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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사쿠라이 모모카-장미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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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31, 2019 20:02에 작성됨.

안녕하신가요, 프로듀서 쨔마 여러분? 여러분의 사쿠라이 모모카랍니다.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냐고요?

다름이 아니라 최근에 유메씨의 그림을 보게 되었는데 말이죠. 저는 그 예술적인 화풍이 담긴 그림에 매료되었답니다.

그래서 저도 그림에 도전해보려고 해요.



처음에는 스케치북에다가 그렸어요. 태양도 그리고, 숲도, 동물도, 기타 여러가지 오브젝트들을 그렸었죠.

하지만 며칠 안 돼서, 아니 몇 시간도 안 돼서 금방 질려버렸어요. 고작 스케치북이라는 작은 것에 제 그림을 담기엔 너무 역부족이에요.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게 있었어요. 예전에 어느 TV광고에서 케치북 종이 몇 장을 겹쳐 큰 고래 그림을 완성하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스케치북의 종이를 뜯어 그림을 그리고, 색칠도 하고, 겹쳐서 장미정원 그림을 완성했어요.

근데 이것도 완성 직후에나 좋았지 두 번은 못하겠더라고요. 왜냐하면 당장 이것도 삐뚤빼뚤하게 됐으니까요. 완벽하지 않은 그림은 가치가 없어요.

음...그래서,,,그러니까...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생각을 하러 정원으로 향했어요.

정원을 걷는데 담벼락 밖에서 말소리가 들리네요.


"이번에 읽어야 할 책이 뭐였더라? 크리스마스 캐롤이랑, 나니아 연대기랑, 마지막 잎새였지?" 

"맞아, 그거야."


마지막 잎새라~좋은 작품이죠.

오 헨리 작가가 쓴, 죽어가는 존지를 위해 베어먼씨가 벽에 담쟁이덩굴을 그려 넣었다는 이야기. 예전에 한번 읽어봤는데 감명이 깊었어요.


응....? 뭐라고요...? 벽에...그려넣어?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스케치북보다도 더 크고 삐뚤빼뚤하지 않은 거대한 하나의 캔버스! 벽화를 그려야겠어요!


바로 제 방으로 달려가서 색연필, 사인펜, 크레파스, 물감 등 여러 가지 색채도구를 전부 챙겨서 뒷마당의 큰 벽으로 향했어요.

아까 그렸던 장미정원을 펼쳐서 겹친 다음, 벽에다가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린 후 물감을 잡았어요.


아니, 잠깐만. 그 전에, 프릴 달린 드레스는 거추장스럽고 더러워지면 곤란하니까 옷을 정말로 편한 것, 더러워져도 상관없는 그런 옷들과 반바지로 갈아입어야죠.



갈아입고 난 뒤 본격적으로 색칠을 하기 시작했어요. 밑그림 경계선이 조금 헷갈리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밑그림을 그릴 때 선을 조금만 더 진하게 그릴 걸 그랬네요.


밑그림을 토대로 색칠을 해나갔어요, 최대한 큰 붓을 쓰는데도 칠하기가 쉽지 않네요.



1시간 20분 쯤 지났을라나요? 장미의 붉은 꽃잎들을 모두 칠했어요.

그 다음은 노란 장미에요. 당초 계획엔 네다섯 가지 색깔의 장미들을 그리기로 했으니까 다 칠하려면 점심도 거르고 칠해야 해가 지기 전에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 참, 저는 이런 밑그림들을 어떻게 그렸던 걸까요?



저는 지금 열심히 물감을 칠하고 있답니다. 다행히도 네 가지의 색깔을 칠하는 건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요.


이제 남은 건 장미 줄기와 구름, 하늘, 그리고 태양, 이 네 가지뿐이에요.

다른 것보다 하늘과 장미줄기 그리는 게 제일 힘든 일이에요. 둘 다 범위가 벽의 저쪽 끝에서부터 반대편 쪽 끝까지 쭈욱 뻗어있거든요.

이런 경우는 일반 붓이 아니라 페인트칠을 할 때 쓰는 그런 붓이 필요한 수준이에요. 이걸 어디서 구하죠?


주변을 둘러보니 아! 저기 롤러밀대가 하나 있네요! 붓은 아니지만 그래도 쓴다고 하면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롤러에다가 하늘색 물감을 잔뜩 묻힌 후 밀대로 미니까 유후! 유쾌하게 색깔이 입혀지네요! 생각보다 엄청 빨리 끝났어요!

밀대가 없었으면 한 2~30분 정도는 붓으로 칠하고 있었을 거예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말이죠.



장미 줄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었어요. 그러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방금 썼던 그 롤러를 일단 물에서 빨아 하늘색 물감을 뺀 다음 초록색 물감을 잔뜩 묻혀 장미 줄기를 휙휙 칠했어요.

다 칠한 다음에 짙은 갈색 물감을 묻혀 벽을 칠하고 초록색에 검정색을 약간 섞어 줄기에 음영을 주었고요.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일일이 세심하게 다 칠해야 하니까 시간이 굉장히 오래 가더라니까요.


음영을 주는 작업을 완료했을 땐, 아까까진 중천에 떠 있었던 해가 벌써 제 뒤에 가 있었어요. 한 세 시간 정도 걸린 걸까요?



이젠 마지막으로 해와 구름을 칠하기 위해 준비해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어요.

팔레트에 하늘색과 흰색, 회색을 섞은 뒤 구름을 칠하고 역시 음영을 주었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먹구름도 아닌데 구름이 흐릴 때. 네, 딱 그런 느낌의 구름이 되었네요.


마지막으로 태양을 색칠했어요.

사실 태양을 자세히 볼 수는 없기에 그냥 책에서 나온 대로, 붉은 색과 노란 색의 조합을 적절히 섞어서 칠했어요.

이것도 고역이에요~태양 그리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이 모든 걸 끝내고 보니 어느새 일몰이 시작되었네요! 벽화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완벽해요!


아주 보람찬 기분으로 물감과 사다리, 기타 잡동사니들을 챙겨 방으로 돌아가려던 그때, 엄청난 박수소리가 들렸어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부모님을 비롯한 집안사람들이 서있더라고요.


"언제부터 거기 계셨어요?!"

"모모카가 줄기를 그릴 때부터 있었단다."

"오랜 시간 서 계셨네요! 중간에 말씀이라도 하시지 그러셨어요."

"네가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데 어떻게 말을 걸어?"



다음날부터 제가 그린 '장미정원'은 손님 분들이 오시면 꼭 소개되는 우리 집 명물이 되었어요. 아이 참, 부끄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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