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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미우)비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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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1, 2019 21:05에 작성됨.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헤어진지도 꽤 되었지만, 사실 그 동안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많이 보고 싶습니다.



헤어지고 난 후,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랑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이 사람도 만나보고, 저 사람에게도 관심을 갖고.
그렇게 해서 서로를 잊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우리는 서로를 잊지 못했습니다.
잊기는커녕, 오히려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예전의 저희만 못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그냥 유흥의 느낌이 났습니다.


결국 우리는 또 이별을 겪었습니다.
벌써 몇 번째 이별인지, 이제는 세는 것도 지겨울 것 같습니다.
서로를 잊지 못해서인지, 이젠 사랑은 사랑 같지도, 이별은 이별 같지도 않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이별을 한지 나흘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마음이 안정됩니다.
아마도, 이제 서로를 본격적으로 잊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서로가 보고 싶어서 미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땐 어떤 것도 우리의 사랑만 못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사랑에 지쳐서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듭니다.


한편으로는 또 생각했습니다.
‘대체 어쩐 일이었을까? 왜 난 아직도 그 애를 못 잊은 걸까?’
‘이별은 수많이 했고, 그 때 지나간 사람들은 다 잊었는데, 왜 그 애만은 못 잊은 걸까?’



학교에 가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저에게는 엄청나게 큰 고민입니다.
제 고민을 들은 친구는 말했습니다.


“미련이 엄청나게 남았구만! 이젠 좀 잊어라 잊어!”
“잊을 수 있으면 내가 이 말을 하겠냐고?!”
“못 잊는 게 아니라 잊기 싫은 거 아니야?”


그럴듯한 말입니다.
어쩌면 저는 그 아이를 잊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굳이 그 아이를 잊기 싫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내가 연애도 많이 했는데 왜 걔를 잊기 싫겠냐?”
“야 그게 연애냐? 그냥 논 거지! 니가 이러는 걸 보니 걔를 진짜 찐사랑하긴 했구나!”
“찐이었어! 누가 뭐래도 그건 찐이었다고!”


고민상담을 하려고 물어봤는데 전혀 해결이 안 된 느낌입니다.
하지만 저를 가장 잘 아는 친구조차 이렇게 말한다면,
아마 누구에게 물어본들 더 도움이 될 만한 대답은 없을 겁니다.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침대 위에 쓰러졌습니다.
아직도 그 아이가 계속 생각납니다.
확실히 친구 녀석 말대로 저는 그 애를 잊기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미련도 남았겠다, 잠깐만이라도 미련퉁이 짓이나 해봐야겠습니다.
그 아이의 페북...보다는 인스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요즘은 인스타가 대세입니다.


보아하니 이별한 이후로 이렇다 할 소식은 없습니다.
“너라도 잘 지내야 하는데 너조차 못 지내면 어떡하니.”
“혹시 지금 나처럼 너도 사랑에 슬퍼하고 있는 건 아니지?”


‘만약 그 애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하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말을 할까, 어떤 행동을 할까.
아니, 애초 뭘 할 수는 있을까.


이젠 그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딱히 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사실 큰 일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좀 놀라운 일이 있기는 했습니다.


주말이 되어서 잠깐 밖에 나왔습니다.
시내에 와플대학이 새로 오픈했다고 하기에 먹어볼 예정입니다.
벌써부터 잔뜩 기대됩니다.


길을 가는데, 왠지 눈에 익숙한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빨리 가서 보려는데, 왜인지 마음이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마치 가까이서 확인했다간 여러 가지로 곤란해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보았습니다. 그때야 알았습니다.
알았기에 발걸음을 옮겨 다른 길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타이밍이 별로였던 모양입니다.


무엇을 봤기에 그러냐고요?
공교롭게도 저는 그 애를 보았습니다.
이별했던, 하지만 아직도 잊지 못한 그 애를 보고 말았습니다.


만약 피하지 않고 그를 보았다면 어땠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또 기억이 바뀌었겠지요.
어쨌거나, 지금은 그 애 만나기를 피했습니다.


한참 후 와플가게 앞에 도착했습니다.
인기가 많은 모양인지 줄이 매우 기네요.
주문한 와플을 받아서 먹었지만, 아까의 무거운 마음 때문에 맛이 제대로 안 느껴집니다.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허전합니다.
집안 곳곳에서, 함께했던 기억이 환영처럼 보입니다.
부엌에서도, 거실에서도, 제 방에서도.


떨쳐내고 싶은데, 그럴수록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만약 아까 시내에서 그 아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지금의 이 환영 따윈 보이지 않을 텐데.


환영이 가라앉은 건 그로부터 10분 후였습니다.
그동안 눈도, 머리도, 마음도 계속 아파왔습니다.
환영이 사라졌을 땐, 제가 줄곧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말로 많이 사랑했었나 봅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제 인생에서 그 애가 아니면 사랑할 수도 없나 봅니다.


눈물을 닦고 방에 들어가 책을 읽었습니다.
읽기는 했습니다만, 어째 글씨가 눈에 안 들어옵니다.
글씨를 읽는다기보다는, 마음에 박히다 못해 뚫고 나가는 기분입니다.



책을 읽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여보세요?]
[안녕.]


순간 놀랐습니다.
이 목소리는 그 애의 목소리입니다.
먼저 전화를 걸다니, 어쩐 일일까요?


[무슨 일이야?]
[아까 날 피하더라?]
[안 피했으면 왠지 뻘쭘했을 테니까.]


사실이지 않나요.
아마 얘도 비슷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설령 그때 서로를 피하지 않고 만났다 해도 눈길 한 번 안준 척 지나갔을지도 모르겠어요.


[...솔직히 네 생각 많이 했어.]
[나도 그랬어. 네 생각에, 많이 힘들더라.]
[...보고 싶어.]


그 애도 저랑 같은 마음을 가졌었나 봐요.
저 또한, 그를 너무 보고 싶습니다.
만약 다시 볼 수 있다면, 심장이라도, 생명이라도 그냥 꺼내놓을 텐데.


[보고 싶어.]
[우리 헤어진 지 시간이 벌써 많이 흘렀어.]
[헤어진 거 알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



밖에 어느새 비가 내립니다.
쏴아아아, 쏴아아아.
저와 그 아이가 흘릴 눈물을 하늘이 대신 흘려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널 거의 다 잊고 있었어. 근데, 시내에서 마주친 순간, 다시 네가 생각나더라.]
[나도 그래. 너와 마주친 뒤에, 집에서 너의 환영을 잔뜩 봤어.]
[우린, 서로가 아니면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걸까...?]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 되었습니다.
슬프지만, 확신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 애가 아니면, 그 애는 제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걸.


[모르겠다...우리 왜 헤어졌었지?]
[그러게...이젠 기억도 안 나네...]
‘벌써 한참 전 일이지만, 그래도 네가 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사랑했어.
널 사랑했어.
널 많이 사랑했어.


보고 싶어.
널 보고 싶어.
여전히 보고 싶어.



결국 저는 울고 말았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그 아이도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 모두, 울고 말았습니다.


예전에, 이별의 자리에서, 저는 그 애에게 말했습니다.
헤어지면, 다시 우린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제가 괜한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하지 않지만,
거의 다 잊어버리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남은 시간도 눈물로 채우겠지만,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무 보고 싶습니다.
그 아이, 그대, 그 사람, 내 사랑.


[미우야.]
[아즈키.]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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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써보는 아즈미우 팬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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