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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사쿠라이 모모카-인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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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31, 2019 19:13에 작성됨.

나 사쿠라이 모모카는 대저택에 사는 사쿠라이 가문의 영애다.

돈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고, 말만 하면 들어주는 사람이 내 주변에 수두룩하지.


2시의 티타임은 정원 쪽 창문에서 가지는 게 제일 최고로 낭만적이야. 꽃내음과 홍차 맛이 하나 되어 내 입에 들어오는 그 느낌은, 아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워~.



현재 나는 미시로 프로덕션에서 아이돌을 하고 있다.

헌데 오늘은 바쁜 나날 중에 간만에 생긴 일주일 오프의 시작 날이다. 그리하여 다녀오고 싶은 여행도 다녀오고 하고 싶은 걸 다 해볼 예정이다.


옷을 편한 걸로 갈아입고 혼자 전철역에 갔다. 보통대로라면 호위라고 시종 몇 명이 따라붙겠지만 난 애가 아니다. 내 몸 하나는 스스로 지킬 수 있다. 게다가 사람이 붙으면 오히려 거추장스럽고 귀찮단 말이지.



기차역 플랫폼에 들어가는 길목에 누가 돗자리 깔고 엎드려있다.

분명히 이게 말로만 듣던 거지인거지. 박스에 동전 몇 푼 들어간 것 가지고 그날 수입이 어떻니 난리를 칠거야. 더러워.

그렇게 구걸하지 말고 일을 해, 일을. 허리 좀 굽힌다고 돈이 생길 줄 알아?


거지를 만나서 기분 조금 잡친 채로 전철에 탔다.

4정거장 정도 지났을 무렵에 웬 흘러간 음악소리가 들리더니 연결통로의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이상한 포즈로 걸어오는, 거지+병신의 혼종이 오고 있었다.


젤나나 맙소사, 저 병신은 왜 태어났단 말인가.

사람은 세상에서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태어나는 법인데 저런 병신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만약 용서된다면 저놈의 정강이를 있는 힘껏 걷어찼을 텐데.



혼종 때문에 잡친 기분을 애써 달래고 박물관 역에 도착했다. 박물관 역이라고 해도 나와서 10분 정도 더 걸어가야 한다. 그럼 박물관 역이라고 하지 말던가, 왜 이름을 그런 식으로 지어놓은 거야?


뭐, 그래도 길거리에 볼 것들도 많고 멋진 것들도 많아서 좋아, 여기는.



그렇게 걸어가는데 SC(세이브 더 칠드런)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걸 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세요!"

"단돈 100엔으로도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뭐야, 결국 돈 내란 이야기잖아. 아까워.


해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크게 틀어 내 귀를 막았다.

그러고 보니 그런 얘기가 있긴 했지. '5초에 한 명씩 아이가 죽어간다'고.

1, 2, 3, 4, 5. 한 명이 죽었다. 아, 참 슬프네.


귀를 막다시피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가다보니 어느새 박물관 입구에 도착했다.



전시실 안에 들어가서 고대의 유물부터 현대의 유물까지 모두 다 관람했다.

개중에 제일 흥미가 갔던 건 그 시대 상황을 기록한 문서였다. (돌문서도 있었고 파피루스문서도 있었다.) 그 때 그 동네에 무슨 일이 있었다느니 질병이 퍼져 많은 사람이 죽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


내가 그 시대에 안 살아봐서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고 설명도 없지만 안타까운 일이네, 울고 싶어라~


1층 전시관 관람을 끝내고 2층 전시관으로 올라가기 위해 로비 쪽으로 나왔는데 나이가 한 6살 쯤 되어 보이는 꼬맹이가 울먹이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엄마를 찾는 것 같은데 말이지. 엄마를 잃어버렸으면 안내데스크로 가서 미아신고를 하든가 해야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무시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시간 지나면 알아서 잘 찾겠지.



2층엔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거기서 제일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저기 옆나라의 그림인 '고양이와 나비'였다. 유키미짱이 보면 좋아하겠는걸. 나중에 한번 보여주고 싶네.


또한 중국 작품 '복희와 여와'도 놀라웠다. 내가 이 그림은 책에서 본 게 다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느낌이 또 달랐다. 이게 진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복제품이겠지. 아무렴 복희와 여와라는 중국사의 시초적 신들이 그려진 작품의 진품이 쉽게 외국에서 나돌리가 없잖아.



불교미술 전시관에도 들어가서 본 작품 중 '지옥도'는 나로 하여금 큰 충격을 받게 했다.

괴기스럽다느니 무서운 건 둘째 얘기고 그림의 화풍이 강력하고 거칠었다.

세월이 흘러 낡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더욱 작품 특유의 강렬한 느낌이 살았다. 무서워~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다시 로비로 내려왔다. 아까 그 꼬맹이는 엄마를 찾았는지 없네.



다시 산책로를 걸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연착되었는지 예정보다 5분쯤 늦게 왔다. 아직 늦은 시간은 아니다. 기껏해야 4시 반. 점심 먹기 전, 그러니까 11시 반쯤에 출발해서 오가는 시간 빼면 3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관람한 셈이다.

다음엔 공연이라도 보러 갈까, 연예인이 하는 연예인 구경도 좋잖아.


도착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디서 들어본 멜로디에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오, 세상에, 젤나나 맙소사. 아까 그 병신거지 혼종이 오고 있었다.


신이시여, 어째서 제가 저 역겹고 혐오스러운 하등종자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마주쳐야 하는 겁니까!오, 신이시여. 저놈이 제 시야에서 썩 물러나게 해주옵소서.

멀어지는 그 머저리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엄청나게 쌍엿을 날렸다.


지하철이 목적지에 도착해 내려서 출구로 향했다, 가면서 보니까 아까 구걸하던 거지는 진작 돗자리 접고 철수했다. 기분 더 잡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야.



걷고 또 걸어서 집 근처에 이르렀을 때 웬 소란이 있었다.


'아...이번엔 또 뭐야...'


터덜터덜 그 방향으로 가보니 노숙자들이 식당에서 나오고 있었다.

보기에 단순히 '나온' 게 아니라 '쫓겨난' 것 같았다. 그래 보여, 한눈에 보기에도 복장부터 너덜너덜하니까 분명 무전취식하려다 쫓겨난 거야.

경찰아저씨~여기예요~ 여기 무전취식하려는 사람들 있으니 싹 다 잡아넣어 주세요~!



집에 도착해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저녁식사를 끝내고 TV를 켰다.

나도 참 한가하게 지내네. 뭐, 오프인데 상관없잖아. 게다가 지금까지 밖에 있다 왔고 말이지.


TV에서 흘러나온 뉴스에서는 '카츠라'라는 회사의 이야기가 보도되고 있었다.

카츠라는 우리 사쿠라이 가문이 설립한 회사 중 한 계열이다. 동시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홍차를 만드는 회사이기도 하고.


하여튼 뉴스에서는 산업재해로 팔을 다친 한 직원이 치료비를 달라고 농성하는 장면이 보도되고 있었다.

나 같으면 농성할 시간에 병원에 가겠다. 왜 그러고 있어? 저 사람도 참 욕심쟁이네. 월급의 2배씩이나 달라고 하다니. 양심은 있어서 3배까지는 요구하지 않네.


보다가 지루해져서 TV를 꺼버렸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홍차를 한잔 마시며 노을진 정원을 바라보았다.

이 홍차는 아까 TV에 나온 카츠라에서 만든 홍차다. 홍차의 향취와 저기 선셋 노스텔지아(그룹 이름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는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야! 핸드폰으로 선셋의 사진을 찍어두었다. 내가 본 노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오늘과 같은 휴일이 계속 지나가고 결국 오프의 마지막 날인 오늘이 되었다. 내일이면 다시 스케줄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오늘 제대로 놀아버릴 예정이다.


논다고 해서 클럽에서 뛴다거나, 와인바에 가서 진창 마신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렇다고 놀이터에 가서 미끄럼틀을 탄다거나, 그네를 탄다거나, 모래성을 쌓는다거나, 정글짐에 올라간다거나 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이 논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걸 즐긴다는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건 간에 말이지.

안심해, 나쁘게 놀진 않을 거니까.


논다고는 했는데 생각해보니 막상 뭘 할지 떠오르지 않아 정원을 거닐면서 궁리해보기로 했다.


정원을 거닌지 한 5분 됐나? 풀숲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다람쥐나 참새겠거니 했는데 갑자기 풀숲에서 뭔가가 올라왔다.


"꺄악! 뭐...뭐예요?!"


보기에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소년이 있었다. 못 씻은 건지 더럽네.


"저...저는...저기 밖에서 사는...사람인데...엄마랑...동생이 배고파해요...밥 좀 주시면 안될까요?"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 경비원이 들여보내주진 않았을 것 같은데."

"네...담장 밑의....땅 파서...들어왔어요...."


뭐?! 땅을 파고 들어와? 그러니까...이거 불법침입이지?


손목시계의 버튼을 누르자 띵동하는 소리가 나더니 하인들이 대거 뛰어나와 그 소년을 잡아다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사실 이건 시계라기보다 방범부저 같은 건데 위험상황에 대비해 아키하상에게 부탁드려 만든 것이다.


아무튼 간에 땅 파서 들어온 건 반박할 수 없이 불법침입이니 엄하게 다스려도 되겠지?

더러운 거지, 우리 집 말고 다른 곳으로 가버려.


아, 참. 거지 쫓아내느라 본론을 잊고 있었네. 오늘은 뭘 하지? 음...그래! 박람회에 가는 거야. 재미있는 박람회도 많으니까 이참에 가자!

...근데 지금 하는 박람회가 있나?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 교토에서 티(tea) 박람회가 있는데 이틀 전부터 개관했다고 한다.

카츠라의 특제 홍차도 출품된다. 조금 멀긴 하지만 그런 좋은 곳을 안가고 배겨? 가즈아~



교토의 티박람회장에 도착해 정문을 열자마자 각종 차향이 내 코로 밀려왔다.

음, 이 향기로운 냄새들~내가 오늘 여기 있는 차를 한잔씩 다 마셔보고 갈 거야. 레이디로서 차를 즐긴다는 건 기본 소양이지.

그리고 먹어봐서 맛있다 싶은 건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집에 돌아가 주문해야겠어.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허브티도 마셔보고, 홍차도 마셔보고, 각종 차를 마셔봤지만 크게 내 입맛을 당기는 건 없었다.

조금 실망해 물배를 채울 것 같았을 때 마셨던 차가 내 입맛을 확 당겼다.

남아프리카 산 콩을 건조시켜 만든 로이보스 차, 맛이 살짝 달아서 맛있어! 게다가  앞 부스에 있는 꿀물도 맛있어! 이제 카츠라 홍차는 날 만족시킬 수 없어.


근데 꿀물도 차라고? 믿을 수가 없어. 꿀물은 그냥 꿀물인 줄 알았는데 차였다니. 빼놓을 수 없지. 기록해두자.

이거 집에 가면 꼭 주문, 아니지. 그럴 필요 없이 여기서 사가자. 로이보스 5팩에 600엔이래. 세일 상품인가? 꿀물은 1000엔 정도 하네.

뭐, 상관없어. 레이디의 소양을 익히는데 돈이 뭐이 아깝겠어? 당장 질렀다. 맛있겠다~ 내일, 아니 아니, 오늘 선셋 티타임은 로이보스를 마셔야지~



보람찬 박람회 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을 탔다.

오늘은 딱히 그 혼종을 보지 않았고 지금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다만 지하철 장사꾼이 시끄러웠다.

분명히 안내방송에서 물건을 팔지도 사지도 말라고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근데 쌍방이 어겨지는 저 광경은 뭐야? 선악과야 뭐야? 먹지도 만지지도 말랬잖아! 둘 다 하면 어쩌자는지!

하여간 무식한 서민들. 물건 팔고 싶으면 시장에 자리를 잡던가! 굳이 왜 지하철 들어와서 하지 말란 것만 골라서 하고 있어?



무식하고 무법적인 장사꾼들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자마자 시녀 크리스틴에게 로이보스와 꿀물을 주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의외시네요. 아가씨는 항상 홍차만 드시더니. 게다가 이번에 사오셨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너무 맛있어서 금방 다 먹게 될 것 같아서요. 쌓아두고 먹고 싶어요. 질릴 때까지 말이죠."

"알겠습니다. 얼마나 주문하면 될까요?"

"세달 치 주문해주세요."


딸깍딸깍,


"주문되었어요. 로켓배송으로 주문했으니 내일 올 거예요."

"고마워요. 슬슬 노을도 지니 선셋 티타임을 시작할게요."


말하고서는 정원 창가에 앉았다. 로이보스를 타서 한 모금 마시니 달달한 맛이 내 입을 통해 온 몸으로 퍼지고 머릿속을 맑게 해줬다. 그 덕분에 노을을 더 감명 깊게 볼 수 있었고.



그날 밤, 잠이 들었다.

그러다 잠깐 깨고 보니 어쩐지 분위기가 어두웠다. 어두운 분위기를 한두 번 본건 아니라서 평소 같으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뭐랄까, 신성한 존재 앞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밝으면서도 어두운 이 느낌.

도대체 뭐지, 이건?


또 보니 내 주변과 앞쪽에 많은 사람들이 서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엔 거대한 빛이 옥좌에 앉아 있었다.

그 빛의 말에 따라 사람들은 열린 문에 들어가기도 하고 바닥이 꺼지기도 했다. 얼떨떨한 사이 내 차례가 다가왔다.


"빛님...다...당신은 누구세요...?"


그 빛은 내 질문에 답하지 않고 나와 내 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저주받은 자들아,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원한 불에 들어가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지 아니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아니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 입히지 아니하였고 병들었을 때와 옥에 갇혔을 때에 돌보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러자 우리 중 누군가가 외쳤다.


"우리가 언제 당신을 돌보지 않았습니까?"


그 빛이 대답했다.


“작은 자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내게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내가 지금까지 저질러온 악행이 생각났다. 그리고 후회가 밀려왔다.


'아...그때 거지에게 한 푼이라도 줄걸 그랬어..박물관에서 길 잃은 아이를 도와서 엄마를 찾아줄걸...땅을 파고 들어와 음식을 달라고 한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음식을 줬었다면...'


그리고 동시에, 바닥이 꺼졌고 나와 또 같이 있던 사람들은 저 밑으로,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때부터 공포가 밀려왔고 어둠의 밑바닥에서 마귀가 입을 벌리고 있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는 곳은, 아니 가게 된 곳은,


그래, 지옥이었다.


인색함의 죄, 오만의 죄, 기타 헤아릴 수 없는 죄악들이 사슬이 되고 무게추가 되어 나를 지옥 밑바닥의 불구덩이, 악마가 기다리는 곳으로 끌고 내려간다.


그리고 바닥에 거의 다다랐을 때 어둡고 뜨겁고 붉은 불꽃이 나를 둘러쌌다. 내 몸이 열기에 시달리며 줄지도, 멈추지도, 죽을 수도 없는 고통을 영원히 받게 되는 시간이 온 것이다.

그러나 나를 더 괴롭게 한 것은 그러한 불꽃의 열기와 고통, 마귀의 괴롭힘이 아니라 살아서 모두에게 잘 해주지 못했다는 후회였다.


"으아악! 으아아악! 제가...제가 잘못했습니다!! 신이시여...! 저에게...저에게 한번만...저를 한번만 용서해 주신다면...! 그땐 진실한 마음으로 저들을 돕겠어요...! 부디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주셔요...!"


그 말을 세 번을 반복하고도 지옥의 불에서 고통 받고 있었다.


너무나 무거운 고통에 의식을 잃을 것 같을 무렵 갑자기 어떤 빛이 내 몸을 강타했고 그때 난 눈을 떴다.


"허억...! 하아...하아...꿈이었구나..너무 무서웠어...꿈이라서 다행이야..."


그 후로 몇 시간은 쉽게 잠들 수 없었고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아침을 맞았다.



다음 날 아침 비몽사몽한 채로 하루를 시작한 나는 오늘부터 다시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옷을 입었다.

나가려고 준비한 순간 정원에 무언가가 있는 걸 발견했다. 나가서 보니 지난번에 땅 파서 들어온 아이였다.


"무슨 일이셔요? 지난번에 두들겨 맞고도 또 오셨네요."

"네...하지만...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저희 가족이 죽을지도 몰라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그 아이에게 말했다.


"따라오세요. 먹을 걸 풍족히 드릴게요."

"저...정말요?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식당에서 그 아이에게 먹을 음식을 잔뜩 꺼내준 뒤 나는 다시 출근길을 서둘렀다.


오늘부터는 나라는 사람이 달라졌다.

돈을 한 푼도 쓰기 싫어하던 내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기도 하고, 후원금으로 쓰기도 하고, 심지어 SC(세이브 더 칠드런)에 매월 100만 엔을 후원하기로 했다.

게다가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로이보스 차를 우리 집 근처에 사는 임신한 새댁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임산부들이 그 차를 많이 마신다더라.


내가 이렇게 변한 이유는 아마도 그 꿈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지옥불에 다시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마음이겠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첫째 내 인생은 예전보다 더 풍요로운 마음으로 채워졌고 또한 이런 삶이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임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난 주변인들에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예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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