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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E-3.필요악(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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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4, 2019 13:09에 작성됨.

토진보를 다녀온 지 얼마 후, 또 날이 계속 계속 지나가 어느새 11월이 됐어.

언제나 그렇지만 시간은 물보다 빨리 흘러가는 것 같네.


난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

냐하하~보다시피 시키의 몸에 완전히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지~

어디 적응뿐이겠어! 이제는 완전히 시키쨩이야!


그렇긴 한데, 요시노에겐 아직도 의심을 사고 있어.

킹리적 갓심이기는 한데, 이젠 그만 해주면 안 될까? 설령 니가 진실을 밝힌다고 해도 딱히 뭐가 되진 않는다니까?


아, 딱 하나 될 것 같긴 하네. 밝혀지는 순간, 난 ‘필요악’이 되는 거야.

한마디로, 가짜는 싫지만 유닛과 회사의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나를 수용해야만 한다는 거라구.


게다가, 가짜면 뭐 어때! 없는 것보단 낫잖아.

너네들, 내가 없으면 립스가 잘 안 돌아갈 거란 걸 알고 있지? 그럴 거라 믿어.


그리고, 내가 없으면, 프레쨩, 카나데쨩, 슈코쨩, 미카쨩 같은 립스 멤버들이 허전해할 거고, 다른 동료들도 슬퍼할 거야.


필요악이라도 좋아. 내가 필요한 존재이기만 해도 난, 진짜 기쁠 것 같은데.



프로덕션의 페스도 다 끝나고, 이제 슬슬 연말이 되어가는 와중에, 어김없이 실험대를 잡은 시키쨩.

지난번에 읽었던 소설, 굉장히 감명 깊었어. 그래서, 나도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기로 했어!

요리소설도 아니었는데 왜 먹냐고? 그 시키도 먹었잖아! 나도 먹어야지.


어찌저찌해서 제조법을 알아내긴 무슨 그런 사기템 제조법이 세상에 어딨어. 그 시키가 이상한 거야.

내가 안 되는 건 우리 아빠도 못한다던 짤이 생각나네...그 반대인가?

아무튼, 안 돼, 그거.


그리고, 내가 그거 만들어서 어쩌려고. 누구 가스중독으로 학살할 일 있어?

난 내 자신에게 묻고 싶어.

‘내가 그걸 만든다면, 대익을 위해서 사용할 거냐’고.

그러면 내 마음은 대답해.

‘사실은, 나를 의심하는 요시노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라고.


잘못됐잖아.

걔를 쓰러뜨리면 뭐가 좋은데? 더한 의심밖에 없어.

의심만 있나? 회사에서 징계를 먹고, 언론에서도 괜히 귀찮게 할 거야.

난 ‘필요악’이지 그냥 악이 아니란 말이야. 그냥 악이면 내가 필요하든 말든 걔네를 쓰러뜨렸을 테지만 지금은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최소한 내 필요성 정도는 남겨놔야 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난 이거 안 만들 거야.



요즘은, 분명 그럴 시간이 아닌데도 너무 졸릴 때가 있어.

자고 나면 분명 개운해지긴 하는데 너무 자주 졸리고 그러니까 그게 문제랄까?

그래서 요즘 만드는 향수는 그런 향수야. 냄새가 좋으면서도 졸음이 확 달아나는, 강렬한 향을 만들고 있지.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냄새가 나는 것들을 모두 섞어봐야지♪

민트 아이스크림...이 없으니 가글, 오렌지즙, 레몬즙, 그리고 강력하기로는 따라올 자가 없는 성분인 암모니아!

섞어섞어~뭐가 나올까~♪



결과물이 완성되었어.

어디보자~무슨 냄새가 날까~


치익, 치익.


킁킁, 킁킁.


어라?

의외로 좋은 냄새가 안 나네?

확실히 강렬하긴 하지만 좋은 냄새는 아냐.


암모니아를 너무 많이 넣었나?

다시 한 번 해보자.

이번엔 암모니아를 좀 줄이고.



다시 만들어서 뿌려봤어.


치익, 치익.


킁킁, 킁킁.


아까보단 나은데, 뭔가 3% 부족해.


민트향 가글과 오렌지즙, 레몬즙을 더 넣고 다시 실험해 보았어.


음~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

시중에 팔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좋았어. 앞으로 자는 사람 깨울 ㄸ...아니 잠이 또 올 때는 이거 뿌려야지!



완성된 향수를 들고 프로덕션으로 출발했다.

가면서 이 향수의 이름을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이름을 ‘미렝이’라고 지어야 할 것 같아.

무슨 뜻이냐고? 뜻 없어. 그냥 어감이 좋아서 그렇게 지었을 뿐.

냐하아~다시 맡아봐도 냄새 좋네~!



프로덕션에 도착했다.

이걸 한 번 써봐야 하는데 누구한테 써볼까?

이왕이면 실험 결과가 확실할 수 있도록 깊이 잠든 사람한테 써보고 싶은데~


괜찮은 대상 발견!

저기 보니까 코즈에가 자고 있어.

코즈에는 우리 프로덕션에서 잠이라고 하면 첫째가는 애지.

그런 애도 깰 만큼 강렬할까, 이 향수? 궁금하네~


다가가 ‘미렝이’를 -칙- 하고 뿌렸다.


그러자,


“후와아-무슨 냄새야?”


오, 깼다! 깼다!

일어나서 어딘가로 가네? 금방 와서 다시 잠들겠지만.

그래도 그 코즈에를 깨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미렝이'의 효과가 발군이라는 것은 확실해졌네!


그 다음으로는, 졸려 죽기 일보 직전인 미카에게도 뿌려봤어.

근데 쟨 왜 졸린 걸까.


-칙-


“으...음...? 뭐야...? 냄새 좋다...”


어라? 아직 덜 깬 것 같네.

그래서, 한번 장난을 쳐보기로 했어.

미리아 성대모사!


“미카 언니~자고 있는 거야?”

“어...? 음...? 미리아쨩...? 음냐...그래...어젯밤에 미리아쨩이랑 노느라 잠을 많이 못 잤네...”


...?

뭘 하고 놀아?


그 다음은 더 가관이었다.


“미리아쨩...어제...좋았지...? 언니 몸도...느낌도...”


그 순간 사레가 푸흡.


“뭐...뭐라고?! 야 이 로리콘아! 몸이 어쩌고 어째?! 느낌은 또 뭐야?! 뭔 느낌?!”

“뭐...뭐야, 미리아쨩은 어딨어?”

“내가 성대모사 했다! 그나저나 어젯밤 미리아랑 뭘 한 거야?! 바른대로 말하지 못할까!!!”

“으아아아아아아잊어줘어어어어어”

“사나에씨 여기야!!!”


20XX년 11월 XX일, 죠가사키 미카는 오랜 네타였던 로리콘으로 잡혀 들어갔다.

#두두둥


하여튼, 그 뒤로도 다른 사람 여럿에게 실험해봤어.

십중팔구는 냄새에 잠이 깨더라고.

딱 한 경우는 좀 약했는데, 미카.

일단 미카도 실험 대상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하면 성공률이 100%가 되진 않았어.

그런 것만 빼면 전체적으로는 성공적이었지.



실험도 끝났겠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돌아가려 복도를 지나는데, 왠지 예사롭지 않은 기척이 느껴졌어.

이 기척은,


“무슨 일이야? 벽 뒤에 숨지 말고 나와.”

“호오, 느껴지신 건지.”

“오늘도 의심하는 거야, 요시노?”

“. . .”

“언제까지 그럴 건데? 설령 내가 진짜 악령이라 해도, 쫓아내서 좋아지는 건 없다니까?”

“그대도 아시겠지만, 악령은 말 그대로 악한 영이옵니다. 저의 일은 그러한 악을 정화시키는 것이오니.”

“난 필요악이야. 어설프게 정화하려 들었다가는 오히려 더 나빠진다고.”

“필요악인 게 자랑이신지요?”

“나라는 ‘악령’이 있으니까 지금 시키가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는 거라고.”

“. . .”

“부탁할게, 요시노. 이제 그만두자.”

“. . .”

“너도 알고 있잖아. 네 신통력은 나에게 먹히지 않아. 코우메의 귀첩도, 카린의 제령도 먹히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 뭘 더 어쩌려는 건데?”

“. . .”

“벌써 두 달째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도대체 나를 기어이 쫓아내서 얻는 게 뭔데?”


대답이 없었다.



요시노가 알아들었다고 생각하고 가던 길을 가려던 그때,


뚜-웅


내 몸에 뭔가 울림이 있었고, 잠시 스턴을 먹게 되었어.


내 뒤에서 걸음걸이가 들렸는데, 안 봐도 요시노야.


“그대가 누구이든, 어떠한 존재이든, 악령으로서 있다면, 정화시키는 게 저의 일.”


끝까지 이러기야, 요시노?



요시노가 두 번째 스턴을 걸으려는 찰나, 다행히 내 몸이 풀렸고 스턴을 날리려는 요시노의 팔을 쳐냈다.

오른팔이 약간 저리긴 했지만 못 쓸 정도는 아니야.


“그만해, 제발...왜 그렇게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데?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어?”

“. . .”

“이제, 여기서 그만두자. 이렇게 싸워봤자 얻을 게 없다는 건 너도 잘 알테니까.”


말하고서, 재빨리 집으로 돌아갔다.

이젠 싫어. 이런 의미 없는 논쟁 따윈 지친다고!

요시노 쟤는 왜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알 수가 없어.

가만 보면 악령은 내가 아니라 쟤 같다니까!


요시노가, 이제는 이런 거 그만 했으면 좋겠어.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마음에 유혹이 올라왔다.


‘그래, 지난 번 글에서 읽었던 신체가스화 실험을 하자.’


처음에는, 이 실험은 오히려 요시노의 의심만 더 사기 좋다고 생각했었고, 득보다 실이 많은 실험이라 안 하려고 했었어.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어차피 요시노의 의심은 계속 증폭되고 있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야.

그러니까, 아무것도 못하고서 계속 의심 사는 것보다는, 다른 시키가 했던 그 실험을 해서 잠깐이나마 조용히 시키는 편이 훨씬 더 나아.



그때부터 이틀 밤낮을 새가며 실험을 시작했다.

이 실험을 하는 이유가, 단지 요시노를 닥치게 만들려는 것뿐이라는 게 매우 우습지만 어쩔 수 없어.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요시노의 파동에 맞아 계속 스턴에 걸려가며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밥도, 잠도 걸러 가면서 실험에 매달린 끝에, 드디어 결과물이 완성되었다.

그 시키는, 이 향수의 이름을 'Mrs, Don Gas'라고 했었지. 그러면 나도 그렇게 이름을 붙여야겠어.

이 향수의 이름은, ‘Mrs. Sensei Gas.'야. 미스 센세 가스, 가스선생 아씨, 그게 이름이야.


그 시키가 했던 대로, 나는 ‘Mrs. Sensei Gas’를 마셨다. 마셔버렸어.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계속.


“꿀꺽, 꿀꺽.”


모두 마셔버리고 나니, 이틀 밤을 샌 탓에 잔뜩 몽롱했던 정신에 먹구름 같은 졸음이 몰려들었다.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결국 앉은자리에서 잠들고 말았어.



얼마나 많이 잤는지는 모르겠어.

확실한 건, 잠들 땐 막 노을이 질 때쯤이었는데, 일어나보니 해가 쨍쨍 점심시간이 되어있다는 것 정도?

일어나보니 몸이 굉장히 개운했고, 가스화 효과도 발군이었어.


“와우! 이거 좋은뎅? 효과도 잘 들었네! 실험 성공이야!”


이제, 진정한 ‘이치노세 시키-뉴 버전’이 된 것 같아!



그 날 저녁, 립스의 식사 스케줄이 잡혔어.

장소는 교토의 이름난 뷔페.

그럼 꽤 비쌀 텐데. 상관없어. 난 그냥 맛있게 먹고 오면 되니까!



프로덕션 사무소에 도착해 쇼파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어.

그런데, 왜인지 모르겠는데 요시노가 아직도 있어! 들어보니 저녁 스케줄이 막 끝나고 이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고.


나 참, 난 얘를 꼭 만나서 의심을 사야만 하는 운명인 거야?


“아직도 있었네, 요시노.”

“이제 기숙사에 돌아갈 것이오니~”


그러고 보니, 요시노는 가고시마 출신이라 지금 기숙사에 살지.


“지금도 ‘악령’을 쫓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해?”

“물론이오니~”


그래,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이젠 그 파동을 그냥 맞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결심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번 해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시노의 파동이 내 몸을 꿰뚫었다. 꿰뚫고 벽에 부딪쳤어.

그나저나 얘는 내가 그냥 맞아주는데도 의심을 안 하네.


“. . .”

“어...어떻게 된 건지~”

“냐하하~”


요시노의 표정에서 당황함이 묻어나왔다.


“요시노. 이제 더 이상의 의심과 퇴치는 하지 않았으면 해.

나, 이치노세 시키야. 그건 변하지 않아.

악령이 있든, 분위기가 이상하든, 난 변함없이 이치노세 시키라구.”


내가 말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요시노의 얼굴에 갖다 댔다.


‘미안해, 요시노. 이젠 이 방법밖에 없어.’

“뭘 하려ㄴ...Zzz...”


수면가스.


이걸로 요시노를 깊이 잠재웠어.

신체 가스화가 성공했어도 요시노를 공격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 단지 한순간만이라도 요시노로부터 끈질긴 의심과 정화를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러고 보니 벌서 시간이 이렇게 됐네. 슬슬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어.


요시노를 쇼파에 눕힌 뒤, 근처에 있던 담요를 덮어주고 자리를 떴다.

기숙사로 들어가는 건 요시노네 프로듀서가 잘 하겠지.



바깥쪽 복도로 나갔다.


“시키? 와있었네?”

“그냥 좀 빨리 와봤어.”

“이제 다 모였으니 출발하자.”



약속 장소인 교토의 뷔페에 가서 식사를 했어.

이거에 대해서는 글쎄, 딱히 할 얘기가 없어. 전형적인 뷔페 맛이거든.


그것보다 내 머릿속에는, 요시노와 결판을 지어버릴 생각으로 가득했어.

오늘은 수면가스로 잠재웠지만,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니까 아예 결판을 지어버리고 싶다고.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어.


‘어떻게 요시노가 내 정체를 모를 수 있지?’


사실, 요시노가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현인신이라고 불리는 요시노가 다른 세계의 사람조차 못 알아 볼 리가 없다고.

단지 확답을 얻기 위해 모르는 척 하는 것뿐이겠지.



해서 다음 날, 옥상에서 느긋하게 바람을 쐬는데, 요시노가 올라왔어.


“여기 계실 거라고 생각했사오니.”

“안녕, 요시노. 안 그래도 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와줘서 땡큐~!”

“그 생각이라면 이미 예견하고 있사온데~”

“아, 그래? 대단하네~ 그 예견대로야!”

“평소 제가 좀 지나쳤다는 생각은 있사옵니다.”

“알고 있었구나.”

“그러니, 이제 시키 씨의 본심을 털어놓으시지요~.”

“아, 그래. 이제 결판을 지었으면 해, 요시노. 만약 요시노가 이기면, 내가 내 정체를 숨김없이 털어놓을게.”

“호오, 확실히 뭔가가 있으시온지. 시키 씨가 이기면?”

“내가 이기면, 더 이상의 정화와 의심은 하지 말아줘.”



그래서, 우리들의 운명을 결판짓는 대결을 시작하게 되었어.


‘빨리 끝내려고 필살기를 쓸까? 적당히 맞고 길게 갈까?’ 하며 생각했어.


그리고 내린 결론,


‘내 몸은 장기전을 하기엔 약해. 적당히 대치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필살기를 써야지.’



요시노가 날린 많은 파동들은 모두 내 몸을 통과했고, 가끔 지나가던 무고한 새가 그 파동을 맞기도 했어.


“도대체 무슨 일을 하셨기에 저의 파동이 몸을 통과하는 것인지~”

“냐하하~특제 실험을 했달까? 자, 받아~!”


가스 부메랑이다~!


날아간 가스 부메랑은 요시노의 몸을 치고 돌아왔다.

랄까 요시노에겐 딱히 데미지도 없었는지 금방 회복하는 모습이 보였어.


“냐하~제법이네!”

“이제 결판을 지어야만 하겠네요~”


그 말과 함께 요시노가 극강의 파워 업을 시전했어.

아무리 현인신이라고 불린다지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물론 나도 할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지금 요시노는 극강의 파워업을 한 상태.

나도 그냥 있을 수는 없지. 보통 공격으로는 요시노에게 데미지 따위 어림도 없을 거야.


나도 파워업 같은 기술을 시전했어.

요시노 말대로, 빨리 결판을 내야 하기도 하고, 또 이 기술이 아니면 요시노에게 대항할 수가 없어.


요시노, 미안해!


LPG 베놈.


내 몸이 뭉게뭉게 가스로 덮히더니, 그 가스들이 뭉쳐져 거대화 되었고, 이윽고 거대한 상체를 가진-이를테면 지니같은- 무언가로 변했어.


요시노는 당황하다 못해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저...저게 무슨...”

“미안, 요시노. 빨리 결판짓고 싶거든. 그럼, 안녕~!”


말하고 손을 뻗어 가스덩어리를 요시노에게 내뿜었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땐, 요시노는 쓰러져 숨만 겨우 쉬고 있을 정도로 창백해 보였다.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가스 중독이야.


나는 달려가 요시노의 턱을 잡고 재빨리 인공호흡을 시작했고,


“후웁, 후웁, 후웁, 후웁.”


요시노의 폐에 있는 가스들을 전부 빨아들였다.

내 목적은 의심과 정화를 멈추게 하는 것이지, 요시노를 죽이는 게 아니야. 죽여야 할 이유도 없고.


어느 정도의 인공호흡을 한 뒤, 요시노에게 말했다.


“괜찮아? 정신이 들어?”


한 네다섯 번 숨을 몰아쉬더니, 요시노가 대답했어.


“네...괜찮사오니...하아...하아...”

“내가 너무 심했지? 미안해.”

“하아...하아...”

“...있지, 요시노. 나 사실은”

“됐습니다...”

“...응?”

“말씀하시지 않아도 되오니...”

“왜 그래?”

“이미...제가 졌사온대...약속대로 묻지 않을 것이오니...시키 씨도 말씀치 마시지요...”

“...고마워, 요시노.”

“그리고...시키 씨의 정체는 대략적으로 알았사온데...그것은...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사오니...이곳에서 사는 게 많이 힘드실 거라 생각하옵니다...”

“...알면서도 그랬던 거야?”

“그것은...죄송하게 생각하옵니다...하하...하...”



요시노를 업고 기숙사까지 내려갔다. 요시노에게 다음 스케줄이 없길 다행이야.


기숙사에 도착해서, 요시노를 침대에 눕혀주었어.


“엥? 뭔 일 있었능가?”


토모에다.


“옥상에서 사고가 있었어. 지금 숨 쉬는 게 약간 곤란해 하네. 다행히 내가 발견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라구!”

“요시노에게 호흡곤란이라니! 어떻게 그런...!”

“그렇게 됐어. 내가 인공호흡과 물을 약간 먹여서 지금 그나마 나아졌어. 요시노의 간호 좀 부탁해.”

“...알갔어. 맡겨두랑께.”


밖으로 나왔어.


솔직히 아까는 내가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요시노를 제압하려면 그 방법밖에, 과연 없었을까?

아무리 현인신이라고 불리는 요시노라지만, 그렇게까지는 안 했어도 되었을 텐데.



요시노를 기숙사에 맡기고 난 뒤, 나는 내게 생긴 스케줄을 하러 갔다.


오늘의 일은, 지난번에 출연했었던 후지TV의 나가수 가왕 결정전이야. 명예졸업자들끼리 모여서 경연하는 그런. 오늘은 연습.


나 말고 출연진들, 그러니까 역대 명예졸업자들은,

AKB48의 아사이 나나미, 치스가 하루카, 나가하마 네루(명예졸업 했더라고), GACKT, 시이나 링고, 우타다 히카루. 등 이렇게 돼.


대결 방식은 간단해. 보통 하던 방식처럼 하는 거야.

자, 그럼, 뭘 불러볼까?



유튜브를 켜서 음악들을 찾아본 결과, 괜찮은 음악 3곡을 찾을 수 있었어.


우선 일본 곡에서는 카가미네 린의 ‘테러’, 팝송에서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Problem', 한국 곡에서는 소녀시대의 Mr. taxi'. 어차피 장르는 딱히 제한을 두지 않았으니 상관없어.


개인적으로 난이도를 보자면, ‘Mr.taxi’가 제일 할 만해.

‘테러’는 고음이 많아 어렵고, 'Problem'은 랩이 어려워.

하면 안 될게 없긴 한데, 일단 1차적으로는 Mr.taxi가 제일 할만 한 것 같아.


다시 한 번 들어봤을 땐, 왠지 ‘Problem’을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고 느꼈어.

다만 랩이 좀 어려운데, 이건 빡세게 연습해야할 것 같네.



그날부터 ‘Problem'의 랩 가사 외우기에 전념했다.

영어에다가 리듬을 빠르게 타는 점 때문에 외우긴 커녕 박자 맞추는 것도 힘들었어.

하지만 했어. 내가 이루어내고 싶어서, 피처링 가수를 쓸 수 있지만 내가 해내고 싶어서, 나 이치노세 시키라는 사람이 아티스트임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서 나는 랩 가사를 연습하고, 노래하고, 힘차게 불렀다.



공연 당일 날까지도 랩 가사를 랩 가사를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보컬 파트 연습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랩 가사를 얼마나 뼈 빠지도록 연습했는지, 들은 바에 의하면 잠꼬대마저도 랩을 웅얼거렸다고. 냐...냐하하...



순서를 뽑았더니 6번, 나름대로 안정적인 순서네.

그동안 난 보컬 파트 연습을 좀 해야겠어.


“I know you're never gonna wake up, I gotta give up, But it's you~”


연습하면서 느낀 건데, 보컬은 정말 쉬운 것 같아. 랩이 어려워서 그런지 몰라도 보컬은 정말, 너무 쉬워.



내 앞 순서인 우타다 히카루의 차례가 끝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냐아...긴장된다아...”


무대에 서자, 멜로디가 연주되었다. 이제 지금껏 연습했던 노래와 랩을 보여줄 시간이야.


“What you got? Smart money bettin' I'll be better off without you. In no time I'll be forgettin' all about you!”


원곡에서 랩 중간에 ‘Iggy Iggy’하는 부분은(다들 알겠지만 피처링을 해준 이기 아잘레아의 이름이다) 부르는 사람의 이름을 넣어 ‘Shiki Shiki’로 바꿨다는 사실!



모든 노래를 다 부르고 나서 내려오니 다리가 후들후들...걷기도 힘들어~!

결국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져버렸다.


“냐...냐아아...!”



보통같은 경연은 관객들이 모두 퇴장하고 나서 결과를 발표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결과 발표는, 가왕결정전이니만큼 관객들이 모두 있는 채 생방송으로 나간다.


모두가 스테이지에 섰고


“모두 경연 수고하셨습니다.”

#박수소리


“이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드럼소리가 울려 퍼졌다.


“뒤에는 아시다시피 3개의 스크린이 있습니다. 저 스크린들에, 가장 표가 많은, 3분의 우승후보 분들을 띄워드릴 것입니다. 자, 보여주시죠.”


두둥.

화면에 얼굴이 투영되었다.


아사이 나나미, 우타다 히카루, 나.


...엥?


나?

있네? 내 얼굴이...있어!

내가...우승후보?!

주인공 보정은 필요 없는데!


“3위,”

“아사이 나나미.”


“1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두근두근.


“1위, 축하드립니다.”

“이치노세 시키.”


...

...?

...?!

뭐...뭐라고요?

내가...우승?

주주주주인공 보정은 피피필요 없는데에에에!!!



내가 얼떨떨해하는 사이 내 품에 트로피와 상금이 주어졌다.


“이치노세 시키 씨, 가왕결정전에서 최종 우승하셨는데, 소감 한마디 말씀해주세요.”

“어...그게...얼떨떨하네...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고...고마워!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 냐하하~땡큐!”


말하면서도 너무 기뻐서 눈물이 계속 흘렀고,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어.

꿈이야, 생시야...진짜~ 내 마음 울잖아!



그날 저녁, 미시로 프로덕션에서는, 나의 나가수 가왕전 우승을 축하하는 작은 파티가 열렸다.

파티까지 할 정도야, 이게? 누가 보면 연예대상이라도 받은 줄 알겠다고!



‘파티’ 도중에 잠깐 화장실에 들러서, 볼일을 본 뒤 손을 씻고 나오는데 요시노와 마주쳤어.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고마워, 요시노. 몸은 어때?”

“완전히 나았사옵니다~”

“그래? 냐하하~다행이네.”

“이 세상에 잘 적응하신 것 같사온데~”

“그런대로? 이젠 100% 적응한 것 같아.”

“그러신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어떨지~”

“?”

“본래의 시키 씨도 모르던, 자신의 잠재력까지도 깨우실 수 있으시련지~”

“모르지! 잠재력은 찾아야 알 수 있으니까.”


대화를 더 나누다가 요시노는 프로듀서의 부름에 돌아갔고, 나도 다시 파티장으로 돌아갔다.



그날로부터 날이 또 흘렀어.

그동안 나는 실험도 하고, 스케줄도 하고, 심심하면 실종도 하는 익스트림한, 그리고 지극히 시키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어.

또 그날 이후로, 요시노는 약속을 정말 잘 지켜주었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오직 나와 요시노만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


그러고 보니 예전에 신체 가스화 실험이 성공하긴 했지만, 현재는 그런 건 없는 듯 살아가고 있어.

요시노도 함구해주기로 했으니 더 이상 이런 건 쓸 이유도, 갖고 있을 이유도 없지.


한번은 가스화를 무효화하는 실험도 하려 했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이 능력이 왠지 나중에 또 쓸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행복해, 이치노세 시키라서.

처음에 시키의 몸에 들어왔을 때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했어.

좀 살아가는 감을 잡았다 싶었을 땐 요시노의 의심에 시달렸고.


이제야 걱정 따위 없게 됐지만, 옛날까지만 해도 부담감에 골치가 아팠었어.

요시노와 결판을 지었던 건 아무래도 잘한 일인 것 같아.



지금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이제는 더 해줄 이야기가 없어.

이제 난 내 자리로 돌아가려고 해.

데레X테나 각종 미시로 앱에서 날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속에서도 나를 볼 수 있겠지!



그러니까 프로듀서.

[이치노세 시키-뉴 버전], NV시키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냐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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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BECOME 시리즈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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