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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모리 아이코F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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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0, 2019 06:40에 작성됨.

타카모리 아이코 양에게.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렇게 메모지에나마 써서 남겨봅니다. 아이돌이라고 하면, 큰 회사의 후광을 받는 그저 그런 연예인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의 이벤트로 그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팬이 아닌 저도 어느새 멈춰서게 되더군요. 응원하겠습니다!

P.S. 퇴근길에 앨범을 살 예정입니다. 악수회에 당첨되었으면 좋겠군요. 


타카모리 양은 굉장해. 정말로 팬레터 읽어보는구나. 기억해줘서 고마워. 그러니까 이번에도 믿고 쓸게. 악수회 재밌었어! 아이코와 마주 보고 직접 얘기했다는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지금까지 아이돌이라는 건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손을 잡고 웃으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사실은 조금 긴장했었는데 아이코가 편안하게 먼저 말 걸어준 덕분에 잘 대화할 수 있었어. 앞으로도 아이코를 응원할게. 


아이코.

지금 팬레터를 쓰는 지금도 네 얼굴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아. 얼마 전 N 방송국으로 출근하며 내게 손을 흔들어주던 그 때의 미소 지은 얼굴 말이야. 그 미소, 나를 향한 미소였었지? 눈이 마주쳤으니까 알았어. 지금은 내 얼굴을 기억도 하고 있지 않겠지만, 날 바라보는 그 순간만큼은 넌 정말로 행복해보였었지. 그러니까 그것만을 믿고 이 편지를 쓸게. 그런 아이코라면 분명 이 편지를 꼼꼼히 읽어줄테니까. 절대 귀찮다고 버릴 사람이 아니니까. 팬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말, 자주 하곤 했잖아. 거짓말이 아니었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 그 미소로부터, 나는 다 알고 있어. 좋아해. 너의 사고회로마저 전부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아. 

매일매일 오프에서 찍은 직캠들을 보며 잠들고 있어. 오타쿠 같다고, 오프 다니는 녀석들을 비난했었는데... 내가 정작 그렇게 되다니. 아이코는 굉장해. 기적의 아이돌이야. 누가 뭐래도, 아이코는 정말로 기적의 아이돌이야. 내 하루하루의 원동력이야. 내일이 기다려져. 내일이 지나면 모레가 될테고, 그 날은 너의 스케줄이 있는 날이니까. 데뷔일 기념 라이브지? 꼭 가도록 할게. 늘 응원하고 있어. 단 한가지, 너를 만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게 있다면 후회야. 왜 진작에 널 알지 못했을까. 아이코. 그랬다면, 매일매일 사는게 지루했던 그 날들도 너의 데뷔일로서 끝났을텐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너의 사진을 같이 보낼게.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휴학했어. 돈을 버는게 우선이야. 총선거 기간을 앞두고 내가 나태해질 수는 없지. 아이코는 밤낮으로 열심히 하고 있잖아? 전에 말했었지. 팬과 함께 걸어가는 아이돌이라고. 그러니까, 나도 아이코의 옆에서 걸을래. 그러기 위해서 더 노력할게. 누가 뭐래도 내가 꼭 신데렐라 걸로 만들어줄거야. 팬들을 신경 쓰지도 않는 다른 아이돌들 따위 너의 앞길을 가로막을 뿐이야. 아이코는 탑에 서야해. 제발 정점에 서서 증명해줘. 너의 팬들이 옳았다는 것을. 너는 기적의 아이돌이라는 것을. 미안해. 나, 너로밖에 오타쿠 짓을 하지 않아서 다른 아이돌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다른 아이돌들을 보며 깨달았어. 나의 아이돌은 오직 너 뿐이야. 난 너밖에 없어. 아이돌판을 떠나 이 세상의 모든 인간으로 시야를 넓혀봐도 난 너밖에 없다고. 하루라도 널 보지 못하면 죽을 것 같아.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 자리를 빼앗고 오프에 참석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정말 자살하고 싶어질거야. 널 나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미안해 아이코. 걱정을 끼쳐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안심해도 된다는 소리야. 전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아이코는 신데렐라 걸이 될 준비만 해줘. 사랑해.


편지가 반송되었다. 

하나가 아니라, 내가 이때까지 써왔던 모든 편지들이.

대체 어떻게 된거지? 첫번째 편지는 게릴라 이벤트 장소의 작은 포스트잇에 써서 남긴 것이다. 최근의 편지들이라면 몰라도 그 편지는 대체 어느 곳에서? 아이코에게서? 어떻게 아이코에게서 그 편지들을 가져갈 수 있단거지? 같은 사람이 쓴거라는건 글씨체로? 그럼 그 편지들을 전부 글씨체로 구분했다는건가? 

지금 그게 중요한가? 기분이 왜 이렇게 더러운거지? 편지를 열어보기 전이나 후나 똥오줌 못가리는 개돼지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던건 같은데, 왜 요동치는 심장은 같지 않을까?

아이코는 내 편지를 전부 봤을까. 쓰레기같은 인생을 들켜버렸다고 자조조차 하지 못한다. 병신같이 일기장에나 쓸법한 머저리 감정들을 모아 아이코에게 보냈다. 하잘것없는 내 삶을 그렇게까지 떠벌리고 싶었던 본능이 이성보다 더 컸던 것이다. 찌질이 삼류인생. 수치심같은건 진작에 뒤져버린 놈. 

편지를 찢었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꼼꼼히 찢어발겼다. 

.....이 양손으로.... *


종이조각들 아래로는 바닥에 떨어진 아이코의 브로마이드가 있다. 이렇게 고화질에 텍스쳐가 좋기 때문에 공동구매로 오만엔 정도 썼었던걸로 기억한다. 눈에 띄자마자 쓰레기들을 황급히 주워담았지만 아이코의 얼굴은 전과 다르게 보였다.

내 천사.

내 전부.

내 인생.

내 인생? 

내 인생은...

쓰레기같은 인생인데?


죽고 싶다.

정말로 죽고 싶다.


죽어.

죽어, 아이코. 죽어. 전부 너 때문이니까 죽어. 날 죽게 할 수 있는건 너 뿐이니까, 네가 죽어....

***

속이 더부룩하다. 혀는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져서 조금 까끌까끌해졌을 뿐 괜찮다.

총선거가 끝나고 한달도 안 되서 아직까지는 컵라면으로 연명해야된다.

즉석밥은 조금 비싸서 내키지는 않으나 쌀에 곰팡이가 펴서 어쩔수 없이 한번 샀다. 역시 더럽게 비싸다. 이렇게 모인 돈이 내 우상을 만드는거라고 생각하면 쉽게 소비할수가 없다. 올해는 조금 더 쪼들리더라도 참아야한다. 저 컵라면 박스 분만 끝내면 소비 계획을 세워보자. 

아이돌판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 겪은 총선거는 조작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코 외의 다른 아이돌이 1위를 한다는건 넌센스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면 이해는 할수있다. 그래서 내가 더 힘내야하는거다. 그럭저럭 앨범권으로 만족해버리면 평생 그 박스권에 정체되어 빠져나오지 못한다. 아이코가 스무살이 되기 전에는 신데렐라 걸을 해봐야지. 그게 말이 되는거지. .....목 말라. 시원하게 목구멍을 뚫을 수 있는게 마시고 싶어. 이딴 수돗물 말고.

후루룩, 후루룩하고 꼬불꼬불한 인스턴트 라면이 메마른 입술을 스프가루로 적시며 목으로 통과한다. 위장은 이미 적응이 됐고 문제는 맛이다. 질린다. 이쯤되면 면이 질기게 느껴진다. '후루룩'하고 잘 넘어가는게 아니라 입 안에서 질겅질겅 씹는 효과음이 나는거다. 리얼충들이 얼마만에 한번 호기심으로 컵라면을 먹는다는건 기만이다. 느그들한테는 그게 존나 맛있지, 응? 다이어트 한다고 고귀하게 샐러드 씹어먹을 때 자꾸 생각나지? 컵라면 그거 먹는다고 살 찌는것도 아니다? 나 봐봐, 키도 크고 말랐잖아. 할만하다니까 이거. 내 컵라면 줄게. 대신 그 건강 유기농이랍시고 값 더럽게 비싸게 쳐받아먹는 가게 기프트카드나 줘, 기만자 새끼들아. 

상상 속의 혼잣말.

죽어라 내 자신.

"......아이코 보고 싶다."

혹시 건더기의 영양분이 조금이라도 베어있을까봐 마지막 한방울까지 남기지 않고 국물을 마신뒤 밥상에 탁 하고 내려놓았다. 

아이코는 지금 뭘 먹고 있을까?

공백기니까 다이어트는 안 하겠지.... 팍팍 먹어 팍팍. 넌 볼살도 매력적이니까. 하이터치회 갔을 때 장난처럼 찔러볼 수도 있고. 엄청 말랑하겠지? 나 궁금한거 있거든. 요즘 보조개가 진해진 것 같던데 혹시 보조개 수술 받은건지. 볼 말고도 그쪽도 찔러보고 싶네. 넌 또 아랫배 튀어나온 역겨운 아저씨들 상대하는데에도 도가 텄으니까 나 정도면 웃으면서 잘 받아줄거 아냐. 4월에도 그랬고.

그러고보니 하이터치회는 4월이 마지막이었다.

사실은 하이터치보다는 악수회가 조금 더 매력적이다. 그런데 요즘은 20대 여성 팬들이 대폭 늘어서 이미지 메이킹을 하려는건지 미시로가 하이터치회로 방침을 바꿨다. 급이 다르다 이건가. 듣보 때는 셀카회도 했었다는데.

뭐 그게 아쉬운건 아냐. 내 특권을 낮춤으로서 다른 이들의 특권도 낮추는건 괜찮다. 나도 아이코가 그런 토나오는 아저씨 팬들과 팔짱을 끼고 셀카를 찍는건 지금이라면 회사 앞에서 피켓들고 1인시위 할 정도로 격하게 반대다. 

돈을 많이 쓴 팬이나 선물을 많이 준 팬에게 특권을 주는것 역시 제한하는게 맞다. 그럼 기본적인 팬심조차 없는 변태 스폰서 할아버지가 아이코와의 만남을 차지할테니까. 아이코가 무슨 호스트바 에이스냐. 그래, 급이 달라진건 확실히 기쁘다.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이 더 크다. 아쉬움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 내게는 그런 정직한 변태들과 급이 다른 열정이 있거든. 슈퍼스타 아이코 못지않게 바쁜 일정을 소화해낼만한 열정이 있단 말이야.

"슬슬 시간인가?"

자취는 이게 좋아. 혼잣말, 혼자 오타쿠 노래를 부르던 말든 아무 신경 쓰지 않는거 말야.

혼자라는건 그래서 좋아....


"25도, 습도 보통, 맑음. 최고의 날씨네."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

오른 손에 카메라.

들고서 나가자.

낮잠 자는 고양이를 찰칵.

산들바람이 웃고 있네.

하늘에 흘러가는 하얀 구름을 보니 


달콤한 밀크티를 마시고 싶어졌어....

***

"아아, 밀크티! 제가 좋아하는 밀크티 가게에요!"

"가볼까?"

"...모처럼의 오프라도 너무 단건 조금..."

"모처럼의 오프니까, 라고 해두자."

"후훗, 프.. 아니, 오빠는 상냥하네요."

"하하. 우리 귀여운 여동생에게라면 얼마든지."

뭐야 저 닭살 남매. 기분 나빠. 현실에 있기는 한건가? 싶은 둘은 연기에 아주 어설픈 연예계 듀오다. 한 명은 아이돌. 한 명은 프로듀서다. 여자의 이름은 타카모리 아이코. 남자의 이름은 카토이나 이름으로 불릴 일은 없다. 그냥 프로듀서라고 불린다. 언제 아이코가 장난식으로 '카토 씨'라고 불렀는데 손사레를 치며 거부했었다. 프로듀서는 그냥 프로듀서인 편이 좋다. 그게 이 남자의 지론이다. 직원들도 '카토 씨'라고 부르니 이름도 알 일이 없다. 본명으로 마주한 사이도 아닌데 왜 이름으로 불러야 하느냐, 정없게. 나중에 결혼할 사이가 되면 그 때서야 불러라. 그것 외에는 인정 못한다. 에이, 프로듀서도 참. 하하호호 오묘한 대화가 오가면 대개는 자리를 피하고 대개는 시비를 걸었다. 프로듀서 씨이, 마유랑 같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요오. 오오, 그럴까, 가자. 그렇게 하면 아이코는 푸훗 하는 소리를 내며 두 사람을 아이스크림 가게로 배웅했다. 그리고 주문을 하기 전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비우는거다. 

둘은 그런 사이였다. 

그러나 일적으로 아이코는 프로듀서를 숭배하다시피 잘 따랐다. 아이코의 원래 느긋한 성격이 진정한 '패션'으로 바뀌는 순간은 프로듀서가 아이코에게 지시했을 뿐이다. 그럼 아이코는 프로 아이돌답게 일처리를 아주 깔끔하게 끝냈다. 둘의 신뢰관계는 성인조와 그 프로듀서들보다도 더 잘 형성되어있었다. 

"음~ 폼도 부드럽고, 차향은 향기롭고, 맛있어요!"

"여자들이란. 달달한거 너무 좋아하는거 아냐?"

"으음, 그러는 오빠도 벌써 반이나 비웠잖아요?"

"이건 아-쨩과 동등한 스피드로 마시고 싶어서야. 응, 그래. 늘 아-쨩과 동등하게 걸어가지."

"...오빠는 너무 철저해서 탈이에요."

"그게 싫어?"

"그건... 나중에 '프로듀서일 때' 말해줄거에요."

"그럼 몇시간이나 남았으려나."

"첫 스케줄까지는 39시간."

"가혹하군."

아이코의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39:46:23'이라는 숫자가 가장 밑에자리부터 1초 상간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스케줄까지의 시간을 타이머로 맞춰둔 것이다. 그러나 프로듀서는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아?"라고 물어보기 전 아이코의 스마트폰을 먼저 봐버렸고, 그 숫자보다도 희한한 것을 보았다.

"너 왜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여놨어?"

프로듀서가 아이코의 손목을 잡았다. 아이코는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 프로듀서가 걸음을 멈춘 것은 아니라 잠시 두사람의 리듬이 삐걱댔다.그러나 아이코로서는, 프로듀서가 손목을 잡을 땐 항상 중요한 일이었으니 자동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춘 것이다.

"언제부터 이런거지? ....그러고보니 요즘 네가 스마트폰 잘 안 꺼내는 것 같던데."

"그, 그것 때문은 아니고... 요즘... 해킹 같은걸 하면, 셀프 카메라로 제 모습이 보일테니까... ...스마트폰을 들고 욕탕에 들어가거나, 할 때도 있으니까..."

"...컴퓨터같은 경우엔 웹캠을 안 쓰면 가려두는건 봤는데, 스마트폰을 가리는 사람은 또 처음 보네. 무슨 일이라도 있던거야?"

"....그냥.... 누군가에게 원치 않게 보여지는건... 무섭잖아요...? 그런것 뿐이에요."

프로듀서의 뇌리에 어떤 형상이 스쳤다.

검은 티셔츠. 스키니는 아니고, 너무 헐렁하지는 않은 살짝 찢어진 청바지. 검은 모자. 이 착장에 보통 키를 하고 조금 마른, 20대에서 30대 쯤으로 보이는 남성의 형상. 너무 평범해서 아무 집단에 섞여들어가도 사람들의 눈길 하나 받지 않을 것 같은 아주 평범한 남성.


아주 불쾌한 열정이지. 나도 알고 있어.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그는 어울리지 않게 얇은 펜으로 단정한 글씨를 적었다.

그래도 못 멈추겠어.

편지의 내용은 소름끼쳤다. 아이코는 그걸 팬심으로 치부한것 같지만.

하루라도 널 보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나는 그 남자를 알아.

"스토커니?"

".....약간,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그냥... 그런 감각일 수도 있어요. 실제로 본 적은 없으니까... 그래서..."

".....젠장. 신경쓰이게 하다니..."

"괘, 괜찮아요 프로듀서 씨. 정말로 그냥, 기분 탓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신경쓰이게 하는 녀석들... 너무 싫어...."

스토킹까지는 봐줄게. 그건 아이코가 상품성있고 어린 예쁜 아이라는 증거니까. 그런데 그런 식으로 자잘하게 기분 나쁘게 하는, 티나는건 말이지.


"프로듀서 씨.."

진짜 족쳐버리고 싶거든.

"..그래. 그건 내가 윗 사람들이랑 얘기해볼게. 오늘은 오프라서 신나게 놀아야하지만, 오늘 돌아가고 나서 스케줄 날까지는 집밖으로 나오지마. 알았지?"

".....네."

"그리고 아이코. 어제 편지상자 아직도 사무소에 있는거 맞지?"

"아... 네."

"그래."

혹시 모르니 남은 멍청이들도 걸러내야겠군.

프로듀서는 심각한 표정을 풀어보려고 했으나 억지웃음을 짓는 과정은 아이코에게 들켜버렸다.

"오빠."

"....응."

"난 오빠를 믿어요. 오빠는, 항상 나를 생각해주니까. 언제나 오빠의 위치에서 나를 돌봐주잖아요."

"그래...."

"그래서 전.... 오빠가 정말정말 좋아요."

"....."

"그러니까 저 때문에 그렇게 속상한 표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요."

아이코는 애써 미소지으며 반짝이는 큰 눈으로 프로듀서를 올려다보았다.

프로듀서는 머리 위까지 올라갔던 심장이 종이조각처럼 찢어발겨져 핏덩이와 같이 바닥에 나뒹구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아이코.

내 천사.

"사랑해 아이코."

"네?! ....아. 아.... 그게.... 저, 저도요! 여동생은 오빠를 사랑하죠..! 오빠도... 여동생을 사랑하고.. 가족이니까..."

"아니, 시덥잖은 오빠놀이의 역할로서가 아니라... 내 아이돌로서 너를 사랑해."

프로듀서는 마음속으로 아이코를 부둥켜안았다.

마음 속의 아이코는 손 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처음 안은 아이코도 연기처럼 사라진 아이코도 전부 환상에 불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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