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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성-[0:카미야 나오, 호죠 카렌- 재활(3)](재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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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7, 2019 23:51에 작성됨.

(이전화)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130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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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둘째주 오후, T 고등학교 운동장>


체육 시간이 다 그렇듯, 이 학교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않고 구석에서 노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이 나쁘게도 한 명도 빠짐없이 달리게 되었다. 학기 초부터 운동을 안 하고 노는 학생이 많다며 체육 선생님에게 잔소리를 했다는 듯 하다. 

 나는 평소처럼 종종걸음을 치며 수십 명의 학생 사이에 묻어간다. 남들만큼 달릴 생각도 자신도 없고, 나를 신경 쓰는 사람도 없다.  

달리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 빠질 때까지, 그렇게 한참을 있던 와중에 등 뒤에 무언가가 닫는 감촉이 느껴진다.

이름은 모르지만 먼저 달리기를 완주한 선배 중 한 명이 내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도와줄게."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어떻게든 떼어놓기 위해 귀찮은 척 대답한다. 사실, 정말로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미 '인생 포기 상태에 말도 걸기 힘든 호죠 카렌'의 소문은 당사자의 귀에까지 들어올 정도로 학교에 퍼져있다. 괜히 선심을 써봤자, 혹은 그런 척을 해봤자 사이좋게 별종 취급을 받게 될게 뻔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주위를 둘러보면 이 광경을 희한한 구경거리처럼 보고 있는 학생들이 몇몇 보인다. 이 선배는 상황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내 등 뒤를 계속 밀며 이인삼각 경기처럼 내 종종걸음에 발을 맞춘다. 이대로 고집부리면서 길게 끌어봤자 좋을게 없겠다고 생각한 나는 결국 대충이나마 장단에 맞춰준다. 


"좋아, 이 페이스로 같이 가보자!"


고작 종종걸음에서 가벼운 조깅으로 바뀌었을 뿐인데도 이 사람은 '장족의 발전'이라도 본것처럼 눈을 빛내며 나를 격려하려는 듯 등을 두드린다.

어느새부터 등에 닿아있던 선배의 손이 없어졌는데도, 가슴이 계속 두근거리는데도, 나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달린다. 주위의 보는 눈들이 점점 많아져서 어색한 분위기가 진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괴롭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순간만큼은 달아오른 몸을 식히는 봄바람과 이 두근거림이 점점 더 좋아진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좀 더 욕심을 부리고 싶어질 정도로 기분이 고양되어간다.

마지막으로 누군가 내 등을 밀어주었던 게 언제였을까?


"카미야! 애꿎은 후배 적당히 괴롭혀라!!"


>>>>>>


"괴롭히는 게 아닌데, 선생님도 참..."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카렌은 힘겹게 누워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졸린 눈을 비비며 벽에 걸린 디지털시계를 보니 오후 6시 정각을 표시하고 있다. 창밖에서 비쳐오는 여름 저녁의 노을이 거실을 비춘다.


<2015년 7월 20일, 오후 6시 정각, 카렌과 나오의 오피스텔>


"나오? 집에 있어?"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룸메이트의 이름을 부르며 주위를 둘러본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카렌의 시선은 거실을 천천히 훑어보다가 한쪽에 고정된다.


현관부터 시작해서,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운동화와 굽이 높은 샌달. 그 앞에는 네일용품을 쏟아낸 채 처참하게 쓰러져있는 종이봉투. 그 앞에는 입이 벌어진 채로 널브러져 있는 핸드백. 그 앞에 있는 것은 허물처럼 일렬로 늘어진 옷가지들로 된 두 개의 갈림길이다.

한쪽은 카렌의 방으로 통하는 외출복의 길, 그리고 다른 한쪽은 피곤한 카렌이 지금 앉아있는 거실 소파로 통하는 여름 운동복의 길이다.


"아차... 정리는 하고 자려고 했는데."


어떻게든 나오가 돌아오기 전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 데도 나가지 않았던 것처럼 보이게끔 이 난장판을 정리해둬야 한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 것처럼 보이게끔 싱크대와 식기에 물을 뿌리고, 네일용품과 다시 종이봉투에 담아 그녀의 침대 밑에 숨긴다. 낮에 입었던 운동복은 마침 반 정도 찬 빨래 바구니의 깊숙한 곳에 밀어넣고, 마지막으로 아직 깨끗한 외출복과 핸드백을 집는다.


[♬Big Mac,McDLT,a Quarter-Pounder with some cheese, Filet-O-Fish,a hamburger, a cheeseburger, a Happy Meal, McNuggets, tasty golden french fries...♬]*1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핸드백 안에서 진동과 함께 들려오는 묘하게 즐거운 벨소리.

카렌이 안에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보니, 털실 한가닥이 튀어나온 갈색 털실공의 사진과 '나오 선배'라는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여보세요, 나오?"

[카렌. 나 좀 살려주라...]


>>>>>>


오늘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정확히 1만엔이었다. 실제로 일한 시간은 고작 4시간 정도. 시급대로라면 그 절반의 돈을 받아야 했지만, 웬디 씨는 저녁값을 받는 셈 치라며 반쯤 억지로 내 손에 돈을 쥐여주었다.

혹시나 오늘 일로 안 좋은 꿈이나 환상을 보게 된다면 즉시 말해달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면서, 그녀는 나를 건물 밖까지 배웅해주고는 다시 어두컴컴한 폐건물 내부로 돌아갔다. 

한동안은 손에 쥔 거금, 첫인상부터 어딘가 이상해 보이던 웬디 씨의 모습, 그리고 그녀가 말해 준 이야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저녁거리를 사러 돌아가는 길에 있는 마트에 들렀을 때는 그런 걱정들을 죄다 잊어버리고, 카렌에게 요리를 해줄 생각에 들떠있었다. 이미 메뉴는 파스타와 감자튀김 정도로 정해놨었지만, 막상 돈이 생기니 사고 싶은 게 점점 늘어만 갔다. 

파스타에 넣을 고기도 더 담고, 종업원이 튀김과 궁합이 좋다고 극찬한 소스도 담고, 파스타나 감자튀김에 어울리는 음료를 골라 담고, 더위를 이겨낼 아이스크림도 담고, 그러다가 카에데 언니가 안주용으로 샀다가 몇 년동안 창고 안에 방치해두었다는 에어프라이어까지 떠올라 냉동튀김도 이것 저것 담은 결과....


 <2015년 7월 20일, 오후 6시 34분>


"무거워~! 체육 선생님! 카미야 선배가 괴롭혀요!"

"주위에 사람들 없다고 그렇게 큰소리로 말하지 마...."


결국 집에서 쉬고 있던 카렌까지 불러내서 당장에라도 터질듯한 비닐봉지를 같이 들고 돌아가게 되었다. 택시를 타고 돌아가기엔 짧은 거리고, 혼자서 돌아가기엔 짐이 너무 무겁다.


"카렌. 오늘 저녁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갑자기 물으면 금방은 안 떠오르네. 이렇게 장을 한가득 봤으니까 메뉴는 나오가 이미 정해놨을 줄 알았는데."

"예전에 한 번 내가 만든 카르보나라가 좋다고 했었잖아. 그래서 오늘 저녁은 카르보나라하고, 카렌이 평소에 좋아하는 감자튀김을 해주려고 했지. 그런데 그것 말고도 앞으로 쓸 재료를 많이 샀거든. 혹시나 더 먹고 싶어 하는 게 있을까 봐."

"괜히 더 만들어봤자 오늘은 카에데 씨도 없고, 남는 음식만 늘어날걸. 그것보다 진짜로 직접 감자튀김을 만들거야?"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노력했다는 건 알아줘."

"오히려 기대되는걸. 아무것도 안 먹은 것처럼 배가 고플 정도로 구미가 당겨."


그렇게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평소에 자주 들르는 공원을 가로지른다. 주황색의 가로등이 세워져 있는 길가와는 달리, 공원은 차가운 색의 가로등이 서있다. 지금은 공원을 다니는 사람도 없고, 기온도 낮보다 떨어져서 간단히 달리기엔 딱 좋은 환경이다.


"오늘은 뛸 생각 하지 마. 난 오늘은 못 뛰겠어."


내 마음을 읽은 듯한 카렌의 말에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카렌의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방학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이곳에서 달리기를 해왔지만, 오늘만큼은 예외다. 당장 우리에게 짐이 한가득 있는 게 첫 번째 이유. 두 번째 이유는 봉투 안에서 조금씩 녹아가는 아이스크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땡볕에서 그렇게 안무를 열심히 연습한 사람을 또 달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내 말에 카렌의 발걸음이 멈춘다.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얼굴에 미묘한 쓴웃음이 피어오른다.


"...말 안 들어서 화났어?"


그러고는 긍정하는 말이 내게 돌아온다. 생각보다 순순히 사실을 인정하니 오히려 물어본 내 쪽이 당황스럽다.


"화가 난건 아니지만... 엄청나게 걱정했어. 오늘은 유독 덥기도 했고."

"그러면 도중에 불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본건 아니고, 이번에 나를 고용한 사장님이 무대하고 관련 있는 일을 하고 있어. 그래서 오늘 낮에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어떤 애가 아이돌 안무를 연습하길래 유심히 봤다더라. 왜, 색도 색이지만 같이 운동할 때는 언제나 머리를 뒤로 묶잖아? 뒤로 묶은 주황색 머리라는 걸 듣고 카렌이 아닐까 싶었지. 그런데 그걸 네가 쉽게 인정해서 의외라면 의외네."

"이미 아는 사람한테 변명해서 뭘 어쩌겠어. 아이스크림 샀다고 했지? 여기서 좀 쉬어갈 겸 먹고 가는 건 어때?"

"저녁 먹어야 하잖아."

"나오의 요리라면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에도 맛있을 거야. 믿고 있을게."


칭찬인지 압박인지 모를 말과 함께 카렌은 아이스크림콘을 꺼낸다. 우리는 물기 맺힌 포장지를 뜯어내고 낡은 공원 벤치에 자리잡는다. 아이스크림이 이미 좀 녹은 상태였기에 나는 손으로 흘러내리기 전에 허겁지겁 아이스크림을 핥는다. 반면 카렌은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는 건지, 콘을 입에 문 채로 어느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나무 한 그루 밑에 벤치 보이지?"


하면서,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는 나무와 벤치를 가리킨다.


"저기에서 연습하고 있었는데. 혹시 그 사장님이란 사람이 내 춤이 이상했다고 말하지는 않았어?"


안 했어, 하고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웬디 씨는 카렌을 봤다고만 얘기했지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궁금해서 카렌이 춤을 어떻게 추었냐고 물어보기는 했다. 그 질문에 돌아온 건 비록 또 다른 질문이었지만.


'카미야 씨. 갑자기 이런 거 여쭤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혹시 작정하고 아이돌 데뷔를 노리시는 건가요?'


그렇게 묻는 웬디 씨의 얼굴은 조심스러운, 걱정스러운,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같았지. 

오늘 아침에 카렌에게 오디션을 제안한 카에데 언니의 그것과 똑같았다. 

나 또한 그때의 카렌처럼 당황해서 웬디씨의 질문에 금방 대답하지 못했다. 누구한테도 말한 적은 없지만, 아이돌 데뷔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아직...


...잠깐. 나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카렌은?


"카렌!"

"엄마야?!" 


내가 느닷없이 소리치는 바람에 카렌은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것도 나한테 솔직하게 말할 생각 없지?"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맞네."


이쪽을 바라보는 카렌의 눈에는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담겨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대로 아이돌 데뷔에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카렌의 아이돌 오디션을 거절한 이유, 그리고 나한테 신청서 용지를 다 떠넘겨놓고 정작 몰래 이 공원에서 연습한 이유는 뭘까? 그걸 그대로 카렌에게 물어봤자 답은 얻지 못할 것이다. 분명 내가 잊어버릴 때까지 이야기 주제를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하겠지. 카렌은 무언가를 숨길 때, 특히 자신의 특정한 속마음을 숨길 때 그런 언행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미 내가 어떤 주제 하나로 지금까지 그걸 겪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의 확신은 있다. 그렇다면,


"그러면 내가 먼저 다 말해줄게."


내 쪽에서부터, 이를 악물고 솔직해지면 어떨까.


"내 입으로 말하기 엄청 부끄럽지만 오늘 있었던 일하고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해줄게! 분명 놀리겠지만... 아니, 그냥 놀려도 좋아! 대신 지금만큼은 내가 솔직해지는 만큼 카렌도 솔직해지는걸로!""잠ㄲ""YES나 NO, 둘 중 하나라도 말 안 하면 오늘 저녁은 이 자리에서 먹는다!"


막무가내로 소리치며 나는 카렌의 양어깨를 잡았다. 아프지는 않게끔, 하지만 절대로 놔주지 않겠다는 의사가 전해지게끔. 

얼떨떨한 표정으로 카렌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기가 무섭게 나는 천천히, 또박또박 오늘 무대 위에서 홀로 연습했던 일을 얘기해주었다. 아마 학교 발표때도 이렇게까지는 못했겠지. 말하면 말할수록, 어째서인지 사람이 절박하게 돼서 부끄러움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카미야 나오와, 호죠 카렌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하면 나오카렌!! 오늘 이렇게 멋진 무대에서 공연하게 돼서 정말 기뻐요! 다들 즐길 준비는 되셨나요? 레츠 고오오!!!"


마지막에는 일어서서 동작 하나하나까지 재현하고, 없었던 말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자포자기 상태다.  앞이 흐릿하고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나오, 말 안 돌린다고 맹세할게. 보는 사람까지 불안할 정도로 부들부들 떨고 있으니까 잠시 진정해."


카렌의 말과 함께 나는 다시 카렌이 앉아있는 벤치에 털썩 주저앉는다.

-아이스크림을 먹은 게 고작 몇분 전이었지만- 건네받은 캔 음료수를 몇 모금 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힌 뒤, 하던 얘기를 계속한다.


"그런데 이걸 사장님이 봤지. 그리고 일하는 도중에 사장님이 카렌이 춤췄다고 하길래 궁금해서 어떻게 췄냐고 물어봤는데, 사장님은 아무래도 내가 아이돌 지망생인 줄 알았나 봐. 작정하고 아이돌 데뷔 노리고 있냐고 하더라. 난 잘 모르겠다고 대충 얼버무렸지만."

"잘 모르겠다고 한 게 대충 얼버무린 거면, 본심은 어땠는데?"

"음...."


바로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아서 잠시 고민한다. 

그러는 동안 카렌은 내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평소 같으면 바로 뿌리쳤겠지만, 지금만큼은 오히려 조금이나마 편안해져서 그대로 둔다.


"'정말 아이돌 데뷔를 노려볼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 카에데 언니와 네가 말한 것 때문에 마음이 끌린 것도 있지만, 그... 예, 예쁜 옷을 입고 무대에 서는 건 예전부터 동경했거든. 그런데..."


순간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결정을 하기가 힘들더라아..."


한숨을 쉬듯이 내뱉은 말을 끝으로 나는 온몸의 힘을 다 쏟아낸 것 같은 피로감을 느끼며 벤치에 축 늘어진다.

남아있는 음료수를 마저 마시고, 찌그러트린 그 캔을 앉은 채로 근처에 세워진 쓰레기통에 던진다.


'혹시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게 아닐까?'

"'내가 어쩌면 틀린 방향을 잡고 있는 건 아닐까?'"


쓰레기통에 들어간 깡통이 경쾌한 쇳소리를 냈지만, 느닷없이 내 속마음을 꿰뚫는 카렌의 말이 먼저 내 귀에 들어온다.

이쪽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동자에 당황스러움이 서린 내 얼굴이 비친다. 갑작스러운 카렌의 말에 혼란스러웠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듯 말을 계속 이어간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막상 아이돌 일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면 어떻게 하지?', '나한테 부족한 건 뭘까?' 지금의 나오는 지금 딱 그런 상황이지?"

"..."


대답도, 제스쳐도 취하지 못하고 굳은 상태. 주변에 거울은 없지만 분명히 지금 나는 얼빠진 표정을 하고있겠지.


"알고있어, 나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니까. 나도 그랬고."


그러고보니 카에데 언니가 말했었지. 아이돌의 꿈을 다시 가져보지 않겠냐고.


"예전에 아이돌 오디션 해본적 있어?"

"처음은 중학교 때 퇴원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그리고 마지막은 작년 여름에 961프로덕션에서."

"붙었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 카렌. 


"그랬으면 진작에 학교에서 다른 이유로 소문이 퍼졌을껄? 카에데씨도 너한테만 오디션을 제안했을테고. 좀 더 밝은 표정으로 말장난도 했을거야."


마치 자신이 아닌 남의 일을 놀리듯 말했다. 그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져서, 나는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카렌, 그래도 이번 한번만,"


이번 한번만, 같이 도전해보지 않을래? 하지만 그 말은 카렌의 말이 끼어들어 미처 다 끝내지도 못한다.


"나오. 지금 나는 어디까지나 체력단련이나 해볼겸 연습하는거야. 네가 언제나 말했잖아, 체력단련을 하는게 좋다고, 이제 와서 내가 아이돌이 된다는 기대는 안해. 그러니까... "


내 손을 뿌리치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쪽을 보지도 않은채, 마지막 한마디를 말한다.


"남 걱정하지 말고, 나오가 어떤 아이돌이 되고싶은지부터 생각해. 지금까지도 그걸 못 찾은 나는 이미 틀렸으니까."


분노인지 서글픔인지 모를, 무언가를 꾹 참고 억지로 괜찮은 척하는,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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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89년 맥도날드 'Menu song' 광고(https://www.youtube.com/watch?v=BqXTAXjMHvg)


(다음화)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130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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