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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성-프로젝트 크로네 [Prologue:나오, 카렌- 재활(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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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5, 2019 04:06에 작성됨.

[타카가키 씨의 말대로 2년 전의 이직자 명단에는 있지만, 최근 1년 내의 입사자 명단 중에 그런 이름은 없었습니다. 철자가 다르되 발음이 비슷한 이름도 찾아보았지만, 그중에서도 '반제티'라는 성은 346 프로덕션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오히려 라이브 준비로 바쁘신 분에게 부탁드린 제가 죄송한걸요. 지금도 밖에서 프로젝트의 아이들이랑 준비하고 계신 거죠?"

[예. 덕분에 타카가키 씨의 리허설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환하게 빛나고 계시더군요.]

"후훗, 그런 말은 본무대가 끝날 때까지 아끼셨어야죠."

[뒤풀이에서 직접 전해드리진 못 하겠지만, 본무대가 끝났을 때 드릴 말씀을 따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 그런데, 타카가키 씨.]

"네? 타케우치 씨."

[조금 전에 제 사무실로 길쭉한 소포가 왔다는 연락을 들었습니다만.]

"섬머 페스가 끝나고 보시길 바랐는데, 들켜버렸네요. 드실 때는 꼭 냉장고에 식힌 잔에 따라주세요."

[...역시 술입니까?]

"혼자 드시기에 부담되시면 언제 한번 같이 열까요?"

[그,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본무대도 리허설 같이 좋은 모습 기대합니다.]

"...네. 프로듀서도 힘내세요! 그럼."


스마트폰의 통화 화면을 내리고, 카에데는 액정에 큼지막하게 띄워져 있는 시계를 확인한다.

라이브까지 앞으로 1시간 하고도 25분. 지금쯤이면 그녀의 잊어버린 물건을 챙긴 이웃사촌들이 스태프 출입구에 도착해있을 터.

담당 코디에게 잠시 볼일을 보러 나간다고 말해놓고, 카에데는 양산을 챙겨 요란한 매미 소리와 태양 빛이 괴롭혀오는 바깥으로 나선다.


"이렇게 화창한데 소나기가 온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더위에 힘없이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비의 소음과 스태프들의 목소리에 묻힌다.

연녹색 라이브 의상에 어울리지 않는 청색 꽃무늬 양산을 들고 가는 카에데의 모습은 상당히 눈에 띈다.

하지만 작업과 열기에 찌든 스태프들의 눈에는, 어디론가 걸어가는 카에데의 모습 따위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2015년 8월 15일 오후 2시 35분, 346 프로덕션 섬머 아이돌 페스, 직원용 주차장>


걷다 보니 저 멀리 자동차들 사이로 익숙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차장을 감싸는 철조 울타리. 그 출입구를 가로막는 바리케이드에 기대어 있는 두 사람.

카에데가 고작 십여 미터 정도 가까이에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무방비하게 뒷모습을 보인다.


"...아."


생각해보니 이 만남 이후에는 분명 늦은 밤까지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게 분명했다. 라이브가 끝나는 건 빨라도 7시 정도. 그 후에는 뒷정리와 뒤풀이, 그다음에는 술 좋아하는 성인조 위주로 2차 술자리가 예정되어 있다.

늦어도 10시까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뒤풀이가 길어질 수 있는 건 둘째치고 그때까지 자신이 맨정신으로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당장 카렌과의 첫 만남부터 카에데의 주정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었으니까.

가끔 얼굴을 보는 자신의 프로듀서에게 '이웃사촌 두 명을 뒤풀이에 끼워달라'라는 식으로 최후의 무리수를 부탁해봤지만, 결과는 당연히 기각.

카에데가 그나마 해줄 수 있었던 건 라이브 관계자에게 한 장씩 지급되는 입장권을 카렌에게 건네주는 정도였다.

나오의 몫은 이미 어느 지인이 내주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카에데는 아직도 그들에게 무언가 덜 해준 것 같은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다.

라이브 준비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20분 정도.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에 그 짧은 시간이 오늘따라 정말 귀하게 느껴진다.


"...좋아."


그래서 카에데는 우선 저 두 사람을 놀래주기로 했다. 단순히 두 사람을 뒤에서 덮치거나, 두 사람의 말에 느닷없이 끼어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단순히 카에데 쪽을 눈치챌 때까지 뒤에서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좋았다.

그저 나오와 카렌을 귀여워해 주며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신나서 소리 없이 몸을 살짝 떨고는, 천천히 구둣발 소리가 안 들리게끔 아스팔트 포장을 사뿐사뿐 밟으며 조심스레 접근한다.

그림자 때문에 들킬 수도 있으니 양산을 천천히 접어 팔과 몸통 사이에 끼운다.

19미터.

17미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와중에도 카에데의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놀래줄까'라는 주제의 룰렛이 빙글빙글 돈다.

15미터.

13미터.

심사숙고 끝에 무난하게 뒤에서 덮치기로 했다.

11미터.

9미터.

목표를 조준. 숨을 멈춘 채로 양손을 들어 올리는데,


"카에데 언니한테는 얘기 하지 마."


나오로부터 들려온 단호한 목소리에 움직임이 멎었다.


"오늘은 언니에게 중요한 날이고 그동안 고생하셨으니까, 빨라도 라이브가 끝날 때까지는 가만히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

"하긴. 나라도 만약에 나오한테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집중하기 힘들 거야. 이미 들었지만."

"나중에라도 제대로 말할 거지?"

"...."


아직도 그 소리야? 카렌은 고개를 홱 돌려 대답 대신 나오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별안간 이마를 움켜쥐며 괴로워하는 나오.


"갑자기 왜 때려?! 걱정돼서 하는 말이었다고!"

"나오가 나를 참 못 믿는구나 싶어서. 나도 참 죄 많은 룸메이트네."

"아니, 딱히 카렌이 잘못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해줘서 고마워."

"머리는 안 쓰다듬는 게...."

"뜨거워! 이런 머리카락으로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거야?"

"거봐."


카렌은 쓰다듬기 위해 나오의 머리카락에 올렸던 손으로 급히 얼음 페트병을 쥔다.

손안에서 몇 번을 굴린 뒤 뚜껑을 따서 한모금을 들이켜는 카렌.

말없이 카렌에게 손을 내미는 나오. 카렌은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아직 뚜껑을 닫지 않은 페트병을 나오에게 건넸다.

나오는 고개를 젖혀 물을 마시고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카락에 물을 붓는다.


"이렇게 더운 날에 밖에서 기다리게 한 카에데 씨도 죄 많은 이웃사촌이고."


더위 먹은 강아지 같은 모습의 나오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카렌.


부스럭.

"?!"


자갈과 아스팔트가 긁히는 소리에 그녀는 무심코 뒤를 돌아본다.


"저기..."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를 양산의 그림자 밑에서 그들을 향해 반짝이는 한 쌍의 오드아이.

갑자기 돌처럼 굳어버린 카렌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 나오. 그 시선 끝에 향한 카에데와 얼굴을 마주치고는 카렌과 마찬가지로 굳어버린다.

퍽하고, 미처 잡을 틈도 없이 얼음 페트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오래 기다리셨죠?"


미소를 지으며 평소처럼 인사를 건네오는 카에데. 나오와 카렌도 그녀처럼 서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면 될 일이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현행범처럼, 두 사람은 얼굴에 나타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카에데가 오는 건 두 사람이 기다리던 바였다. 하지만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혹시나 우리의 대화를 엿들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어디까지 들은 걸까?


혹시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 타카가키 카에데는 불과 몇 시간 전에 자신의 회사에서 정기 오디션의 결과가 발표된 것을 알고 있지 않을까?


"언니, 혹시 드, 들으셨어요?"


카렌이 떨리는 목소리로 아무 말이나 내뱉는 나오의 옆구리를 쿡 찌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카에데는,


"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정말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린다.


"아니아니, 그냥 언제 오시느냐고 투덜거리고 있던 거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마음 깊이 반성하세요, 카에데 씨."


또 이상한 얘기가 서로 오갈까 봐 황급히 농담 섞인 변명을 늘어놓는 카렌.

일단 지금은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한순간 나오의 실수로 만들어 버린 이야기의 흐름은 어떻게든 유지할 수 없었고 유지 해서도 안 된다.

필사적으로 궁리하다가 문득 나 핸드백에 들어 있는 카에데의 캠코더가 떠오른다.

바로 부탁받았던 캠코더를 꺼내 당장 촬영하기 쉬운 모양으로 카에데의 손에 쥐여주었다.


"애지중지하시는 물건이니까 잘 챙겨주시고요."

"이런 날씨에 여기까지 오게 해서 두 분께 죄송해요."

"카에데 씨의 의상 차림을 두 눈으로 보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걸요. 그렇지 나오?"

"당연하지! 아. 카렌, 언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기념사진이라도 찍으실래요!"

"그럼요.”


카에데는 흔쾌히 승낙하며 캠코더의 화면을 열었다. 남은 배터리와 저장용량은 오늘 밤까지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

나오와 카렌, 카렌과 카에데, 카에데와 나오, 마지막으로 서로 꼭 붙어서 찍은 3명의 그룹 셀피.

그 후에는 주차장에 세워진 커다란 트럭의 그늘에 숨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이브를 앞둔 카에데의 심정, 과거 그녀의 라이브 경험담, 이번 라이브에서 각자 기대하고 있는 아이돌 등, 즐겁고도 가벼운 이야기.

그렇게 있다 보니 어느새 헤어질 시간은 다가왔고, 나오와 카렌은 다시 양산을 펼치고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카에데를 배웅한다. 잠시 후에 그들은 이웃사촌이 아닌, 아이돌과 그 팬으로서 마주하게 되겠지.


힘내세요. 관객석에서 응원하고 있을게요. 좀 있다가 밤에 봬요.

각자의 인사말을 끝으로 카에데는 다시 양산을 펴고 발걸음을 뗀다. 하지만 몇 걸음도 되지 않아 ‘밤에 보자’라는 자신의 말에 무언가가 생각나 다시 몸을 휙 돌려 두 사람에게 물었다.


“라이브를 끝내고 뒷정리까지 마치면 7시 반 정도가 될 거예요. 만약 그때까지 기다리실 수 있으면 같이 뒤풀이로 전골 파티를 하는 게 어때요? 저번에는 제가 멋대로 먼저 누워버렸잖아요.”


아직은 흐릿한 추측이었지만 두 사람의 얘기를 들어줘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그러나 카렌은 손을, 나오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의 의사를 표현한다.


“오늘은 카렌을 데리고 만날 사람이 있거든요.”

“그리고 카에데 씨는 얼마 전부터 계속 뒤풀이 얘기만 계속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오늘 저희 걱정은 하지 마시고 즐겨주세요. 대충 취하실 때쯤에는 저희가 마중 나갈 테니까.”


카렌은 카에데의 어깨를 잡고는 그녀의 몸을 돌려 공연장 쪽으로 향하게 했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어깨와 등에서 전해지는 카렌의 온기는 불쾌하지 않았다.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늦든 빠르든 꼭 뒤따라갈게요.”


>>>>>>


<2015년 8월 15일 오후 7시 40분>


미나토구로 향하는 택시 안.

라이브 행사장에서 시내까지는 15분 정도 택시를 타고 왔다. 카렌의 중학교 동창이었던 시부야 린과 뉴 제네레이션, 데코레이션, 캔디 아일랜드, 의외의 멤버로 깜짝 퍼포먼스를 보여준 러브라이카, 애스터리스크,  타카가키 카에데의 솔로. 공연장의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애썼을 때부터, 두 사람은 몸속에 남은 라이브의 열기를 쉴 새도 없이 대화로 쏟아냈다. 한참 인적 드문 길을 달리다가 시내로 들어왔을 때는 그 열기도 어느 정도 사그라들어있다. 나오는 멍하니 창문 밖에 펼쳐진 시내의 불빛을 보고 있었고, 카렌은 눈을 감은 채로 나오의 어깨에 기대어있었다.

라디오 혼자 신나게 떠들어대는 침묵 속에서 나오가 약간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기, 카렌.”

“응.”

“카에데 언니, 분명 눈치챘겠지?”

“아마. 뭐, 배웅해 드릴 때 ‘더위는 먹는 거다~!’하면서 기운 좋게 돌아가셨고, 라이브 때도 멋지게 잘하셨으니까 결과적으로는 OK지만.”

“하다못해 카렌이라도 합격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나오가 합격하길 바랐는데?”

“서로 마음이 따로 놀아서 떨어진 건가?”

“그럴 수도 있겠네.”


현실과 대조되는 두 사람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라디오 소리를 덮었다.


‘귀하의 발전 된 모습을 기대합니다.’


상투적이고 영혼 없었던 편지의 마지막 줄.

수신자는 호죠 카렌과 카미야 나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했지만 결국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 오디션은 겨울이었지?”

“저번에 카에데 씨한테 물었을 때는 1월 초쯤에 할 것 같다더라. 연습할 시간은 충분하겠지. 문제는 어디서 연습하냐는 건데... 아, 나오가 일하는 극장은 어때?"


카렌의 질문에 나오는 곤란한 듯, 그 두꺼운 눈썹을 구기며 음, 하고 신음했다.


"어제는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아서 얘기 못 했는데, 나 어제부로 일 그만뒀어. 오늘은 그냥 웬디 씨가 불러서 가는 거고."

"뭐?!"

"수익도 괜찮고, 한 달도 안 했지만, 사실 카렌하고 카에데 씨가 왔던 그 날에 무대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거든. 그 이후부터 점점 일거리가 점점 줄어들어서.... 얼마 전부터는 웬디 씨가 당장에라도 미안해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나한테 장보기나 설거지같이 간단한 일을 시키더라."

"나오의 성격이라면 분명 미안해서 그만뒀겠지."

"뭐랄까...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야. 어차피 건물 통째로 철거할 예정이었으니까, 가만히 있어도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는 나왔겠지만."

"철거? 나오가 그렇게 열심히 도와준 작업인데, 그걸 다 철거한단 말이야?"


그렇게 됐어. 나오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시내의 풍경을 응시하며 한숨을 내쉰다.


"애초에 346 프로덕션의 목적은 '무대의 복원' 뿐이었으니까. 그 성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낸 다음에는 다 무너져가는 건물과 무대의 낡은 부품 따위 필요 없었던 거야. 왜, 그때 카에데 언니가 마음대로 성을 변신시키는 버튼을 눌렀다가 지진 같은 게 일어났었지? 그것도 낡은 부품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였어. 나중에 웬디 씨한테 보고할 때 가르쳐주시더라. 철거 예정이라는 사실하고 같이."

"카에데 씨가 슬퍼하시겠네. 소중한 사람한테 받은 선물이었는데."

“그래도 복원자료가 346 프로덕션으로 갔으니까, 어딘가 다른 장소에서 다시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두 사람은 절망하지 않았다. 시간은 많고 서로 고민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다.

비록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나아가다 보면 쓰라린 패배마저 재활 치료제가 되어, 성공에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오랑 같이 그 복원된 무대에서 라이브를 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9월까지 같이 힘내자, 카렌.”

“그런데 나오는 괜찮아? 내년부터는 센터시험 준비로 바쁠 텐데.”

“지금 성적도 나름 괜찮은 편이고,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몇 년 뒤, 카미야 나오는 자신의 안일한 판단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아주 전혀 상관없는 남 일처럼 말한다, 너?!"

"어차피 나오랑 룸메이트니까 그때는 대학생 나오한테 과외라도 받으려고."

"나 카렌이랑 룸메이트 그만둘래!"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그때는 당연히…. 음."


나오는 말하다 말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서 카렌을 자신의 어깨에서 떼어놓고 약간 피곤함이 섞인 두 눈을 응시했다.


"카렌. 진지하게 부탁할게."

"뭘?"

"이제 슬슬 왜 나를 룸메이트로 정했는지 가르쳐주면 안 돼?"

"글쎄."


질문을 대충 얼버무리고 카렌은 눈썹을 치켜올린다. 한참을 그걸 묻고 고민하다가, 이제는 포기하고 안 묻는 줄 알았는데.

사실 그렇게 복잡한 이유는 아니다. 카렌의 부모님이 일 때문에 먼 곳에 살 게 됐고, 그들은 혼자 남게 된 카렌이 걱정되어 믿고 같이 지낼 수 있는 룸메이트를 구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카미야 나오. 친구라고 부를 수 있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고, 카렌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학교 선배. 처음에 부모님은 신중히 결정하라고 했지만, 그 이전에 카렌의 충동적인 욕심이 앞섰다.

그저 그런 이유와 나오의 통학 거리를 핑계로 카렌은 나오를 룸메이트로 끌어들였다.


"나오를 부려먹으려고."


그러나 카렌은 나오에게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말해주더라도 큰일 날 것은 아니다.

다만 나오가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게 나오의 그 질문 때문이었다.

거짓말을 하든,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든, 다른 부끄러운 주제로 말을 돌리든, 곧이곧대로 믿었다가 나중에야 얼굴을 붉히는 나오는 그녀의 눈에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아주 약간의, 시도 때도 없이 달라붙은 것에 대한 앙갚음.


"우리 집안에 돈이 없어서. 나오가 너무너무 싫어서 오히려 나중에 크게 복수하려고. 내가 사실 '그쪽'이라 나오를 사랑해서. 나오가 사실 내 잃어버린 언니라서. 이 중에 어떤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떠오르는대로 내뱉는 말로 나오를 놀려대다 보니 창밖으로 익숙한 경치가 보인다.

혼자서, 그 '시찰' 이후에는 나오와 함께 연습했던 공원이다. 여기서 집까지 걸어가면 대충 10분 정도 걸린다. 택시를 타고 간다면 더 일찍 도착하겠지.

공원에서 그 346 아이돌 캐슬 시어터까지의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재미있는 생각이 카렌의 머리를 스친다. 원래는 시어터 앞에서 택시를 세울 예정이었지만,


"기사님, 죄송한데 여기서 내릴게요!"


지갑을 내던지다시피 나오에게 내밀고는 그녀보다 먼저 공원으로 뛰쳐나왔다.

당황한 나오가 황급히 카렌의 이름을 부르지만, 어느새 카렌은 저 멀리 공원 광장에서 택시 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할 수 없이 카렌의 돈으로 택시비를 계산한 나오는 지갑 주인에게 달려가 지갑을 건넸다.

라이브에서 그렇게 뛰어놀고 소리쳤던 두 사람은 아직도 생기가 넘쳐 보인다.


"이렇게 하자. 여기서부터 시어터까지 달리기 시합을 하는 거야. 나오가 만약에 나보다 먼저 도착하면 왜 나오를 룸메이트로 받아들였는지 가르쳐줄게."

"만약에 지면?"

"나오가 지면 그냥 지는 거지 뭐."

"그러면 카렌한테 불공평하잖아."

"지금이라면 충분히 나오를 이길 자신이 있거든! 어차피 내가 이길 테니까 핸디캡은 필수지!"

"...그러셔요."


카렌은 이미 손목과 발목을 터는 등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확실히, 여기서부터 공원까지는 그리 멀지 않으니까 충분히 뛰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카렌이 나오를 룸메이트로 받아들인 이유는 나오에게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그래서 그녀는 카렌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몸을 풀고 준비를 하지만,


"먼저 간다!!"


카렌은 나오가 준비 자세를 잡기도 전에 이미 쏜살같이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나오는 비겁하다고 냅다 소리치면서 카렌의 뒷모습을 쫓아간다.


"그렇게 뛰어가다가 지쳐도 나는 몰라!"


그날 밤에는 아무도 뒤처지지 않았다.

>>>>>>


Cast


Karen Hojo        Mai Fuchigami


Nao Kamiya        Eriko Matsui


Kaede Takagaki        Saori Hayami


Wendy Pavlovna Williams        Laura Bailey/Miyuki Sawashiro


Rei Aoki(Master Trainer)        Ayumi Fujimura



Music & Sound effects


<10 HOURS of Cicadas Sounds ~Summer Nature Sounds in Japan~ Sleep, Study, Meditation & Yoga>

by Cat Trumpet

https://www.youtube.com/watch?v=xj7ylgj2JlQ


<Noel No Piano>

by Yoko Kanno(feat. Maaya Sakamoto)

from 23-Ji no Ongaku

https://www.youtube.com/watch?v=vyFZ3ynDeIM


<Peaceful Sleep>

by Keiichi Okabe

from Nier:Automata Piano Collections

https://youtu.be/vN8u6qqcyjo


<Significiance>

by Keiichi Okabe

from Nier:Automata Original Soundtrack

https://youtu.be/OIFkwGsVvN4


<Tearful Tone>

by Yasunori Mitsuda

from Soul Sacrifice Original Soundtrack

https://www.youtube.com/watch?v=iBXmCOX4pT8


>>>>>>


<2015년 8월 15일 오후 7시 45분, 구 346 아이돌 캐슬 시어터>


정문 앞.

윤기 있는 검은색 단발머리 위에는 아무것도 씌워져 있지 않았다.


"그냥 승합차를 따로 사고 말지, 두 번 다시 배차받나 봐라..."


웬디는 이와 입에 물린 담배꽁초를 부득부득 갈고는 휴대용 재떨이에 구겨진 담배꽁초를 신경질적으로 쑤셔 넣는다.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댄다. 곧바로 그걸로 성에 안 찬다는 듯한 개비를 더 꺼내 같이 입에 문다.

라이터의 뚜껑을 열어 불을 붙이려던 찰나, 저  멀리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여 급하게 담배와 관련된 물건을 다 바지 주머니에 처박는다.

한 명은 낯설지만 어딘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주황색 머리, 다른 한 명은 평일마다 일을 도와주는 갈색의 복슬복슬한 조수다.


"...엥?"


웬디는 반가움에 미소를 지으려다 안경을 내리고 눈을 게슴츠레 뜬다.

가까워지는 속도가 이상하게 빠르다. 아니, 어째서인지 두 명 다 죽을힘을 다해서 뛰어온다.


"What the flying fuck is...."


저게 시팔 대체 뭐야.


“tha에커캌?!”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저도 모르게 웬디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지만, 한마디가 채 끝나기도 전에 주황 머리에게 멱살이 잡혔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웬돌린 파블로브나 윌리엄스 씨! 저는 나오의 룸메이트, 호죠 카렌이라고 합니다!"


웬디의 멱살을 잡은 채로 입이 찢어질 듯 미소를 짓는 카렌. 정작 눈이 안 웃고 있다.


"어, 안녕하세요, 제 멱살을 잡고 있는 호죠 양...? 이렇게 마주 보고 얘기하는 건 처음이죠? 그때 몰래 지켜봤을 때보다 건강해 보이네요."

"어머, 고마워요. 웬디 씨가 나오한테 가르쳐주신 춤 덕분에 저까지 기운이 마구 솟아났거든요!"

"네, 안 그래도 지금 체감 중입니다....!"


웬디가 카렌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헉헉거리며 뒤따라온 나오가 기겁하면서 카렌을 말린 후였다.

어느 정도 진정하고 숨을 고른 일행은 어두컴컴한 시어터의 로비를 지나 조명이 밝게 빛나는 공연장에 들어왔다.


"나오한테 철거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아직 멋지네."

"내일부터입니다. 그래서 일하고는 상관없이 마지막으로 한번 보고 싶었어요.


나오와 카렌의 입장에서 반갑게도 오늘 무대 위에 서 있는 것은 탑에서 변형된 백색의 성. 여느 때처럼 창문에서 비쳐오는 불빛과 금빛 덩굴 꽃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웬디가 입고 있는 것은 나오가 처음 보는 검은색 양복. 회색 유광실로 수 놓인 꽃무늬가 조명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 어울릴 것 같기도, 안 어울릴 것 같기도 한, 애매한 정장이다.


"특이한 정장이네."


카렌이 그 모습을 힐끗거리며 지나가듯이 말했다.


"이거요? 옛날에 지인이 사준 거예요. 제법 낡아서 여러 번 기워놓은 건데 은근히 티가 안 나죠?"

"...그 꽃무늬 때문에 기운 자국이 눈에 안 보이는 건 아닐까? 평소에도 그렇게 입고 다녀?"

"아뇨."

"그러면 평소엔 어떤데?"

"...일할 때는 목공용 작업복, 일 없을 때나 손이 많이 안 가는 작업은 야구모자, 노출 많은 상하의, 샌들, 집이나 편한 곳에서는 아예 맨발."


학교 후배를 진정시키느라 힘이 빠져버린 나오가 끼어들었다.


"정말? 그럼 혹시 네일 아트에는 관심 있어? 필요하면 내가 해줄 수도 있는데."

"유광 검은색으로 부탁드릴게요. 손발 전부다. 자, 난간이 좁으니까 올라올 때 조심하시고..."


맨 먼저 간이 계단을 타고 무대 위로 올라간 웬디가 뒤따라오는 나오와 카렌의 손을 끌어올려 주었다.

나오는 카렌을 무대 중앙에 놓인 의자 중 하나에 앉힌다. 그리고는 익숙한 몸짓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빈 전기 포트를 집는데,


"오늘부터는 제가 할게요."


웬디는 나오의 양어깨를 붙들고 의자에 앉히고는, 전기 포트를 빼앗아 유유히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그나저나 결국 카렌한테 졌네."

"분해?"

"답답해. 오늘은 카렌한테 이유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해줄까?"

"정말?!"

"아니."

"...끙."


얼마 후 웬디는 전기 포트가 아닌, 진한 붉은 색의 액체와 얼음이 담긴 물병, 그리고 종이컵을 들고 나타났다.


"뛰어오신 분들한테 뜨거운 걸 드리기엔 좀 그렇고, 커피를 마시기엔 늦은 시간이니까요. 호죠 양, 아이스티 드셔도 상관없죠?"

"응. 잘 먹을게."


웬디는 카렌의 컵, 나오의 컵, 마지막으로 자신의 컵 순으로 아이스티를 따랐다.

물병이 탁하고 탁자에 놓이기가 무섭게  컵 안에 있는 차디찬 내용물을 들이키는 나오와 카렌. 갈증에 타들어 가던 목이 편안해진다.

안경 너머, 웬디의 회색 눈동자는 카렌을 향하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턱을 괴고 앉아 카렌을 바라보는 그 모습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다.


"저기, 그웬돌린 씨...?"


카렌의 부름에 웬디는 고개를 들었다.


"웬디로 괜찮습니다."

"그럼, 웬디 씨. 실례인 건 알지만, 우리를 왜 여기로 부른 건지 말해줄 수 있을까?"

"네. 전화로 말씀드리는 것보단 직접 전해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우선 카미야 양."



웬디는 양복의 안주머니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 나오에게 건넸다.


"급료는 어제 받았고, 밀린 것도 없는데."

"퇴직금, 비슷한 거로 치고 받아주세요. 그동안 정말로, 정말로 고생하셨습니다. 카미야 양 덕분에 작업,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응. 나도 웬디 씨와 일해서 즐거웠어."


대답과 함께 나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웬디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조심스레 입을 연다. 표정에 약간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오디션은 어떻게 됐나요?"

"우리 둘 다 떨어졌어."

"그럼, 두 분의 앞으로의 계획은?"

"겨울 오디션을 노리려고. 아직 우리한테 시간은 많으니까."


나오의 그 말에 웬디는 왼쪽 검지와 중지를 세우고 담배를 피우듯이 입에 가져가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그 표정에 일순간 놀란 나오는 질렸다는 듯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오디션에 떨어진 게 그렇게 웃을 일은 아닐 텐데. 혹시 오늘 자신들을 부른 이유가 이 타이밍에 이렇게 웃는 것과 관계된 건 아닐까.


"카미야 양, 그리고 호죠 양. 만약에 길을 가다가 웬 정신 나간 년이 두 분을 아이돌로 스카우트하겠다고 하면 받아들이시겠어요?"

"혹시 사기 같은걸 말하는 거야?"


카렌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웬디에게 되묻지만, 웬디는 고개를 젓는다.


"전에 제가 카미야 양한테 말했죠. 끝까지 함께 해줄 수 있는, 상냥하고 유능한 프로듀서. 카미야 양한테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물론 호죠 양도 예외는 아닙니다."


양복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카렌과 나오에게 각각 나눠주었다.

웬디가 나누어 준 것은 그녀의 이름이 적힌 명함이었다. 카렌이 그 내용을 묵묵히 읽어가지만, 나오는 곤란한 듯 웬디의 눈치를 살폈다.


"나는 아직 명함을 가지고 있으니까 필요 없어."

"좀 더 자세히 보세요."

"뭔가 새로운 거라도 추가됐……. 어?"


[346 프로덕션 무대 연출 컨설턴트 및 예능 3과 프로듀서, Wendy. P. Williams]


'346 프로덕션 무대 연출 컨설턴트,  Wendy. P. Williams'. 나오가 웬디와 처음 만났을 때 받은 명함에 적혀있던 것은 그것뿐이었다.

분명 그것뿐이었다.

웬디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 앞으로 달려갔다. 양복에 수 놓여있는 회색의 꽃 덩굴이 성의 빛에 반사되어 옅지만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대충 한달 전이었어요. 저는 그때 시부야 주변에서 스카우트할 분을 찾고 있었습니다. 이미 한 명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계획상 더 필요했지요."



웬디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무언가를 발로 차고는,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그것을 기세 좋게 잡았다.

지팡이. 과거 찰리 채플린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굽은 손잡이의 칠흑 같은 지팡이였다.


"하지만 결국엔 죽 쑤고, 일정 때문에 이 무대를 복원하는 작업으로 넘어갔죠.  이유 첫 번째, '시부야의 마술사'인지 나발인지로 저에 대한 소문이 퍼졌습니다. 이유 두 번 째, 제 상사가 소문이 더 커지기 전에 발 빼라고 했죠. 그리고 이유 세 번째..."


제자리에서 몸을 한 바퀴 돌리고는, 지팡이 끝을 안개가 뿜어져 나오는 성문 안으로 뻗었다.


"상사가 제시한 조건에도, 제가 스스로 정한 조건에도,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거든요."


몇 번 문 안쪽을 쑤시고는 잔상이 보일 정도로 빠르게 머리 위로 휘둘렀다. 지팡이에 걸려 그 추진력으로 웬디의 머리 위로 쏜살같이 날아오는 원반 형태의 무언가.

웬디는 민첩한 손놀림으로 그 무언가를 잡아채서 머리에 썼다. 잔잔한 물결처럼 굽은 검은색 챙모자. 챙이 어찌나 넓은지 그녀의 얼굴 전체에 그림자가 드리울 정도였지만, 안경 너머의 회색 눈은 여전히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카미야 양, 호죠 양. 저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좋은 사람도 아니에요. 하지만 두 분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은 진심입니다. 그렇게 노력하시는 모습들을 제가 직접 봤으니 더는 없었던 일로 못 하겠어요. 그러니까 만약 저 같은 년이라도 괜찮으시다면,


웬디는 머리에 쓴 모자를 벗어 자신의 지팡이와 함께 자신의 가슴팍에 얹었다.

무대의 빛을 등지고 카렌과 나오를 바라보는 두 눈은 마치 불꽃이 튀듯 빛나고 있었다.


"부디 여러분의 프로듀서가 되도록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두 사람에게는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놀라움과 환희가 섞인 곧이어 얼굴은 곧이어 편안하고 아름다운 미소로 웬디에게 향한다.

꿈을 꾸는 두 명의 신데렐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연다.

잘 부탁해. 이제부터는 프로듀서라고 부를께.  제각각 다른 말,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은 똑같았다.

지팡이가 모자와 함께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들고 있던 물건은 이미 잊어버렸다. 마술사는 양팔을 벌리고, 소녀들에게 뛰어들어 그대로 자신의 품에 껴안았다.

그 얼굴은 마치 읽어버린 것을 되찾은 소녀처럼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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