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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맛 죽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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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5, 2019 12:30에 작성됨.

“...쉽게 말하자면 청소년기의 자살은 비교적 뚜렷한 원인을 찾기가 힘든 편입니다. 그렇기에 또래에 의한 영향이나 감정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여 아무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자살을 감행하기도 하기도 하는 것이죠. 이번 사건의 경우 미시로 프로덕션 내부 조사에서 별다른 뚜렷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았기에 어쩌면 우발적인 자살일지도 모른다는 설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에 대해 여러 가설들이 난무하며 수많은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특수 제조 약물을 이용하면서까지 자살을 시도했다는 점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부분이 가장 미스터리한 부분인데 말이죠. 직접 합성한 약물을 이용한 것에, 확실히 일반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 치고는 너무나 거창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단순한 방법 대신 다소 복잡한 방법을 이용해서 무언가 의미심장한 연출을 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죠. 이에 반해 경시청은 검출된 약물의 성분은 강력한 진정작용을 발휘하는 약물이기에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 말씀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미시로 프로덕션에서 발생한 유명 아이돌 자살 사건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을 가지고....”

 

시끄러운 말소리들과 함께 스며드는 눈부심에 아리스는 눈을 떴다. 몸을 감싸는 푹신한 침대의 감촉에 익숙한 풍경. 기숙사의 방이다. 속도를 좀처럼 줄이지 않는 타쿠미 언니를 꼭 붙잡고 달린 뒤로는 그다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타쿠미 언니가 여기까지 데려다 준 것 같은데...잘 모르겠다. 누가 틀어 놓았는지 모를 TV에선 어제에 이어 패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미시로 프로덕션의 미래에 대해 횡설수설 떠들고 있다. 무엇하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점잖 빼는 모습이 꼴불견이다. 어제의 일들이 잘 정리되지 않지만, 우선 세수라도 해서 정신을 차려보자.

 

, 아리스쨩! 좋은 아침! 시키 파파가 프렌치 토스트 만들었는데 먹을래?”

 

, . 고마워요. 잘 먹을 게요.”

 

안녕! 아리스쨩! 후레 마마의 특제 딸기 쥬스도 있어!”

 

, 감사히 잘 마실게요.”

 

눈을 비비던 아리스는 문득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돌아보았다. 시키 언니와 프레데리카 언니가 멀쩡히 살아서 거기 서있다. 결국 나는 미쳐버린 걸까.


......뭐에요, 당신들!?”

 

아리스는 하얗게 질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수일전만 해도 죽어있던 소녀들이 태연하게 자신의 앞에 나타나 아침을 차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그녀들이 평소에 전혀 하지 않았던 행동들이 너무나 낯설다. 백주대낮에 귀신을 만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왜 그래, 아리스쨩? 벌써 우릴 잊은 거야?”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인 걸? 섭섭하게...”

 

...아니, 그러니까 다, 당신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뜻밖의 광경 앞에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리스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아무리 살펴봐도 시키 언니와 프레데리카 언니가 틀림없다. 앞치마를 두른 채로 아침을 준비하던 둘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당황한 아리스의 곁에 다가와 상냥하게 그녀를 달랜다.

 

아리스쨩, 진정하고 숨 쉬어. . 차분하게 숨을 들이쉬는 거야. 옳지. 옳지. 착하다, 착해.”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많이 놀랐어?”

 

가까스로 호흡을 되찾은 아리스는 자신을 직접 어루만지는 두 소녀를 보면서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분명 프레데리카와 시키의 손길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따뜻했다. 아닌 게 아니라 아리스를 다독이는 그녀들은 실제로 살아있다. 설명할 수 없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죽어있던 둘은 오늘 살아서 돌아왔다.

 

정말...정말로 시키 언니와 프레데리카 언니 맞아요?”

 

시키쨩은 시키쨩인걸?”

 

후레쨩도 후레쨩이야~!”

 

혹여나 꿈을 꾸는 것이 아닐까, 아리스는 몇 번이고 볼과 다리를 꼬집어보았지만 엄청나게 아픈 것을 보면 마주해야할 현실임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아리스가 여태껏 태블릿 PC로 찾아본 그 어떤 논문이나 연구에서도 이런 보고가 된 적은 없었다.

 

....그치만 시키 언니와 프레데리카 언니는....”

 

아리스는 TV를 가리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화면에서는 여전히 두 소녀의 죽음에 대한 온갖 분석과 보도가 장황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녀들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더니 웃음을 터뜨린다.

 

아아, 저건 말이지....”

 

아하하하! 아리스쨩, TV 속의 사람이 죽었다고 나온다고 해서 모두 다 실제로 죽은 것은 아니라구~”

 

, 그렇지만 이미 경찰 측에서 조사가...”

 

자자~ 아리스쨩, 자세한 이야기는 아침 먹으면서 하자!”

 

너무나 어안이 벙벙해진 나머지 아리스는 자신이 지금 몇 번이고 아리스쨩으로 불렸는데도 이름을 제대로 부르라는 대답하지 못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렸다. 소녀들의 손에 이끌려 테이블 위에 앉은 아리스가 마주한 것은 놀랍게도 정상적인 아침 식사였다. 계란 옷을 입힌 채로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프렌치토스트와 새콤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딸기 주스. 실로 정갈한 것이 먹음직스럽다. 그러나 아리스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접시들을 바라볼 뿐 선뜻 포크를 집어들 수 없었다. 아니, 무엇보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빵이 목구멍을 넘어갈 리가 없었다.

 

아리스짱을 위해서 만든 거야! 아리스짱 본 아페띠!(Bon appetit)!”

 

냐하하! 시키짱이 솜씨 좀 발휘했다구! 잘 먹겠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한입 베어 무는 프레데리카와 주스를 벌컥 벌컥 마시는 시키를 보면서 아리스는 점차 자신이 정말 살아난 사람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먹고 마시고 말하고 웃고...그 모든 것이 평소의 프레데리카 언니와 시키 언니의 모습 그대로다.

 

어라? 아리스쨩, 무슨 일이야? 입맛이 없어?”

 

이상한 것은 전혀 안 들어있으니까 안심해도 될 거야...아마도.”

 

두 분은...이 상황이 전혀 이상하지 않으세요?”

 

? 글쎄. 평소대로잖아?”

 

아무리 봐도 평소대로인걸?”

 

어제까지만 해도 죽어있던 사람이 태연하게 눈앞에 나타나서 아침을 차려주는 건 이상한 것이에요!”

 

흐음, 듣고 보니...그럴지도?”

 

아아, 아리스쨩은 우리를 다시 만난 걸 싫어하는 걸까?”

 

, 싫기 보단...전 믿을 수가 없어요. 시키 언니와 프레데리카 언니가 죽지 않았다면 어째서 그런 큰 보도와 조사가 벌어진 것이며, 죽었다면 어째서 다시 제 눈앞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인지...모든 게 이해가 안되요. 말이 안 된다고요!”

 

애초에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잔뜩! 아무래도 좋지 않아?”

 

...적어도 죽었는지 죽지 않았는지 정도는 확실히 해주세요!”

 

그 말을 들은 프레데리카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채로, 당황스러워하는 아리스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었다. 살결의 따뜻함도 시체의 차가움도 아닌, 그 무언가의 감촉도 느껴지지 않는 허무함이 아리스의 손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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