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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피스 시리즈)2.와키야마 타마미-저 하늘 위로, 저 땅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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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7, 2019 19:51에 작성됨.

이래봬도 고등학생인 타마미입니다!

타마미는 현재 검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최근엔 유단자 5급 자격증도 땄어요!

그 업적에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매우 감탄하셨어요. 그래서 저에게 카타나를 하나 선물해 주셨어요.

말씀에 따르면 말이죠, 이 카타나에는 말 그대로 중력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대요!


에이, 그런 게 어떻게 되겠어요? 중력은 곧 이 지구를 지탱하는 힘인데 그게 뒤집히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겠냐고요?! 아마 난리가 날 거라고요!


제가 못 믿으니까 할아버지께서는 더욱 진지하게 말씀하셨어요.


“농담이 아니야. 타마미 네가 믿지 못하겠다면 한번 써 보거라. 진짜라는 걸 알게 될 것이야.”


일단 받아들었어요.

확실히 검으로서는 느낌이 좋아요. 한 번 휘둘러보니까 굉장히 상쾌한 소리가 나고요. 이런 검이라면 정말로 중력을 조종할 수 있다 해도 믿겠는데요?



그래서, 이거 어떻게 쓰는 거죠? 확실히 검의 느낌은 최상이지만 중력을 조종하는 것도 방법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잖아요.


빤히 할아버지를 쳐다봤어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웃으며 설명해주셨죠.


“간단한 일이다. 한 번 검을 휘두른 뒤 그대로 칼집에 집어넣으면 되는 거야. 한 번 연습해보겠느냐?”

“해볼게요. 그런 능력은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가 없어요!”


정원으로 나가서 할아버지가 말씀하신대로 검을 뽑은 다음에....휘두르고...검집에 다시 꽂기...

어라? 아무 일도 없는데요?


“힘이 있어야지. 힘을 주고 휘둘러 보거라.”


그리하여 힘을 주고 다시 검을 휘두른 뒤 힘차게 검을 꽂았더니 세상에나! 낙엽들이 빨려 올라가듯이 떠오르는 거 있죠!

아니야, 이 정도로는 못 믿겠어요. 바람 불어서 날아간 걸 수도 있잖아요. 그래요, 저기 있는 바위를 날려볼게요.


아까처럼 검을 휘두르고....힘차게 검집에 넣는다.

그랬는데 정말 저 바위가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어요! 역시! 이 검에 능력이 깃들었다는 건 사실이었네요!



그러다 문득 든 한 가지 의문.


“중력을 반전시켜 물체를 날렸다면, 반대로 중력을 엄청나게 증강시키는 방법도 있을까요?”

“왜 없겠니, 타마미. 자, 검을 검집에서 반쯤 뺐다가 다시 집어넣거라.

이때 검과 검집은 세로가 되어야 해. 검을 넣을 때 천천히 집어넣으면 주변 사물들의 중력을, 빨리 집어넣으면 공중의 중력을 증강시킬 수 있단다.”


다른 건 알겠는데 공중의 중력이 무거워진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말로는 모르겠으니까 이것도 시험해봐야겠어요.



공중의 중력이 무거워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알아보기 위해 검을 빠르게 넣으려는데,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생각보다 가볍지 않은 기술이니 조심해서 쓰도록 하거라.”


명심하면서 산이 보이는 뒷마당으로 갔어요.

사실 뭐가 떨어질지 모르니까 안전한 곳으로 가야하지 않겠어요?


다시 한 번 제대로 검을 반쯤 뽑은 뒤 빠르게 집어넣었어요. 아, 물론 검집을 세로로 세우는 것도 잊지 않고.


<탁>


칼몸이 검집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잠시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실패인건가....’


싶던 찰나에, 어디선가 쿠구구궁....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늘을 보니 세상에나, 유성이 뒷산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어요. 놀란 제 눈에 보이는 건, 이윽고 뒷산에 부딪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박혀버린 유성의 조각이었어요.

그럼으로서 이 검의 능력 검증은 이제 완료되었어요.

확실히 엄청난 능력이네요!



그러고 보니까 신기하네요. 도대체 이런 카타나는 어디서 난 걸까요?


제가 여쭤봤더니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대답해 주셨어요.


“이 검은 와키야마 가문의 비도(秘刀)다. 너의 17대 조상이신 ‘와키야마 코에몬’님께서 무나카타 신사에서 신으로부터 하사받은 검(이라고 전해짐)이란다.”

“그...그렇게 대단한 검을 어째서 저에게 주시는 건가요?”

“타마미, 네가 검도를 배우겠다고 처음 말했을 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단다. ‘드디어 이 검의 진정한 주인이 나타나겠구나.’ 나 또한 이 검을 잡아본 적은 있지만 타마미 네가 이 할아버지보다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 검을 사리사욕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선(善)을 위해 쓰도록 하여라.”

“네, 할아버지. 이 검,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뭐, 딱히 쓸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렇잖아요? 이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이 능력을 어디에다 써요? 유사시에도 못 쓰겠구만.



하여튼 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매일 뒷산에 가서 3시간씩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어요. 그렇게 1주일을 연습한 결과, 저는 이 능력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여담이지만, 중력을 제 자신에게도 적용시키는데 5일이 걸렸어요. 정확히는 저에게 적용시켜 수위조절을 하는데 나흘이 걸렸고, 나머지 하루는 그 중력을 이용해 움직이는 수련을 하는데 쓰였죠.

그 결과 저는 산신령처럼 떠다니면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어요. 참고로 나머지 이틀은 여러 물체들을 놓고 각각 중력을 다르게 적용시키는 수련을 했답니다.


그 모든 수련을 끝냈을 때, 저는 ‘중력의 지배자’가 되어있었고, 두려운 거라곤 키 작다고 놀려지는 것 빼곤 없게 되었어요. 그야말로 타마미는 무적인 거예요!



그로부터 3일 후, 회사에 출근하려고 기차역에 가는 중이었어요.

공원을 지나는데 남자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우는 이유를 풍선이 나무에 걸렸대요. 왜 나무에 뭐가 걸리면 다른 것도 아니고 풍선인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 타마미,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법.


중력의 힘!


이윽고 풍선이 아이의 손으로 돌아왔어요.


“감사합니다, 누나!”


이 정도는 뭐, 쉬운 일입니다!


계속해서 길을 재촉했습니다.

길을 가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웅성대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무슨 일인가 싶어서 봤는데 어떤 사람이 건설 자재에 깔려서 나오질 못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힘을 합해 자재를 들어 올려도 너무나 많고 무거워서 들어지질 않는대요.

이번에도 제가 힘을 써야겠어요. 다만 이번엔 드러내지 말고 써야겠어요. 골목길에 숨은 뒤 검을 뽑아서 한 번 휘두른 다음


<탁>.


그러자 자재들이 떠오르며 그 밑에 깔린 사람은 구조될 수 있었어요. 거기 있는 많은 사람이 일제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더라고요.

구조된 사람은 다행히 앰뷸런스에 실려 갔지만 다 나으려면 한 몇 달에서 몇 년은 입원해 있어야겠어요.


프로덕션 근처에 다다랐을 때 세 번째 관문(?)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프로덕션 근처에서 웬 배달 오토바이가 달려오는데, 그 오토바이가 신호에 걸렸는지 급정거를 끼익~하고 밟더니 넘어지는 거 있죠!

그대로 두면 이거 분명 큰 사고로 이어지고 교통마비가 될 거예요! 그래서 전 결국 그 기술을 쓰기로 했어요.

이 기술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제가 뒷산에 들어가 수련할 적에 언덕에서 굴러 떨어질 뻔할 때 순간적으로 발동시킨 기술입니다. 갑니다,


{와키야마 32장, 삼초복구술!}


그러자 오토바이가 튕겨져 나간 배달원을 향해 돌진했고 다행히 중심을 잡아 다치지 않을 수 있었어요.

그 광경을 본 모든 사람들은 놀라 얼이 빠졌고(저는 아닙니다.) 배달원 본인도 놀라서 움직이질 못했어요. 이번 일에 대한 비밀은 오직 저 타마미만이 알고 있습니다!



사무소에 도착해서는 지금까지의 일들을 딱 숨겼어요. 얘기했다가 안 믿으면 저는 허풍쟁이가 될 테고 믿으면 그건 그거대로 골치 아파질 테니까요.


아무튼 아이돌 활동을 하는데 이 능력은 크게 필요가 없잖아요. 차라리 건설현장이나 스태프들의 일에 더 어울리겠어요.

아이돌인 이상에 크게 쓸모가 있는 능력은 아니거든요?! 물론 그 외에서도 쓸 만한 능력은 아니고요. 그러니까 이 능력은 굉장히 애매한 애물단지에요.



오늘은 오후 스케줄이 있어요. 지금은 11시 30분, 스케줄 가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어요. 해서 늘상 가던 옥상에 올라갔어요.

올라가니 여러 아이돌들이 있어요. LMBG의 치카, 카오루, 히카루. 그리고 엔진의 타쿠미공과 아키공, 또 저기에는 헬렌공과 루미공. 하여튼 많은 사람들이 옥상에 있어서 북적거리네요. 뭐, 활기차면 좋죠.



옥상에서 산들바람이 불어 시원하네요, 라고 생각하던 순간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일인가 해서 봤더니 치히로씨가 널어놓은 빨래가 바람에 날려가고 있더라고요. 집게로 안 집으셨나 봐요.


어쨌건 빨래는 날아가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죠. 안 되겠군요, 여기서는 보여주지 않으려 했는데. 갑니다,


{와키야마 32장, 삼초복구술(三抄復舊術)}!


그런데 이럴 수가, 거리가 멀어서 닿질 않는군요. 이....이럴 때는....


그...그래요! 그 술법이 있었습니다, 뒷산에서 수련한 기술들 중 하나인


{와키야마 41장, 무중력 사투루검}!


이건 통하는군요. 날아간 빨래를 검으로 조종하여 제 쪽으로 당겼습니다.

다행히 빨래는 복구되었고 다시 날아가지 않도록 빨래집게로 고정시켰어요.


이제 됐겠죠, 하고 뒤돌아서는데 다들 저를 보는 거예요!

아차 싶었어요. 숨어서라든지 사람 적은 데서 쓴 것도 아니고 사람 많은 곳에서 대놓고 쓴 거라 입막음하기도 어려워요.

타마미의 잘못이긴 하지만....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타마미짱?!”

“그거 어떻게 한 건가요?”

“정말 대단해!”

“한 번 더 보여줘!”

“완전 멋있는데?”

“사이킥해요!”


아...이제 어떻게 변명도, 숨길 수도 없겠는데요. 돌아가려고 해도 다들 둘러싸고 있으니 빠져나갈 방법이.....


에이, 모르겠다. 이렇게 된 이상 기술을 한 번 더 보여주고 도망갈 수밖에.

중력반전술 중 이렇게 포위될 걸 대비해 연마한 기술이 있는데, 그걸 써야겠어요.


칼집을 바닥에 꽂고 칼을 반쯤 꽂았어요. 그러자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어요.

그리고 그 검을 다시 재빠르게 꽂자 저를 포위하던 아이돌들과 치히로씨가 공중으로 떠올랐어요.


“우와악?!”

“타마미짱!”

“어떻게 된 거야 이거?!”


다들 2m쯤 떠올랐을 때 저는 재빨리 옥상을 탈출했어요.

계단을 다 내려가서야 중력반전을 풀었고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무소에 도착했을 때 딱 스케줄 갈 시간이 되었기에 바로 프로듀서님의 차를 타고 스케줄 장소로 갔어요.

더 다행인 건 (다행일까요?) 스케줄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갈 수 있다는 거죠.



제가 사무소에서 탈출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닌가 봐요.

데레포에서 제 이야기가 흘러넘치다 못해 터져 나와요. 초능력이 어쩌고 빨래가 어쩌고저쩌고.

저는 이 데레포에 도저히 멘션할 수가 없었어요. 했다가는 아까보다도 더 곤란한 상태가 되고 말테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데레포의 흐름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요.


집에 돌아와서 할아버지께 이번 일에 대해 말씀드렸어요. 말씀을 드리면서, 그러지 않으려고 했었지만, 불평의 어투가 좀 진하게 섞여나왔어요.

울컥하려는 감정을 애써 참고 모든 말씀을 다 토로했을 때,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물으셨어요.


“이렇게 될 줄 몰랐니?”


이건 너무나 근본적인 질문이었어요.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드릴 대답이 없었어요. 어쩌면 정말로 이런 반응이 있을 줄은 몰랐나 봐요, 제가.

할아버지께서 제게 또 물으셨어요.


“타마미, 이런 말 들어본 적 있니?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뒤따른다.’는 말.”

“네, 들어봤어요. 그거 아X언맨이 했던 말이잖아요.”

“그래. 그 말은 너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너는 중력의 카타나를 갖고 있고, 그 검의 능력을 다루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 일주일 동안 뒷산에 올라가서 수련을 했지.”

“맞아요.”

“그 결과 넌 큰 힘을 얻었고 능력을 사용했어.”

“그 결과가 오늘의 그것이죠.”

“두려운 거니?”

“......”

“쓰는 건 좋지만 그게 들키면 두려운 거야?”


한 마디도 대답할 수 없었어요.

확실히 저는 아시다시피 일주일 동안 수련을 했고, 그 능력을 능숙히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막상 쓰고 나서 반응을 두려워하다니. 일주일간의 열심은 두려움을 위한 것이었단 건가요? 스스로도 치가 떨려요.


결국 저는 카타나를 할아버지 앞에 내려놓았어요.


“지금은, 안될 것 같아요, 정말로. 아직 제가 쓸 때가 되지 않은 것 같네요.”

“그래....여기 두고 가거라.”


할아버지 방을 나오려는데, 할아버지께서 제 뒤에서 말씀하셨어요.


“타마미, 이것만 기억해 두거라. 네가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다시 이 검을 가져가거라.”


저는 대답하지 않고 나왔어요. ‘네’도, ‘아니오’도 할 수 없었어요.

지금의 저로서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으니까요.



그 다음 날부터 프로덕션에 나가지 않았어요.

그 동안 하는 일이라고는, 학교 다녀오기, 검도장 다녀오기, 집에 돌아와 밥 먹기, 복습과 예습하기, 잠자기와 같은 평범한 일들뿐이었죠.

그 동안 프로듀서님도 연락 한 번 하지 않으시네요.

하긴, 당연하죠. 그 이상한 능력을 휘두르고 다니는 아이돌을 무슨 배짱으로 프로듀스 할 수 있겠어요?


그 동안에도 데레포에서는 잊을 만하면 제 얘기가 나와요. 정말 질리지도 않나 봐요. 잊어버리면 그때쯤 다시 출근하려 했건만, 이래서는 영원히 복귀란 없을 것 같아요.


게다가 학교에서도, 젠장, 학교에서도 그 주제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해요. 그래서 가끔씩 저에게 그 이야기의 진실 여부를 묻는 학우들이 있어요.

그럴 때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해요. 다 거짓이라고, 세상천지에 그딴 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그리고 넌 그런 걸 믿냐고. 그러면 학우들은 금방 수긍해서 떠나가요.


물론 저는 알고 있죠. 그게 거짓말이 아니란 걸, ‘그딴 게’ 저는 가능했단 걸.

하지만 이제 저랑은 관계없어요. 그 카타나는 반납했고, 제가 가진 건 검도할 때 쓰는 타케코 하나뿐이에요. 타케코는 그저 평범한 죽도지만 중력의 카타나보다는 나아요.

타마미는 역시 평범한 검도소녀인 편이 더 낫네요.



카타나를 반납하고 프로덕션에 출근 안한 지 한 달하고도 5일째, 조금 더 있으면 일주일째가 되겠네요.


방에서 시대극소설을 읽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저를 부르셨어요. 고개를 돌리자 저에게 말씀하셨죠.


“타마미, 네가 전에 검을 내게 반납했을 때, 그 때 마음이 어땠니?”

“.....?”


왜 이런 질문을 지금 하시는 건가 싶었어요.


“그러니까, 네가 진정으로 두려워했던 건 무엇이였어?”


그 질문에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그 때 정말 두려웠던 게 뭐였을까요? 엄청난 반응? 검의 위력? 초능력이라는 것 그 자체?

한참을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를 않아요.


“잘 모르겠어요. 이유가 너무 많아서요.”

“이유가 많은 것이냐, 아니면 없는 것이냐?”

“많지 않을지언정 절대로 없지 않아요. 아무 이유 없이 두려운 건 없으니까요.”

“그래, 그렇다면 한 가지만 더 물으마. 지금도 두렵느냐?”

“.....아니라고는 못 하겠어요. 확실히, 아직은 그 능력을 쓰는 게 두려워요.”

“그럴 수 있지. 나도 한때는 그랬단다. 마음을 다잡고 검을 다시 잡으려 했을 땐 검이 내게 반응하지 않았지. 마치 나를 거부하는 듯 했어.

타마미, 네가 저 검을 다시 잡지 않겠다면 나로서도 할 말은 없지만, 다시 잡을 예정이라면, 그 때가 너무 늦지 않는다면 좋겠구나.”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못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죠. 뭐라고 얘기하기에도 제 마음은 혼란스러웠으니까요.



며칠이 또 지났어요. 한 달도 다 지나서 두 달째가 다 되어가고 있었죠.

그 와중에도 프로듀서님에게서는 연락이 없네요. 그리고, 데레포에서도 이제 슬슬 제 얘기도 줄어들고 있어요. 이것은 제가 슬슬 돌아와도 된다는 신호겠죠.

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어요. 벌써 돌아기엔 조금 이르지 않을까 싶어요. 다시 카타나를 잡아야 할 지 모르겠어요.


라고 생각했는데 프로듀서님께서 (뜬금없이랄까 감사하게랄까) 문자 한 통을 보내주셨어요.


[언제쯤 돌아올 거니?]

[글쎄요...사정이 되면 돌아가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을게.]


그래도, 프로듀서님께서 저를 걱정해주셨어요. 정말로, 감사드려요.



그렇게 한 달이 또 지나갔어요.

데레포에서도 제 얘기는 이제 안 하고 있고, 또 저도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운 것 같아요. 이제는 정말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다만, 카타나는 두고 갈래요. 이제 그건 아무 쓸모도 없고, 제가 가질 물건도 아니에요.

제 후손 중 누군가가 더 잘 쓸 수 있겠죠.


해서 출근을 했어요. 지하철 역으로 가고 있는데, 전광판에 뉴스가 뜨지 뭐예요?


[긴급속보: 테러리스트 일당이 346 프로덕션 습격]


이 소식을 보는 순간, 제 마음 속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듯 한 느낌을 받았어요.(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끊어지는 동시에 저는 다시 집으로 달려갔어요, 그리고 할아버지께 말씀드렸죠.


“할아버지.”

“무슨 일이냐, 타마미?”

“주세요...카타나.”


그러자 할아버지는 뭔가를 아신 듯 웃으며 저에게 카타나를 건네주셨어요.


“이제, 진정으로 쓸 때가 온 것 같구나. 다녀오렴.”


그 검을 받고, 저는 실로 오랜만에 중력검 기술을 사용했어요. 걷고 뛰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발동시켰습니다.


{와키야마 3장, 중천로(中天路)}!


그러자 제 몸은 떠올랐고 단숨에 미시로 프로덕션까지 날아가듯이 하늘을 걸었어요. 그러자 불과 3분도 되지 않아 미시로 프로덕션에 도착했어요.


도착하니 주변엔 경찰들이 프로덕션을 포위하고 있었고 내부에서는 온갖 아비규환이 있었어요.

듣기로는 다행히 사상자는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물적인 피해는 좀 있는 것 같네요. 다들 공포에 질려있고요.

그 광경에 저는 차고 있던 카타나를 꽉 쥐었습니다.



1층에서 3층까지는 특별한 일이 없었습니다.

4층에 다다르자 슬슬 테러리스트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뭔가를 찾는 듯 이리저리 뒤지고 있네요.

저는 소리쳤어요.


“뭐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테러리스트들은 뒤돌아서며 저에게 총을 겨누었습니다. 동시에 저도 카타나를 빼들었고요.


이 무식한 테러리스트들이 문답무용으로 저에게 총을 쏘아대네요. 그럼 저도 대응해줘야죠.


{와키야마 20장, 무장막(無帳幕)}!


그러자 저에게 날아오던 총탄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꺾였어요. 위로, 아래로, 옆으로, 뒤로.

제가 연마한 기술이긴 하지만 스스로도 조금 놀랐어요.


놀란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이번엔 제 차례에요.


{와키야마 45장, 오배중강(五倍重强)}!


그러자 테러리스트들이 쓰러짐과 동시에 바닥에 금이 가며 파이기 시작했어요. 5배 강해진 중력을 견디지 못해서겠죠.

무기들은 부스러지고, 테러리스트들은 뼈가 부러지기 일보직전이었어요.

저는 그들을 밟고 다음 층으로 향했어요. 이거 뭐 게임 난이도 클리어하는 느낌이네요.



5층에는 테러리스트들이 없었고 6층에 꽤 많이 집결해 있었어요. 타마미, 이번엔 각오해야겠네요.


테러리스트들의 근처에는 치히로씨가 인질로 잡혀있었어요.

천하의 비겁한, 사무소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인질을 잡아요?


역시나 테러리스트들은 제게 총을 겨눴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총탄세례를 받을 수는 없죠. 이번엔 아예 쏘지 못 하게 하겠어요.


{와키야마 9장, 상하분(上下分)}!


이 기술을 쓰자 총이 바닥에 떨어져 거의 부서진 동시에 테러리스트들은 천장으로 솟구쳐 올랐어요. 저희 회사 천장은 꽤 높아서 내려오기도 힘들텐데~.


치히로씨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괜찮으신지요, 치히로씨?”

“네..괘...괜찮아요. 지금...많은 아이돌들이 인질로 잡히고....회사 물건들도 탈취 당했어요.”

“그렇습니까? 다들 어디 있죠?”

“7층 옥상에 가면, 다들 있을 거예요. 테러리스트들은 헬기를 끌고 왔으니까, 빨리 가셔야...아이들을 구할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서는 바로 옥상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중간 중간 나오는 테러리스트 잔챙이들을 쓰러뜨리며.



제가 옥상에 도착했을 땐 생각보다 일이 늦어진 느낌이었어요.

아이돌들은 무서움에 실신하기 직전이었고, 테러리스트들은 그런 아이돌들을 윽박지르며 엄청나게 큰 헬기에 쑤셔넣듯이 태웠어요.

헬기가 얼마나 큰지 저 정도면 헬기가 아니라 요격기 수준이에요.


“정말 악랄하군요!!!”


분노에 못 이겨 소리쳤고 그 외침에 모두들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타마미짱!”

“타마미!”

“타마미공!”

“살려주세요!”


저를 본 아이돌들의 외침이 제 귀로 들어왔습니다.


테러리스트들도, 이번 아이돌은 다르다고 생각했는지 총을 꺼내지 않고 다른 방법을 사용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바주카포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회사 군데군데에 크게 부서진 자국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저것의 흔적이었겠죠.

하지만 이 타마미, 프로덕션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바주카포 아니라 핵폭탄도 상대할 준비가 되어있소이다!


테러리스트들이 바주카포를 쏘았을 때 저는 중력반전을 사용했어요.

공중에서 서로 부딪치는 파편들을 하늘로 올려 보내고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하려는 그때, 이럴 수가! 어느 틈에 테러리스트들이 아이돌들을 전부 헬기에 태우고 말았습니다.

저에 대한 공격은 시간 끌기였던 거예요!


헬기가 출발하려 하는군요. 절대로 보낼 수 없습니다!


{와카야마 45장, 오배중강(五倍重强)}!


그러자 그 헬기는 뜨지 못했을 뿐더러 프로펠러가 찌그러지고 일그러졌어요.

그 틈에 저는 돌진해 헬기의 문을 갈라내고 아이돌들을 재빨리 구출해냈어요.

너무나 급작스럽게 벌어진 이 상황에 테러리스트들은 어찌할 줄 몰랐고, 허둥대다 총을 꺼냈을 땐 이미 제가 사로잡힌 아이돌들을 전부 구출해낸 상황이었습니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겠군요.


{와키야마 16장, 무박안(霧縛眼)}!


그 검법을 쓰자 하늘에서 구름이 빨려오듯이 내려왔어요. 그리고 그 구름을 테러리스트들의 헬기에 둘렀고요. 당연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겠지요.


저는 저를 보고 있는 아이돌들에게 말했습니다.


“예전에 보여드렸던 검법들, 멋지다고 하셨죠? 오늘 저는, 그보다 더 멋진 검법을 보여드릴게요.”

“와아아~”

“기대돼!”

“뭘까?”


말이 끝나자 저는 검을 들고서는 마지막의 끝내기 검법을 사용했습니다.


{와키야마 73장, 유성벽(流星劈)}!


그리고 검을 힘차게 검집에 꽂아 넣었습니다.



그로부터 10초 후,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것 봐!”

“하늘에서 뭔가 날아오고 있어!”

“설마 저거 유성이야?”


이윽고, 그 ‘유성’이 테러리스트들의 큰 헬기에 직격탄으로 꽂혔습니다. 한 10발은 더 박힌 것 같아요.


유성의 폭격이 끝나고 연기가 걷혔을 때 눈앞에 있는 건 헬기 대신 부서진 고철덩어리들과 유성의 조각들이었습니다. 이젠 다 치워야겠지요?


{와키야마 8장, 중력반전술},


고철들이 떠오르더니 하나로 뭉쳐지고 잠시 후 하늘 높이 날아갔습니다.


이제 제 할 일은 끝났습니다. 프로덕션 내부에 남아있는 나머지 잔당들은 경찰들이 처리해줄 거예요.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에요, 정말.


생각했을 땐 다리에 힘이 다 풀려 주저앉은 저를 볼 수 있었어요.



그 날 이후 저에게는 정부의 표창이 내려졌어요.

같이 수여된 상금으로 프로덕션 보수도 하고, 발전기금으로도 쓰이고 해서 이젠 남은 돈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얼마간의 돈이 저에게 주어졌어요. 이건 회사 차원에서 감사금으로 주는 거래요.

얼마간의 돈이라고는 했지만 굉장히 많은 돈이에요. 정부 수여금이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저는 그 돈을 집에다가 얼마, 회사 기부금으로 얼마, 프로듀서님께 감사금으로 얼마, 그리고 제가 쏘는 명목으로 회식비 얼마. 이렇게 썼어요.

그래도 많이 남았네요.



그리고 하나 더, 이젠 제 능력을 더 이상 숨기지 않았어요.

거하게 까발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모처럼 정말 좋은 곳에 썼잖아요. 제 동료들을 구했고, 생명을 살렸어요. 앞으로도 그럴 수 있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지어지네요. 저의 미소를 본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이제 그 검을 온전히 쓸 수 있게 되었구나!”


저는 대답했죠.


“두려움이 전부 없어졌어요!”

“드디어 타마미 네가 각성한 거야.”


저 와키야마 타마미, 각성했습니다! 카타나랑 하나가 되었어요!



아, 그러고 보니 계속 카타나라고만 하는 것도 좀 그런데, 이 카타나의 이름을 뭐라고 할까요?

앞으로 계속 아이돌 생활하면서 생각해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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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재업해봤어요.

사실 업로드 처음 할 때만 해도 굉장히 실패작이라고 생각했었던 건데, 그래도 손보면 나아질 거라 생각하고 좀 수정해서 재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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