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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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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7, 2019 02:09에 작성됨.

"그럼 프로듀서씨. 안녕히 가세요."


"으응... 마유도 잘 있어."


마유의 소중한 프로듀서씨는 오늘도 축 쳐져있다. 어깨에 힘이 잔뜩 빠져서 툭 치면 쓰러질 듯이. 당장이라도 프로듀서 일은 무리라면서 그만둔다는 말을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이. 마유는 프로듀서가 열고 나간 문을 계속 바라본다. 프로듀서가 나간 문 너머로 창밖을 빨갛게 물들인 노을보다 짙은 한숨소리가 들린다.


마유가 기억하던 프로듀서는 늘 행복해보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 프로듀서는 행복과는 거리가 너무도 멀었다. 어제의 프로듀서가 무슨 모습이었던가를 떠올려보아도 그랬다. 어깨가 일그러진 모습. 힘이 없다기보다는 무엇인가에 짓눌려버린 듯한 모습. 자신감도 없어보이는 모습. 마유는 도저히 그런 프로듀서를 가만히 바라볼 수가 없다.


"저어. 프로듀서씨."


"으응..."


"요즘, 무슨 일 있는 거에요? 힘들어 보여서요."


"...아냐. 괜찮아. 늘 신경써줘서 고마워."


프로듀서는 마유를 향해 웃어보였다. 그 웃음에 손을 대면 당장이라도 녹슨 기계가 내는 끼익거리는 소리가 날 듯 했다. 프로듀서는 저런 삐걱거리는 웃음을 짓는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마유의 앞에선. 차라리 인상을 쓸 일이 있으면 쓰고 말았지.


마유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렇게 하면 불안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실까 하는 마음에서. 하지만, 마유의 발은 어느새 프로듀서가 간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좋게 말한다면 사랑과 관심의 표출이고,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스토킹이었다. 마유는 사무소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런 식으로 프로듀서의 뒤를 밟고는 했다.


어느정도 마음이 안정이 된 지금은 그런 행동을 그만둔지 꽤 됐고, 그런 일은 그만두기로 마음속으로 다짐도 했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슬슬 하늘이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 프로듀서가 거쳐갔던 공기지만, 전혀 따스하지는 않고 스산하기만 한 공기가 마유를 에워싼다.


마유는 프로듀서의 이동 동선을 어느 정도는 꿰고 있었다. 어느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느 복도를 향해 입구로 나서는지 까지는 추측이 가능했기에, 마유는 조용하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프로듀서는, 늘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서 내린 뒤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프로듀서의 동선이 달라진 시점은 프로듀서가 엘리베이터를 탄 후였다. 프로듀서는 1층이 아니라 다른 층에서 내렸다. 아이돌들의 휴게실이 있는 층. 보통 지금쯤 불이 꺼져있는 휴게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본 마유는 살금살금 그 쪽으로 걸어가서 휴게실 쪽에 귀를 기울였다.


"...뭐? 냐하하..."


"...되는 거야? 안 되는 거야? 그것부터 말해줘."


"미안하지만 나도 그건 무리야. 아무리 기프티드 시키쨩이라도 그런 약은 못 만들어."


"진짜로 어떻게든 안 되는 거야?"


"하핫... 프로듀서. 앞으로 또 찾아오거나 할까봐 미리 말해두는 건데, 지금의 의학 기술로는 완치할 방법이 없어. 그러니까 프로듀서가 걸린 병은 한 단어로 불치병이라고 하는 거야."


귀를 기울인 마유가 들은 것은 갑작스러운 선언. 아니, 선고였다. 자신도 모르던 불치병. 희망을 가지지 말라는 잔인한 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비웃는 듯한 눈빛이 아닌 딱하다는 드는 눈빛. 그것을 일부러 감추려 드는 듯한 웃음.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마유는 감정을 감추지 못할 것만 같아서. 몰래 엿보기를 그만두고 그 자리를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


"어느정도 눈치는 챘는데, 나한테 탈모약까지 만들어달라고 할 정도면 좀 심해지긴 했나봐?"


"...머리 빗을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듯한 기분이야. 죽을 맛이라고 진짜."


"이렇게 된 이상 아예 빡빡 깎고 다니는건 어때?"


"자기 머리 아니라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거 아니다."


"자라나라! 머리머리!"


"그만해."


"삐유우웅~ 당신은 탈모빔에 맞았습니다! 30초 안에 킁카킁카를 하게 해주지 않으면 머리가 전부 빠질 것입니다!"


"어휴. 널 마지막 희망이라고 믿고 약속까지 잡은 내가 바보지..."


시키는 한숨을 쉬면서 절망에 삼켜진 프로듀서를 꾹 끌어안고는 마음껏 냄새를 맡았다. 프로듀서도 딱히 제지는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좀 빠지더라도 프로듀서의 냄새는 그대로라는 점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럼 이제 딱히 다른 할 말은 없는 거야?"


"응."


"에... 뭔가 김빠지는데. 한창 몸에 열이 펄펄 끓는 10대 여자를 불러서 기껏 약속까지 잡아놓고 하는 얘기가 탈모야? 난 고백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이것도 일종의 고백 아닌가? 탈모가 있다는 고백..."


"흐응... 그런건가?"


시키는 잠시 기지개를 켜고는 다시 프로듀서의 냄새를 맡았다. 하늘의 해는 어느새 지평선 끄트머리로 넘어가고 있었다. 


"맞다. 프로듀서! 이건 진심으로 하는 충고인데, 스트레스 받지 마! 탈모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스트레스때문에 탈모가 더 심해진다구!"


"으이구. 머리에 손만 대도 머리카락이 무슨 낙엽마냥 떨어지는데 퍽이나 즐겁겠다."


프로듀서의 심란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키는 낄낄댄다. 프로듀서는 시키와 작별 인사를 하고는 헤어졌다. 아직 30살도 안 됐는데 탈모라니. 그 기프티드 시키랑 만났는데도 아무것도 건지지를 못하다니. 프로듀서의 심란한 표정이 방문을 가득 채운다. 아. 탈모라니. 내가 지나온 발걸음엔 생을 다한 머리카락이 한가득. 


시키와의 짧은 만남이 끝나자 프로듀서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다섯 손가락으로 빗을 만들어 빗질을 해본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떠보니 손에 머리카락이 여섯 가닥 붙어 있다. 소중한 머리카락이 이젠 손만 대도 무려 여섯 가닥이나 떨어진다. 몇달 전만 해도 빗질을 하면서 좌절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였다.


어째서. 내가 어째서 탈모에 걸려야 한단 말인가. 왜 아버지의 정자 10억개 중 하필 탈모 유전자가 있는 정자가 나란 말인가.


프로듀서는 매일매일 빠지는 머리카락 수만큼 하루하루 수명이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아아! 공자님께서는 신체발모 수지부모. 머리카락과 털은 부모님이 주신 것이라고 하셨는데. 나는 부모님의 유산을 시궁창에 내다버리는 중이구나. 화장실 너머로 프로듀서의 고요한 절규가 울려퍼진다.


한편, 프로듀서가 자괴감 속에서 허우적댈 적, 마유는 손을 덜덜 떨면서 프로듀서가 들어간 화장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 불치병? 프로듀서씨가 약도 없는 불치병에 걸렸다고? 마유는 당장 시키에게 전화를 걸었다. 만나자고. 지금 당장. 마유는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시키의 앞에 나타났다.


"그, 그 병. 어떻게 된 거에요?"


"병? 웬 병?"


"프, 프로듀서씨가 걸린 병 말이에요..."


"...에?"


시키는 당황했다. 대부분은 마이페이스인 그녀였지만, 상대는 마유였다. 웬만해선 빈틈도 없고 프로듀서에 대한 건 그 어떤 아이돌보다도 더 잘 꿰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마유가 갑자기 프로듀서가 병에 걸렸다면서 울 것 같은 얼굴로 찾아와서 상담을 요청한다? 그런 상황은 그 누가 겪어도 당황할 수밖엔 없을 것이다.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로 시키는 최대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병이라고? 프로듀서가 병? 아니 무슨 병? 마유가 나 몰래 프로듀서가 숨기는 병을 알아내기라도 한 건가? 마유는 그런 것 가지고 장난칠 아이는 아니었다. 즉 무슨 병 말이야? 하고 물으면 콜라병이에요오. 하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저, 하아... 흑, 프, 프로듀서가 걸린 병이 중해서 약도 안 든다고 했잖아요."


"어, 내가 언제 그랬어?"


"제가 걱정할까봐 배려해주시는건 고마워요. 훌쩍. 하지만, 조금 전에 다 들었어요오... 프로듀서씨가 불치병에 걸렸단 거 말이에요."


불치병이라는 말을 듣자 시키는 두 글자를 떠올렸다. 탈모. 프로듀서에게 불치병이라고 했던 것은 탈모를 단번에 낫게 하는 약 같은건 없다는 뜻에서 한 말이었는데. 마유가 고의였든지 우연이었든지 간에 그 부분만을 엿듣고 프로듀서가 무슨 죽을 병에라도 걸렸다고 착각한 것이겠지.


단번에 결론을 내린 시키는 이런 것으로 고민하는 마유가 참으로 귀여우면서도 우스웠다. 참으로 올곧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너무 일직선이라고 해야 할지. 분명 이런 점까지도 마유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 그래서 프로듀서가 마유만 보면 그렇게 좋아라하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시키는 그런 마유를 한껏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가장 주된 이유는 놀려먹을만한 빈틈을 잘 안 보이는 마유를 놀려먹을 기회가 생긴 것. 마유가 자신과 프로듀서의 사담을 조금이나마 엿들었다고 생각하니 약간 괘씸한 마음은 덤이었다. 


"...역시 속일 수가 없네. 다 들었구나아."


"......"


"글쎄. 나도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어. 참 안됐지. 아직 30살도 안 됐는데..."


"언제부터 그랬던 거에요? 프로듀서씨는, 프로듀서씨는 괜찮은 거에요?"


"프로듀서도 알게 된지는 몇달 안 됐대. 그리고 괜찮은 지는... 하하."


"무, 무슨 병이에요? 설마 암?"


"냐하하. 노 코멘트야."


"그렇지만..."


"내가...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없어. 맘대로 다른 사람들한테 떠벌리기도 싫고. 프로듀서가 병에 걸렸단 것도 마유쨩이니까 말해주는 거야."


시키는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프로듀서가 탈모라는 것을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니진 않았으니까. 애초에 프로듀서가 자신이 탈모라고 고백한 것도 조금 전의 일이었으니.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나머지는 프로듀서한테 직접 물어봐봐. 어쩌면 알려줄 수도 있잖아? 아니지. 프로듀서라면 알려줄 거야. 프로듀서가 마음속으로 마유쨩을 얼마나 의지하는데."


"프로듀서씨가 절..."


"행동으로 다 보이는걸. 그리고 있잖아..."


"네?"


"미안해?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서."


그 말을 마치자마자 시키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더이상 연기를 하다간 못 참고 웃음이 나올 것 같았기에. 시키가 바닥을 쳐다보는게 웃음을 참기 위해서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던 마유의 세상은 그대로 뒤집어졌다. 건너편의 빌딩도 넘어질 듯이 휘청거렸다.


마유는 프로듀서씨이... 하고 처절한 한 마디를 겨우 흘리고는 시키를 잠깐 바라봤다. 마유는 차마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눈물 자욱을 바닥에 흩뿌리면서 터덜터덜 걸어갔다. 위태로운 발자국. 중심을 잃고 그대로 쓰러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은 걸음이었다.


완벽한 연기였다. 이정도면 그 마유라도 분명 속아넘어갈 것이 분명한 연기. 오스카상도 받을 수 있을 정도라고 자부할 수 있을만큼 혼신을 다한 연기였다. 레오나르도 시키프리오는 그렇게 분위기를 잡아가면서 말했던 불치병이 탈모라는 것을 알면 마유는 무슨 표정을 지을까? 하며 킥킥킥 웃어댔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로 돌아온 마유. 프로듀서씨.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요. 제가 없어도 괜찮은 건가요. 몇 번이고 그녀는 속으로 되뇌어보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나올 수가 없었다.


마유는 서서히 프로듀서에 대한 모든 기억을 되새긴다. 프로듀서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마, 집에 있었을 것이다. 프로듀서의 집. 프로듀서의 집은 작은 단칸방이었다. 1년전쯤 몰래 프로듀서의 뒤를 쫓아서 집까지 가본 적이 있었으니까. 서있기도 어지러운 방에서, 그는 매일 자고 일어나고 밥을 먹었다. 


"...프로듀서씨. 제가 갈게요."


마유는, 오랜만에 다시 그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먼지가 쌓인 거울이라도 먼지를 닦아내기만 하면 사람 모습을 비추는 데 문제가 없듯, 프로듀서의 집을 찾아간 건 오래 전 일이었는데도, 마유가 발걸음을 한두걸음씩 향할수록 스스로가 어디로 가야할지 명확해졌다. 마침내, 불이 켜져있는 창문 앞에선 마유는 전화기를 꺼냈다.


"으음... 마유? 무슨 일이야?"


"...프로듀서씨."


"응."


"아직 안 주무시죠."


"이제 자려고."


"지금 집 앞이에요. 그, 잠깐만 나와주실래요?"


"...응? 어, 알았어..."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장 차림이 아닌 가벼운 차림의 프로듀서. 눈물로 앞이 흐려져셔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프로듀서의 얼굴만은 선명했다.


"흑, 우와아아앙..."


마유는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나가서 프로듀서를 껴안았다.


"힘드셨죠... 흑... 힘드셨죠... 프로듀서씨... 흐어어어엉..."


"마, 마유!?"


"마유는 곁에 있을 거에요... 훌쩍, 무슨 일이 있어도 마유는 프로듀서씨를 절대 떠나지 않을 거에요... 약속할게요..."


"가, 갑자기 왜 그래...?"


"으... 흑! 불치병에... 훌쩍... 결리셨다면서요..."


"불치병?"


뭐지? 불치병이라니? 갑자기 나도 모르던 불치병이 생겼단 말인가? '탈모로 마음고생을 하던 제가 집에 돌아왔더니 엉겁결에 불치병 환자가 되었습니다?' 라노벨 제목으로 정말 제격인 상황이었다.


"어... 마유... 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할까?"


"훌쩍..."


마유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돌아온 프로듀서의 집. 프로듀서의 집은 그대로였다. 마유가 잠시나마 훔쳐봤던 그대로. 서 있기도 어지러울 만큼 난잠한 집. 프로듀서는 이런 곳에서 홀로 있다가...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마유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아... 으..."


"마유, 괜찮아?"


"으... 흑... 프로듀서씨이... 걱정해주시는건 고마워요... 고맙지만... 흑... 마유는 괜찮아요..."


"그, 갑자기 울어가지고 놀랐어."


"프로듀서씨, 이제 스스로를 걱정해주세요... 마유가 할 수 있는건 다 할테니까..."


"그러니까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시키씨한테 들었어요... 훌쩍... 불치병이라고..."


시키? 시키가 그랬다고? 그 말을 들으니까 두 글자가 떠올랐다. 탈모. 하하. 하하하하. 그랬구나. 시키 요녀석. 내일 출근하면 사치코랑 같이 스카이다이빙을 시켜버릴테다. 그렇게 부글부글 끓는 속을 두고 프로듀서는 마유를 껴안았다.


"마유. 별 거 아니야. 그냥 탈모야."


"탈모요...?"


"시키가 나 놀린다고 탈모가 불치병이라서 절대 안 낫는다고 한 건데... 시키가 너한테는 그걸 그냥 불치병이라고만 말을 했나봐."


"아... 잠깐. 그럼 절 놀리려고..."


"하하하..."


"그, 괜찮으신 거에요?"


"안 괜찮아. 머리 한번 쓰다듬어볼래?"


마유는 프로듀서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봤다. 그러자 손에 머리카락이 다섯 올 정도는 묻어나왔다. 


"...엄청 잘 빠지네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응?"


"마유는 프로듀서씨가 대머리가 된다고 해도 좋아할 거에요!"


"...대머리가 된다는 가정을 아예 안 했으면 좋겠지만 말이야."


마유는 방금전에 그렇게 울던 게 거짓말인 것마냥 프로듀서 앞에서 씨익 웃어보였다. 마유의 웃음은 프로듀서가 힘을 내는 원동력이었다.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지는 힘이 있었으니까.


문득 프로듀서는 시키가 한 말이 떠올랐다. 탈모라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는 방법이 있구나. 그래. 마유같은 아이가 내 곁에만 있어준다면 탈모가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는걸. 탈모!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프로듀서는 그렇게 조용히 외쳤다.


허나 그런 마음가짐이 무색하게 다음 날에도 프로듀서의 머리카락은 봄비처럼 쏟아졌다고 한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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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한지 거의 1년쯤 되어가는 글이었는데 이제서야 완성을 시켰습니다. 이걸 시작으로 쓰다말고 방치한 글부터 먼저 완성을 시켜야겠어요.


이 글은 실화를 바탕을 했습니다. 제가 탈모에 걸렸다는 사실만 실화에요.


원래는 정말로 죽을병에 걸린 프로듀서와 마유를 쓰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작년쯤에 썼던 후미카 글이 그런 내용이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똑같은 주제를 두번 쓰면 식상할 것 같아서 병을 죽을병 대신 탈모로 바꿨습니다. 똑같은 소재를 두번 써도 좋은 글이 나올 정도의 필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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