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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 「지하세계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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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4, 2019 12:51에 작성됨.

시호  「......」 

샌즈  「음, 역시 거미 상점의 도넛은 언제나 날 배신시키지 않는다니까.」 냠냠


밖에서 사이다와 도넛을 사오고 집으로 돌아온 나와 샌즈.

샌즈는 아무렇지도 않게 도넛을 먹고 있었지만 난 아무렇지 않지 않았다.

손에 쥔 도넛을 그냥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면서 ‘대체 뭐지?’라는 생각만 반복했다.


샌즈   「자, 그럼 이제 본격적인 대화를 해볼까.」


도넛을 다 먹은 샌즈는 무릎을 한 번 탁 치며 말했다.


샌즈  「너에게 묻고 싶은 게 한 두 개가 아니거든. 널 이 집까지 데려온 사람으로서.」

시호  「데려와...? 아, 그럼 날 침대에 눕혀 쉬게 한 것도...」

샌즈  「그래, 내가 직접 데려왔지.」

샌즈  「일단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너한테 몇 가지 물어볼 게 있거든.」

시호  「나한테?」

샌즈  「긴장 하지 마. 그냥 간단한 질문이니까.」


긴장하지 말라는 괴물의 말.

하지만 나는 쉽사리 그 괴물에 대해서 경계를 풀 수 없었다.

해골이라서 그런가?


샌즈  「내가 물어볼 건 2개야.」

샌즈  「첫 번째, 네 이름은 뭐야?」

시호  「키타자와, 시호...」

샌즈  「그럼 두 번째, 여긴 왜 온 거야?」

시호  「오다니? 내가?」

샌즈  「난 널 꽃밭에서 발견했어. ‘인간세계’와 연결돼있는 입구 근처의 꽃밭에서.」

시호  「!」

샌즈  「하지만 거기는 일방통행이라고. 여기로 들어오는 거 밖에 안 된단 말이지.」

시호  「......」


순간적으로 인간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었었지만 이내 무너졌다.


샌즈  「이 질문이 제일 중요해. 인간은 이쪽 세계로 넘어올 이유가 전혀 없어.」

샌즈  「거기엔 햇빛도 있고, 여기엔 없는 것들이 그곳에는 즐비하니까.」

시호  「그건...」


난 샌즈의 질문에 대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시호  「그게... 미안.」

샌즈  「대답하기 껄끄러운 거야?」

시호  「아니, 그게... 이상하게도 그 부분만 기억이 나질 않아.」

샌즈  「뭐?」

시호  「내가 왜 여기 있고,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고,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어.」

샌즈  「그럼, 기억상실증?」

시호  「아마도...」 끄덕

샌즈  「하아, 그렇군.」


샌즈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샌즈  「기억이 나질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나중에 기억나면 나한테 꼭 말해줘. 여왕님께 보고해야하거든.」

시호  「여왕님?」

샌즈  「아, 언젠간 너도 여왕님을 만나야 할 태니, 그 때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생각해 놔.」

샌즈  「걱정 하지 마, 여왕님은 인간들을 아주 좋아해. 너한테 무슨 해를 가하진 않을 거라고.」

시호  「어, 응...」


괴물의 여왕이라...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샌즈라는 괴물처럼 뼈다귀려나.


시호  「...근데, 이 집에서는 너 혼자만 사는 거야?」

샌즈  「아니, 여기는 내 일터야. 너 같이 지하세계로 떨어진 인간들을 돌보는 일.」

시호  「돌본다고? 그럼, 나 말고도 여기 지하세계로 떨어진 사람들이 더 있다는 거야?」

샌즈  「음... 아마도 그럴 걸.」

시호  「아마도?」

샌즈  「실은, 여기가 내 일터이고 지하세계로 떨어진 인간들을 관리하는 일이 내 일이긴 하지만 워낙에 자리를 많이 비워서 말이지. 부업도 있고 그러니까.」

시호  「그래서... 땡땡이를 많이 쳤다, 그 말이야?」

샌즈  「뭐, 그렇게 말하기도 하지.」


땡땡이쳤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샌즈  「아, 나중에 여왕님을 만날 때엔 비밀로 해 줘. 혼나긴 싫거든.」

시호  「......」

샌즈  「일단은 며칠간 이 집에서 머물도록 해. 갈 곳도 없을 탠데.」

시호  「그래도 돼?」

샌즈  「물론. 여기는 그런 인간들을 위해서 여왕님이 만들어 놓은 곳이니까. 일주일 동안은 여기서 머물도록 해.」

시호  「일주일 동안? 그럼 그 이후는...」

샌즈  「걱정 마. 내 동생이 널 왕궁까지 데려다줄태니.」

시호  「그래, 그럼 뭐...」

샌즈  「좋아, 그럼 난 이만.」


샌즈는 앉아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


시호  「아, 잠깐. 하나 물어볼게 있어.」

샌즈  「뭔데.」

시호  「혹시, 아까 네가 말했던 지하세계의 입구, 어딘지 알려줄 수 있어?」

샌즈  「......」

샌즈  「...꼬맹아, 혹시 알게 되더라도 ‘그 곳’엔 가지 않는 게 더 좋을 거야.」

시호  「뭐?」

샌즈  「말 그대로야.」 으쓱


지금은 가벼운 말투로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지만, 경고할 때의 목소리는 낮고 꽤 무서운 목소리였다.


샌즈  「그럼 난 간다.」 

시호  「아, 위치는-」


『쾅』


시호  「...갔네.」


.

.

.


폐허에 머물게 된지 이제 5일째.

하루 이틀째엔 햇빛이 없다는 사실에 조금 낯설었지만 3일째 되는 날에는 어느정도 익숙해져버렸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 것인가.

그리고 폐허에 있으면서 샌즈말고도 다른 괴물들을 또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프로깃  「」 개굴

시호  「......」


지금 내 옆에 앉아 볼을 부풀리며 개굴개굴거리는 개구리라던가.


시호  「이제 그만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는데.」

프로깃  「미안, 개굴.」 개굴개굴

시호  「...그래, 됐어.」


재밌지만 가끔씩 짜증날 때도 있는 이 친구의 이름은 프로깃.

나와 프로깃은 나란히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프로깃  「이제 이틀 뒤에 떠나는 거냐, 개굴.」

시호  「응. 여왕님을 뵈러간다나 봐.」

프로깃  「그렇군. 여왕님께 내 소식 좀 전해줄 수 있개굴? 난 그 뚱뚱한 해골이랑 잘 지내고 있다고 개굴.」

시호  「알겠어. 제대로 전해줄게.」


난 기회가 된다면 프로깃의 소식을 여왕님께 알려주기로 약속했다.

프로깃은 예전에 여왕님이랑 알고지낸 사이였던건가?


프로깃  「하나 물어볼게 있개굴.」

시호  「뭔데?」

프로깃  「시호는 인간이지? 인간 세계에서 온.」

시호  「응.」

프로깃  「그럼 인간세계는 어떤 곳인지 말해줄 수 있나개굴? 난 인간세계에 관심이 많다. 개굴.」

시호  「인간 세계라...」


내가 원래 있었던 세계인 인간세계.

그곳은...


시호  「...꽤 멋진 곳이야. 햇빛도 있고, 바다도 있고, 여러 건물들도 있고. 아, 건물이 많은 건 여기도 마찬가진가.」

프로깃  「시호는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건가? 개굴.」

시호  「응. 돌아가고 싶어. 그 곳에 내 가족들이 있으니까.」


유우, 엄마, 그리고 극장에 있는 동료들...

5일 동안 보지 못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그리워졌다.


시호  「......」

프로깃  「......」

시호  「저기, 프로깃. 부탁할게 있는데.」

프로깃  「뭐냐, 개굴?」

시호  「인간세계에서 지하세계로 통하는 입구가 있다는 걸 샌즈에게 들었거든.」

프로깃  「그 해골 말인가. 개굴,」

시호  「혹시 그곳이 어딘지 알고 있어?」

프로깃  「응. 알고있다개굴.」

시호  「그럼...」


난 벤치에서 일어났다.


시호  「그곳으로 날 안내해줄 수 있어?」

프로깃  「? 그곳엔 갑자기 왜?」

시호  「그냥,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고 해야 하나.」


샌즈에게 있다는 말로만 듣고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장소.

그곳은 위험하다며 가지 말라고 했었지만, 도저히 이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혹시 모르지. 그곳에서 내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프로깃  「좋아. 안내해주겠개굴.」

시호  「고마워.」

프로깃  「대신, 거미 상점에 있는 사이다를 하나 사줘야겠다. 개굴.」

시호  「알겠어.」


프로깃은 내 부탁에 흔쾌히 응해줬다.

난 프로깃의 뒤를 따라 지하세계의 입구로 향했다.


.

.

.


시호  「여기가...」


프로깃을 따라 도착한 입구.

입구에는 꽃밭이 있었고 그 꽃들을 비춰주는 햇빛이 있었다.

내가 쓰러져있던 꽃밭은 저 꽃밭을 얘기하는 거겠지.


시호  「저기가 인간세계인가...」


대충 봐도 1km가 족히 넘는 높이.

저 높이에서 내가 떨어졌다니,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깊은 곳까지도 햇빛이 들어오다니.

햇빛이란 거, 굉장히 밝은 빛이었구나.

난 꽃밭 위에 서서 양팔을 벌려 햇빛을 쬐었다.

약간이긴 했지만 그 온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시호  「그나저나, 샌즈도 이상하네.」

프로깃  「뭐가? 개굴.」

시호  「샌즈가 여긴 위험한 장소라고 했거든.」

프로깃  「그러냐? 개굴.」

시호  「응.」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위험한 거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기껏 해봤자, 꽃줄기에 붙어있는 아주 작은 가시 정도?


프로깃  「일단 샌즈가 위험하다고 했으니, 빨리 돌아가자고 개굴.」

시호  「알겠어.」


딱히 위험해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샌즈가 아무 이유 없이 경고하진 않았을 터.

구경도 다 끝났겠다. 이제 꽃밭을 벗어나려는 순간.


???  「어딜 가려는 거야?」

시호  「?」


『슈우웅-』

『펑---!』


시호  「?!」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그 이후 내 뒤에서 하얀 알갱이가 날아왔다.

그리고 그 알갱이는 내 옆을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더니 공중에서 폭파했다.


프로깃  「뭐, 뭐냐 개굴?!」

???  「남의 집에 무단 침입했다 이거지? 그럼 벌을 받아야겠네.」


난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노란 꽃이었다.


시호  「...꽃?」

???  「일단, 꽃밭 위에 서있는 너부터 처참하게 죽여줄게.」


사악한 표정을 하고 있는 노란 꽃.

그 주위에는 아까의 하얀 알갱이가 공중에 떠다니고 있었다.


프로깃  「피해라 개굴!」

시호  「어, 응!」


『지지직---』


시호  「윽...」 지끈




“꽉 잡고 있어!”

“그냥 놔! 너까지 떨어지겠어!”

“아냐, 절대 못- 으와앗!”


우당탕




프로깃  「시호! 뭐하는 거냐! 개굴!」

시호  「...아.」


머리가 순간 지끈거려서 피하는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이미 늦었어, 맞고 말아-


『쾅--』


시호  「......」

시호  「...?」

「괜찮아?」

시호  「...샌즈?」


감은 눈을 천천히 떠보니, 내 눈 앞에는 샌즈가 뼈다귀로 알갱이를 막아줬다.


샌즈  「일단 이곳을 벗어나도록 할까.」

???  「잠깐, 이대로 놓칠까보냐!」

샌즈  「그래그래, 너 혼자 그렇게 놀고 있어.」


『딱』

『위이잉-』


시호 ˙ 프로깃  「?!」

샌즈  「그럼 우린 간다.」


샌즈가 핑거스냅을 한 번 하자 순간이동으로 그 꽃밭을 벗어났다.

순간이동으로 도착한 곳은 바로 샌즈가 일하는 저택이었다.


시호  「...수, 순간이동?」

프로깃  「개굴... 하마터면 죽는 줄 알았다. 개굴.」

샌즈  「......」

시호  「...저기, 샌-」

샌즈  「분명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는데 왜 간 거야.」

시호  「...미안.」

프로깃  「미안하다. 개굴... 내가 안내해줬다...」

샌즈  「...그래, 무사하면 됐지.」


샌즈는 한숨을 쉬고 이내 체념했다.


샌즈  「그나저나, 그런 곳은 왜 간 거야?」

시호  「그냥...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샌즈  「그래? 그래서 되돌아 온 기억은 있어?」

시호  「그게...」


“꽉 잡고 있어!”

그 때 보였던 주황색 단발머리 여자아이...

...잠깐, 많이 익숙한 외형이었는데...

뭐였더라...


샌즈  「...역시 떠오른 게 없-」

시호  「아아!!」

프로깃  「우왓, 깜짝이야.」 

샌즈  「뭐야, 떠오른 거라도 있는 거야?」

시호  「응. 조금이긴 하지만.」

샌즈  「그래? 무슨 내용이야?」

시호  「그게… ….」


난 짧게 떠오른 기억을 샌즈에게 말했다.


샌즈  「그래. 그래서 같이 떨어졌다는거지?」

시호  「응. 맞아.」

샌즈  「같이 떨어진 애의 이름은 알고 있어?」

시호  「알고 있어.」

프로깃  「정말이냐? 개굴!」

샌즈  「이름은?」


주황색 단발머리에 노란색 드레스.

분명하다.


시호  「이름은 야부키 카나. 틀림없어.」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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