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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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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31, 2012 12:03에 작성됨.

*기존 캐릭터들이 망가집니다. 내성이 없는 사람들은 보지마세요.
*여기에 나오는 리카는 신데마스의 '죠가사키 리카'가 아닌 오리지날 아이돌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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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리가 돌아간 후 이불 속에서 울고 있을 때 다시 병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리카는 이오리가 다시 돌아왔을까 움찔 떨다가 이불 밖으로 나와 물었다.
똑, 똑.

“누, 누구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상대는 노크를 멈추고 소리쳤다.

“아마미 하루카라고 해요. 저번에 뵀었는데, 기억 하시나요?”

하루카의 목소리에 리카는 안심을 하고서 문을 열어주었다. 천천히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머리 양쪽에 귀여운 리본을 묶고서 밝게 웃고 있는 귀여운 소녀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리카씨! 머리는 좀 나아지셨나요?”

하루카는 병문안으로 사온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 포장지에 쌓인 과일 바구니에는 보기에도 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색깔이 고운 과일들이 담겨있었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하루카씨.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리카는 건네주는 과일 바구니를 받으면서 하루카의 방문을 반겼다. 이오리와의 일이 있어 여전히 심란했지만 하루카에게 드러낼 수는 없었다. 이오리와의 일은 되도록 드러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뭘 이런 걸 다 사오셨어요?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찾아와 주신 것만으로 고마운데.”

리카를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과일 바구니를 침대 옆 서랍장에 올려놓으려다가 의원이 놓고 간 케이크 상자가 보여 잠시 인상을 찡그렸다. 등을 돌린 상태로 그 얼굴을 못보고 하루카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싱글거리며 대답했다.

“빈손으로 오기에는 뭔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냥 오셔도 되는데. 케이크 좀 드세요. 선물로 받은 건데 혼자 먹기에는 많네요.”
“아, 잘 먹을게요.”

리카가 접시에 담아 건네준 케이크 한 조각을 받고서 포크로 찍어 한 입을 먹은 하루카는 만족한 웃음을 드러내며 한 손으로 뺨을 감쌌다.

“이렇게 걸어 다니시는 것 보니 많이 나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리카씨가 다쳤다는 말에 많이 걱정했었거든요. 거기다 미키까지 휴가를 내고…….”

그러면서 하루카는 리카의 손을 꼬옥 잡았다.

“정말 걱정했었어요.”
“하루카씨…….”

하루카의 따듯한 마음이 전해져와 리카는 감격해 울 것만 같았다. 특히 이오리와의 일이 있은 직후라 더욱 그 감격은 강했다. 더불어 자신에게 화를 냈던 치하야의 일도 생각났다.
의원과의 일만 아니었다면, 다른 765의 아이들과도 잘 지냈을 텐데.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야속하여 리카는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어두워졌다.
P가 담당하던 아이돌들이다. 틀림없이 모두 좋은 아이들일텐데……. 무섭게 화를 내던 치하야와 이오리. 자신이 그 아이들의 입장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자신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하던 사람, 그것도 소중하게 따르던 사람이 큰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마음에 상처를 입을지도 모를 일을 했다. 
어떻게 보더라도 자신의 잘못이었다.

“리카씨?”

갑자기 리카가 말을 하지 않고 안 좋은 표정을 하자 걱정이 된 하루카가 불렀다. 그 부름에 리카는 정신을 차리고 눈물이 고이려던 눈가를 찾았다.

“하하,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아직도 몸이 많이 안 좋으신가 봐요. 머리를 다치셨으니 당연하지만……. 죄송해요. 좀 더 나아지시면 와야했던 건데.”

하루카가 미안해하며 사과하자 당황한 리카가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에요. 그래서 그런게 아니에요. 그냥 좀 고민이 있어서…….”
“……무슨 일 있으세요?” 

하루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자 리카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개인적인 일이에요. 하루카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요.”

이으고 활짝 웃는 그 얼굴을 보고 하루카는 잠시 말을 않다가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전 프로듀서를 좋아해요.”
“네?”

그 말에 리카가 놀라 반문하자 하루카는 이어서 계속 말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프로듀서의 연인이 리카씨에게도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그를 좋아하는 만큼 리카씨도 좋아하고 싶으니깐요. 저기, 주제 넘는 다는 거 알지만, 제가 힘이 되어드릴 수 없을까요?”

하루카가 간절한 눈으로 리카를 쳐다보았다. 저 친절함은 진심이다라고 리카는 느낄 수 있었다. 리카는 이내 웃음소리를 흘렸다.

“하하. 목이 타네요. 정말 개인적인 일이라 하루카씨에게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요.”
“그렇군요.”

하루카는 시무룩해 답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 쪽으로 향했다. 목이 타는 리카를 위해 물을 꺼내자 리카는 그 모습을 보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떼었다.

“……사실 많이 힘들어요.”

하루카가 움찔 몸을 떨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게 물병을 꺼내 옆에 있던 컵에 따랐다.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제 잘못으로 인해 그게 어긋나 버렸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소중히 하는 사람들이라 잘 지내고 싶었는데…….”

하루카의 친절에 어리광을 부리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리광이라도 좋다고 리카는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이제 거의 한계였다. 혼자서 이 고민을 계속 끌어안고 있으면 망가져 버릴 것 같았다. 모든 것을 전할 수 없다 해도 최소한의 이야기는 전하고 싶었다. 

“참 이기적이죠. 제 잘못인데도 말이죠.”
“혹시 친해지고 싶다는 사람들이 765의 사람들인가요?”

하루카는 컵에 물을 따르고 쟁반에 물명과 같이 담고서 가라앉은 어조로 물었다. 동작은 거기서 잠시 멈춰있었다.
그 말에 리카의 고개는 힘없이 느리게 움직였다.

“네. 하하, 역시 힘들겠죠.”

자책하듯 말하는 리카에게 쟁반을 들고 돌아본 하루카가 웃었다. 그리고 입을 떼었다. 그 때 리카는 생각했다. 무리라도, 이 아이라면 아니라고 말해주겠지. 워낙 사람이 좋아보이니깐. P도 그리 말했고.
그리 생각하며 거짓이라도 그 말에 용기를 얻으려 할 때 하루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힘들죠.”

하지만 들려온 것은 부정.

“네?”

리카가 당황해 보자 이쪽으로 다가오던 하루카가 무언가에 걸려 비틀거리며 넘어지는 것이 보였다.
촤악하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물이 담긴 물컵과 물병이 침대에 앉아 있던 자신에게 쏟아졌다.

“으아! 죄송해요 리카씨! 저도 모르게 덤벙 거려서!”

하루카가 당황하며 급히 수건을 갖고와 리카의 머리를 닦았다. 흰 환자복이 젖어 입고 있던 속옷이 은밀하게 비추고 있었다. 리카는 웃으며 하루카의 사과에 괜찮다고 말하려 했다.

“괜찮아요. 이정도…….”
“하지만 덕분에 머리가 좀 시원해지셨죠?”

저조한 목소리에 리카가 하루카를 보았다. 하루카의 얼굴이 바로 앞에 보였다. 하루카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조되게 목소리만큼 눈도 가라앉아 있었다. 초록빛을 띄는 검은 눈동자는 자신을 삼키려는 듯 웃는 눈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상황을 이해 못하고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리카의 머리를 친절하게 닦아주면서 하루카는 밝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눈동자는 더욱 어두워져 갔다.

“일부러는 아니었지만, 머리를 다치셔서 머리가 잘못 된게 아닌가하고 오해했네요. 그렇잖아요. 프로듀서씨랑 사귀고 계시면서 저희하고도 친절하게 지내고 싶다니. 아하하.”

하루카는 웃고서 머리를 닦아주던 손을 멈추었다.

“불가능한게 당연하잖아요.”
“하루카씨?”

리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자 하루카는 다시 천천히 리카의 젖은 몸도 닦아주었다.

“아, 오해하지는 마세요. 그렇다고 모두 그런 건 아니니깐요.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저 프로듀서씨를 좋아한다고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쭈욱-. 아시겠어요? 저만이 아니라고요. 다른 친구들 중에도 저 이상으로 프로듀서씨에게 감정을 품었던 아이들이 있다고요. 그런 아이들이 리카씨를 순수하게 축하하며 용서해줄까요?”

어딘가 망가져 자신에게 화를 내던 치하야와 이오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순수하게 리카씨를 좋아하고 축하해주는 아이들도 많아요.”

축하한다고 자신에게 말해주던 사람들. 그 사람들은 진심인 걸까? 하루카의 눈을 피하지 못하고 마주보고 있자니 무언가 깊은 수렁에 발이 빠져드는 것 같았다. 나와야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럴수록 더욱 빠져 들어갔다.

“리카씨, 제대로 아셔야 해요.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말이죠.”

리카를 닦아주던 수건이 리카의 목을 조르는 것처럼 감겨왔다. 물기에 젖은 수건이 섬뜩하게 차가웠다.

“당신은 우리에게서 프로듀서를 뺏어갔어요. 몸과 마음을 모두 말이죠. 그런 당신이 미움 받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요?

하루카에게서 섬뜩함과 무거운 압박감이 느껴졌다. 리카는 순간 목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숨이 답답해 오는 것을 느꼈다. 

“당신을 싫어한다는 아이는 누구죠? 아까 오다가 한 사람을 만났는데, 설마 이오리?”

리카의 몸이 움찔 거렸다. 하루카의 입가의 미소가 짙어졌다.

“아니면 저의 친한 친구인 치하야?”

다 알고 있는 듯 한사람 한사람 하루카가 이름을 늘어놓자 그 이름들은 리카의 심장을 죄어왔다. 숨쉬기가 너무나 괴로워져갔다.
순간 수건을 잡고 있던 하루카의 손에 힘이 들어왔다. 하지만 다행히도 수건이 목을 조르기 전에 바로 풀렸고, 거기서 하루카는 몸을 일으켰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카의 얼굴은 밝았고, 그 눈에도 생기가 가득했다.

“하하, 죄송해요 리카씨. 제 실수라 닦아드리고 싶었는데, 스케줄이 있어서요.”

그리고 허리를 숙여 하루카가 정중히 사과하자 리카는 현실과 환상사이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방금 느꼈던 하루카의 섬뜩하면서도 무거운 압박은 환상이었나?
정중하게 사과하며 친절하게 웃는 하루카를 볼수록 리카는 더욱 현실이 혼란스러워져 갔다.

“괜, 괜찮아요. 오히려 바쁜 사람을 잡고 있어서 죄송해요.”

리카가 그리 말하자 하루카는 고개를 들어 미안한 빛을 띄며 웃다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정말 죄송해요. 나머지는 나중에 다시 와서 사죄할게요. 아, 같이 찍으시던 미키의 배역은 제가 맡았으니 앞으로 자주 볼 게 될 거에요. 입원은 오래 하시나요?”

걱정스러운 그 얼굴에 리카는 잠시 좀 전의 일을 잊고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이번 주까지만 입원해있고 퇴원이에요. 그럼 나중에 봐요 하루카씨. 실수하신 건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실수잖아요.”
“하하, 네. 실수죠. 그럼 건강하세요, 리카씨!”

하루카는 웃으며 인사한 후 병실 문을 열었다. 그러다가 우뚝 멈추고서 리카를 돌아보았다. 순간 리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하루카의 눈이 아까 자신의 몸을 닦아줄 때처럼 빛을 잃고 어두워져 있었다. 그 눈으로 평소처럼 웃으니 오히려 섬뜩했다.

“그러고보니 리카씨.”
“네, 네?”

리카가 더듬으며 답하자 하루카는 빙그레 입가를 땡겨 웃었다. 병실의 온도가 방금 전보다 더욱 내려간 듯한 착각이 들면서 한기가 들었다.

“전 과연 당신을 축복하는 아이일까요, 아님 원망하는 아이일까요?”
“하, 하루카씨?”

리카가 몸을 떨며 부르자 하루카는 병실문을 나서며 웃었다.

“후후, 리카씨. 그 과일 맛있게 드세요.”

병실문이 닫혔다. 하루카가 나가고 한동안 혼란스러움에 젖은 상태로 침대에 기대어 멍하니 있던 리카는 떨리는 손으로 과일 바구니를 열어보았다. 
비닐을 거두어내자 과일 바구니 사이에는 새하얀 국화가 무언가를 추모하듯 꽂혀있었다.
그 하얀 꽃잎에 눈물처럼 어려있던 앞 머리의 물방울이 한 방울 뚝 떨어졌다.



하루카가 떠난지 얼마 안 되어 다시 병실문이 두들겨졌다. 그 두드리는 소리가 이제는 너무나 무서웠다. 오늘 병실 문에 노크소리가 나고서 손님이 와 좋은 일이 없었다.
의원도 그랬고, 이오리도 그랬다. 그리고 믿었던 하루카까지. 리카는 못들은 척 차라리 숨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혹시나 P가 찾아온 걸지도 모르니깐. 더 이상 765의 아이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하루카의 말을 듣고서 리카는 765의 아이돌들에게 알 수 없는 불신과 공포를 느껴가고 있었다.
숨을 가담 듣고 웃으며 문을 열자 그곳에는 미키가 있었다.

“아, 미키양. 안녕하세요? 와줘서 고마워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 미키에 대해 리카가 느끼고 있는 호의였다. 하지만 이 호의도 신뢰할 수 없었다. 친절하단 믿었던 하루카가 그랬었으니.

“리카씨 감기 걸려요!”

미키가 리카의 젖은 상태를 보고 놀라 그리 말했다. 미키는 허둥거리며 급히 간호사를 불러 리카의 침대시트랑 옷, 그리고 속옷까지 갈아입혀 주었다.
그 호의에 가득한 행동에도 리카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언제 이 아이도 돌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수건으로 자신의 머리를 말려주면서 미키는 시무룩해진 힘없는 작은 소리로 자신에게 사과를 했다.

“저, 죄송해요. 그 때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 사과에 리카는 웃었다. 무슨 일인지는 알고 있다. 맥주병으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친 일을 말한 것일 거다.

“괜찮아요. 미키씨의 잘못이 아닌 걸요. 저 때문에 일까지 쉬시다니……. 너무 그렇게 자책하지 마세요.”

리카는 앞만 보며 말했다. 미키는 리카의 뒤에서 머리를 말려주고 있었다. 정면으로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리카에게는 없었다. 이 아이마저 자신을 원망한다면 리카의 마음과 정신은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리카씨…….” 

미키의 감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은 진심일까, 아님 악의를 숨기기 위한 여우가면일까. 리카는 불안감을 느껴 두 손을 가슴 앞에서 꼬옥 쥐었다.

“허니랑은 연락했는데 이제 한 시간 정도면 온데요. 먹고 싶은 거 있음 연락 달라는데요? 뭐 먹고…….”
“허니?”

그 순간 리카는 깨달았다. 
자신에게 숨김 없이 도전한 건 누구였는지. 자신의 연인에게 호의를 숨기지 않는 사람이 누구였는지.

[당신을 싫어한다는 아이는 누구죠?]

귓가에서 하루카의 그 질문이 들려왔다. 
그 순간 리카는 확신했다. 그 아이는 미키다.
숨김없이 호의를 들어낸 미키의 상대를 뺏어갔다. 그리고 그런 미키 앞에서 자신과 P의 관계를 당당히 선언했다.
겉으로는 웃으며 축하해주면서 자신에게 도전해오는 미키. 
하지만 미키의 연기에 의해 자신은 병원에 입원했다. 과연 스텝의 실수로 가짜 맥주병과 진짜 맥주병이 바뀐 걸까?
미키가 일부러 바꿨을 가능성은 없을까?

“네. 허니가…….”

미키는 아무렇지 않게 환하게 웃으며 긍정했다. 미키는 P의 이야기에 반응한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말이 리카에게는 선언으로 들렸다. 자신의 소중한 연인을 가져가겠다는 선언. 몸이 떨려왔다. 자신을 빼면 P와 제일 가까운 이성은 누구일까?
호의를 숨기지 않는 미키일 것이다. 미키라면 선언대로 정말 자신에게서 P를 뺏어갈 것이다. 
무서웠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허니라니…….”

리카는 덜덜 떨며 자신을 닦아주던 미키의 두 팔을 꽈악 잡았다.

“리, 리카씨 아파요인거야 … ….”

미키는 웃으며 그리 말했다. 리카도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과 눈은 평소와 달랐다. 당당함과 자신감 따위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저 불안감과 초조함, 거기다 알 수 없는 혼란이 비치고 있을 뿐이었다.
미키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망가져버렸다는 것을. 

“뺏지 말아줘요.”  

리카는 발작하듯 사과했다. 이미 자존심 따위는 없었다. 그런 건 산산조각나 깊은 곳으로 흩어진지 오랬다. 국내 최고라는 톱 아이돌의 자존심 같은 건 이제 필요 없다. P만 지킬 수 없다면 이제는 뭐든 버릴 수 있었다.

“리카씨?”

미키가 불안해하며 부르자 리카는 망가진 웃음을 지으며 자신보다도 어린 미키에게 애원했다.

“뺏어가지 말아줘요. 미워하셔도 좋으니깐 제발 저에게서 P를 뺏어가지 말아줘요!”
“지, 진정하세요.”

미키는 어떻게든 리카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리카는 고개까지 숙이며 미키에게 사과했다.
손목을 잡은 리카의 손의 악력이 더욱 강해졌다.

“절 때리신 것도 용서할게요! 아니, 오히려 미안해요! 그 정도로 제가 미웠다면 사과할게요! 그러니 제발 P만은…….”
“틀려요! 일부러가 아니에요! 그보다 미워하지도 않아…….”
“제발 뺏지 말아줘요! 부탁해요!”
“리카씨!”

고통 리카의 팔을 뿌리치고서 미키는 급히 간호사를 호출했다.

“간호사, 간호사! 도와주세요!”

당황한 미키의 말에 간호사는 즉각 병실로 달려왔다. 그 동안에도 리카는 사과를 계속 했다.

“뻔뻔해서 죄송해요. 멋대로 데려가서 죄송해요. 그래도 제발 용서해주세요. 저에게는 그 사람 뿐이에요.”

잠긴 문을 열자 들어온 간호사가 리카의 모습을 당황하고서 급히 의사까지 호출해 리카에게 진정제를 투여했다. 그 사이 미키는 P에게 전화했다.

“허니, 빨리 와줘! 리카씨가, 리카씨가!”
-미키 무슨 일이야? 리카가 왜?

P가 놀라며 반문하지만 미키는 떨면서 와주기만을 부탁했다. 심상치 않은 상태에 P는 핸드폰을 끊었고, P가 오기 전까지 미키는 떨면서 리카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진정제와 수면제에 의해 잠든 리카의 얼굴을 보며 미키는 울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리카가 망가졌다고 생각하며 죄책감에 속으로 리카에게 사과했다.

“일부러가 아니에요. 미안해요 리카씨. 정말 미안해요.”
 


급히 병원으로 달려온 P에게 미키는 곧바로 울면서 안겼다. P는 그런 미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리카를 보자 리카는 편안한 표정으로 자고 있었다.
그런 리카의 모습에 안도하며 자신에게 안겨 우는 미키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미키가 진정한 후 P는 탄산 음료수 캔을 건네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던거야, 미키?”

P의 물음에 미키는 우물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미키 때문이인거야…….”
“미키 때문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직도 그 실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거야?”

미키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며 어깨를 떨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을 보일 것 같았다. 그런 미키를 감싸주면서 P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미키도 제대로 설명해줄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그보다 자책하는 모습을 보니 미키의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아마 오늘은 리카에게 영화의 일로 사과를 하러 왔을 터였다. 그러다가 그런 와중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알 수 없는 상황에 P는 한숨을 쉬고 미키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리츠코에게 연락해 미키를 데려가도록 부탁하고서 그날은 리카의 옆에서 그 손을 잡고 잠들었다. 
리카는 한 밤 중에 눈을 떴다. 손이 따듯하면서 불편하단 느낌이 들어 쳐다보자 그곳에는 P가 자신의 손을 잡고 불편한 자세로 엎드려 자고 있었다. 리카는 그런 P를 슬픈 눈으로 쳐다보다가 손이 풀리려 하자 그 손을 꽉잡았다. 같이 맞잡은 손에는 서로의 커플링이 빛을 내고 있었다.
리카는 그 손을 당겨 자신의 얼굴 앞으로 가져와 이마를 가져다데었다. 그리고 기도하듯 중얼 거렸다.

“미안해, 미안해. 제발 날 버리지 말아줘. 이제 나에겐 당신 밖에 없어. 계속 내 곁에 있어줘.”

리카가 흐느끼며 울며 말하자 그 손을 다른 한 손이 같이 잡아주었다. 리카가 울던 얼굴로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P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 리카의 작은 기색에 눈을 뜬 P가 몸을 일으키고 같이 손을 잡아 준 것이다.

“걱정하지마. 난 계속 리카의 곁에 있을 테니깐.”

리카는 뭔가 말하려다 울음에 막혀 그대로 잡은 손으로 P를 잡아당겼다. P는 그 작은 힘에 스스로 이끌려가 같이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어린 아이를 달래든 한 손을 풀어 리카를 품에 안아주었다.
리카는 그 품에서 몸을 떨다가 그 따스함에 안심하며 잠들었다. 잠들면서도 맞잡은 손을 풀지 않아 P도 같이 리카의 침대에서 잠들었다.
그날 아기처럼 잠든 리카의 연약해 보이던 모습을 보고 P는 잠들기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꼭 리카를 지키겠다. 그리고 리카랑 영원히 함께 하겠다고.



다음 날 한 유명 연예인 신문 1면에는 P와 리카의 데이트 장면이 실렸고 다른 유명 연예인 신문 1면에는 타카네와 사이좋게 라면을 먹는 P의 모습이 실렸다. 그 날의 연예 뉴스는 각각 다른 여인들을 상대로 아이돌이 아닌 한 프로듀서가 스캔들의 중심이 되었다.    
---------------------------------------------------------------------------------------------하루카 이제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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