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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바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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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8, 2019 14:58에 작성됨.

언제부터였던 건지 모르겠어요.
제 옆에는, 사쿠라이 모모카가 있는데요.
저는 그 애를 좋아하게 됐어요.
제 이름은...나루미야 유메에요.



언젠가 LMBG 단체 라이브 스케줄이 잡혔던 적이 있어요.
장소는 세부 돔, 저희가 처음 라이브를 가졌던 곳도 그곳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시간이 지나고 다시 여기 서게 되니까, 옛날 생각이 다 나더라고요.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어요.
오랜만에 서는 완전체 무대라 많이 긴장했었죠.
그도 그럴 게, ‘하이파이 데이즈’라든가 ‘예스 파티 타임’ 같은 노래는 메이저 6인조가 다 불렀고, 나머지는 각자 솔로 활동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긴장을 너무 했었나 봐요.
몸이 벌벌 떨려서, 남들이 볼 때 아주 불안해 보였어요.
그때, 모모카 짱이 저에게 다가와서 말했어요.


“유메 짱? 괜찮아요?”
“네...많이 긴장돼요...”
“많이 긴장되시나 봐요.”
“몸이...덜덜 떨려요...열은 없어요...”


어찌나 긴장했는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어요. 꽤나 중증이네요.
그런 저를 보던 모모카 짱은, 제게 무언가를 갖다 주었어요.
그것은, 스케치북과 연필이었죠.


“유메 짱, 그림을 그리세요. 그럼 괜찮아질 거예요.”
“그림이요...?”
“유메 짱이 그리고 싶은 모든 걸 그리세요.
그려서, 유메 짱의 긴장된 마음에 색을 칠하세요. 그러면, 긴장이 사라져서 한결 마음이 편할 거예요.”


그 말대로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긴장을 완화시켰고,
정말로, 제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어요.
저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모모카 짱에게 감사해요.



잠시 후, 무대에 서기 직전 스탠바이를 하고 있을 때, 모모카 짱이 제게 말했어요.


“지금은 스케치북과 붓을 들 수 없지만, 유메 짱의 목소리가 붓이에요. 이 공연장은 스케치북이고요. 우리가 같이 이 공연장을 물들이는 거예요.”


저는 지금까지 살아가며 이렇게 마음에 와닿는 쿨 다운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저 ‘힘 내’ 라거나 ‘열심히 해’ 정도나 들어봤지, 그 이상을 들어본 적은 그때가 처음이에요.


확실히 모모카 짱의 격려는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 격려 덕분일까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제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답니다.
그야말로, 대성공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또 그런 일도 있었던 것 같아요.
‘미시로배 노래 커버 대회’가 개최되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다들 혼자 부르는가 하면 유닛 단위로 부르기도 했어요.
다들 짝을 지어서 부르는데, 저는 아무도 같이 할 사람이 없었어요.


같이 하려고 사람을 찾아다니면, 그 사람은 어느새 짝이 있었고,
그렇다고 혼자 하면 너무 외로운 기분이 들 것 같았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아무도 저와 같이 하려고 하지 않는걸요.



결국 혼자서 회사 벤치에 앉아 노래를 선곡하고 있었죠.


“뭘 부를까...”
“어머, 유메 짱도 여기 참여하시게요?”


모모카 짱이었어요.


“앗...! 모모카 짱...네...저도 참여하려고요...혼자...”
“혼자요? 외롭지 않을까요?”
“외롭긴 하겠지만...어쩌겠어요...아무도 저랑 하려고 하지 않는데...”
“그래요? 그럼, 저랑 같이 하시겠어요?”


이 말에, 저는 순간 심장이 덜컹거렸어요.
어째서, 외톨이 같은 저와 함께 하겠다는 건가요.
저야 고맙기는 하지만...어째서...


“왜...저랑 같이 하려 하시나요...물론 감사하긴 한데...”
“혼자인 게 얼마나 외로운데요. 게다가, 유메 짱이라면 저도 다채로운 노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저도...열심히 할게요...”


그날로 저희는 노래를 선곡했답니다.
일단 노래의 범위는 미시로 프로덕션 아이돌들이 부른 노래 한정이고, 자신이 부른 노래는 선곡할 수 없어요.


“모모카 짱은...부르고 싶은 노래 있으세요...?”
“음~쿨타입 분들의 곡을 부르고 싶어요. 잔잔한 노래.”
“잔잔한 노래는...큐트에도 있고...패션에도 있지 않나요...?”
“그렇긴 하죠. 아니면, 장르 쪽으로 생각해 볼까요? 유메 짱은, 부르고 싶은 장르 있으세요?”
“저는...장르는 잘 몰라요...”


사실이에요.
저는 장르를 잘 몰라요.
그냥, 노래들이 좋다 싶을 뿐...


결국 질문이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유메 짱은, 부르고 싶은 노래 있어요?”
“저도...잔잔한 곡...”
“예를 들어서요?”
“음...‘안녕 안드로메다’라든가...”
“아! ‘안녕 안드로메다’! 좋죠! 그걸로 불러볼까요?”


선곡한 다음, 저희 둘은 그 날로 녹음에 들어갔어요.
심사의 기준은, 녹음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서 가장 많은 조회수와 ‘좋아요’를 받은 팀이 우승하는 거예요.
상품은...미츠코시 백화점 1만 엔 상품권이래요...
저희 기준에서 이 상품은...크게 필요할 것 같지 않아요...
저는 1만 엔씩이나 쓸 게 없고...모모카 짱의 집안은...1만 엔 따윈 우스운 재력을 지녔으니까요...



업로드를 마치고 며칠이 지났을까요?
저희는 놀라운 광경을 목도할 수 있었어요.
미시로배 커버곡 대회 중간점검에서, 저희의 노래가 전체 3위에 올라 있었습니다.
2위는 비트슈터의 'OwOver!!', 1위는 죠가사키 리카 짱의 ‘나는야 고철 안드로이드’였더라고요...
그것보다도 더 놀라운 일이 있었다면, 다크 일루미네이트 언니들이 부른 ‘Trinity field’는 생각보다 부진했다는 거였죠...엄청 잘 불렀던데...



최종적으로 저희는 결국 비트슈터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섰어요.
그러면 리카 짱이 우승을 했느냐면 그것도 아니었어요.
놀랍게도 슈가슈가밍 언니들이 부른 ‘여인의 길은 별의 길’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어요. 특히 나나 언니에게서 연륜이 느껴져서라나요...
17살이 그렇게 연륜을 묻어낼 수 있다는 게, 저는 정말로 신기하다고 생각해요.


“우으...모모카 짱...미안해요...우승하는 덴 실패하고 말았네요...”
“그러네요, 아까워요! 하지만 고마웠어요. 정말로 감사했어요! 유메 짱이 없이 저 혼자는 2위라는 최상위권에 들 수 없었을 거예요! 유메 짱이 있어준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하며 모모카 짱이 저를 끌어안았어요.


“에..에에에?!”


많이 당황했어요.
그렇다고 끌어안을 것까지는 없는데!


하여튼 그런 일도 있었죠.


그런 일들이 복합적으로 있었고,
또 그때마다 저를 도와주고, 격려해준 모모카 짱을,
저는 좋아하게 됐어요.



아직 어린 마음에 착각이 단단히 든 거라고 말씀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차라리 착각이었다면, 어떨까요?
더 나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사랑이란 건, 이런 게 아닌가요?


차라리 한번 고백하고 싶어요.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그렇게, 짧은 말이라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도 못 하고 있는 이유는,
왠지 모모카 짱에게 제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에요.
또 모모카 짱 주변에는 저보다도 더 좋은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요.
저는, 안 되는 걸까요? 저는 아닌 걸까요?


계속 혼자서 고민해요.


“나는 안 되겠지? 나보다도 좋은 사람들이 모모카 짱 주변에 많으니까.”
“그래도, 한 번 고백해볼까? 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거절당하면...부끄러워져...”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에도 모모카 짱은 제 곁을 지나가고 있고,
저는 그것 때문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혹시 모모카 짱은 저의 이런 마음을 알고 있을까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지만, 혹시 제 행동 어딘가에서 티가 날 수도 있었으니까...



예전에 어렸을 때, 저의 부모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사랑은 나이가 들면 이해할 수 있는 법이야.”
“사랑과 한때의 혈기는 다르단다.”
“엄마아빠는 유메가 커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 바라고 있어.”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아직 어린 저의 마음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사랑은, 그림이랑은 다르게 제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그려지질 않아요.


그렇게 어리고 서투른 제 마음 속에서조차도 피어난 이 사랑이란 건, 뭘까요?
단순한 혈기라면 곧 꺼질 테죠.
만약 진짜 사랑이라면, 더 활활 타올라 제 온 몸을 감싸버리겠죠.



사쿠라이 모모카, 그 아이를 잊지 못해서,
며칠 동안 장미를 든 소녀를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렸어요.
저 혼자서 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그릴 때마다 눈물도 흐르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들기 시작했어요.


‘이 그림에 그린 모모카 짱은 언제나 내 가까이 있는데, 왜 저기 있는 모모카 짱은 가까이에 못 있을까...’


장미 소녀 옆에 저를 그려넣었어요.
넣고 보니까, 둘 다 정말 행복해 보이네요.
저도 그렇게 행복하고 싶은데.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면서,

‘모모카 짱...사랑해요...정말로...’

같은 말을 많이 되뇌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말도 안 하기 시작했어요.
사랑한다는 그 흔해빠진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어차피 모모카 짱은 제 전부가, 제 모든 것이 되었는데.
사랑한다는 말이 그걸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보고 싶어요.
모모카 짱, 제 근처에 있지 말고, 제 곁에 있어주세요.
언제나 저는 모모카 짱을 사랑해 볼 수 있을까요?


못 견딜 것 같아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데, 저의 서투른 마음 속에 사는 사랑이 제 마음을 찢고 있어요.
혹시나 그 사랑이 모모카 짱을 괴롭게 하게 한다면, 정말 못 견딜 것 같아요.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건지, 저는 모르겠어요.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제가 바람이 되어서, 아무도 모르게 모모카 짱의 귀에 사랑을 속삭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모모카 짱도 더 이상 마음을 모를 수 없을 텐데.


그렇게 전하지 못해서, 그리고 지금까지도 말하지 못해서 제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지독하게도 저의 마음을 찢는, 이 사랑이란 감정을 모모카 짱, 알고 있나요?
너무 보고 싶어서, 더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그대가, 제 전부가 된 거예요.



사랑해요.
언젠가 알아주세요.
모모카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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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의 모티브는 MC THE MAX의 노래 '그대 바람이 되어'에요.
언젠가 유메를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쓰게 되었네요.
지금보다도 더욱 잘 쓸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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