‘꿈은 꿈만으로 끝낼 수 없어’라는 노랫말이 들어있던 곡이 있었어. 요코도 아마 이 노래를 듣고 꿈을 이루려고 노력한 거겠지.
하지만 가끔은, 꿈은 꿈만으로 끝내야 하는, 그런 적정선이라는 게 있는 법이야. 그 선을 잘 지켜야만 하는 세상도 있는 거라고.
그런데 요코, 당신은 그 선을 한참 넘어버렸군요.


요코, 당신은, 어쩌면 매우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를 위해서, 당신이 꾼 꿈을 위해서, 지금 갱생실에 몇 명이나 들어가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당신은, 그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당신 한 명만 꿈을 포기하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당신을 어떻게든 잡아들일 겁니다.


이 도시를 위해서,
평화를 위해서,
안전을 위해서,
증기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반드시 잡아들이고 말겁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와서, 해치를 열어보니 그들은 그 곳에 없었다.
-스팀 유카-도 해치웠겠다, 후다닥하고 도망친 건가.
물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또 골칫거리가 생긴 셈이다.


어쨌거나,
정말로 도망갔다면, 그렇다면 그곳으로 향했겠지.
이제는 그 곳이 아니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테니.


나를 호위하겠다는 인포서 친위대를 굳이 마다하고, 혼자서 길을 향했다.


그래, 가자.


요코가 꿈꾸던 그곳으로,
꿈의 종착역이 될 곳으로,


지상으로.



지상에 도착했을 때, 나는 황폐한 사막이 되어버린 풍경을 목도할 수 있었고, 또 세 명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분명 요코 일당이겠지.


요코가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과거, 아주 오래 전에 일어났었던 최후의 전쟁과, 그 여파로 이 땅이 이렇게 말라버린 것을.
그리고 자신이 꾸었던, 대지가 언젠가 푸른 소생을 하는 꿈을.


“하지만...모두 달콤한 꿈이었던 거네...”


요코가 자조했다.


그 말대로다. 모두 꿈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땅은 다시는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이렇게 모든 게 말라버리고, 죽어버렸는데, 어떻게 소생한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대체 그 꿈은 뭘 위한 꿈이었던 겁니까, 요코? 누구를 위한 꿈인 겁니까?


하지만, 아직도 요코는 그 꿈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 꿈을 위해 야스하를 데려왔던 것이었다.
야스하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그 믿음을 한 치도 잊지 않고 여기까지 온 거겠지.
죽어버린 이 대지에 희망을 가진다는 건, 대체 무슨 근거 없는 믿음인 건가요?
요코, 대체 뭘 위해 그 고철덩어리 오토마톤을 믿고 여기까지 온 겁니까?



결국 부질없이 계속되는 희망타령을 참지 못한 내가 나타나 말했다.


“그 꿈의 결말은 어떠십니까, 만족하십니까? 모든 걸 다 아셨으니 이제 이 이야기는 끝입니다. 지금 보시는 풍경이 정해진 결말이고요.”


이젠 돌아갈 시간입니다.
요코, 그 헛된 꿈의 마지막을 보았으니, 더는 지상에 미련을 갖지 말고 돌아가요.


하지만,


“됐어. 내 행복은, 내 꿈의 결말은 내가 결정할 거야.”


여전히 그 꿈을, 헛된 것임을 알고서도 놓지 않으시는군요.
이래서야 저도 곤란해집니다.


“자, 다시 한 번 사제 간의 대결을 하자ㄱ...콜록콜록...”


이 지상의 농도는 매우 최악이다.
나도, 요코도, 나오도, 심지어 저 오토마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걸 알면서도, 요코 당신은 왜 아직도 이 지상에, 저 오토마톤에 희망을 거는 겁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몸이 나빠지고 있지 않습니까.


“스승님, 이제 제발 그만 하십시오!”


내가 절규하듯 외쳤다.
도시의 반역자, 내가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사람, 그러나 나의 스승, 요코.


부탁입니다, 스승님.
제발, 이제는 그 꿈을 접으십시오.
아시다시피 당신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설령 당신의 건강이 회복된다 한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입니다.
이 도시와, 자욱한 증기를 등지고 무슨 꿈을 꾼다는 겁니까?


스승님, 너무나 잔혹한 꿈이지 않습니까?
이 땅은 이미 죽었고, 어느 것 하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몸도, 이 땅과 같이 죽어가고 있는 것, 스스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헛된 꿈에 대한 댓가치고는 너무 가혹합니다.
스승님, 제발 그만두십시오. 저는 스승님께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코 일당은, 이미 꿈에 단단히 세뇌된 모양이었는지, 나를 쓰러뜨려야만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스승님, 대체 뭘 어떻게 하신 건지 모르겠군요. 전부 다 헛된 꿈에 취해서 마약한 것마냥 맛이 갔잖아요.


“나오 씨, 요코 씨를 부탁드릴게요.”


말하며 야스하는 전투태세를 취했다.


"뭡니까? 구형 오토마톤인 야스하 당신이 나를 상대하겠다, 이겁니까?"


2초안에 다시 고철로 만들어주지. 덜 업그레이드 된 오토마톤 녀석.


“저에게는 요코 씨에게서 이어받은 가르침과 꿈이 있어요. 하지만 유카, 당신에겐 아무것도 없는 것 같네요.”


확실히 지상엔 센트럴 엔진의 서포트가 없다.
정말로, 지금 내겐 아무것도 없지.


하지만, 왠지 신기한데요.
스승님, 제게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니까, 오히려 뭔가를 꼭 움켜잡고 싶어졌어요.
이런 건 옛날에 다 없어진 감정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정말 오랜만에 드는 감정인걸요.


“좋습니다. 그 도전을 받아들여주지요.”


증기전투술 어레인지 [가라=테].


“[요코류 스팀=테], 피어나게 하겠습니다!”


스승님, 당신은 이 오토마톤에게, 당신의 전부를 가르치신 모양이군요.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더 이기고 싶어졌어요.



나와 야스하는 꿈의 결말을 결정지을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야스하가 오토마톤이라고는 하지만, 이 힘은 오토마톤 같은 로봇들 따위에게서 쉽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숨도 안 쉬는 야스하에 비해, 숨을 고르느라 나쁜 공기까지 마시게 되는 나는 두 배로 힘이 빠지고 있었다.



결국, 둘 다 많은 양의 체력이 소비된 채 결투가 끝났다.


“당신...훌륭하군요...”
“저 역시...당신의 [가라=테]...절대 못 잊을 것 같아요...”


참 잘도...그렇게 말...하네...이 고철 덩어리...


털썩.


말을 잇지 못하고, 난 쓰러져 버렸다.


내가 졌다.
도시의 수석 증기관탑인 내가, 결국 져버리고 말았어.
이 내가, 그것도 오토마톤한테 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땐, 난 레지스탕스 본부에 있었다.
요코 스승님과, 나오와 함께.


“일어났어?”
“으으...여긴 어디죠...”
“여긴 레지스탕스 본부야.”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야스하가 안 보이는군.


“으...야스하는, 야스하는 어디 있습니까?”
“어머나? 유카가 야스하를 다 신경쓰네?”
“감탄했거든요, 솔직히. 야스하, 오토마톤 아닌 줄 알았습니다.”
“야스하는 지상에 있어. 꽃을 피우기 위해 남기로 했거든.”


기어이, 꽃을 피우는군. 대단한 오토마톤이야.


“스승님, 당신은...인간보다도 더욱 인간다운 아이를 키우셨네요. 이 도시의 시민들이 야스하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결국 난 스승님의 꿈에 항복해버렸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이런 나를 감복시키다니.



그 후로 나는 수석 증기관으로서, 레지스탕스 탄압을 중지시키고, 갱생소에 갇혀있던 레지스탕스 전원을 석방시켰다.
우리 스승님 요코도 꿈에 대한 집념이 정도인데, 나머지 레지스탕스 멤버들은 오죽할까.
풀려난 이들은 기뻐하며 이 도시에 충성을 맹세했고, 나 또한 그들에게 최대한의 복지를 베풀었다.


그 와중에, 스승님의 병세는 악화되어갔고, 기침이 잦았다.

지상의 나쁜 공기가 폐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것이리라.



어느 날, 스승님은 나와 나오를 불러 말씀하셨다.


“나 곧 죽을 것 같은데, 야스하를 못 보고 죽는 게 슬프네~ 지금쯤 꽃들을 피워내고 있을 텐데 여기로 불러낼 수도 없고.
그래서 말인데, 내가 죽기 전에, 에고칩을 만들어서 내 기억과 마음을 담아놓아야겠어.
그렇게 해서, 훗날 야스하가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꽂아서 내가 야스하와 하나가 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
“어렵지 않지요. 지금 당장 해볼까요? 어때요, 나오?”
“찬성! 야스하를 위해서 하는 거야!”


그렇게, 우리의 프로그래밍은 ‘시작도 야스하를 위해, 끝도 야스하를 위해’라는 구호 아래 진행되었고, 마침내 완성되었다.
시험 삼아 한 오토마톤에게 꽂았더니 성공했다는 음성을 들을 수 있게 되었어.



슬프달까, 짐작하고 있었달까.
스승님께서는 그 프로그래밍 실험이 있은 지 일주일 후 돌아가셨다.
장례는, 도시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예우로 진행되었고, 그토록 원하시던, 지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 묻히셨다.


돌아가시기 전에, 스승님께서 나에게 유언을 남기셨다.


“유카, 만약에 네가, 나처럼 스팀닥터가 된 내 후손을 만난다면, 그땐 에고칩을 전해줘. 너에게 부탁할게.
네가 내 제자였던 만큼, 나의 또 다른 제자의 완성을 위해, 네가 도와줬으면 좋겠어.”
“할게요...맡겨만 주세요...”
“고마워.”



그로부터 70년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늙어서 한참 전에 수석증기관의 자리에서 은퇴했고, 지금은 은퇴할 때 받았던 은퇴수당을 가지고 집에서 쉬고 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참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러다 야스하 생각이 났다.


“그 녀석,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겠지?


동시에, 스승님께서 남기신 에고칩이 생각났다.
그 에고칩은 현재도 고이 보관되어있다.
스승님께서는, 자신의 후손 중 스팀닥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해주라고 하셨었지.
하지만 아직까진 딱히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이걸 전해줄 날은 살아있는 동안 과연 올까?



어느 날, 내가 밖에 외출을 하고 있을 때였다.
거리를 산보하다가, 어떤 곳이 보였기에 그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카미야시 사이토동 오카자키 거리 46번지]


여긴 과거 레지스탕스 본부가 있던 곳이었지.
들어가 보니, 지금은 그런 흔적이 남아있지 않고 완전히 바뀌었다.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옛날 기억이 나게 하는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군가 고개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고치실 것 있으세요?”


말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는데,
이럴 수가, 요코 스승님과 매우, 아니 완전히 닮았다.


“혹시 아가씨는...요코의 손녀인가?”
“앗! 저희 증조할머니를 아세요?”


드디어, 드디어 이 에고칩의 주인을 찾았구나.


“나는, 아가씨 증조할머니의 제자였단다. 정말 신세 많이 졌지.”
“앗! 그러신가요? 반갑네요!”
“그러고 보니, 전해줄 게 있는데...이 에고칩 말이다.”
“아! 이거! 얘기 들었어요! 나중에 ‘야스하’라는 오토마톤이 왔을 때 끼워주면 된다고요.”
“그 말대로란다. 야스하 또한 나와 같이 요코 스승님의 제자였지.”
“걱정 마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 이 에고칩을 잘 끼우겠어요!”
“부탁한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집에 돌아가서


“드디어...스승님, 제 할 일을 완수했습니다...이제...스승님께 가고 싶어요

...그 곳에서도...저에게 못 다한 가르침을 주세요...”


되뇌이며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정말이지, 이제는 눈을 감아도 나쁘지 않은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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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수정해서 다시 써보았어요.
이젠 르나스터괴스, 띵작을 완성했으면 싶은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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