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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E-2,Who are you? Who am I?

댓글: 4 / 조회: 1142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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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30, 2019 10:41에 작성됨.

안녕~ 또 만났네!
오늘도 내 미시로 라이프를 얘기하려고 하는데, 들어봐!



내가 여기 처음 와서 지냈던 2주, 그 때 이후로 어쩐지 립스는 휴식기를 가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말이지. 그 덕분에 난 혼자 하는 솔로 활동 스케줄이 엄청 늘었어.
이것의 의미는, 실종하기가 더욱 수월해졌다는 거지!
프로듀서 생각은 안 하냐고? 어차피 잘 쫓아올 텐데 무슨 걱정이야?


어쨌거나, 오늘 하루 이야기나 계속 해볼게.



어느 날이었다. 그 어느 날이 오늘이야.
오후부터 스케줄이 있어서 오전에, 한 10시인가 11시인가에 사무소로 출근을 했었다?
사무소에 들어와서 쇼파에 앉아있었어. 근데 막상 할 게 없으니까 지루한 거야.


“냐아아~심심하다~”


괜히 일찍 왔다 싶었어.
근데 왜 일찍 왔었냐고? 그냥, 한 번 일찍 오고 싶었어. 근데 엄청나게 지루하더라? 세상에 이렇게 지루하기 짝이 없을 수가!



다시 집에 갈래. 사무소 바깥 복도로 나왔다.
스케줄까지는 네다섯 시간 정도 텀이 있으니까 집에서 실험하다 와도 되겠지~


그렇게 길을 나서는데, 복도에서 코우메와 마주치게 됐다.


“냐하~안녕, 코우메~”
“안녕...”


보통은 이 정도 하는 게 인사인데, 코우메의 이어진 대답은 꽤나 의외였다.


“그런데...당신은...누구야...?”
“내가 누구냐고? 나 시키잖아~이치노세 시키~!”
“...정말로?”
“내가 이치노세 시키가 아니면 누군데?”
“알 수 없는...누군가.”
“뭐야 그게~”


하하하 코우메 이 녀석, 감이 엄청 좋네.
‘그 아이’랑 항상 같이 있어서 영감이 수직상승했나?



집에 돌아와서 실험대를 잡았다.
그냥 하면 심심하니까 음악도 틀어놓고.
흘러나온 음악은...엘튼 존의 ‘Circle of life’네.


“아~그랬냐~발바리~치와와~왜냐하면~왜냐하면~”


이 노래, 몬데그린 때문에 듣기엔 이래도 가사를 알고 나면 좋은 노래야.
내용인즉슨, ‘우리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희망과 해답을 찾게 될 것이다’라는 거야. 힘들 때 들으면 꽤 희망이 되는 노래였어, 나한테는.


아, 맞아. 음악에만 심취해있지 말고 실험해야지.


그, 지난번에 나의 온 몸과 정신을 감쌌던 밤의 향을, 어떻게든 재현하려고 온갖 성분을 채취해 조합하고 있다.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자연만의 향기인 거라고 했었지만, 그래도 왠지 그 냄새를 다시 맡고 싶어. 반의 반 만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솔직히 말해, 그때 이후로 그런 환상적인 향은 다시 맡지 못했다. 몇 밤 며칠을 지새워도 그런 냄새는 두 번 다시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여서 통에다 그 냄새를 담을 걸 그랬어.
아~더 이상 볼 수 없는, 아니아니, 느낄 수 없는 환상이여~



향기를 재현하는 데에 시간이 다 갔다. 냐하~오늘도 실패네~!
아니지, ‘오늘은’ 아직 실패가 아냐, 이따 저녁에도 시간이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 밤에 다시 한 번 창문을 열고서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며 기필코 밤의 향을 다시 찾아내고 말겠어!!!



프로듀서가 픽업하러 와줬길래 차를 타고 촬영장으로 갔다.


오늘 내가 출연하는 방송은, 두 달 전부터 반고정으로 나오는 서바이벌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다. 대충 나가수 비슷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돼. 오늘은 연습이고 본방은 3일 후에 촬영이야.


그러고 보니 시기가 참 좋았던 게, 내가 처음 시키가 되고 나서의 적응 기간과, 두 번의 실종기간을 가졌을 땐, 후지TV의 파업 시위가 있던 때였어. 그동안 그 방송에 나가지 않았고, 그 파업 시위가 나흘 전에 끝나서 이제 다시 무대에 서게 됐어.
냐하하~두근두근하네~!


가장 마지막에 불렀던 노래는 X-JAPAN의 ‘Joker’였어.
그 엑스재팬의 노래라 그런지, 처음엔 내가 선곡하고도 무리수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 결과적으로도 2위에 랭크인 했었고. 1위는 케야키자카46의 나가하마 네루. 아, 이젠 케야키자카가 아닌가. 아무튼 나가하마 네루의 ‘1과 ⅓의 순수한 감정’이 1위를 차지했었더라고.


역시, 자극받았어, 나도. 지루할 틈 없는 무대를 만들어주겠어!



오늘의 경연 주제는 「외국곡 스페셜」, 말 그대로 외국의 노래를 부르면 되는 건데. 조금 고민되네. 뭘 부르면 좋을까?


“어디 보자...내가 평소에 뭘 즐겨들었더라~”


핸드폰을 꺼내 뮤직플레이어를 보려 했지만,


“아, 맞다. 이거 시키 폰이지.”


2주나 지났는데 이건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그나저나, 내가 즐겨들었던 음악은 이제 영영 다시 들을 수 없으려나...안 그래도 예전에 내 뮤플에 무슨 음악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한데~
그냥,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를 선곡할까?


그렇게 추려내니까 팝송에서 한 곡(circle of life, 이건 아까도 들었던 노래지), 한국 노래에서 또 한 곡(영원, 이건 내가 옛날부터 좋아했던 노래야). 이렇게 후보가 좁혀졌어. 어떤 곡을 불러볼까? 어떤 곡이 더 나은 선택일까?


일단 두 곡 모두 다 유X브에서 찾아서 한 번씩 들어봤다.
그리고 내린 결정은,


“영원으로 가자.”


영원을 선곡한 이유는,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원이 더 여운이 길게 남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말은 오랜만에 해보는 것 같아서도 있고.


이 세상에 오고 난 후로는 쭉 일본어만 썼었다. 여기 배경이 일본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입을 열면 일본어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 심지어 혼잣말을 해도 일본어로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보여.
한국말을 못 하는 건 아니다. 하려면 지금도 할 수 있어. 발음이나 딕션, 맞춤법 등 기본적인 거엔 문제없어. 다만 일본어가 더 자연스럽게 나올 뿐이지.



선곡은 끝났으니 한번 불러볼까.


“이제, 나 사는 법을 알겠어~세상이 원하는 걸~”


이야~노래 좋고~목소리 좋고~역시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어.


나중에 무대에서 부를 땐 스탠드마이크도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네.
예전에 박 모 가수님이 이 곡을 스탠드바이크로 부르셨거든. 그 모습이 간지가 쩔더라! 그리고 원곡자도 스탠드 마이크를 쓰기도 했었고.


편곡에도 들어갔다. 편곡이라고는 해도 가사 순서를 바꾸는 정도?
원곡에서는, 처음에 랩이 시작됨으로 노래의 포문을 여는데, 나는 그 랩 파트를 1절 싸비 뒤로 넘겼어. 나레이션 스타일로 하면 될 것 같네. 그리고 시작 부분을 싸비로 열게 바꾸었고.
그렇게 편곡해서 들어보니,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
좋아, 모든 게 완벽해! 이제 다시 연습에 매진하자!



그리고 3일 후, 본 무대의 날이 왔다. 연습 많이 했으니까 무대에서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했다. 전체 7명 중 나의 순서는 3번. 조금 불리한 순서네.
내 앞 순서에는 AIKO, 나카시마 미카가 있고 내 뒷순서에는 기무라 타쿠야가 있다.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라인업이 엄청나네! 이런 라인업 속에서 내가 있다니, 이건 굉장히 심장이 떨리면서도 흥미로운 일이야. 나 빼고 전부 다 대선배들이잖아! 가장 근접한 나가하마 네루와도 경력이 최소 5년은 차이 날걸!
내 심장을 이렇게 떨리게 만들 줄이야. 너무 흥미진진해!



긴장 속에서 내 차례가 되었다.
떨리는 마음을 갖고 무대에 섰다. 천하의 이치노세 시키라도 역시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네~

스탠드 마이크를 잡고 스탠바이하자, 이윽고 반주가 흘러나왔다. 뒤이어 코러스의 허밍이 들려왔고, 나도 노래를 시작했다.


“기다릴게, 나 언제라도. 저 하늘이 날 부를 때 한없이 사랑했던 추억만은 가져갈게~”


최대한 발음이 새지 않게 하려 하면서, 동시에 음정과 박자 또한 놓치지 않았다.


“우리 다시 널 만난다면 유혹뿐인 이 세상에 나 처음 태어나서 몰랐다고 말을 할게, 나 약속해.”


잠시 후, 나의 무대가 모두 끝났다. 긴장을 조금 하긴 했지만 후회는 없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다리가 풀려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냐...냐아아아~떨렸어~”


한동안은...못 일어났다.



그렇게 쓰러져서 다른 참가자의 무대를 관람한지 30분, 모든 경연과 투표가 끝나고 결과 발표의 시간이 다가왔다.

발표의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결과를 말해준다는 말에 귀를 바짝 기울였다.


“3위부터 공개하겠습니다.”

3위부터?! 1위랑 2위가 엄청 각축전인가 봐!


“3위, AIKO”
“4위, GACKT.”
“5위, 나카시마 미카.”
“6위, 기무라 타쿠야.”
“7위, 나가하마 네루.”


...?...?!...?!?!
내가...1~2위권이라고?! 그나저나 네루도 잘 했는데 왜 7위인 거야?


지금 나와 1위를 다투는 상대는, 유즈다.
유즈가 부른 노래는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 인트로의 마림바 사운드를 기타로 확실하게 탈바꿈시켰어.

유즈는 우리 프로덕션에서도 이름난 뮤지션이다. 우리 프로덕션의 아이돌들 몇몇이 유즈의 노래를 커버하기도 했었지.
그런 유즈와 호각을 겨룰 수 있다니, 영광이네~


“그럼, 1위를 발표하겠습니다.”
“1위.”
“유즈.”


그래. 역시 유즈겠지. 그 노래를 역대급으로 잘 편곡했던 무대였으니까.
그럼 나는 2위네. 그것만으로도 감사해.


나중에 알았지만 내 노래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것 같아.
비록 1위는 못했지만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내 무대 영상 조회수가 200만을 돌파했어. 심지어는 그런 것도 있더라? 내가 한국어 발음을 엄청 잘했던 건지, 일각에서는 ‘이치노세 시키 한국인설’이 퍼져있더라고.
뭐, 나름대로 흥미로운 가설이네~나에게 2위라는 높은 등수를 안겨준 모두에게 난 감사하다구?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유튜브의 공식 채널에 올라온 내 영상은 아직도 조회수가 치솟고 있었고, 트위터나 페북, 인스타에서도 얼마동안은 내 이름이 실트에 올라와 있었어. 엄청 잘한대, 심지어 한국에서는 내한을 바라고 있어.
내한이라~좋지! 오랜만에 유진이랑, 해나랑, 주니 보고 싶네~
나중에 프로듀서한테 부탁해서 내한해봐야지. 안되면 혼자서라도,



얼마 전에 코우메가 날 알아보지 못했단 얘기 했었나?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어버렸어.


때는 9월 중이었어. 그러니까 그때의 경연으로부터 시간이 좀 지난 때지.
나는  그 후의 경연에서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최종적으로 명예졸업해서 이제 안 나가도 되게 되었어.
이제 스케줄이 없어졌으니 심심하잖아? 그래서 프로덕션으로 놀러갔어.

사무소로 가는 3층 복도를 걸어가는데, 우연찮게(?) 요시노와 마주쳤지.
내가 (?)를 붙인 이유는,


“그대~오실 거라 생각했사오니~”


라고 말해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인데?”
“그대~악령이 끼었사오니~끌어내지 않으면 안 되기에~”


그러니까, 내가 악령이란 거지? 시키의 몸 속에 사는, 나라는 악령.


“악령이라~재미있는 말을 하네! 그래, 그 ‘악령’을 끌어낼 수 있겠어?”
“못할 것은 없사오니~”


말을 마친 요시노는 카린을 불러냈다.
카린은 손뼉을 딱 치더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요시노의 말에 의하면 이 주문은 악령을 속박하는 주문으로서, 속박된 악령은 발악을 한다고 한다.


...근데 난 멀쩡한데. 아프지도, 뜨겁거나 하지도 않아.


“뭐 하고 있는거야, 카린?”
“에...에? 이럴 리가 없는데?! 다시 한 번!”


계속해서 카린은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하아암~


“이...이럴 수가~속박의 술이 통하지 않다니~!”
“꽤나 강력한 악령인 것 같네...”
“어떻게든 떼어내야만 하는 것이오니~”


...난 악령이 아니라고 찬물을 끼얹고 싶지만...쟤네가 또 뭘 할지 궁금해서 참는다.


실패한 카린의 뒤를 이어 코우메가 나섰다.
코우메는 내게 뭔가를 던지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뭐지 싶었는데 흐릿하게나마 뭔가가 보이는데...저게 뭐지? 손을 뻗어보니 그 흐릿한 것이 잡하기는 잡히네...그래서 이게 뭔데.


그 순간, 그 희미한 것이 갑자기 확 커졌다. 아아, 이게 ‘그 아이’인가보네. 잡고 있던 손을 더 꽉 쥐었다.
그리고,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게 끝이었다.
뭔가 더 있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코우메의 그 아이는 너무 쉽고 빠르게 리타이어해버렸네. 시시해, 정말.



“호오...두 분을 이기셨는지요...대단한 것이오니...”
“그런가~너도 덤빌 거야, 요시노?”
“그대에게 붙은 악령을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지라~”


악령, 악령, 왜 자꾸 악령이래?
끓어오르다 못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열불을 애써 참아가며 난 말했다.


“그래...어디 한번 해봐...신통력의 힘을 보여줘. 공격다운 공격을 해달라는 거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요시노가 신통력을 모은 파동을 날렸다.


“뭐 이거 가지고...”


한쪽 팔로 파동을 쳐냈다. 내 팔에 어떤 장치 같은 게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내 힘이야.
요시노도 여기까지는 조금 예상했는지, 어디선가 나기나타를 꺼내 내게 휘둘렀다. 그 또한 두 팔로 막아냈다. 막긴 했지만 데미지가 있었어. 아프다고.



그렇게 7~8분간을 겨루고 겨뤘다.
지친 쪽은 의외로 요시노. 나는 딱히 지치진 않았어.


“하아...하아...대단한 실력이오니...여태껏 이러한 악령은 처음인자라...하아...”


그 말에, 순간 참았던 울분이 터져버렸어.


“난 악령이 아니야!!! 악령이 붙어있지도 않고!!! 난 나란 말이야!!!”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던 찰나, 양 옆에서 카린과 코우메가 내 팔을 붙잡았다.


“냐아?!”


내가 말했다.


“난 악령도 아니고, 붙어있지도 않아!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카린이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세요!”


그 말에, 나는 내게 매달린 둘을 떼어내고 다시 갈 길을 재촉했다.
뒤에서 요시노의 말이 들려.


“하오나...저분에게는,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 나는지라~”



솔직히 말해, 요시노와 카린, 코우메에게 미안하지 않은 건 아니다. 특별히 코우메, 친구인 그 아이를 패대기친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말하는 건, 싫어. 나는 내가 이치노세 시키로서 살기를 바랄 뿐이야.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누구였는지’를 얘기하는 게 싫은 것 같아.
지금의 나는 이치노세 시키야. 옛날 같은 건, 이제 상관없잖아. 내가 살던 세상이랑, 지금 사는 세상은 완전 다르기도 하고...


아무튼, 요시노와 카린, 코우메. 너희에겐 미안해.
하지만, 내게서 어떤 느낌이 나든지 간에, 그냥 날 이치노세 시키라고 생각해줘.
난 ‘이치노세 시키-뉴버전’이니까.


이렇게 얘기하니까 무슨 아X언맨 슈트 이름 같잖아. 손에서 화학무기 살포하고. 막 이래.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오랜만이랄까,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 소설 사이트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 쓰여있는 글들의 내용은 전부 우리를 주제로 한 팬픽이었어. 순애부터 일상, 드라마틱, 개그, 심지어는 R-18까지.


그 중에서, 나를 소재로 한 글도 있었어. 작가 이름이...“도령P”.

내용을 읽어보니, 시키가 어떤 실험에 성공해, 마침내 몸을 가스로 변환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더라고.
감탄했어.


“엄청 잘 쓰네! 그리고 이 능력, 나도 갖고 싶어!”


여기 글에 나온 대로 한번 따라해 봐야지.
...근데 어떻게 실험하는지는 안 나와있네? 작가가 어지간히도 귀찮았나봐~아니면 화학알못이든지.
그냥 내가 알아서 연구해야 하는 걸까? 꽤 흥미로운 주제가 되겠어!


재미없는 이야기는 끝내고, 다음 얘기로 넘어갈게.



립스가 합숙을 하게 됐다.
합숙 장소는 후쿠이현 사카이시에 있는 한 숙소. 그 근처에는 세계 3대 주상절리인, 그리고 아오키가하라 수해 뺨따구 때리는 자살명소인 토진보가 있지.
사진으로 토진보를 본 기억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진짜 죽기 위해 떨어지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왠지 아찔한 벼랑에서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어떻게 명을 달리했든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숙소에 들어와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은 뒤, 벌써부터 이불과 베개를 꺼내 바닥에 깔았어. 아직 오후 2시 반, 대낮이지만 뭐 어때!


깔아둔 이불 위에 누워 기지개를 폈다.


“냐~아아아아아~!”
“시키, 피곤해?”


슈코의 물음이다.


“쪼오오끔~근데 졸리진 않아. 몸 푸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러고 보니 립스랑 합숙을 한 건 처음 같네. 시키로서도, 나로서도.
시키는 경험이 있나?



이왕 여기에 왔는데 숙소에만 있을 순 없잖아? 같이 밖으로 나와 몇 분 정도 걸었어.
걷다보니 도착한 곳은, 아까 말했던 토진보. 과연 어떤 곳인지, 왜 명소라고 불리는지 궁금해. 얼마나 아름답기에 그럴까?


길을 따라 올라가니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전망대 옆에는, 토진보에 담긴 전설을 적어놓은 패널이 있었어. 내용인즉슨.


「옛날에, 평천사에 굉장히 건장하고 힘이 센, 토진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힘으로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는 했다.
한번은 동료 스님인 ‘마가라칸넨’의 연인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를 갖기 위해 마가라칸넨을 엄청나게 괴롭혔다.
이러한 포악함을 참다못한 스님들은 잔치를 열어 토진보를 취하게 한 뒤, 절벽에서 밀어 죽였다.
토진보는 죽는 순간, 혼자 죽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마가라칸넨의 혼을 빨아들여 함께 죽었다.」


라고 쓰여있다.
꽤나 악질이었네, 그거. 사람 못 됐어.


어쨌든 그래서 그런지, 토진보가 아래를 보고 있는 사람을 부르고 있는 듯 이곳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
내가 보았을 때, 여기서 죽을 수 있다면 왠지 몰라도 바다소리 들으며 기분 좋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와~우! 풍경 좋네!”
“밑에서 유람선 타고 구경해도 좋을 것 같아.”
“에엣~그거 좋아! 프레, 유람선 타고 싶어~”
“유람선 좋지! 가자!”


해서 유람선도 탔다.


유람선에 타니, 첫째 바람이 너무 좋고 시원해.
그러고 보니 여기가 바다지? 그럼 저어기 건너편은 한국이려나? 나중에 한 번 가보고 싶어.

그리고 바다소리가 시원해.
촤아악, 촤아악, 슈아아, 슈아아...바닷소리란 이런 거지. 듣고만 있어도 시원해져서, 내가 정말 바다에 왔다는 게 실감나게 하는 소리.


평소에는 딱히 바다를 좋아하진 않아어. 젖는 게 싫었으니까. 갈아입기가 굉장히 귀찮았단 말이지.
하지만 이렇게 푸르...다면 푸른 바다 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으니까, 그리고 토진보라는 세계 3대 주상절리 중 하나가 담긴 풍경을 보고 있으니까, 여기 있는 게 정말로 기뻐. 좀 과장한다면,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어.
뭐 이런 데에서 삶의 보람까지 느끼냐고? 과장이라고 말했잖아. 그 정도로 기뻐, 나는.



토진보 구경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니 5시 가까이 되어 있었다.
저녁을 먹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방에 들어가 다 같이 끝말잇기라도 하기로 했다. 좀 지루하긴 하겠지만 뭐 어때, 아무것도 안하고 심심한 것보다는 낫지.

“나부터 시작할게. 바나나.”


미카의 첫 운 떼기. 그 다음은 카나데.


“나뭇가지.”
“지구본.”
“본전.”
“전쟁.”
“쟁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계속되는 턴.


“기적.”
“적중.”
“중국집.”
“집대성.”
“성야.”
“야경.”
“경짤.”


...?
뭐라고?


“뭐라고?!”
“경짤?”
“아아아아니 경찰! 경찰!”
“우와!! 카나데쨩 혀짦은 소리 냈써!”
“아아아아아니라고!!!”


정의의 인디언밥.
#두두두두당 쾅.


“야...잠깐만...방금 팔꿈치로 찍은 사람 나와.”
“글쎄요~누굴까요~?”
“슈코쨩은 아닙니다~”


과연 누가 팔꿈치로 쳤을까~참고로 시키쨩은 아닙니다~



끝말잇기가 금방 재미없어져서 다른 걸 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왕게임이라든가?


“자, 왕은 누구인가~”
#달그락달그락.


내가 뽑은 숫자는 2,
왕 한명에 신하 4명이라 숫자가 4까지밖에 없단 건 다들 잘 알겠지?
왕은 슈코.


“자~명령 갑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1번은 4번에게 언니라고 부를 것!”


1번은 미카, 4번은 카나데.
둘이 동갑이잖아. 생일을 생각해보면 언니라고 불러도 이상하진 않겠지만.


“카...카나데...언니...”
“다시 한 번 말해보렴, 미카.”
“카나데...언니.”
“그래그래, 착하구나, 미카.”


카나데가 미카에게 쓰담쓰담을 시전했다.
미카 수치사하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어쨌거나 다음 턴.


“자, 왕은 누구인가~”
#달그락달그락.


결과, 나는 3번, 왕은 미카.


“자, 그럼 2번과 3번은, 키...키스를 하도록 하세요!”


에,
나랑...슈코?
뭐, 못할 것은 없지. 덮쳤다.


“웁...우웁...?!”
“쪽쪽쪽쪽쪽쪽”


그렇게 나랑 슈코는 루왁커피마냥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그렇게 한 다음에 또 숟가락을 뽑...으려다가 미카가 제안했다.


“방식을 약간 바꾸자. 왕을 먼저 뽑아서 명령을 내린 뒤 숫자를 뽑는 걸로.”
“그거 좋네~.”
“재미있겠는뎅~”
“나쁘지 않아.”
“좋아좋아~”



그리하여 새로 수저통을 가져와 왕을 미리 뽑았다.
이번 왕은 카나데. 우와, 난 진짜 안 걸리네.


“음...1번과 2번은...서로 어깨 마사지를 1분씩 해줘.”


명령을 실행할 1번과 2번을 뽑았다.


4번, 나는 이것도 아니다. 1번과 2번을 뽑은 사람은 프레쨩과 미카.


“워후~미카쨩~잘 부탁해~”
“오케이, 맡겨줘, 프레데리카.”


안마가 시작되었다.
솔직히 말해 불안했던 게, 미카가 어깨를 주물러줄 때마다 프레쨩의 어깨에서
뚜드득거리는 소리가 났었어. 프레쨩 어깨뼈 작살나는 줄 알았다고.



그 후로도 많은 게임이 있었고, 다른 멤버들은 물론 나도 왕을 해볼 기회가 한 번씩은 있었다. 그때 내렸던 명령 중 하나는, ‘2번과 3번은 서로의 캐릭터를 흉내내볼 것’이었는데, 하필 그때 2번과 3번이 카나데랑 프레데리카여서, 카나데가


“흥흥흐흥 카나데리카~”


하며 꺄삐삐하는 게 너무 웃겨서 순간 호흡곤란이 올 뻔했다는 썰도 있었어!



그러고 보니, 어느 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오늘의 저녁은, 바로바로 바ㄹ벡큐! 합숙이라고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지!
부엌에서 고기를 굽는 소리와 냄새가 내 위장의 마이야르 반응을 이끌어내며 동시에 침이 고이게 만들었다.


“이야~맛있겠다!”


미카가 외쳤다.
그 외침엔, 왠지 ‘나 지금 배고파서 죽을 것 같으니까 빨리 내놔라’라는 의미가 담긴 듯 싶다.
솔직히 나도 그래. 너무 멋있어보여서 당장 달려들고 싶을 정도라고.


잠시 후, 우리 모두는 바ㄹ벡큐의 꼬치를 잡고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소화도 시킬 겸 TULIP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딱히 립스 공연 계획은 없지만 그래도 소화시킬 겸 하는 거지.
한두 번 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일체의 삐끗함도 없었다. 역시 우린 완벽해.



그렇게 연습하고, 쉬고, 씻고 하다 보니 어느새 늦은 밤이 되었다. 아직 밤 10시라서 늦은 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다고 하지 뭐.


하여튼 늦은 밤이 되었어.


마지막으로 슈코가 씻고 나왔을 때, 나는 누워있었고 프레쨩, 미카, 카나데는 데레포를 보고 있었다.
요즘에 코믹 코스믹이 새로 발매됐었지. 그때의 반응이 좋았는지 팬들이 그 곡에 대해서 많이들 얘기를 하고 있는 상태야. 아직 나온 지 얼마 안 된 곡인데 반응이 정말 좋네. 부럽다.


슈코는 씻고서 곧장 잠들 계획이었는지, 우리에게 물었다.


“불 꺼도 돼?”


사실 난 이 말을 기다렸어. 이제 슬슬 자고 싶거든.


“응, 그래.”
“땡큐, 끈다.”


딱.


불이 꺼졌다.
나는 이불을 덮고, 눈을 감고서 잠이 들었고, 다른 애들은 좀더 얘기를 나누다 잠들기로 했다.
좋은 꿈을 꿀 수 있기를, 나.



다음 날,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고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고작 1박하고 돌아가는 건 너무 빠르지 않냐고? 그 정도 했으면 됐지 뭘 그래. 그리고 더 하고 싶어도 미카랑 프레쨩이 오후에 스케줄이 있어서 더 할 수가 없어. 립스 합숙회인데 멤버가 한 명이라도 없으면 할 수 없잖아.
그러니까, 아쉬워도 여기서 끝내야 해.



프로듀서의 차를 타고 프로덕션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갑자기 뭔 소리냐고?
다들 알다시피, 난 시키의 몸을 빼앗아 쓰고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요시노, 코우메, 카린은 내가 평소와 다르다고 말했고.
그런 거라면, 특히 요시노는 나에 대해 금방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단 말이지. 워낙 감도 좋고 신통력도 있는 애니까.
그래서 요시노의 폭로로 내 정체가 드러나게 된다면, 아마 나는 프로덕션에서 쫓겨날지도 몰라.


솔직히 쫓겨나는 게 두려운 건 아니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면 되니까.
내가 두려운 건 멸시받는 거야. 가짜 시키라고, 위선자라고, 진짜 시키를 돌려내라고.
내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건 정말 끔찍해. 그렇지 않아?
거기다 멸시까지 받는다고 생각해봐. 하루하루가 지옥일걸.
난 알고 있어, 예전 내 삶이 딱 그랬으니까. 멸시받는다는 건 끔찍하기 짝이 없어.


요점만 말할게.
나, 언제가지나 들키지 않고 시키로 살아갈 수 있을까?



에이, 뭐 어때! 어차피 들키지 않겠지.
애초 요시노는 나를 그냥 악령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
그런다면, ‘악령’으로서 좀 어울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리고, 날 쫓아낼 수가 없을걸! 왜냐고?
첫째! 립스는 5인조일 때에야 완벽한 유닛이야. 그런데 거기서 날 내보내고 4인조로 개편한다? 그럼 립스는 제대로 안 굴러갈걸?


또 한 가지, 요시노가 시키의 몸에서 나를 쫓아낸다고 할 때, 아마 그렇게 말하겠지?


“악령을 쫓아내고, 다시 원래의 시키 씨를 회복할 것이오니~”


미안해, 요시노. 날 쫓아내도 시키는 돌아오지 않아. 오히려 영원히 죽는 거라고. 현재 시키가 이렇게 잘 살아 움직이는 건 ‘악령’인 내가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나는 필연적인 존재야!



생각하는 동안 차는 미시로 프로덕션에 도착했다.
모두는 하차하여 각자의 스케줄을 행하러 갔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스케줄이 없고 내일 라디오 스케줄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오늘은 자안뜩 쉬어두자구!



쉰다고는 말했지만 딱히 잠을 잘 계획은 없다.
그래서 실험대를 잡았다.
이번에, 향이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이름은‘리얼리티’라고 할거야.
왜냐고? 나의 존재는 이 현실 안에 있으니까. 다시 말해, 내가 이치노세 시키라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



앗! 이제 가야겠네! 중요한 화학적 반응이 올라오고 있어!
그럼 안녕~다음에 또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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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도 끝났어요. 다음 스토리는, 시키가 읽었다던 그 스토리로 갈까요, BECOME 3편으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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