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글
댓글: 4 / 조회: 1125 / 추천: 2
일반 프로듀서
관련 링크가 없습니다.
어둠이 진하게 퍼진 와중에 희뿌연 조명이 흩어지고있는 건물. 그 안에서 누군가 비스듬히, 누운 듯이 앉아있었다.
자거나 쉬라고 만들어진 곳이 아니지만, 남자는 그러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쩌면 아주 조금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영원할 것처럼 아무 것도 움직이지않았으니까.
그런 적막을 깨고, 문이 열렸다. 남자보다는 좀 더 작은 인영이 그 안으로 들어왔다. 잘 보이지않을 정도로 어두었으나, 들어온 여자의 움직임은 능숙했다.
이윽고 그녀는 잠을 자듯 움직이지않는 남자 바로 앞에 섰다. 천천히 허리가 숙여졌다. 얼굴이 바짝 붙었다. 둘 사이로 손가락 하나가 비집기 힘들어가기도 힘들 것 같았다.
세상에 오직 그것뿐인 것처럼, 상대의 숨소리가 듣는 사람을 꽉 채웠다.
아무도 움직이지않는다.
"나 안 자고 있는데..."
"I know"
미소를 띈 상대의 얼굴이 가까워고 은은한 장미향이 진해졌다.
입술에서 달아오르는 열기가 느껴졌다. 열기가 확실히 어려있음에도 촉촉했다. 천천히, 입술에 엉겨붙은 열기가 다시 멀어졌을 때, 보이지않았던 상대의 미소가 다시 보였다.
"어설픈 kiss, 싫습뉘다."
혓바닥을 살짝 내밀어 그 감각을 되뇌였다. 잠깐 말이 없다가 살짝 물어봤다.
"졸고있었다고 하면 다시 해줄거야?"
프로듀서의 무릎 위에 걸터앉았다. 키가 작기에 그녀는 프로듀서를 올라다보면서, 양 팔로 상대의 목을 휘감았다.
"You liar."
하얀 이를 슬며시 드러낸 미소가 아름답다. 아름다운데, 왠지 이 남자에게는 날카로워서 아프게 느껴진다.
"난 그냥..."Lie is a lie.""
미소가 배어있는 미모와 달리 살벌할 정도로 단호한 태도에 결국 말을 제대로 하지못했다. 식은땀이 올라오려는 뒷목을 마냥 쓰다듬기만했다.
가늘고 하얀 케이트의 손가락, 그 중 검지를 펼쳤다. 목을 훑어 쇄골에서 잠깐 멈추었다. 쇄골 속에 잠긴 손가락 끝이 뱅글뱅글 돌았다.
"Liar...should be punished."
맞지않냐는 말을 붙이며 툭-하고 앞섶의 단추를 하나, 풀어버렸다. 그리고는 열린 앞섶 중 한 쪽을 밖으로 접어서 열었다.
"그럼 뭘하면 용서해줄래?"
"Ummm....그럼 일단, kiss해주시겠슴뉘카?"
방금 전에 키스하지않았나 하지만, 이미 그녀는 눈을 감았다. 턱은 살짝 올리고 있었다.
"..."
때로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남자와 여자라는 차이에서는 그런 일이 많다. 그러나, 그의 개인적 경험은 그냥 따르라고 하고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을 왜라고 묻기보다는 따라주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천천히, 입술을 포개었다. 장미향이 난다. 들뜬 열기가 물기를 머금고 있다는 게 느껴져.
떨어질 생각 없이 영원할 것처럼 서로 엉켜있었다. 결국에는 떨어지고만 입술 사이로는 끈적하게 실이 늘어졌다.
그러나 그 뿐. 양 손은 그대로, 목덜미를 감싸안고 허리를 휘감고있었다.
케이트의 아랫입술 끝에서 빛망울이 방울졌다. 아래로 늘어지려는 것에 검지가 다가섰다. 츱, 소리가 난다. 입술로 검지 끝을 머금었다가 빨아내면서 고개를 천천히 올렸다.
아직 여운에 잠겨서 오롯이 열리지 않은 눈꺼풀, 그 안에서 물기어린 눈동자가 올려다보고있다. 봐주고있어.
그것을 쭉 보다가 보여지게된 남자. 그는 가슴 속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무엇인지를 알고있어.
가슴에 들어찬 열기를 알려주고싶다. 전해주고싶다. 이 머리칼이 찢어진 것처럼, 흐드러진 꽃처럼 될때까지.
이 눈동자를 좀 더 오래 가지고싶다. 완전히 젖어버린 눈으로 날 봐줬으면 해.
윤이 흐르는 새하얀 목덜미에 직접 새겨주고싶다. 나의, 둘도 없을, 흔적을 새겨주고싶다.
열기가 안에 가만히 있으려하질 않았다. 밖으로, 밖으로 나오려한다. 몸의 가장 약한 부분에 모여든다. 가장 참지못하는 곳으로 치솟아오른다.
길진않았으나, 어색함은 느낄 수 있는 침묵. 남자가 그 안의 열기 때문에 말이 없는 동안, 케이트는 묵묵히 바라보고있었다.
그녀도 무엇인지는 알고있었다. 자신의 곱슬진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어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있었으니까.
재촉하지도 말리지도 않고, 케이트는 바라보았다.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르지.
딱히 조신하다거나 '빅토리아의 숙녀*'와 친밀한 성격의 여인이 아님에도, 그녀는 차분히 기다렸다. 그게 무엇이든.
남자가 아랫턱을 옅게 떨며, 여태 막혀있던 숨을 토해내었다. 이를 부딪혀, 입을 다물었다. 남자의 목젖이 강하게 요동쳤다.
이윽고, 남자는 여자를 안았다.
양 팔로 안은 채, 자신보다 작은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리고는 속삭였다. 당장이라도 터져버릴듯한 떨림. 그는 그렇게 미안하다고 속삭였다.
그 속삭임에 케이트는 눈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고개를 위로 쳐들고 입을 살짝 벌렸다. 소중할 수 밖에 없는 이 인연, 동시에 원망하게 되는 둘만의 관계를 곱씹는다.
"...It's okay, honey."
그렇게 오늘도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프로듀서의 사랑을 아프게 느낀다. 미칠듯이 아프게. 불에 타버리는 것처럼 아프다.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서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어둠 속에서 격렬하게 지나가던 순간들이 잦아들었다.
"....."
"....."
케이트는 책상에 앉아있다가, 가다듬은 것을 확인하고서 괜찮느냐라고 묻는다.
"뭐 좀 먹었나요?"
"아니...그보다 먹을 시간이 아니잖아"
아니긴하지. 프로듀서로서 아이돌에게 할 말이 더 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아니니까. 그런 말은 지웠다
"....음, 그럼 Peach는 어떻슴뉘카?**"
"배고픈 거 맞아?"
고민하는 척, 능청스럽게 읆조린 단어에 아니었구나라는 걸 확신할 수 있다.
"Actually....starving."
굶주렸다는 그녀. 중지로 배꼽을 짙었다. 후비듯이 살짝 돌리고는 그대로 밑으로 훑는다. 그 굶주림을 보고 프로듀서의 확신이 저릿한 긴장으로 변했다.
"우동 먹죠 우리."
다급하게 손을 저어가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루프를 막아세웠다. 이제야 겨우 괜찮아졌단말이야, 케이트.
"생각보다 춥네요우"
"그러게"
목도리를 두르거나 할 정도는 아니지만, 서서히 쌀쌀해져 온다는 게 느껴진다. 옭아매듯, 엉키고 있는 온기가 안으로 파고드는 게 어제보다도 더 따뜻하다.. 곧 겨울이 오겠지. 겨울이 지나고서 봄이 되어도 똑같을까 라는 생각이 뜬끔없이 들었다.
잘 모르겠다.
“프로듀서.”
“응?”
“곧 겨울이 오는 것 같네요우.”
“응”
“수고하셨슴뉘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 어느새 깍지 끼고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놓치지않게 단단히. 역시 잘 모르겠으니까. 지금 나를 보는 그녀를 보았다. 지금 잡은 그 손을 잡았다. 맞잡은 손이 따뜻했다.
*빅토리아 시대,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미국에서는 순종적이고 가정적인 여성상을 숙녀의 이상으로 삼던 시대가 있었는데 이를 두고 빅토리아 시대에는 "가정의 천사", 미국에서는 "서던 벨(남부의 여성)"이라고 일컬었다. 야마토 나데시코와 유사하나 서던 벨의 경우에는 약간의 히스테릭하고 불안정한 면모도 하나의 모에요소(?)였다고
**복숭아는 서양과 동양을 구분하지않고 여성에 대한 성적 은유소재로 쓰였으며 그에 따라 욕망을 나타내는 소재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양반이 여기서 한 소리는 이하생략
선악과의 영어명은 Forbidden fruit.
이거 원래 전체이용가가 아니었음.
저도 이 글을 읽는 일개독자로서 둘은 키스까지만했다고 봅니다.
시간과 마음이 남으면 차기작은 '하얀 아이'로 돌아오겠습니다.
총 14,964건의 게시물이 등록 됨.
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기-승-전-야심한 밤에 우동이 먹고 싶어지는 이야기...
곳곳에 깔린 의미심장한 은유들이 참신하고 좋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가슴 졸이며 읽는 맛이 있는 연애소설이었습니다.
프로듀서님의 케이트양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인물들의 욕망과 애틋한 감정과 아쉬움이
생생히 잘 살아있는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아이돌들은 하나하나 매력이 넘치는 소녀들이지만,
그 누구만의 연인이 아닌 만인의 연인이군요.
개인적으로 아이돌마스터는 일종의 '연애 시뮬레이션'도 표방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돌의 사적인 연애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일본 연예계의 특성상
프로듀서와 아이돌 간의 연애는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일이겠군요.
본 작품을 프로듀서님께서 '금단의 과실'이라 명명한 까닭도
어쩌면 그러한 사실 때문일까요.
분명 서로를 원하면서도, 일정 거리 이상은 좁힐 수 없는 사이...
지금은 서로의 품속의 온기와 입술의 감촉과 혀의 맛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해야하지만
분명 언젠가 함께 우동을 먹는 사이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두 사람의 말처럼, 머잖아 겨울이 올테니까요.
오랜만에 가슴 설레이는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전체이용가로 바꾼 직후 당초 기획에서는 둘이 밥을 먹는 부분도 길게 있었으나 포인트를 바꾸어 욕망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원래는 4컷 만화쯤으로 생각해둔 소재를 글로 쓰려니 뭔가 좀 더 붙어버리긴했습니다.
본래 Px아이돌 커플링을 싫어하는 건 아니나 직업간의 경계가 만드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나 여러 부분, 글에서는 묘사하지않았으나 직업적인연을 통해 만났다는 점을 싫어하기에 그닥 잘 쓰려하진않는 소재입니다. 내적 의미없이 프로듀서라는 단어를 쓰는 걸 배제하기도했고요(글 초반부에 나온 2번은 임시로 써둔 걸 그대로 올려버린 탓)
이번에는 그런 모순적 관계에서 오는 욕망을 조명해본 작품이네요. 어찌보면 r18 2차창작에 대한 묘한 갈등을 표현한 걸지도...흐흐
그러보니 이것저것 의미심장한 부분들을 넣어두긴했는데 잘 즐기셨는지 모르겠네요. 즐기셨으면 다행입니다
저도 둘의 앞날은 잘 모르겠지만...(진짜 생각안 함)지금은 둘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다음에 온다면 아마, 여러모로 첫 이라는 의미를 가진 소설이 될 거 같습니다. 언제올진 모르지만요. 그럼 그때까지 부디 안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