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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성-[0:카미야 나오, 호죠 카렌- 재활(4)](재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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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8, 2019 00:46에 작성됨.

(이전화)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130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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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22일 수요일, 오전 11시 41분>


엉뚱하게도 배경음으로 그 유명한 '할렐루야' 성가가 깔려있다.


[지금 이걸 듣고 계시다는 건, 하네다 공항에서 카미야 양과 만났다는 얘기겠죠! 제 얘기는 어차피 출근 픽업하고 집안일 도와드릴 때 지겹도록 들으실테니까  때려치우고, 당장 바빠 뒈질 것 같은 저 대신 픽업을 나와준 카미야 나오 양을 소개하겠습니다! 17살! 도쿄 T 고등학교 재학중! 일한건 고작 이틀이지만 부탁하는 일을 척척 해내고 심성도 고운 기특한 알바생이랍니다! 덕분에 늦을락 말락 하던 작업 일정을 많이 늦출 수 있었죠! 그렇다고 해서 만족할 만큼 제 쉬는 시간과 페이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지만요! 어쨌든 일본 귀국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회사에 도착하면 아이돌/예능부서 쪽에서 안내해줄 거예요! 저도 앞으로 곤란한 일이 생기면 귀국 선배로서 있는 힘껏 도와드리죠! 하지만 오늘은 도착하실 때 까지 카미야 양에게 주세요! 카미야 양에게는 제가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BYEEEE, 추신! 이마니시 씨가 저 관련해서 무슨 얘기를 하던간에 무시하십쇼! 믿으시면 안 돼요!]


찰칵.


....한 차례 매서운 폭풍이 지나간 것 같다.


"...딸꾹."

"파블로프나아아...."


굳어있다. 딸꾹질을 하는 것 외에는 그저 굳어있을 수 밖에 없다. 백미러에 미치는 택시 기사의 얼굴을 볼 낮짝도 없다. 쨍쨍한 햇빛이 택시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도, 눈 앞의 안전용 칸막이에 토마토처럼 익은 내 얼굴이 선명하게 보인다.

부끄럽다. 너무 부끄러워서 어지러울 지경이다. 


"흐으음.....하아...."


미시로 씨는 한손으로 얼굴을 짚은 채로 깊은 한숨을 들이내쉰다. 산소를 깊게 들이쉬고, 이산화탄소와 함께 온갖 복잡미묘한 생각을 내쉬는 것 같다.

이목구비를 강조하는 짙은 화장의 여성. 비즈니스를 위해 절제 한 것 같으면서도 화려한 장신구, 뒤로 묷은 풍성하고 곡선을 그리는 머리칼이 인상적이다.

웬디 씨의 폭탄같은 음성 메시지에 잠시 흐트러졌지만, 한숨을 내쉬고 난 후 다시 성숙미와 빈틈없음이 느껴지는 비즈니스 우먼의 얼굴로 돌아온다.


"죄송해요."

"미안하다."


합을 맞춘 적도 없는데 서로를 향한 사과의 말이 좌석 위를 가로지른다.


음성 메시지를 녹음한건 웬디 씨지만 그걸 재생한 것은 나다. 그것에 대한 사과.

하지만 내가 사과를 받아야할 이유는 뭘까? 모습에서부터 느껴지는 위압적인  분위기에 차마 묻지는 못하고, 나는 그저 상대방이 말하기를 기다린다.


"파블로프나... 웬디의 동업자이자 친구로서 대신 사과하고 싶다."

"아, 아뇨. 저는 그냥..."


곤혹스러움에 머리를 긁적이며 말 끝을 흐린다.

나와 같이 일할 때도 웬디 씨는 사소한 기행을 은근슬쩍 저지르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딱 봐도 높아보이는 사람한테까지 이럴 줄은 몰랐지.

그런데 동업자이자 친구라니. 척 봐도 웬디 씨 쪽이 일곱 살 정도 어려보이는데, 신기하네.


"그녀도 비즈니스의 요령을 모르는게 아니야. 그런데 좀 빈틈이 생겼다 하면 매번 이런 식이다. 서로 자주 충고를 주고받지만 이것만큼은 어떻게 안 되더군. 카미야라고 했지, 일을 하는 중에 파블로프나가 곤란하게 하진 않았나?"


나는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젓는다.


"없습니다. 어떻게든 챙겨주려고 하는 것도 느껴지고. 오히려 재미있는 사람이라서 일이 즐거운걸요!"


가끔 연출 참고를 위해 천장 위의 샹들리에를 떨어트리겠다거나, 양손에 아기만한 피냐코라타 목상을 들고 방정맞은 입반주에 탭댄스를 추는 등, 괴상한 언행에 정신이 멍해지지만.


"...."


반응이 없이 시선만 이쪽으로 날아온다.


"저기, 미시로 씨?"

"혹시 이 이후의 스케쥴은 어떻게 되지?"

 "바로 웬디 씨의 현장에 합류해요."

"그렇군. 만약 자네가 괜찮다면 346 프로덕션의 견학을 시켜줄까 했네만. 마침 거의 다 왔고."


그녀의 말대로, 직선으로 이어진 도로의 끝자락에 346 프로덕션의 신사옥 건물이 햇빛을 반사하며 우뚝 서있다.

하네다 공항으로부터 도쿄 시내까지 택시로 거의 30분. 내가 지불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택시 미터기에 나타난 숫자에 침을 꿀꺽 삼킨다.


"기사님, 여기서 세워주십시오."


그녀가 안에 남아 요금을 계산할 동안, 나는 먼저 택시 밖으로 나와 트렁크를 열고, 큼지막한 캐리어를 꺼낸다. 조심스레 인도에 올려놓고 손잡이를 뽑는다.


"거듭 미안하군."


계산을 끝내고 나온 미시로 씨가 트렁크의 손잡이를 잡는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파블로프나의 부탁이고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고 해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사례를 하고 싶다만."


미시로 씨가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명함 케이스로 보이는 것을 꺼낸다. 그리고 그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양손으로 다소곳이 집은 명함 한 장을 내게 내민다.


[346 프로덕션 아이돌/예능 부서, 미시로 하루에]


"갑작스러운 일에 대비해서 임시로 만든 명함이다. 곧 새로 뽑겠지만 휴대전화 번호는 그대로일거야. 만약 자네가 빛나는 성의 주인공이 되고싶다면, 그때는 기꺼이 자네에게 맟는 마차와 의상, 그리고 궁궐을 나와 파블로프나가 준비해주겠다. 오늘 대화를 하면서 자네가 잠재성을 숨긴 원석이라고 확신했어." 

"어...네."


칭찬하는 것 같지만 무슨 말을 하는건지 금방 와닫지 않는다.


"그, 일 열심히 하렴."


말투를 바꾸어 말하며 미시로 씨는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처음하는 듯 어색한 손동작.

그 것을 끝으로 나를 뒤로하고 고풍스러운 성을 연상시키는 346 프로덕션의 건물로 향한다. 이윽고 건물 외형과 어울리지 않는 자동문 뒤로 사라진다.


...빛나는 성? 마차와 의상? 원석? 궁궐?


홀로 땡볕아래에 남은 나는 그자리에서 상무님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본다.

밥을 산다는 얘기는 절대 아닐테고. 단순히 견학 내지 체험학습의 제안이라고 하기에는 '원석'이나 '주인공'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린다.


"유이! 그렇게 허겁지겁 뛰어가다간 넘어질 것같아?"

"빨리 안 가면 카페에 자리가 없단 말야. 요즘 여름 페스 준비로 사람들이 다 그쪽으로 몰려버려. 저번 주부터 그랬는데, 리나는 눈치 못했어?"

"타쿠밍이랑 같이 밖에서 먹었지. 미카는 요즘 바빠서 같이 먹기 힘들고."


시간이 시간이다보니, 346 프로덕션 건물 주변에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사원들과 스타일 좋은 남녀들이 보인다. 후자는 남자, 여자, 어린아이부터 성숙한 어른까지 가지각색.

양복의 사무원들과 얘기를 나누는 경우도 드문드문 보인다.

전부 다 면식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346 소속의 연예인인 듯 하다. 그 중에서도 몇몇은 이름은 모르지만 TV에서든, 인터넷에서든 본 적이 있다. 

대부분 아이돌 특집 방송이나 잡지였다.


'카미야 양. 혹시 작정하고 아이돌을 노리고 계세요?'

'[회사에 도착하면 아이돌/예능부서 쪽에서 안내해줄 거예요!]'

'카렌 양. 아이돌이 되고 싶은 꿈, 다시 가져보지 않겠어요?'


"...아."


무의식적으로 만지작거리다가 좀 구겨진 명함을 다시 내려다본다.


[346 프로덕션 아이돌/예능 부서, 미시로 하루에]


346 프로덕션 아이돌/예능 부서.

아이돌/예능 부서.

...아이돌.


"나, 설마 스카우트 받은 거야?"


>>>>>>

<2015년 4월 셋째주 정오, T 고등학교 옥상>

"호죠, 아, 안녕!"  

"?!"


옥상 바닥에 앉아 큼지막한 크로켓를 한입 물려던 찰나, 철문이 요란하게 열리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또 그 묘하게 사람 좋은 카미야 선배다

풍성한 머리카락으로 금방 알아볼 수 있었지만, 애초에 내게 이런 식으로 살갑게 대하는 게 이 사람뿐이다.

지금 옥상에는 우리 둘뿐이고, 그 전에 옥상으로 통하는 문 앞에는 '출입금지'라고 적힌 표지판이 붙혀져 있다.

아무래도 굳이 같이 밥을 먹으려고 이런 인적 없는 곳까지 나를 찾아다닌 모양이다. 등 뒤로 손을 숨기지 이미 큼지막한 도시락통을 들고 있는 것을 봤다.

어림잡아서 3단 이상 높이의 크기. 누가 보면 소풍 온 줄 알겠다.


"같이 점심 먹을래? 딱히 내걸 먹어도 상관없는데."


그렇게 물어오지만, 선배의 손은 이미 확정 난 것처럼 등 뒤에 숨겨놓았던 도시락통을 꺼내 내 앞에 허겁지겁 자리를 깐다.


"이거 다 선배가 만든 거예요?"

"재료가 애매하게 남아서 그냥, 그, 진수성찬 먹어보겠다고 다 요리해버렸는데, 학교에 와서 보니까 나 혼자 다 먹기가 힘들 것 같더라. 그래서 같이 먹을 호ㅈ, 사람을 찾고 있었지."


대놓고 못 믿을 거짓말을 말까지 더듬으면서 꺼내는 시점에서 이미 실패다. 젓가락도 일회용 젓가락이 아니라 집에서 가져온 듯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걸 두쌍이나 준비해뒀고,


그 정성이 부담스러워 마지못해 승낙하자 선배는 활짝 웃으며 내게 젓가락을 건넨다. 복슬복슬해보이는 눈썹과 머리카락도 그렇고, 눈까지 반짝이며 손을 내미는 모습이 묘하게 강아지같아서 조금 귀엽다. 품종으로 따지자면 요크셔 테리어정도.


"오늘은 달리고싶은 생각 없어?"


젓가락을 건네 받았다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도시락 통에 올려놓았다.

정정하자. 이 사람은 요크셔 테리어가 아니라 그것의 가죽을 뒤집어 쓴 비글같다. 오늘부로 벌써 일주일째, 이 사람은 어떻게 지치지도 않고 매일같이 이렇게 달리자고 꼬드길 수 있는걸까. 그때 잠깐 같이 달렸던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선배도 참 집요하네요."

"호죠도 마찬가지잖아. 저번에 그렇게 잘 뛰었으면서 왜 자꾸 못 뛴다고 하는 건데?"


'잘 뛰었으면서'하는 부분에서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잘 뛰기는 무슨.


"땀도 안날만큼 대충했는데 그게 어떻게 잘 뛴 거예요?" 

"시작으로서는 좋았으니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리고 그때의 호죠는 약간 나랑 달리는 걸 즐기는 것 같았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거야?"

 

대답하기 싫다.


같이,


"...같이 먹을 사람 저 말고 더 없어요?"

"다들 오늘은 선약이 있다더라."


이쪽과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들고있는 젓가락 한짝을 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면서 대답하는 선배.

확실히 이 사람은 거짓말이 서툴다. 몸짓에 드러나는 것도 그렇고, 방과 후마다 선배인지 후배인지도 모를 사람들하고 엮여서 같이 귀가하는 주제에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을 리가 없다.

혹시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선배 쪽에서부터 선약이 있다고 거절하고 다닌게 아닐까.


"이거 혼자서 다 못 먹겠죠."

"응"

"저 말고 다른 사람 먹일 생각도 없고."

"..."

"같이 먹어는 드릴 테니까 달리기의 '달'자도 꺼내지 마세요."

"흥, 그러지 뭐."


두꺼운 눈썹에 약간 힘을 주고, 퉁명스럽게 내게 다시 젓가락을 건네주지만 정작 카미야 선배의 입꼬리는 약간 올라가 있다.

젓가락을 받아 들고 도시락통 안에 있는 음식들을 천천히 살핀다.

적어도 두 명 이상 분량의 흰쌀밥, 계란말이, 단무지, 매실장아찌, 채소볶음, 돈까스가 한가득 담겨있다. 돈까스 사이에 이상한 붉은색 꽁무니가 있어서 뭔가봤더니, 돈까스 밑에 새우튀김이 조금 깔려있다. 


"돈가스부터 먹어봐. 다른 애들도 반응 좋았으니까."


반찬을 보는 동안에 이미 표정이 풀린 선배가 눈을 빛내면서 말한다. 

음식에 대한 감상평이라도 듣고싶은건가.

나는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젓가락을 돈까스쪽으로 천천히 향한다. 그리고 돈까스를 들어내 밥 위에 올려놓고, 그 아래에 깔려있던 새우튀김을 집는다. 

이렇게 된 이상 은근슬쩍 심술이라도 부리고 싶어진다.


"잠깐만, 그건!"

기겁하는 선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새우튀김의 꽁무니를 떼고 입안에 넣었다.


"흠."


오늘 아침에 만든 것치고 씹는 느낌은 좋다. 맛은 그냥저냥 괜찮은 수준.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찾아서 먹고 싶은 맛도 아니다.

씹어 삼킨 뒤 일부러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먹으면 안 되는 거예요?"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새우튀김은 처음 해보는 거니까... 맛이 이상하진 않아?"

"...."


자기가 먹을 거였다면서 화낼 줄 알았는데, 그 착해빠진 말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역시 이상했어?"

"...."

"호죠?"

"...하아아..."


고개를 돌리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쪽을 보는 이 사람과 도저히 눈을 마주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고집이 세도 내 바보 같은 행동에 대한 허탈함과 수치심, 그리고 선배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이 든다.

도대체 이 어리석은 사람은 왜 나 같은 애한테 이렇게 잘 해주는 걸까.


"그냥 그랬어요."


말 한번 꺼내는데 왜 이렇게 정신적으로 피로한 건지 모르겠다.


"간도 어중간하게 됐고. 맛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맛있는 것도 아니네요."


아니나 다를까, 카미야 선배는 풀이 죽은 듯 고개를 푹 숙인다.

꼴 보기 싫은 광경이다. 

그날, 선생님의 고함에 정신을 차리고 느낀 수많은 시선만큼,

카미야 선배한테 왜 그러냐고 으름장을 놓던 체육 교사만큼,

어쩌면 호죠 양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며,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은근슬쩍 떠벌리고 다니던 선배의 모습만큼.

 애초부터 선배의 이런 반응을 놀리려고 시작한 짓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정말, 단 1초라도 이런 모습을 더 보기 싫다.


"그래도 발전할 가능성은 보여요."

"발전?"

"식감만큼은 좋아요. 오늘 아침에 만든거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정말?! 지금 놀리는거 아니지?"

"이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어떻게 놀려요. 그, 뭐지... 아."


말을 어떻게 이을지 고민하다가, 문득 나와 선배의 손에 들려있는 애니 캐릭터 젓가락이 눈에 들어온다.

보라색의 나풀나풀한 드레스같은 것을 입고 삼지창같은 것을 휘두르는, 마법소녀? 비슷하게 보이는 여자아이가 그려져있다.

요즘 애니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건 어딘가 매니악해보인다.

애니라. 애니란 말이지. 잠시 옛 기억을 되짚어보자.


"왜, 요리 애니같은 거 보면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면서 오버하는 사람들 나오잖아요? 조금만 더 분발하면 저도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르죠."


과장을 좀 섞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지만,


"아니야, 그건 과장이지~!"


호응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괜찮았다. 선배는 손을 휘휘 저으면서 부정하지만 얼굴이 빨갛게 물든 채로 웃는다.

그제야 나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두 사람의 젓가락은 본격적으로 도시락통 위를 가로지르기 시작한다. 

조금 전에 선배가 권했던 돈가스를 한조각 집어 입에 넣는다.

그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을 음미하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카미야 선배를 지켜본다.

가볍게 불어오는 봄바람이 기분 좋다.


"만약에 호죠가 그랬으면 나는 음식을 만들 때 아주 날아다녔을걸? 특히 소년 만화에 나오는 요리사들은 야채 좀 자르겠다고 와이어에 매달린 것처럼 공중으로 솟구치잖아. 꿈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진짜로 될리가 없지~!"


>>>>>>


"카미야 더미, 발사!!"


당장에라도 로봇이 발진할 것 같은 기합 소리와 함께, 갈색 털실 모자를 쓴 마네킹이 양쪽 허리춤의 와이어에 이끌려 공중으로 솟구친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오른 마네킹은 천창과 무대 바닥 사이 정중앙에 멈추었다. 무대 바로 아래라면 모를까. 관중석같이 좀 떨어진 곳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마네킹이 마법처럼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전과는 다르게 천장으로부터 내려오는 환한 불빛이 무대를 비추고 있다.


"Alrighty.(됐구만)"


 손에 들린 굵은 밧줄을 두세번 당겨본 뒤, 그녀가 중얼거린다.

 장갑을 낀 손에서부터 시작되는 그 밧줄은 천장을 향해 올라가 마네킹의 다리에 묶여있다. 밧줄과 마네킹의 발에 붙어있는 스탠드 덕에, 위아래가 뒤집힐 것같지는 않다.


"♬Come with me, And you'll be, In a world of pure imagination(나랑 같이 가요, 그러면 당신은, 순수한 상상의 세계에 있겠죠)!♬"(*1)


곧 목소리는 곱지만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듯한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밧줄을 이용해 마네킹을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좌우로, 앞뒤로, 대각선으로. 몇 번 그렇게 움직여본 후부터는 아예 춤까지 추며, 운동용 매트리스가 빼곡히 깔린 무대 위를 맨발로 종횡무진 뛰어다닌다.

밧줄을 휘두르며 추지만 리본 춤도, 발레도, 탭댄스도 아닌 정체불명의 춤이다.


"♬Take a look, And you'll see(보세요, 그러면 당신은)~♬"


신난 모양인지, 밧줄에 약간 무게를 실으면서 빙글빙글 돈다.

그때 뽁! 하는 소리에 뭔가 싶어 마네킹 쪽을 올려보는ㄷ 마네킹의 하반신이 뽑혀서 떨어지고 있다!!


"웬디 씨!!"

"♬Into your......? SHIT(당신의.....? 씹)?!"


별안간 욕을 내지르며, 떨어지는 마네킹 하반신을 피해 매트리스의 아무곳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머리를 감싼다.

퍽 하는 소리에, 엎드려있던 그녀는 몸을 180도로 몸을 굴려 마네킹쪽으로 고개를 내린다. 

마네킹의 하반신은 기적적으로 수직으로 중심을 잡은채 서있었고, 상반신은 중심을 잃고 위 아래가 뒤집혀힌채 여전히 와이어에 매달려 있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마네킹을 응시하기를 10초 정도. 


이내 정신차리려는듯 고개를 휘저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관중석 끝자락의 출구, 내가 서있는 곳을 향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손을 흔든다.


"어서 와요, 카미야 양! 이렇게 밝을 때 온건 처음이죠?"


이게 대체 무슨 해괴하고 간 떨어지는 광경이냐고.


<2015년 7월 24일 오후 1시 정각, 구 아이돌 캐슬 시어터>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작업복으로 갈아입는 것이었다. 말이 작업복이지 토시, 앞치마, 장갑이 고작이었지만, 그래도 웬디 씨는 탈의실하고 락커까지 있는데 쓰는 게 낫지 않냐며, 건물에 마련된 여러 곳의 탈의실 중 무대와 가까운 곳에 내 전용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어제까지는 빛이 천장에 어설프게 못 박아 걸어놓은 간이조명 하나뿐이었기에 약간 으스스했지만, 오늘은 따뜻한 색감의 조명 여러 개가 비추고 있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조명 때문인지 오늘따라 낡은 화장대 위에 놓인 초콜릿 바구니가 유독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은박지로 포장된 500엔짜리만한 초콜릿을 하나 집어 입에 넣고,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락커 안의 앞치마를 꺼낸다.  


"....례지만 다시, 예능 1과 쪽의 이와마츠 씨라고 하셨나요? 혹시 성함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실 수 있습니까? 한자와 로마자로요."


그러다가 탈의실문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손을 멈춘다.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는데, 발소리는 전혀 안 들리니, 또 맨발로 복도를 걸어 다니는 모양이다. 

아무리 바닥을 청소했어도 위험할 수 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적어뒀습니다. 그럼 아까 하던 얘기를 정리해보죠. 저는 오늘 저녁까지 장치들의 가동 여부를 최종적으로 점검하겠습니다. 오늘 새벽 3시즈음에 제일 큰놈을 가동했고, 조금전에 와이어의 안정성을 약식으로 확인했습니다만 여전히 덜 한게 많으니까요."   


말소리에 겹쳐 똑똑똑 하고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오길래 들어오라고 한다. 

어차피 속옷을 드러낼 일도 없어서 따로 잠궈두지도 않았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웬디 씨는 왼손에 들린 스마트폰에 대고 계속 뭔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내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한 번 푹 숙인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 하자, 내 입이 열리기도 전에 웬디 씨가 자신의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입가에 댄다.


"시찰하러 오신다는 두 분은 오늘 오후 8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그러면 제 알바생이, 네. 애초에 알바생이 보조하는 걸 빼면 저 혼자 하는 작업이라 제가 없을 때 따로 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가동 방법은 외울 것도 없으니 알바생에게 인수인계 될거고, 작업기록은 녹음파일하고 문서 사본으로 준비해뒀으니까 필요하면 챙기시면 됩니다.."


스마트폰에 계속 무언가를 말하면서, 그녀는 내 손에 들린 앞치마를 가리키고는 손날로 자신의 목을 긋는 제스쳐를 취한다.

...작업복을 입지 말라는 얘기일까? 

내가 앞치마를 도로 락커에 넣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탈의실에 놓여있는 간이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웬디 씨.


"예... 그 시찰 온다고 하시는 분들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합니다만, 잘 부탁드린다고 전해주세요. 그럼."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꺼질듯한 한숨을 쉰다. 


"좋은 소식 하나하고 나쁜 소식 두 개가 있는데, 어떤 것부터 들어보실래요?"


웬디 씨는 마른 입술을 혀로 몇 번 훑으며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안 좋은 소식의 개수가 하나 더 많은 것도 수상쩍은데, 웬디 씨가 저 표정을 지을 때면 반드시 궂은 일이, 혹은 그녀가 내게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 번 꼭 두눈으로 보고싶어서'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로비의 샹들리에 치우기라던가, 둘이서 같이 쓰는 샤워실의 청소라던가,  무대 바닥 아래에 있는 어떤 기계 장치를 손보기 위해 무대 위의 설비를 다른 곳으로 죄다 옮긴다던가. 

그런 일은 항상 웬디 씨가 항상 같이 해주었지만, 힘든 작업인건 여전했다.


"그냥 나쁜 거 부터 들을게."


그래도 큰 고민없이 안 좋은 소식부터 듣기로 한다. 

하루 만엔이라는 거금을 받고 하는 일인데, 그만큼 쓸데없는 생각없이 열심히 하는 편이 양심이 덜 찔리고 마음이 편안하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는 말도 있고. 

거기다 내 눈앞에 서있는 이 사람은, 내가 정말 하기 싫다고 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혼자서 일을 다 해버릴 만큼 지독하게 친절한 사람으로 보여서, 오히려 내 쪽이 걱정된다.


"우선 첫 번째. 오늘 저녁 8시에, 저도 누군진 모르겠지만 두 명이 이 무대를 시찰하러 온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5시 즈음에 나가서 일찍 먹게 될 것 같은데 괜찮나요?"


 '시찰'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지만, 나름대로 각오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첫 번째부터 별거 아닌 일이라 힘이 빠진다.


"상관없을 것 같아. 고작 한 시간 앞당겨서 먹는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니까."

"대신 배는 좀 빨리 꺼지겠죠. 오늘은 그걸 염두에 두고 저녁에 뭘 먹을지 생각해주세요. 부담 없이 말해주셔도 되니까. 어쨌거나 두 번째입니다만...."


웬디 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조작하더니 어떤 화면을 내게 보여준다. 

하얀색 배경에 검은색 키보드가 눕혀져 있는 사진. 키보드 주위에는 낯선 영어와 친숙한 일본어가 빼곡히 쓰여 있었고, 컴퓨터의 그림판으로 아무렇게나 그은듯한 화살표들이 그 글자들로부터 나와 각각 키보드의 자판을 하나씩 가리키고 있다. 

첫 번째 안 좋은 소식으로 약간 수그러들었던 불길한 예감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혹시 이것도 새로 외워야 하는 거야?"

"컨닝 페이퍼라고나 할까요...? 카미야 양이  저 대신에 무대 장치를 시찰하러 오시는 분들을 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내가 잘못 들었나? 시찰과 관련된 일을 하게될거라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이건 예상외다. 애초에 나 혼자서 해도 될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웬디 씨는 그때 뭘 하려고?"

"제 일과 관련해서 미팅이 있거든요. 7시 반쯤에 만나자길래, 카미야 양을 일찍 퇴근시키면 되겠다 싶어서 그대로 약속을 잡았습니다만...."


'결국 이렇게 됐네'라고 말하듯, 웬디 씨는 양손을 들어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제가 프로그래밍은 잘 모릅니다만, 주변에 인맥은 있죠. 여기의 키보드 자판 하나하나가 무대 장치를 움직이는 스위치입니다. 이미 무대에 연결해놓은 상태고, 그분들이 오셔서 보여달라고 하는것만 이미지에 나와 있는 대로 키보드를 누르면 돼요."

"만약에 내가 모르는 걸 물어보면?"

"저한테 전화하시면 되죠."

"미팅 중에 통화가 돼?"

"안 되면 그냥 '그건 내가 알바생이라 전달받은 게 없다네'하고 우기죠, 저나 그 양반이나 왜 카미야 양을 탓하겠어요?"

"하아."


'시찰'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은 나도 알고 있는데,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대책 없는 자신감을 보이는 이 사람의 정체에 의문이 점점 더 깊어진다. 그러고보니 미국의 유명한 프로그램 중에 언더커버 보스라는 게 있었지?


"어떻게 돼도 난 몰라.... 어쨌든 이걸로 두 개. 이제 좋은 소식을 들을 차례야."

"아하, 그거 말이죠."


웬디 씨가 안경을 고쳐 쓰고 빙그레 웃었다. 생일 선물을 등 뒤에 숨기며, 아이의 반응을 기대하는 엄마 미소.


"카미야 양한테는 신세 많이 졌죠."

"응?"

"공구도 꼬박꼬박 가져다주시고, 기계 설비에 그리스 넣는 것도 도와주시고. 조립해야 할 부품을 옮기는 것도 같이 해주시고."

"별건 아닌데... 에헤헤, 뭐야! 갑자기 그렇게 칭찬받으면 부끄럽다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뭐지? 혹시 선물이라도 주려는건가?


"덕분에 디자인쪽은 아직 좀 덜 됐습니다만, 무대의 기믹들은 전부 복원되었죠. 카미야 양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것보다 더 오래 걸렸을 거예요."

"에이 참, 별거 아니라니까~!"

"그래서 말인데, 이 기믹들을 이제 점검해볼까 하거든요?"

"헤헤헤, 에?"


...왜 갑자기 얘기가 그리로 빠지는 거야?


"'아이돌 캐슬 시어터'. 말 그대로 아이돌을 위한 성인데, 점검을 할 겸해서 카미야 양도 이번에 아이돌인 셈치고 무대를 체험해보는게 어떨까요? 노래 빼고는 거의 다 도와드릴 수 있으니까."

"헿?"


...아이돌? 


아이돌이라면 ...'그'... 아이돌?

진짜진짜 귀여운 옷을 입고 라이브 하는 그... '아이돌'?

그걸 나보고 지금 체험하라고...?

이 사람이 갑자기 대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아니, 아니아니아니! 이게 어디가 좋은 소식이야! 지금 나 놀리는거지! 체험이고 뭐고 내가 그런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기겁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격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은 해도 놀리는 게 아니라는 건 짐작하고 있다.

아마 시작은 맨 처음. 엉망진창의 상황에 서로 혼비백산이 되어 잊어버렸지만, 내가 아이돌 흉내를 내는 것을 무섭고 살벌했던 모습의 웬디 씨에게 보여버렸다.

아마 그때부터, 늦게는 내가 카렌에 대한 이야기를 되물었을 때부터 나를 아이돌 지망생 비슷한 무언가로 여겨오지 않았을까.


"역시 무대장치의 안정성이 걱정되시는 모양이네요. Goddamn it, 하필 조금 전에 그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그게 아니라! 잠깐,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문제네! 아까 그 마네킹 같은 사고가 또 나면 어쩌려고?"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와이어는 리모콘 선의 길이가 안 돼서 마네킹을 쓴거였고, 그 외의 안전내구성은 이미 제가 몸을 날려서 다 체크했어요. 이번에 체크할 건 어디까지나 아이돌, 이 경우에는 카미야 양이 되겠군요. 카미야 양이 라이브 의상을 입고 장치를 사용했을 때의 특이사항입니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응하셔도 좋아요."


그래도 내게 지망생이냐고 물었을 때는 어디까지나 346 프로덕션 쪽 사람으로서 궁금해서 물어본 줄 알았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풀세트 제안을 들이댈 줄 몰랐다. 


"그러니까, 나는...."


딱 잘라서 거절하지 못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얼버무린다.

예전에 잠시나마 동경했던 귀여운 옷과 무대의 꿈, 그리고 카렌, 카에데 언니, 웬디 씨의 호의 때문에라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 있다.

하지만 이 기회를, 아이돌 데뷔를 꿈꾸며 절실하게 노력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정말 좋은 체험이 될 이 기회를,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왔던 내가 가져도 될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같은 애로 괜찮겠냐고. 첫날에 내가 무대에서 했던건 목소리도 오락가락하고, 삑사리도 나고, 엉망진창( 無茶苦茶-むちゃくちゃ)이었잖아."


그날 밤, 카렌에게 보여주기 위해 재현했던건 아예 말할 가치도 없고.


"엉망진창이란 말이죠..."


그렇게 말했는데도, 웬디 씨는 나에게 무슨생각을 하는건지 모를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화장대 위에 있던 초콜릿을 하나 집어,나를 올려다보게끔 무릎을 웅크려 앉는다.

오른손으로는 내 어깨를 감싸고, 왼손은 내 손에 초콜릿을 꼭 쥐여준다.


"카미야 양. 제가 지금 이렇게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처럼 보여도, 저도 외국인이 할법한 실수를 합니다. 하루에 한두 번 꼴로요.

하지만 제가 아무리 정신없어도, 술을 취할 만큼 목구멍에 퍼부어도,  제가 고향으로 아예 돌아가 일본어가 서툴러진다고 해도,"


은색 테 안경 너머의 부드러운 회색 눈동자 한 쌍이 내 시선과 마주하고 있다.


"이건 정말 안 잊어버릴 자신 있습니다. '엉망진창'(無茶苦茶)과 '장래성 있음'(見込みがある)은 절대로 동의어가 아니라는 거요. 하루에... 미시로 씨가 괜히 그런 말을 카미야 양한테 한게 아니예요."


알바를 시작한 이래로 종종 그랬듯이 부담스러운, 하지만 어딘가 낮익은 따스함이 그녀의 눈과 내 어깨로부터 전해져온다.


"도착하자마자 저한테 연락을 보냈거든요. 10분 분량의 잔소리하고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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