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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아즈미우-너랑, 그리고 그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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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31, 2019 20:27에 작성됨.

저기 보이는 두 소녀는 현직 아이돌 야구치 미우와 이마이 카나다. 카나가 미우보다 2살 많은 관계지만 서로 친구처럼 말 놓고 지내고 있다.


또 저기에 있는 다른 소녀의 이름은 모모이 아즈키, 현재 프릴드 스퀘어 소속의 아이돌이다. 둘과는 같은 사무소에 소속된 관계라 서로 알고 지내고 있었다. 카나와 미우가 사귀고 있다는 것과, 벌써 둘이 200일을 넘겼다는 것도,

그리고 미우에겐 도저히 카나에게 밝힐 수 없는, 밝히지 못한 비밀이 있다는 것도 아즈키는 알고 있었다. 아니, 아즈키만 알고 있었다.

그 비밀을 생각할 때면 아즈키는 혼자 반쯤 썩은 웃음을 짓곤 했다.



주말, 토요일이 되던 날 오후, 만나서 데이트를 즐기던 카나와 미우는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메뉴를 주문한 뒤 자리에 앉아있던 미우에게 문자가 날아왔다. 아즈키였다.


[데이트는 잘 하고 있어?]

[언제나처럼 잘 되지.]

[그래, 그럼 데이트 잘 하고.]

[알았어.]


문자를 끝내니 카나가 물을 들고 돌아와 있었다.


"누구랑 문자 했길래 미소를 지은거야?"

"아, 프로듀서님. 다음 주에 엄청 재미있는 스케줄을 잡았대. 기대되서."


아즈키라고 그냥 말해도 되는데 굳이 프로듀서라고 바꿔 말한 이유는 카나가 질투할 것을 걱정함도 있거니와 말하지 못할 그 비밀 때문이기도 했는데, 이게 밝혀진다면 미우로서는 곤란해질 일이 한둘이 아니기에 일단은 계속 숨겨두기로 했다. 일단 카나로서도 더 묻지 않고 있으니 굳이 밝힐 필요도 없고.


점심을 먹고 카나와 긴긴 데이트를 마친 미우는 집에 가는 열차에 탄 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 미우인데, 응, 알았어. 오케오케. 알겠어. 끊어.]


잠시 후 미우가 내린 기차역엔 '치바' 두 글자가 빛나고 있었다.



다음 날 일요일엔 카나의 스케줄 이행으로 미우에겐 한가한 시간이 주어졌다.

이 심심함을 달래려 누구라도 불러야 할 판이어서 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받은 사람은 아즈키.


[여보세요?]

[아즈키, 안녕!]

[안녕! 미우! 무슨 일이야?]

[오늘 스케줄 있어?]

[아니, 난 오늘 하루종일 오프야.]

[나도 그래. 그래서 심심해. 근데 카나가 스케줄 갔어.]

[그래?]

[그러니까 나랑 놀자. 어디서 만날까?]

[내가 너희 집으로 갈게. 여기엔 프릴드 스퀘어 멤버들이 있어서.]

[나가노에 프릴드 스퀘어 멤버들이 왜 있어?]

[아, 여긴 회사 기숙사야. 어제 로케가 늦게 끝나서 시노부네 기숙사에서 묵었어.]

[그렇구나~]

[아무튼 지금 나가는 길이니까 바로 그 쪽으로 갈게!]

[알겠어! 이따 봐!]


그로부터 30분 후,


<띵동.>


문을 열자 아즈키가 와 있었다.


"와~이! 아즈키 왔네!"

"응...나...왔어...헉...헉.."

"왜 이리 헉헉대? 일단 들어와서 물 좀 마셔."

"미우가....보고...싶어....서....역에서부터...뛰어...왔.....어...헉...헉..."

"그렇게나?! 고마워, 아즈키! 우선 물 좀 마셔!"


물을 마시고 숨 좀 돌린 뒤 쇼파에 앉은 아즈키는 미우 쪽으로 당겨앉아 말했다.


"요즘 데이트는 어때? 카나, 괜찮아?"

"카나는 좋은 애야. 너무 순진한게 탈이긴 하지만."

"스킨십 진도는 어디까지 당겼어?"

"스...스킨십? 며칠 전에 키...키스까지 해봤어."

“흐음, 많이 나갔네."

“그런 셈이지.”

"그 정도까지 나갔다라...그럼."


하고서 아즈키가 미우의 어깨를 잡고 끌어안아 입술에 키스를 하였다.

chu chu chu chu la la la, chu chu chu chu la li la li la.

그 둘의 사이에서 '사랑스럽잖니'의 후렴구 가사가 오고갔다.


"어때, 미우? 나랑 한 건...오랜만인가?"

"하아...그러네. 꽤나 오래 전인 것 같아."

"그러게.숨겨진 연인 아즈키의 키스 맛은 어땠나요? 미우씨, 대답해주세요!"

"네, 아즈키씨의 키스맛은, <달이 아름다운 맛>이었습니다."

"이거, 카나가 알면 안 된다?"

"당연하지. 우리의 비밀 연애를 들키면 죽을 수밖에 없잖아. 너도, 나도."


카나에게 알리지 못할, 알릴 수 없는 비밀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 시간의 시작은 미우와 카나가 53일이 되고 난 후부터 시작되었다.

어쩌다 사랑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알 수 있었던 건 아즈키의 헤어날 수 없는 매력에 미우는 단시간에 아즈키에게 빠졌다. 그리고 그런 상태로 미우는 카나와 100일을 맞고 200일을 맞았다는 것이다.

카나가 아무것도 모른 채 미우만을 좋아할 때 미우는 카나도 좋아하고 아즈키도 사랑하는 양다리를 걸친 채 많은 날을 보냈다.

물론 미우가 카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아즈키의 매력이 그 마음을 덮어버리기 일쑤여서 아슬아슬한 이 양다리를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은 그것을 즐기게 되었다.



그날 저녁쯤 되어 아즈키는 돌아가고 카나에게 문자로 스케줄이 끝났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때는 6:30분, 막 저녁을 먹는 시간일 정도로 늦지 않는 타임이었지만 하필 저 멀리 홋카이도에서 진행한 스케줄이기 때문에 돌아오면 꽤나 늦는 시간이 될 게 분명했다. 카나도 그 점에 대해 걱정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미우네 집에 가서 자도 될까?]

[안될 건 없어! 기다리고 있을게.]


문자가 끝나자마자 미우는 청소기는 들고 방을 청소했다. 자신의 애인이 오는데 당연히 집이 깨끗해야 하거니와 혹시 아까 왔다 간 아즈키가 미처 두고 간 물건이 있다면 숨기든 버리든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즈키의 물건은 없는 것 같았으며 특별히 의심 갈 만한 다른 물건도 없어보였다.



그날 밤 9:50분, 카나는 미우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왔다.


"어! 빨리 왔네! 10시 넘어서 올 거라 생각했었는데."

"나도 그럴 줄 알았어. 근데 차가 막히지 않더라고. 그 덕분에 미우를 더 빨리 만날 수 있게 됐네!"

"그러게! 잘 됐다! 배고플 텐데 오면서 뭐 먹었어?"

"아, 응. 휴게소 들러서 간단하게 고로케 먹었어. 그래서 지금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그래? 그럼 이제 잘까? 내가 오늘 같은 날을 위해 파자마세트를 하나 샀어."

"와~이! 정말 예쁘다! 고마워, 미우야!"


미우에게 안기는 카나였다.


카나가 초록색 잠옷을 입고 나왔을 때 미우는 놀랐다. 이유인즉 너무 예뻐서.

'만약 잠의 여신이 우리 집에 찾아온다면 그건 분명히 카나와 같은 모습일거야. 너무 예쁘다.'

미우도 파자마를 입었다. 그때 카나 또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내게 잠의 요정이 찾아온다면 분명 저와 무척 닮아있을 것 같아. 예뻐.'


그때 시간은 10:40분,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미우의 침대는 카나와 미우 둘이 누워도 충분할 만큼 넓었다.


‘침대가 의외로 넓네. 혼자 잘땐 몰랐는데.’


"카나, 나랑 같이 자는 건 이번이 처음인가?"

"응, 이번이 첫 번째일 거야. 저기, 미우야. 자기 전에 키스해 줘."

"지금 잘 거야?"

"응, 자려고."

"알겠어. 잘 자, 카나."

“잘 자, 미우야.”


chu.

굿나잇 키스를 한 뒤 카나는 눈을 감고 잠들었다.

그런 카나를 바라보며 미우의 마음엔 미안함, 착잡함 등등 만감이 다 들었다.

미우로서는 지금이 아니면 카나에게 미안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밖에 없었다. 나중에 아즈키를 만나면 그런 마음도 싹 사라지게 될 테니.

카나와 있는 시간에는 있는 힘껏 카나를 좋아하기로 마음먹으며 미우도 잠들었다.



다음 날, 카나가 일어나보니 옆에 미우가 없었다.


"응? 미우야? 어디 있어?"


하며 나오니 부엌에서 아침식사를 차리고 미우를 볼 수 있었다.


"일어난 거야? 굿모닝, 카나."

"좋은 아침, 미우. 아침식사 준비하고 있었으면 말하지. 나도 도왔을 텐데."

"아니야, 괜찮아. 많은 양도 아니었는데."


미우와 카나는 아침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미우야, 오늘 스케줄 있어?"

"응, 오늘 오후에. 그때까지 사무소 가야 해."

"에? 그래? 그럼 난 아침 먹고 빨리 가야겠네! 나도 오늘 로케가 있어서."

"에에? 진짜? 더 같이 못 있는게 너무 아쉽네..."

"그러게, 너무, 완전, 진짜 아쉽다."


카나도, 미우도 한결같이 아쉬움에 사로잡혔다. 특별히 미우는 그 아쉬움이 더했다. 카나와 헤어진다는 건 아즈키의 마력이 다시 미우의 마음을 뒤덮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늘의 스케줄은 미우 단독의 스케줄이라서 아즈키와는 큰 상관이 없었다.



카나가 돌아가고 난 뒤 미우도 슬슬 사무소로 출근할 준비를 했다.

옷을 갖춰 입고 신발을 신으려 신발장으로 가는데 쇼파 밑에서 뭔가가 보였다.

'뭐지, 저게?' 싶어서 확인해보니 햄스터 모양의 이어캡이었다. 미우는 이런 걸 꽂을 타입이 아니고 카나는 이어캡에 큰 관심이 없는 아이라 주인은 아즈키가 확실했다.

그 생각을 하니 미우는 순간 눈 앞이 아찔했다. 저걸 카나가 있는 동안 그대로 뒀다니, 게다가 청소 중에 발견도 못했고.


해서 아즈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미우, 무슨 일이야?]

[아즈키, 네 이어캡이 우리 집에 있었어. 어제 빠졌나 봐.]

[아! 그래!? 어쩐지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니. 고마워!]

[이따 사무소 도착하면 갖다줄게.]

[OK!땡큐!]


사무소에 도착한 미우는 가져온 이어캡을 아즈키에게 돌려주고 (키스를 한 뒤) 자신의 프로듀서에게 가서 그 날의 스케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방송국으로 가서 촬영을 진행했다.


그날따라 척척 진행이 잘 되서 미우는 속이 뻥뻥 뜷리는 쾌감을 느꼈다. 그 다음 스케줄도 마찬가지로 차질 없이 잘 진행되어서 미우에겐 시원한 희열이 컸다.



며칠 후, 그날의 로케를 끝나고 돌아가려는 미우에게 카나가 왔다.


"미우야~" "카나, 안녕! 집에 가는 거야?"

"응. 이제 일도 다 끝났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까, 우리 커플템 하나 맞출까?" "좋지! 뭘로 할까?"

"내가 봐둔 게 몇 개 있는데, 보여줄게!"


카나는 핸드폰으로 14번가 앱에 들어가 장바구니에 쑤셔 넣어둔 아이템을 보여줬다.


"팔찌도 있고, 반지, 옷, 핸드폰 키홀더, 이어캡을 봐뒀는데 어때?."

"다 좋아! 난 팔찌가 제일 좋은데, 카나는?"

"난 이어캡. 간단하고, 잘 보이고, 요즘은 누구나 핸드폰 갖고 다니니까 쉽게 보여줄 수 있잖아."

"음, 좋아! 디자인은?"

"음~난 무당벌레 디자인이 제일 마음에 들어."


하며 카나는 계속 스크롤을 내렸다.


"아, 그러고 보니까 하나 생각났는데, 미우는 햄스터 좋아해?"

"응. 귀엽잖아."

"그래?......아즈키랑 똑같네."

"무슨 뜻이야, 그건?"

"지난번에 네 집에서 햄스터 이어캡을 발견했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미우는 움찔했다.


"그런 게 왜 네 집 쇼파 밑에 있는지 모르겠더라고. 다른 건 둘째치고 넌 이어캡 꽂고 다니지도 않는데 왜 그런 게 있어?

처음엔 네 프로듀서님의 것인 줄 알았는데 네 프로듀서님도 그런 귀여운 걸 꽂을 사람은 아니시지. 그래서 직감적으로 다른 사람의 것일 거라 생각했어. 다만 정확히 누구의 것이었느냐가 궁금했는데,

며칠 전 미우가 아즈키에게 그걸 전해주는 걸 저 멀리서 봤어. 게다가 키스까지 했더라고.

그때 나는 알았지. 네가 다른 여자를 집에 들이고 있었다는 걸. 그것도 나 몰래 말이야."


카나의 말을 듣는 미우의 전신에는 소름이 쫙 끼쳐 말도 하지 못하고 뒷걸음만 치다가 어느 새 둔탁한 벽이 그녀의 뒤를 막음을 느꼈다. 카나도 그 걸음에 맞춰 다가왔다.


"미우야, 네가 나 외에 다른 여자를 들인 것에 대해 물론 화가 나긴 하지만 헤어지자고 말하지는 않을게. 넌 그저 그 땅꼬마 불여우에게 홀렸던 것뿐이니까. 네가 아즈키에게 홀린 게 죄라고 한다면 너를 홀린 아즈키는 대역죄인이야.

자, 아즈키에게 전화를 걸어. 걸어서 지금까지 내가 말한 내용을 전해."


미우는 덜덜 떨면서 시키는 대로 아즈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미우야!]

[아즈키, 지금 어디야?]

[나 스케줄 다 끝나서 지금 집에 가려고.]

[그, 그래. 아, 알았어.]

[미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미우는 침을 한번 삼키고 대답했다.


[아즈키, 잘 들어.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비밀스런 연애들, 그걸 카나가 전부 알아버렸어.]


이 말에 아즈키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여러 가지 말을 했었어.]

[아니, 그것보다, 카나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지난 번에 네가 이어캡을 우리 집에 두고 갔잖아. 그걸 카나가 봤대.]

[......그래? 내가 실수했네...]

[그래서]


말을 이으려던 순간 카나가 미우에게 전화를 바꿔달라는 손짓을 했다.


[아즈키, 카나가 바꿔 달래. 바꿔줄게.]

[응.]


전화를 이어받은 카나가 말했다.


[아즈키, 재미있었나 봐? 나 몰래 하는 연애질.]

[엄청 좋았다.]

[남의 애인에게 꼬리치고 여우짓을 하니까 빼먹은 건 상당했겠지?]

[꼬리를 치고 여우짓을 하다니요, 이 양반아. 나도 미우를 좋아했을 뿐이야.]

[그랬겠지. 안 그랬으면 네가 이러지도 않았을 테니.]

[그래, 이제 미우는 내 애인이야. 200일씩이나 넘겼으면 이제 양보할 줄도 알아야지.]

[양보? 미우가 네 물건이야?

아즈키, 내가 지금 여기서 장담해둘게. 네가 미우의 골과 육, 간과 혼을 빼먹기 전부터 미우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어. 물론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너의 불여우짓은 오늘, 아니 어제로 끝이야. 더 이상 너의 곁에 미우가 있게 하지 않을거니까.]


둘 다 잠시 말이 없었다. 다만 아즈키의 숨소리가 아직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잠시 후 아즈키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래, 한 번 해봐.

그럼 나도 장담 하나 할게. 미우는 앞으로 너보다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게 될 거야. 그때 사이에 미우의 마음은 점점 너를 떠나게 될 거고 마침내는 나만을 사랑하게 될 거야. 이제 너의 시간은 완전 끝이야, 카나.]


통화를 하는 둘의 표정엔 무서운 미소가 서렸고, 그 사이에 끼인 미우만 잔뜩 썩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카나가 말을 이으려는 도중에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즈키가 손에 폰을 들고 걸어오는 중이었다.


"여우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여우가 아니라 호랑이겠지, 카나?"

"알고 있지만, 아즈키는 호랑이가 절대 아니라 여우니까 말이야."

"그래서, 카나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

"그래, 그러면, 미우가 대답하게 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하려 했어."

"아아,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


"자아, 미우야. 대답해 줘. 너는 누가 더 좋아?"


​이 말에 미우는 아득함을 느꼈다. 어떻게 대답해야 살 수 있을까? 얕은 꾀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궁지에 몰리게 만든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 얕은 꾀라도 필요한 순간이다.

재빨리 머리를 굴린 미우의 입에서 마침내 대답이 준비되었다.



"자, 미우야. 대답해 줘."

​"나랑 카나."

"나랑 아즈키."

"둘 중에 누가 더 좋아?" 

"대...대답할 테니 둘 다 한 걸음만 물러서 줄 수 있어?"


그 말에 둘은 한 걸음 물러섰다.


"나를...둘이 가지려면 같이 살거나 아니면 날 찢어갖거나 해야 하는데 전자는 너희가 매일 싸울 것 같아서 싫고, 후자는 아무 이득 없이 괜히 한 사람 목숨만 잃는 꼴이니 소용없지.

그러니까...둘이 싸워서 이기는 쪽이 나를 가지면 돼."


이것 또한 아무 이득 없는 대책인 것을 미우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연애보다 목숨이 중요했다. 둘이서 치열한 싸움을 하는 동안 도망칠 계획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도주로를 확보해둬야 했다.


"여긴 아직 회사 건물 안이야. 여기서 싸울 수는 없어. 밖에, 회사 건물 후문 쪽에 널따란 공간이 있으니 거기서 승부를 보면 되겠다."


그렇게 해서 셋은 후문의 공간으로 이동했는데 그 때는 카나와 아즈키가 양쪽에서 미우의 팔을 팔짱끼고 죄인 연행하듯 데리고 갔다.



잠시 후, 미우는 벌어진 둘의 싸움판 사이에서 계획대로 탈출해 전력으로 뛰어 치바행 전철을 탔고 내려서도 전력으로 뛰어 집으로 들어갔다.

결국 탈진해버린 미우는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을 힘도 없이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 다음 일에 대해선 생각할 틈조차 없이.


사실 그 다음 일에 대해서는 집으로 뛰어올 때 떠올리고 있었다.

아즈키와 카나가 자신을 쫓아 집에 쳐들어오진 않을지, 아니면 문자폭탄이 쏟아지진 않을지, 뉴스에 이번 일에 관해 보도되진 않을지, 모두 다, 별의별 경우의 수를 떠올렸었다.


하지만 '그런 게 일어난다 해도 목숨보다 중요할까?' 하는 생각에 미우는 그 일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는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



얼마쯤 잤으려나?

눈을 뜬 미우는 어두운 방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보고서 요전의 일이 떠올라 화들짝 눈을 떴다.

그 앞에 있는 건, 아즈키였다. 아즈키는 웃고 있는지 화가 났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깬 거야?"


​이 말에서 미우는


'왜 도망갔어?'


라는 의미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아니,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카나는?"

"여기 온 건 난데 왜 카나를 찾아?"

"내 말은, 카나를 어떻게 했냐는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손봐줬으니."


그 말에 미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좋게 말해서 손봐준 거지 분명 큰 뭔가를 했을 게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애초 둘의 질문에서부터 미우는 해피엔딩을 꿈꾸지 않았다. 어떤 결과를 맞이해도 배드 엔딩뿐일 걸 알고 있었다. 그나마 어느 경우가 더 나은지, 그런 것도 없었다.


'내 업이다. 내 업이야. 바람을 피운 내 업이야. 받아들여야지...하아...."


아즈키가 말했다.


"카나는 이제 네 곁에 없을 거야. 그러니까 미우야,

이제 나만을 사랑해줄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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