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톱 아이돌의 사랑 [12.後]

댓글: 6 / 조회: 2269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2-31, 2012 12:15에 작성됨.

*캐릭터 심하게 망가집니다. 면역이 없는 분들은 보지 마세요.
*그리고 작가는 원래 훈훈달달 전문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니 이 또한 주의하시길. 
  이 작품 때문에 오해 받고 있으니 두 번 말합니다. 훈훈달달 전문입니다!

--------------------------------------------------------------------------------------------------------------------------------------------------------------------------
-아마미 하루카-
더운 햇살이 내리쬐는 것이 오늘은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안경과 모자로 변장하고 가다가 문병에 빈손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근처 가게에서 과일바구니를 샀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기분이다. 
과일바구니만으로는 나의 호의가 모두 전해질 리가 없다. 
한참을 고민하며 병원을 향해 걷는데 근처 가게에서 틀어놓은 TV에서 장례식의 장면이 나왔다. 그 때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죽은 사람의 영정 앞에 놓아둔 새하얀 국화꽃.
그것을 보고 난 근처를 헤매 꽃집을 찾아낼 수 있었다. 꽃집에 들어가 국화꽃 한 송이를 집어 들고 친절하게 웃고 있는 점원에게 물었다.

“병원에 가는 길인데, 국화를 많이 가져가더라고요. 이걸 가져가면 되나요?”
“네. 보통 장례식장에 가면 비취 되어 있는데, 사가시는 것도 좋아요. 장례식장에 가시나 봐요?”

난 내 옷차림을 보았다. 검은 색과 붉은 색 체크무늬의 미니스커트에 붉은 넥타이를 맨 검은 반팔 와이셔츠. 운동화를 아닌 가벼운 어두운 계열의 샌들을 신고 있었다. 과일바구니만이 아니라면 확실히 그렇게 보여도 어쩔 수 없는 차림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전원의 질문이 정답인지라 내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네. 맞아요. 거의 그런 셈이죠.”

점원은 내 미소에 착각을 했는지 더 이상 묻지 않고 국화 한 송이를 예쁘게 포장까지 하여 주었다. 내 지인의 장례식에 가는 줄 알았나 보다.
난 그 오해를 정정하지 않고 그대로 국화를 받고서 밖으로 나왔다. 가면서 과일바구니의 포장을 살짝 열어 탐스러운 과일들 사이에 국화꽃을 꽂아주었다. 붉은 과실 사이의 새하얀 국화. 그 조합이 마음에 들어 환하게 웃었다. 이 선물이라면 내 호의도 제대로 전해 질 것이다.
병원의 자동문이 열리고 1층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데 지금 막 엘리베이터에서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내린 이오리의 모습이 보였다.

“어, 이오리? 여기에는 어쩐 일이야?”

이오리는 내가 부르자 기분 좋은 얼굴로 용건을 알려주었다.

“리카씨의 문병을 왔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P의 아이돌이니깐.”

역시 리카씨의 문병이었다. 예상을 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을 할 수 있었다. 

“역시 그렇구나. 사실 나도 그래. 다른 애들도 올 생각인 것 같아. 있단 미키도 온다했어.”

미키와는 여기에 오기 전에 통화를 한 것이 아니다. 단지 프로듀서에게 가장 호의를 숨기지 않는 아이었고, 거기다 미키씨를 다치게까지 했으니 거기에 책임감을 갖고 오늘도 올 것이 당연했다.

“그렇구나. 그럼 난 스케줄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나중에 봐 하루카.”

이오리는 바쁜 듯 특유의 토끼인형을 한 팔에 안고서 나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해주었다. 요즘의 우리는 정말 바쁘다. 이렇게 얼굴을 마주보고 인사하는 것조차 느긋할 수 없도록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입원은 이렇게 서로의 얼굴을 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 나중에 봐!”

 같이 작별 인사를 하고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하나하나 올라가는 층수를 보며 점점 리카씨에게 가까워지는 것이 즐거워졌다. 프로듀서씨와는 미리 통화를 한 후 온 것이다. 일 때문에 병원에 있지 못하고 나온 그는 나에게 리카씨를 부탁한다고 말했었다. 
내 미래의 남편이 될 사람의 부탁이다. 그 정도 부탁쯤이야 어렵지 않게 들어줄 수 있었다.
리카의 이름이 적힌 병실 앞에 서서 문에 노크를 했다. 똑똑 소리가 난 후 한참이 지나 어딘가 겁에 먹은 듯 한 리카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 누구세요?”

그 목소리에 난 이오리가 무언가하고 갔음을 직감했다. 그날 프로듀서와 리카씨가 우리에게 연인선언을 한 날 난 그것을 축복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대강 알 수 있었고, 이오리는 그 둘을 축복하지 않는 아이쪽이였다. 물론 나도 그렇지만.
난 겁먹고 떨고 있을 리카씨의 모습을 기분 좋게 상상하며 힘차게 말했다.

“아마미 하루카라고 해요. 저번에 뵀었는데, 기억 하시나요?”

내 소개에 리카씨가 문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철컥 거리고 잠금장치가 풀리고 웃으며 날 반겨주는 리카씨의 모습이 보였다.
용서하지 못하지만 불쌍한 여자. 아직도 자신에게 보이는 호의가 어떤 건지 모르고 있었다.
그런 리카씨를 보며 난 병문안 선물로 가져온 과일바구니를 건네며 안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리카씨! 머리는 좀 나아지셨나요?”
“와주셔서 감사해요, 하루카씨.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과일 바구니를 받아들며 날 반긴 리카씨는 안으로 들어올 것을 손짓으로 권했다. 내가 들어오자 병실문을 닫고 바로 문을 잠갔다. 저렇게 문을 잠가놔도 소용이 없을 텐데.
당신을 노리는 사람들은 기자들이나 지독한 극성팬이 아니닌 말이다. 리카씨는 과일바구니를 서랍장 위에 올려두면서 곤란한 듯 말하셨다.

“뭘 이런 걸 다 사오셨어요?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찾아와 주신 것만으로 고마운데.”
“빈손으로 오기에는 뭔가 아닌 것 같아서요.”

거기다 빈손으로는 내 호의의 모든 걸 알려줄 수 없었다. 그랬기에 이정도 선물은 필수였을 뿐이다.
리카는 내 대답에 의심도 하지 않고 곧 바로 누군가 미리 갖고 온 듯한 고급스러운 케이크상자를 열고 한 조각 잘라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냥 오셔도 되는데. 케이크 좀 드세요. 선물로 받은 건데 혼자 먹기에는 많네요.”
“아, 잘 먹을게요.”

과자만들기가 취미일 만큼 케이크를 먹는 것도 좋아한다. 받아들고서 바로 포크로 한 입 찍어 먹어보았다. 고급스러워 보인 것만큼 훌륭한 맛이었다. 블루베리를 섞은 듯한 케이크는 달기만 한 것이 아닌 다른 묘한 맛들로 내 입맛을 만족시켰다.
행복감에 뺨을 감싸다가 리카씨에게 말을 걸었다.

“이렇게 걸어 다니시는 것 보니 많이 나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리카씨가 다쳤다는 말에 많이 걱정했었거든요. 거기다 미키까지 휴가를 내고…….”

난 상냥하게 리카씨의 한 손을 내 한 손으로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정말 걱정했었어요.”
“하루카씨…….”

내 말에 리카씨는 감격한 듯 보였다. 걱정한 것은 사실이다. 리카씨가 잘못되어 순수한 그 사람이 상처를 받고 평생 이 사람을 마음속에 품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내 손을 잡고 한 동안 말이 없는 리카씨를 보고 이상해 쳐다보자 리카씨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려하며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그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이미 다른 애들이 무언가 하고 있구나 하고.

“리카씨?”

내가 걱정스럽게 부르자 리카씨는 급히 고이려던 눈물을 닦아내었다.

“하하,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그리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었지만 이미 그 미소는 처량하게 보이고 있었다.

“아직도 몸이 많이 안 좋으신가 봐요. 머리를 다치셨으니 당연하지만……. 죄송해요. 좀 더 나아지시면 와야했던 건데.”

무슨 일인지 제대로 알고 싶지만 그것은 힘들 것이다. 그래서 일단 돌려말하는 식으로 리카씨의 몸을 걱정해 사과를 했다.

“아, 아니에요. 그래서 그런게 아니에요. 그냥 좀 고민이 있어서…….”

내 사과에 리카씨는 당황하며 급히 손을 흔들며 부정했다. 고민이란 말에 난 속으로 웃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그냥 개인적인 일이에요. 하루카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요.”

걱정스럽게 묻자 리카씨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리 말했다. 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힘을 얻고 싶어 한다는 것이. 하지만 타인인 나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느끼고 웃었다. 그렇다면 더욱 좋다. 날 믿고 나에게 털어놓았을 때 더욱 깊이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깐. 난 머릿 속으로 말을 정돈하며 입을 떼었다.

“전 프로듀서를 좋아해요.”
“네?”

내 말에 리카씨는 확실하게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일단 진심을 먼저 말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의심 받지 않고 상대의 진심을 끌어낼 수 있을테니깐.

“그리고 좋아하는 프로듀서의 연인이 리카씨에게도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그를 좋아하는 만큼 리카씨도 좋아하고 싶으니깐요. 저기, 주제 넘는 다는 거 알지만, 제가 힘이 되어드릴 수 없을까요?”

좋아하고 싶다는 말은 사실이다. 사실 프로듀서의 일만 아니라면 리카씨를 미워할 이유는 없으니깐. 단지 이미 일은 일어났다.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할 일은 아마 평생 없겠지.
뭐, 지금이라도 프로듀서를 나에게 양보한다면 친해질 가능성이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지만. 리카씨는 무언가 갈등을 하는 듯 하닥 이내 웃으며 말을 돌렸다.

“하하. 목이 타네요. 정말 개인적인 일이라 하루카씨에게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요.”
“그렇군요.” 

난 시무룩한 척 답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 쪽으로 향했다. 느긋하게 물병을 꺼내자 차가운 물병의 표면이 만져졌다. 이정도로 차가우면 적당하게 좋다. 최대한 느리게 꺼내며 리카씨가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이런 내 행동은 정답이었다.

“……사실 많이 힘들어요.”

난 승리의 미소를 짓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물병을 꺼내 냉장고 옆에 놓아둔 컵에 물을 따랐다.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제 잘못으로 인해 그게 어긋나 버렸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소중히 하는 사람들이라 잘 지내고 싶었는데…….”

리카씨의 말을 들으며 난 그 대상이 누군지 예상을 할 수 있었다. 틀림없이 그날 숨기려 해도 숨기지 못한 표정들이 안 좋은 사람들이었겠지. 특히 오늘 만난 이오리라던가.

“참 이기적이죠. 제 잘못인데도 말이죠.”
“혹시 친해지고 싶다는 사람들이 765의 사람들인가요?”

물병과 컵을 쟁반 위에 올려두고 테이블에 놔둬다. 당장 쟁반을 들지 않고 리카씨의 대답을 기다렸다. 리카씨를 보지 않았지만 고심하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힘 없는 리카씨의 대답이 들렸다.

“네. 하하, 역시 힘들겠죠.”

그 말에 난 환하게 웃었다.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지금부터 일그러질 이 어리석은 여자의 모습이 상상되어 참을 수 없었다.
난 숨기지 않고 본심을 말했다.

“당연히 힘들죠.”
“네?”

내 대답에 리카씨는 영문을 몰라 하며 어리둥절해있었다. 아마 나는 자신의 편일 것이라 믿고 있었겠지. 난 리카씨에게 다가가다가 일부러 실수인척 넘어졌다. 쟁반은 노렸던 대로 리카씨에게 쏟아졌고, 곧 허술하게 뚜껑을 닫아 놓은 물병과 컵 속의 물들이 리카씨에게 쏟아졌다.
저 정도로 차갑다면 알맞게 리카씨의 바보 같은 머리를 식혀줄 것이다.

“으아! 죄송해요 리카씨! 저도 모르게 덤벙 거려서!”

난 실수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급히 리카씨에게 사과를 했다. 리카씨는 방금 전의 일을 애써 외면하려는 듯 웃으며 나에게 괜찮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괜찮아요. 이정도…….”
“하지만 덕분에 머리가 좀 시원해지셨죠?”  

그 말을 끊으며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게 했다.
후후, 내가 당신의 편일 거라 믿었어?
수건을 갖고와 젖은 리카씨의 몸과 머리를 닦아주었다. 리카씨는 아직도 상황을 알지 못하고 어리숙하게도 나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리카씨의 얼굴에 이미 웃음은 사라지고 불안함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 얼굴이 너무나 좋았다. 
그의 옆에서 행복하게 웃던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너무나 상쾌했다. 

“일부러는 아니었지만, 머리를 다치셔서 머리가 잘못 된게 아닌가하고 오해했네요. 그렇잖아요. 

프로듀서씨랑 사귀고 계시면서 저희하고도 친절하게 지내고 싶다니. 아하하.”
난 본심을 숨기지 않고 그녀에게 현실을 알려주고 주제를 알게 해주었다.

“불가능한게 당연하잖아요.”
“하루카씨?”

그녀의 믿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이 느껴졌다. 난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 만족하며 그녀의 몸까지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그 때마다 생각한다. 
그녀의 몸에 닿았을 그의 상냥한 손길. 
몇 번이고 그와 가까이 했을 몸. 
그에게 안겼을 몸.
확실히, 미움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아, 오해하지는 마세요. 그렇다고 모두 그런 건 아니니깐요.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저 프로듀서씨를 좋아한다고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쭈욱-. 아시겠어요? 저만이 아니라고요. 다른 친구들 중에도 저 이상으로 프로듀서씨에게 감정을 품었던 아이들이 있다고요. 그런 아이들이 리카씨를 순수하게 축하하며 용서해줄까요?”

그럴 일은 없다. 자신의 사랑을 빼앗겼는데 순순히 축하해 줄 수 있을까? 그것은 나도 하지 못한다. 뭐, 다른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도 결국 그 사람은 내 것이 되겠지만.

“물론 순수하게 리카씨를 좋아하고 축하해주는 아이들도 많아요.”

야요이라던가 아미와 마미 같이 어린 아이들, 의지할 수 있는 오빠정도로만 여겼던 히비키 정도겠지만.
자신이 무슨 짓을 한건지 모르는 듯한 그녀가 안타까워 말해주었다.

“리카씨, 제대로 아셔야 해요.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말이죠.”

수건을 움직여 젖은 그녀의 목을 감쌌다. 이대로 잡아당기면 그녀의 목을 조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당신은 우리에게서 프로듀서를 뺏어갔어요. 몸과 마음을 모두 말이죠. 그런 당신이 미움 받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요?”

리카씨의 숨이 서서히 거칠어지려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확실히 주제를 파악한 거겠지. 자신이 얼마나 어리 석은 거였는지.

“당신을 싫어한다는 아이는 누구죠? 아까 오다가 한 사람을 만났는데, 설마 이오리?”

오늘 만났던 이오리를 회상했다. 기분이 좋아보이던 모습. 그리고 어딘가 괴로워보이던 리카씨의 모습. 아마 무슨 짓인가 하고 갔겠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조심해야 한다. 이대로 지나치게 리카씨를 압박해서 리카씨를 벌써 망가트릴 수는 없었다. 

“아니면 저의 친한 친구인 치하야?”

울고 있던 치하야의 모습. 그녀의 등에 칼을 꽂으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던 나의 소중한 친구. 
한 사람, 한 사람 그녀들의 이름이 불리자 리카씨는 확실히 보이게 몸을 떨었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 둘 뿐이다. 
미키는 모르겠다. 그 누구보다도 프로듀서를 좋아하지만, 실력으로 리카씨를 이기려하고 있다. 아즈사씨와 타카네씨는 그 속을 몰라 벌써 행동했는지 알지 못한다. 마코토는 아직인 것 같고, 유키호는 고민만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이상 몰아붙이면 망가질 것 같은 불안한 리카씨를 보고 이 이상 괴롭히는 것을 그만두었다. 난 시계를 보는 척하며 리카씨에게 웃으며 사과했다.

“하하, 죄송해요 리카씨. 제 실수라 닦아드리고 싶었는데, 스케줄이 있어서요.”
“괜, 괜찮아요. 오히려 바쁜 사람을 잡고 있어서 죄송해요.”

 리카씨는 내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도 돌변한 나의 모습에 방금 전 일을 자신의 착각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놔둘 수 없다. 현실이라 믿게 놔두지 않는다. 이제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켜 절망을 느끼게 하며 프로듀서의 곁에서 떨어지게 해야 하니깐.
난 고개를 숙여 정중히 사과했다.

“정말 죄송해요. 나머지는 나중에 다시 와서 사죄할게요. 아, 같이 찍으시던 미키의 배역은 제가 맡았으니 앞으로 자주 볼 게 될 거에요. 입원은 오래 하시나요?”

내 질문에 리카씨는 애써 외면하듯 웃었다.

“아니요. 이번 주까지만 입원해있고 퇴원이에요. 그럼 나중에 봐요 하루카씨. 실수하신 건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실수잖아요.”

후후, 실수라고? 아, 그리고보니 실수니 용서해준다고 저번에도 말하셨지. 그래 실수니깐 용서해주는 착하고 친절한 사람이지 당신은.
가식적으로 말이야.

“하하, 네. 실수죠. 그럼 건강하세요, 리카씨!”

웃으며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서려 했다. 그러다가 멈춰서며 그녀에게 지금의 일들이 현실임을 확실히 각인시켜주기 위해 웃으며 뒤돌아 보고 그녀를 불렀다.

“그러고보니 리카씨.”
“네, 네?”

당황하는 것이 목소리만으로 느껴졌다. 이제 그녀에게 지금의 일들이 착각이 아니었음을 각인 시켜줄 차례다.

“전 과연 당신을 축복하는 아이일까요, 아님 원망하는 아이일까요?”
“하, 하루카씨?”

당황해 날 부르는 것을 무시하며 난 과일바구니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후후, 리카씨. 그 과일 맛있게 드세요.”

내 모든 호의를 알려주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니깐 말이죠. 바보가 아닌 그녀라면 거기에 꽂힌 국화꽃의 뜻을 알 수 있겠지.
병실에서 나서면 절망했을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았다. 믿었던 사람에게 미움을 받은 것이니 더욱 절망이 클 것이다.
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그러다가 우연히 올라온 미키와 마주쳤다.

“하루카? 하루카도 리카씨의 병문안?”
“맞아. 미키도 병문안 왔구나. 이제 괜찮아 미키? 휴가까지 냈다더니…….”

미키가 예상보다 빨리 와 당황했지만 드러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키와는 이렇게 만나고 싶기도 했다. 갑자기 휴가를 얻고 전화도 받지 않아 리카씨 때와는 다르게 진심으로 걱정을 했었으니깐.

“괜찮은 거야. 리카씨도 괜찮은 것 같고. 오늘 병문안 가면서 사과도 할 거야.”

미키는 이제 정말 모든 걸 털어낸 듯 편해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거기에 안심이 되어 미키를 응원했다.

“리카씨라면 미키를 용서해 줄거야. 그러니 그렇게 걱정 하지마. 사실 미키보다도 스텝의 실수가 더 크니깐…….”
“하지만 내리친 건 미키인걸. 거기다 미키도 부주의했어.”
“미키……”

자책하며 시무룩해지는 미키를 치하야 때처럼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이 밝은 웃음을 지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무 그리 자책 하지마. 난 스케줄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 아, 리카씨 지금 많이 젖었거든? 바빠서 제대로 닦아주지도 못하고 오는데, 좀 부탁할게!”

스케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급했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이미 리카씨에게 이렇게 말해두어 그런 리카씨에게 가는 미키에게도 이렇게 말했다.
미키는 나에게 밝은 모습을 보이며 엘리베이터를 타는 나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건 나에게 맡겨둬! 그럼 나중에 봐 하루카!”
“응. 리카씨를 부탁할게!” 

미키와 헤어지고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가 지금의 리카씨의 상태를 기억해내고서 미키를 걱정했다. 
혹시 의도치 않게 미키가 피해를 보면 어쩌지? 지금의 리카씨는 아마 미키의 진심도 오해할 것이다. 그랬다가는 미키도 망가질지 모를 일이다.
……아니다. 오히려 그정도가 적당할지도 모른다.
우리와 달리 미키는 리카씨에게 실력으로 당당하게 도전하고 있었다. 정말 부러울 정도의 재능이다. 솔직히 리카씨의 실력은 최고의 아이돌로 군립할 정도로 진짜다. 그런 리카씨에게 한 번 패한 후 심기일전한 미키는 그녀를 금방이라도 따라 잡을 것처럼 성장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765아이돌은 물론이고 다른 회사의 아이돌조차 그런 미키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리카씨가 프로듀서씨와 헤어진다고 해도 그때쯤이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성장했을 미키가 우리에게 프로듀서가 오기전에 그 마음을 가라챌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그 호의를 드러내지 않는 귀여운 여자아이. 거기다 1년 전과 달리 더욱 성장한 고등학생. 나이로는 이제 나에게 불리 하지도 않다. 중학생이란 이유만으로 프로듀서는 그 마음을 장난으로 여겼지만 그 마음이 1년이 넘어도 지속 되고, 거기다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더욱 노력하며 리카씨에게 도전하고, 끝끝내 자기에게 다가왔다. 
확실히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이런 미키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리카씨와 헤어진 후 바로 미키와 연인이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키의 노력하고 인내한 시간만큼 결국 금방 미키와 가까워질 것이다.
그것은 안 될 일이다. 프로듀서의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하는 것이다. 그것을 미키에게 양보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빼기는 것은 한번으로 족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미키는 한 달이 아닌 그 이상을 쉬어줄 필요가 있다. 오히려 핸디캡으로 적당한 무언가를 안고 있어주는 것이 좋았다. 그래, 예를 들어 트라우마라던가.

“미안해 미키. 미리 사과할게.”

난 진심으로 미키에게 사과하며 병원에서 나섰다.



-키사라기 치하야-
몰랐던 일이지만 내 집은 그의 집에서 상당히 가까웠다. 이것을 알게 된 건 오늘 점심쯤에 우연히 그를 근처에서 만났을 때다.
오늘은 스케줄도 아침 밖에 없어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프로듀서를 만나기 위해 병원에 갈까 고민하고 있었다. 미워하고 있지만 리카씨의 일도 걱정이 되었다. 휴가를 내고 연락도 되지 않던 미키의 일도 걱정이지만. 그러니 일단 만날 수 있는 사람부터 만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 치하야 아니야? 이 근처에는 웬일이야?”

상념에 빠져 있던 날 깨우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린 곳을 부자 P씨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 또한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집에 가던 길이에요. 그러는 P씨는요?”
“업계 사람들을 만나고 오는 길이야. 아마 한동안은 리카의 곁에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옷과 세면대를 챙기려고 집에 가던 중인데, 치하야도 근처였구나. 전혀 몰랐네.”

P씨와 집이 가까웠다는 것은 알지 못했던 만큼 기쁜일이었다. 우리들은 걸으며 같이 대화를 나누었다. 원래 잘 웃지 않는 나지만 전 프로듀서였던 P씨의 옆에서 만큼은 작지만 편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아, 그렇지. 치하야 점심 먹었어?”
“점심이라면 아직 입니다. 이제 막 스케줄이 끝난 참이니깐요.”
“그렇다면 우리 집에서 먹고 가지 않을래? 오랜 만에 만났으니 스캔들도 있어 밖에서는 못 사주지만 이 건물이라면 안에서 대접해줄 수 있으니깐.”

P씨가 가리키는 곳은 꽤 좋은 맨션이었다. P씨의 집이라면 그, 단 둘이인 거겠지?
“프로듀서씨와 단 둘이 말입니까?”

“남자랑 단 둘이 있는 거니깐 좀 그런가…….”

내 평소 어투 때문에 프로듀서가 오해했는지 사과를 하려는 기색이 있어 난 급히 부정했다.

“아, 아닙니다. 오히려 좋아요. 그럼 부탁할게요.”

웃으며 받아들이자 P씨는 나를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프로듀서의 집은 꼭대기에 있었다. 
웃으며 기분 좋게 P씨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서고서 프로듀서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그의 방을 구경했다. 그러다가, 곧 내 표정은 굳어지고 말았다.
그녀의 옷들이 보였다. 담당 아이돌의 옷을 준비하는 것은 프로듀서로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옷 중에는 잠옷과 사복으로 입는 듯한 가벼운 옷도 보였다. 거기다 둘이 같이 찍은 작은 액자도 보였다.
아이돌과 담당프로듀서랑 관계를 넘어 둘은 지금 연인 관계다. 그녀가 자주 오는 것은 당연하겠지.

“큿!”

그렇게 경고 했었는데. 그를 배신한 주제에 아직도 뻔뻔하게 연인으로 남을 생각인가? 한 번이라고 해도 다른 남자에게 안긴 더러운 여자다. 결코 이 사람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내 시선에는 리카씨의 앨범이 보였다. 앨범에는 모두 싸인이 있었다.
그러다가 첫 CD에 눈이 갔다. 앨범이 몇 개씩 있는데 유독 소중하게 보관 되어 있는 듯 투명한 케이스에 담겨 있는 CD가 세장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꺼내보다 세장 모두 싸인이 있었다.
1집 사인에는 ‘P씨에게 리카가.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2집 사인에는 ‘약속 지켜! 리카가.’ 
마지막으로 3집 사인에는 ‘영원히 내 팬 1호로 남아줘. 그리고 키스해줘! 리카가.’
그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에게도 내 CD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인을 해준 적은 없었다. 생각해보니 여기서부터 그녀와 차이가 나고 있었다. 이 CD들은 그와 그녀가 이어진 추억의 상징이자 현재의 상징이었다.
이런 것을 보니 더욱 그녀를 용서할 수 없었다. 이런 운명으로 만난 상대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다니!
난 순간 그녀의 사인이 담긴 1집 CD를 투명한 상자에서 CD케이스 통째로 꺼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것을 가방에 몰래 넣었다.

“치하야, 식사 준비 다 되었어!”
“네. 금방 갈게요.”

난 당황하지 않고 나가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다시 한 번 그녀를 지켜볼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은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퇴원 후에도 그녀가 내 경고를 듣지 않았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면 그 때는…….
 
---------------------------------------------------------------------------------------------
지금 이게 25편까지 연재중이니, 여기에 반 연재했네요. 허허~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